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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카페 미리내
"그게 대체 뭔 소리에요! 전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내젓는 은미의 반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효진은 뭔가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음, 근데 지혜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걔는 아무래도 한석이를.... 흐음. 만약 니가 지혜까지 물리치려면 애 좀 써야겠는데?"
"저...정말요?"
한석을 보는 지혜의 눈빛은 평소에도 애정이 가득하다는 걸 은미도 알고 있었다. 그 점을 지적하고 나오니 자기도 모르게 걱정이 된다.
"게다가 은근히.. 아니, 아예 대놓고 육체파잖아. 한석이 취향이 아무래도 가슴이 큰 쪽인 것 같아. 나 같은 쭉쭉빵빵 가지고도 만족을 못하는 걸 보면."
"가...가슴이요?"
그녀의 콤플렉스인 부분의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효진은 문득 은미를 돌아보며 손을 뻗었다. 그녀의 두 손이 은미의 양 가슴을 주물러대었다.
"호오. 그러고 보니 너도 만만치 않았지? 이 정도면 대체 어느 정도야?"
"꺄악. 어딜 만져요."
황급히 효진의 손을 쳐냈지만 효진은 약간 황홀한 표정을 꾸며 자신의 손에 와 닿았던 감촉을 상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뭐, 어때. 닳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렇게 만져줘야 앞으로 더 커진다니깐."
"언니는 정말.... 아저씨 같아요. 그리고 전 여기서 더 커지면 정말 싫다구요."
"그래? 지혜도 가끔 어깨 너무 결린다고 그런 소리 하드만. 나는 부럽기만 한데.... 그런데 지혜 고 년이 지 가슴이 불편하다 어쩐다 그래도 한석이랑 할 때는 종종 가슴도 써서 해주는 모양이더라."
효진의 이야기에 은미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로서는 전혀 상상도 못 할 이야기였던 게다.
"가....가슴으로 하다니요? 뭘요?"
"응? 몰라? 이렇게 말야, 이렇게."
효진은 자신의 가슴을 쥐고 한데 모으는 자세를 취했다. 너무 노골적인 자세에 깜짝 놀란 은미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물어보았다.
"그...그게 뭔데요?"
"에? 몰라? 남자들 물건을 여기다 놓고 이렇게, 이렇게 해주는 거야. 나도 안 되는 건 아닌데 자세를 따로 엎드리거나 해서 취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근데 지혜는 누워서도 그게 되드라."
"남자들.......물건........을.....가슴으로.........요?"
효진의 노골적인 행위나 거침없는 말에서 은미는 당혹감을 느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빨갛게 달아오른다. 손짓과 가슴 짓을 해가며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던 효진은 문득 은미의 얼굴을 마주 보고 물었다.
"응? 어째 니 반응이.... 너 처녀였어?"
"다...당연하죠!"
은미가 발끈하며 대답했지만, 효진은 새삼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헤에. 그랬구나. 그런데 숫처녀가 남들 하는 거 보고 도망가기는커녕 그대로 숨어서 구경이나 하고 있고... 너두 싹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네."
"언니!"
"하하. 알았다, 알았어. 암튼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궁금한 거 있어도 물어보고. 아. 가슴으로 하는 건 나중에 지혜한테 물어봐라. 니들 사이즈끼리 가능한 무언가가 있겠지. 응? 힘내서 한석이 잘 꼬셔봐."
효진의 격려 아닌 격려에 은미는 몸을 빼냈다.
"저...저는 딱히 그런 게 아니라니깐요."
"지금까지 이렇게 다 이야기해놓고 이제 와서 뭘 빼. 기왕 이렇게 된 거 너도 쎄게 나가. 이미 지혜는 몸을 쓰고 있단 말야. 너도 니 몸을 써. 이 훌륭한 부분을 말이지."
"마...만지지 마세요. 제발 좀요."
그 후로도 효진의 각종 경험담과 노골적인 섹스 이론 강의가 이어진다. 은미는 눈을 가리고 ㅡ 귀는 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ㅡ 수위 높은 음담패설과 성희롱을 견디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효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금쯤이면 끝났을 거라며 가자고 했다. 지혜의 집으로 가자 이미 한석은 없었고 지혜 혼자서 TV를 보고 있었다. 이미 옷을 입고 있는 지혜였지만, 그녀를 볼 때마다 아까의 광경이 너무도 생생하게 살아나는 바람에 은미는 지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한참을 고생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지혜의 표정과 이미 알 것 다 알지만 아까 은미가 하도 신신당부를 해서 입을 열지 못하는 효진의 웃음 사이에서 은미는 끝없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몸...을 쓰라고?'
그녀의 고민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해소가 되질 않았다. 남자를 사귀어본 경험이라고 해보아야 아픈 기억만 남았던 가람과의 일 뿐인 그녀였다. 연애경험도 전무하고 아는 남자도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그녀라서 누구에게 딱히 물어볼 엄두도 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가 지금 알고 지내는 유일한 남자인 한석에게 그걸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은 그녀를 공기 취급하고 있는 가람에게 물어볼 일도 아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벌거벗은 한석과 지혜가 엉켜있는 모습은 그녀의 뇌리에 너무도 강렬하게 박혀 도무지 빠져나오질 않는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지혜의 자리에 자신을 대입해본다. 이상한 기분이 스멀스멀 피어올라와 자기도 모르게 꺄악꺄악 비명을 지르며 베개를 끌어안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다음 날,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을 확인하고 은미는 집을 나섰다. 한 여름인데도 후드 달린 티셔츠를 입고 얼굴에는 마스크까지 뒤집어썼다. 선글라스까지 쓰고 나니 얼굴이 드러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나서 일부러 멀리 있는 옆 동네까지 가서 비디오가게를 찾았다.
