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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5
"아아...음으...."
그녀의 목소리 만큼이나 그녀의 혀는 젖어있었다. 나 역시 그러했으리라.
"하아..으음... 음..."
쮸웁- 쮸웁- 쮸웁-
키스는 깊고도 길었다. 예전의 수줍은 키스도, 이 뒤를 걱정하는 키스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금 이 순간의 뜨거움을 고스란히 입으로 전달할 것 같은 그런 키스였다.
"으음... 음...하악..."
쮸웁- 쮸웁- 쮸웁-
입술이 섞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난 일 년여간 키스를 겪어보지 못한 내 입술은 여태껏 어떻게 살아온 걸까. 입술에서 닿는 감촉 하나하나가 온몸으로 퍼져나가 잊고 있던 쾌감을 하나하나 일깨운다. 손끝까지, 발가락 끝까지 전파되는 감촉은 원초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들이 한데 모여 꼿꼿하고도 단단한 무언가를 형성한다. 팬티가, 바지가 터질 것만 같았다. 지혜를 끌어다 안았다. 그녀는 내 허벅지 위로 올라타서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내 터질 듯한 양물이 자리하게 되었다.
"하읍... 음... 우우...."
지혜의 입을 탐하던 내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자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냈다. 지혜의 자켓을 벗기자 그녀의 블라우스가 나타났다. 몸을 뒤로 젖힌터라 안 그래도 빵빵한 그녀의 블라우스 가슴부분이 이제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가슴해방을 위해 단추를 끌러냈다. 브래지어에 미처 다 담기지도 못 한 거대한 가슴이 쏘아지듯 앞으로 튀어나왔다. 브래지어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온전히 드러난 그녀의 두 젖가슴을 가득 주무른다.
"하으...하읍..."
살짝 단단해지고 있는 그녀의 유두를 쓰다듬는다. 양손으로 가슴을 하나씩 쥐고 안쪽으로 주무르면서 손가락으로 유두를 계속 건드렸다. 헐떡이는 지혜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덩달아 숨이 가빠졌다. 숨이차고 목이 마르다. 고개를 숙여 지혜의 가슴에 입술을 갖다댔다.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몸이 느껴진다. 입술을 댔다가 다시 혀를 대어본다.
"하아...흐으...."
츄웁- 츄웁- 츄웁- 츄웁-
입 전체를 사용해가며 그녀의 가슴을 탐한다. 입안에 도저히 한 번에 들어가지 않아 이리저리 얼굴을 옮겨가며 물고 빨아야만 했다. 내 혀와 입술이 닿을 때마다 그녀는 가냘픈 목소리로 내 이름을 자꾸 불렀다. 내 허벅지 위에 얹어진 그녀의 몸이 꿈틀거린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허리 움직임이 내게도 전달된다. 나 역시 흔들고 싶다. 넣고, 쑤시고 싶어진다.
"이리 와...."
지혜를 안아 올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새로 산 더블침대 위로 그녀를 눕힌다. 흐트러진 옷차림과 불룩 튀어나온 한쪽 젖가슴을 보고 있노라니 내 안의 무언가가 활활 불타오른다. 거실과 안방의 불을 껐다. 깜깜해졌지만, 이내 어둠 속 시야에 적응한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도시의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안아 줘..."
옷을 벗으며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똑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그녀도 옷을 벗고 있는 모양이다.
"날 안아 줘..."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자 그녀의 몸이 만져진다. 다 벗은 줄 알았는데 브래지어와 팬티는 아직 입고 있었다. 팬티 끈 안쪽으로 손을 넣는다. 육덕진 엉덩이를 살짝 주무르면서 팬티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녀를 끌어안고 손을 등 뒤로하여 브래지어를 풀러냈다. 온전히 탈출한 거대한 젖가슴이 면전에서 출렁거렸다. 한참 동안이나 그걸 빨며 즐긴 후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얼굴에 입을 맞추는데 짭조름한 맛이 느껴졌다. 지혜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아직도... 울어?"
"모르겠어... 모르겠어..."
고개를 젓는 그녀. 순간, 지금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싶어졌다. 마음속 타오르던 욕정이 급격하게 식어버렸다. 손을 뻗어 지혜의 얼굴을 감싸 쥔다. 손을 뒤로하여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쓸어내린다. 평소에는 항상 틀어올리고 있던 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자 어깨까지 내려오는 길이를 자랑한다.
