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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3
그녀를 따라 안쪽에 들어가니 욕실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네 사람이 너끈히 들어가고도 남을 대형 욕조가 있었고,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뜨끈한 물에 홀딱 벗고 들어가 욱씬거리는 내상을 치유하고 있노라니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수건을 두른 리사가 욕실로 따라 들어왔다. 지난 몇 달동안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기에 특별히 놀라지는 않았다. 그저 늘 그렇듯이 그녀의 깨끗하고 매끈한 몸매에 감탄했을 뿐이다. 리사는 탕으로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많이 아프죠?"
"견딜만 해."
사실 그 자리에 드러누워 데굴데굴 구르고 싶은 정도로 데미지가 쌓여있기는 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았다. 자라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들 어쩌다 우격다짐을 하는 정도의 실랑이는 한두 번 해보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맞아본 일은 없었다.
턱도 얼얼하고 뼈마디도 쑤시고 특히 등짝에는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고운 아가씨가 알몸으로 몸을 바싹 기대오며 나긋나긋한 손길로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데 아프다는 기색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이쪽으로 봐봐요."
"어어..."
리사가 내 몸에 난 "기스"들을 보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맞을 때 필사적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멍과 타박상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상처에 물에 닿아 쓰라린 것도 있었지만, 적당한 온도의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몸에 쌓인 피로와 긴장이 풀리는 게 더 좋았다.
몸에 난 상처 하나하나를 다 확인해보려는 리사를 달래어 내 앞으로 끌어왔다. 그녀의 등을 내 가슴에 기대게 하고는 뒤에서 끌어안았다. 팔로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고 손으로는 매끈하게 뻗은 허벅지와 훌륭한 볼륨을 자랑하는 가슴을 어루만졌다.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더 빨리 안정이 될 것 같아...."
"아이, 참...."
리사는 그 상태에서 고개를 돌려 내게 살짝 입을 맞추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그녀는 손을 뒤로 돌리더니 지난 몇 달간 열심히 물고 빨았던 물건을 살짝 쓰다듬었다.
"얘가 자꾸 절 찌르는 걸 봐서 몸 상태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러니까 말야. 괜찮다고 했잖아."
목덜미와 귀를 살짝 깨물고 핥았다. 빳빳해진 자지는 리사의 엉덩이 계곡에 닿아 있었다. 잘익은 복숭아처럼 둥글게 갈라진 부분 사이에 대고 육봉을 문질렀다.
따뜻한 물과 그녀의 몸. 어느 것이 나를 더 달아오르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쪽도 중요하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나의 뜨거움이 그녀에게도 닿고 있다는 것, 그녀 역시도 달아올라 있다는 점이었다.
손길에 리사의 몸 구석구석에 닿을 때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토했다. 시험이 끝나면 진하게 안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다. 관능적으로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리사의 뒷태에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욕조에서 그녀를 잡아 일으키자 내 의도를 알겠다는 듯이 욕조 한쪽 모서리를 잡고 엎드렸다. 뒤로 쑥 내밀어진 엉덩이를 보며 잘 빚어진 예술적인 도자기의 라인을 떠올렸다. 예술혼에 불타는 도공처럼 난 섹스혼에 불타고 있었다.
성한 곳이 없는 지금 내 몸에서 가장 건강하고 팔딱거리고 있는 녀석을 잡아 조준했다. 늘 향하던 그곳, 그녀의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제자리를 찾아들어가듯 꼭 맞게 그녀의 가장 깊은 곳으로 진입했다. 잔뜩 젖은 그곳은 너무도 쉽고 빠르게 날 맞이해주었다.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악.... 오빠..... 흡....."
잘 빠진 허리를 붙잡고 내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지난 몇 달간 리사와 함께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리사는 정말 맛있는 여자라는 것 말이다.
"하악! 하악....하악...."
전희도 많이 생략되었지만, 이미 맞춰진 몸의 리듬은 늘 그러하듯 잘 맞아떨어졌다. 몸을 적시는 목욕물은 말랐지만, 송글송글 배어나는 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계속 몸을 움직였다. 뒤쪽에서 너무도 잘 보이는 리사의 보지를 쑤셔대는 자지의 움직임이 몹시 바빴다. 허벅지 아래쪽으로는 욕조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건강에 좋다는 반신욕을 이렇게 즐기는 건가.
그렇게 뒤로 한창 쑤시다가 리사가 날 돌아보았다. 저 눈빛이 뭘 요구하는지 알고 있었다. 경험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법이니까.
"이쪽으로 와."
이번에는 내가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고 리사를 앞에 마주 앉혔다. 나에게 꿰뚫린 채 리사는 자신의 가슴을 내 얼굴에 가득 들이밀었다. 절정에 다가가면 가슴을 깨물어주는 걸 좋아하는 리사의 버릇을 잘 알고 있다. 사양않고 양쪽 가슴을 번갈아 깨물었다. 유두를 거칠게 빨고 입술만으로 잘근잘근 씹어대었다. 그때마다 리사는 참지 않고 소리질렀다.