"어서오....!"
"네, 안녕하세요...."
반쯤 졸고 있던 비디오가게 점원이 방금 들어온 손님을 보고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전화기에 손을 뻗었다. 은미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 저! 저, 그렇게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이 하는 소리치고는 꽤 신빙성 떨어지는 소리였지만, 어린 여자 목소리라는 걸 알아차린 점원은 전화기를 놓았다. 은미는 등 뒤에 쏟아지는 점원의 시선을 느끼며 붉은 색 라벨이 붙은 비디오가 잔뜩 있는 코너로 걸어갔다. 자세히 들여다 볼 엄두도 나지 않아서 일단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작품을 네댓 개 골라왔다.
"이, 이거 빌릴게요."
"네..."
점원은 여전히 수상한 표정을 풀지 않고 가지고 온 비디오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은미가 들고 온 비디오는 네 편이었다. 점원은 하나씩 바코드를 찍다가 마지막 비디오를 들고 물었다.
"이거는 안 야한 건데요."
"네엣?"
"....야한 거 빌리려고 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건 공포물이에요."
"아니, 저, 그게, 야한 건 아니고.... 그냥 공부하려고....."
"네, 네, 네."
점원은 이제 은미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풀었다. 그는 다시 시큰둥한 표정으로 돌아가서 은미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녀가 학생증을 내밀자 그는 그걸 한참 들여다보다가 돌려주었다.
"대여기간은 2박 3일인데, 세 개 이상 빌렸으니까 하루 더 드려요. 3박 4일입니다."
"네. 안녕히 계세요."
은미는 비디오가 든 봉지를 들고 집으로 후다닥 돌아왔다.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리모컨을 손에 든 채 빠르게 감기와 뒤로 감기를 통해 살색이 많이 나오는 장면만 골라서 보았다. 은미는 브라운관에서 신음을 흘리는 남녀 배우를 보면서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런 장면이 야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제보다는....안 야해....'
소싯적에 할리퀸 로맨스 소설 같은 데서 나오는 베드신만 봐도 놀라서 책을 덮어버리던 은미였으니 나름대로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불과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세 편의 비디오를 속성으로 훑어본 은미는 아무 생각 없이 마지막 비디오를 넣었다. 영화 앞부분에서 젊은 남녀들이 산 속으로 놀러가는 장면이 나왔다. 떠들썩한 파티를 벌이는 동안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늘씬하고 가슴 큰 여자와 근육질 남자가 몰래 파티를 빠져나와 외딴 호수로 갔다. 홀딱 벗고 서로를 애무하던 두 사람은 그대로 물에 들어갔다. 거기서 몸을 섞기 시작했다. 앞서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야한 장면을 계속 보았던 은미는 이제 약간 질리는 중이었다.
'물에서도 하는구나... 헤에...'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난데없이 거대한 칼이 나타나서 섹스 중이던 두 사람의 배를 동시에 꿰뚫었다. 살인마가 등장한 것이다. 은미는 비명을 지르며 이불을 내던지고 방으로 도망갔다. 아까 비디오 가게 점원이 했던 말이 떠올랐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공포영화는 질색인 그녀는 한참 후에 영화가 끝나고 비디오가 저절로 튀어나온 후에야 TV앞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야한 비디오 세 편과 공포영화 한 편을 챙겨서 다시 봉투에 담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날, 카페에 나와서도 계속 야한 생각뿐이었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남자손님만 들어와도 흠칫 놀라게 된다. 아줌마 손님들이 나누는 남편 이야기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대개는 남편 욕으로 시작해서 자랑으로 끝나는지라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시계를 올려다본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한석이 오는 시간이 된다. 딱히 한석이 그녀에게 뭘 요구하거나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은미는 어쩐지 저 혼자서 안달이 나서 초조해졌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방법이 생각나질 않는다. 한숨을 푹 내쉬며 가게 안을 괜히 한 번 더 정리하고 돌아왔다. 비치품이 좀 모자란 것 같아 손님이 한가한 틈을 타서 다용도실로 들어갔다.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바로 예전 남자친구인 가람이 사다 주었던 옷이 담긴, 그 쇼핑백이었다. 은미를 시계를 보았다. 조금 있으면 한석이 올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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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본편 타임라인대로라면 이 시기에는 리사와 마리가 한석 앞집에 살고 있었을 테지요. 그러나 이쪽 평행세계에선 원래 마리가 살기로 계약된 곳에서 살고 있고 그곳은 학교 정문쪽 번화가에 위치한 빌딩인데 ..... 뭐, 이런 설정까지는 굳이 아실 필요 없습니다-_-;;
게다가 애초에 한석이가 선영이 과외를 하고 있는 까닭도 지혜에게 차이고 화풀이를 ROSE에서 하다가 그리 된건데 여기서는 어째 지혜도 여전히 있고 선영이 과외도 하고 있고....... 쿨럭. 제가 글 서두에 경고문을 계속 달아두는 이유가 이겁니다. 외전 대로 하려면 본편 내용이 완전히 꼬여요. 그냥 가슴 큰 아이들의 질주를 지켜봐 주십사.... 합니다. 평소 본인의 취향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는 루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