"누구나 몰라... 누구도 알 수 없어. 난 그렇게 생각해."
"한석아..."
"앞일이 어떻게 될지,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그걸 아는 사람은 오직 신이야. 우린 그저 평범한 인간이고.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 네가... 네가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한석아..."
지혜의 눈물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내 품에 안겨서 한참을 더 울었다. 내 가슴을 적시는 그녀의 눈물을 느끼며 그녀의 머리카락와 등을 계속 쓸어내려주었다. 알몸의 두 남녀가 그렇게 부둥켜안고도 더 이상의 접촉이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그녀를 위로하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나 역시 선영이를 그렇게 황망하게 보내고...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후회도 들지 않았어. 오직 죽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그런 나라도 기댈 곳이 있으니 좀 나아지더라. 그걸 깨닫는데 일 년이 걸렸어. 자기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누구나 다를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너도 그만 자책했으면 좋겠어."
"한석아..."
울먹이는 지혜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야기의 절반 이상이 울음이었고 앞뒤 맥락이 정확하지 않아 제대로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대충은 이러했다. 수영이는 지혜의 아들이다. 그녀의 배로 낳았으니 분명 그녀의 아들이 맞다. 그렇지만 그녀의 남편은 수영이를 아들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혜의 면전에 대고 부정했고, 그녀가 다른 남자의 씨를 받아 잉태한 게 분명하다고 항상 말했다고 했다. 수영이가 자라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때가 되어서도 한결같이 그러했다. 그리고 제 기분 내키는 대로 지혜와 수영이를 폭행했다고 한다.
"그런 개새끼가... 어떻게 자기 부인을..."
"차라리 날 때리는 건 마음이 편했어. 그렇지만 수영이를 때릴 때는..."
하루는 수영이의 머리가 터져 다섯 바늘 정도 꼬매야 할 정도로 두드려 패기도 했단다. 저 귀엽고 작은 아이에게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그 새끼는 정말 개새끼라는 거다. 이야기를 듣는 내가 다 몸이 떨렸다. 그렇지만 지혜는 이 모든 것을 남들에게 비밀로 하고 살았다. 남들이 볼 때는 셋이서 더없이 단란한 가족인양 살았다.
"그러다 결국은 나도 참지 못했어."
승진에서 밀린 남편이 술에 취해서 골프채를 들고 집기를 부수며 덩달아 수영이를 때리던 날, 지혜는 남편의 등을 찌르고 말았다. 등을 부여잡고 쓰러진 남편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지혜를 돌아보았고, 지혜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피 묻은 칼을 들고 있었다. 경찰이 올 때가지도 그러고 있었다고 한다.
"그걸 수습 해 준 게 효진이야."
지혜는 달리 연락할 곳이 없었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어머니는 몇 년전 세상을 떠난 터라 그녀에겐 가까운 친인척이 없었다. 결국은 효진에게 연락했고, 한달음에 달려온 효진은 지혜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모두 알게 되었다.
"모르겠어. 효진이가 왜 그렇게 슬퍼했는지. 효진이는 계속 내게 그랬어. 자기 때문이라고... 자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날 붙잡고 울더라고."
효진이는 자신이 가진 재력과 인맥을 총동원하여 지혜의 사건을 수습해주었다. 남편에게는 거액의 합의금이 넘어갔고 둘은 이혼할 수 있었다. 지혜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안 수영이는 효진이를 따라가 선미의 보살핌 아래서 살았다. 얼마 뒤, 효진은 지혜에게 부산에 직장과 집을 알아봐놓았다고 연락했고 지혜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렇게 내려온 부산이었고, 그때부터 다니게 된 직장이 지금의 연구소였다.
이 부분에서 지혜가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의 전후를 살펴보면 효진이가 사비를 털어 연구소를 세운 게 분명했다. 내가 아는 한 연구소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혜가 부산에 내려온 시점과 설립 시기가 비슷했다. 지혜와 효진이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내 추측은 점차 확증을 더한다.
지혜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수영이가 이상해진 건... 그때부터야."
"이상해지다니?"
"자신이 여자아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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