"하악... 오빠... 호아..... 나, .... 하악...."
거친 신음을 쏟아내는 리사가 미칠 듯이 보지를 수축시켰다. 쫄깃한 안쪽이 나를 계속 물고 있었다. 물이 계속 출렁거렸다. 우리 두 사람의 움직임은 계속 이어졌다. 평생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끝은 언제나 있는 법. 꼭 끌어안은 채 그녀의 안으로 정액을 쏟아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끌어안고 있었다.
"몸이 식으면 좋지 않아요."
한참 후, 몸이 식어갈 때쯤 리사는 나에게 다시 물에 들어가길 권했다. 내가 욕조 안으로 다시 기대눕는 동안 그녀는 급수밸브를 조금 조절했다. 따뜻한 물을 좀 더 열었다.
"이리 와."
다시 아까의 자세로 돌아갔다. 리사의 어깨에 턱은 얹은 채 그녀의 몸을 더듬으며 후희를 즐겼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원래는 오늘 오빠랑 쇼핑을 좀 가고 싶었거든요."
"쇼핑?"
"네. 나중에 바닷가 가서 입을 수영복을 골라달라고 할라 그랬는데."
"수영복이라.... 어떻게, 내가 고르는 엄청 섹시한 디자인을 리사가 소화할 수 있으려나?"
"으휴, 아저씨 같아요."
"아저씨 맞지 뭐. 변태 아저씨."
옆구리를 간지르자 그녀는 까르르 웃으며 몸을 흔들었다. 아직은 말랑한 상태로 잠자코 있는 자지가 그녀의 탱글한 엉덩이에 깔렸다. 곧 또 다시 일어나 엉덩이를 찌르겠지만 아직은 베이비 상태. 한바탕 장난질이 진정된 다음 리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산에 이런 식으로 모시고 싶지 않았는데.... 하아. 정말 아까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오빠가 잘못되는 줄 알고."
"지금은 이렇게 멀쩡하잖아. 예쁜 리사랑도 같이 있고...."
예쁜 리사는 말이 없었다. 그녀가 다시 말문을 연 건 한참 만이었다.
"약속해주세요."
"뭘?"
"무슨 일이 있어도 제 곁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요."
"네 곁에서?"
"예."
"약속하고 말고. 손가락 대신 다른 가락을 걸어줄까?"
"아뇨. 전 농담하는 게 아니에요."
리사는 몸을 돌려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진지한 눈빛이다.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세계에 있는지 어느 정도 눈치채셨죠?"
"응? ... 으응."
눈치챈 정도가 아니라 "뼈 저리게" 느꼈지.
"아직은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오빠가 제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오빠를 노릴 거예요. 결코 좋은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오늘만 해도 저희 아빠가 오빠를 데려가려고 했었잖아요."
여자에게 "내 남자"라는 말을 듣는 기분은 묘했다. 기분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리사의 당당한 선언에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날 노리는 무리라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걱정스러운 내 맘을 눈치채었는지 리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전 오빠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항상 제 곁에 두고 싶어요. 그렇기에 오빠가 마음을 굳게 먹고 항상 저와 같이 있겠다는 대답만 해주시면 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오빠를 지키겠어요... 그러니 제 말에 똑바로 대답해주셨으면 해요."
프로포즈라면 프로포즈랄까. 말투만 놓고 본다면 결투신청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그렇지만 리사의 말투는 더없이 진지했고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강인하기 짝이 없었다. 우유부단한 나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하리.
난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바이킹을 타러 가자고 졸라대던 그녀. 아침마다 밥을 챙겨주던 그녀. 병상에 누운 내게 열과 성을 다해 - 말 그대로 몸 바쳐 - 봉사한 여인에게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걸로 대답을 대신할게."
입술을 겹쳤다.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을 맛보았다. 평소처럼 혀는 섞지 않았지만, 충분히 관능적이었다. 이 키스에 담긴 의미만으로도 세상을 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길고 긴 키스가 끝나고 입술이 떨어지고 나자 리사는 감았던 눈을 뜨며 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작은 입술을 움직였다.
"기뻐요."
그녀를 안아주고 다시 입술을 찾았다. 이번에는 거칠고 난폭하게, 굶주린 사자가 먹이를 뜯어 먹듯이 탐했다. 아랫도리의 장전은 이미 끝나 있기에 그녀를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녀는 날 올라타지 않았다.
"잠깐만요. 제가 원하는 대답을 해준 오빠에게 선물을 드릴게요."
"선물?"
이 와중에 갑자기 선물이라니. 무슨 뜻일까 싶어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동안 리사는 몸을 일으켰다. 욕실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그녀가 나가려고 연 건 아니었다. 그 앞에 서 있던 다른 이를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었다. 처음엔 마리라도 들어오게 하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리사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를 불렀다.
"들어와요, 언니. 기다리느라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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