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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233화 (23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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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9

"이 정도.... 피로 호들갑 떨지 마세요.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군요."

당신 다리에서 흐르는 피가 한강을 이루고 있는데 지금 정신이 문제입니까? 아까 묶어둔 옷, 바로 위를 그어놓은 터라 내 옷까지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소란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급한 게 따로 있는지라 아이를 덮고 있던 담요 한 자락을 찢어내어 예린의 상처를 눌렀다. 그러나 왈칵왈칵 솟아나는 피를 손바닥만 한 천으로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방법을 모색한다. 한 가지 방법이 눈에 보였다.

"저기,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알았죠?"

예린을 자리에 앉게 하고는 그녀의 바지에 걸린 벨트를 풀었다. 그런 다음 그 벨트를 상처 바로 위에 대고 단단히 당겨서 조여두었다. 난폭하기 이를 데 없는 처치이지만 그래도 교련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다. 효과가 있는 건지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피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예린은 마른기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한 짓을 해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군요."

"네?"

"혼잣말입니다. 이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깨를 빌려주자 그녀는 내게 기대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똑바로 서더니 내 팔을 놓았다. 칼빵을 놓은 다리가 아무래도 불안해 보였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자기 발로 일어섰다.

"사정은 모르겠지만... 흐음. 아무래도 한석 씨도 정상 상태는 아닌 것 같군요. 태호를 부를 테니 같이 나가시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 차리고 난 후 끊임없이 느껴지는 정신적 이질감은 나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했다. 거기에다 바텐더라는 놈도 영 미심쩍었고 사람을 가두어 두는 이 교회도 수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중 제일 무서운 것은 공포의 대마왕처럼 문을 부수고 나타나 험악한 말로 바텐더를 위협하던 이 예린이라는 여자였다. 그 모습만 보자면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어쩐지 이 여자에게는 듬직함이 느껴졌다. 신뢰할 수 있다.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품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어딘가 전화하는 것을 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아아, 그래. 이걸 깜빡하고 있었군.

"뭐라고? 그럼 일단 애들만 데리고 빠져나와. 바텐더도 놓친 이상 한석 씨만 확보해서 이곳을 빨리 빠져나간다."

예린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고 나를 재촉했다.

"빨리 나가셔야 합니다. 지금 바깥쪽에서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하는군요."

"저기, 미안한데요. 저는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요."

"네?"

손을 들어 한 소녀가 누워있는 침대를 가리켰다.

"이 아이를 두고 나가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라서요. 그게.... 설명은 잘 못 하겠지만, 전 이 아이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깥의 소란스러움에는 여태 들리지 않았던 소리도 하나 추가되고 있었다. 그것은 사이렌 소리였다. 예린은 내 팔을 붙들고 다급하게 외쳤다.

"소란이는 제가 나중에 책임지고 다시 들어와 데려가겠습니다. 일단은 한석 씨만이라도 저희와 함께 가 주십시요."

고개를 젓는다. 내 팔을 붙든 예린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없습니다. 부디 리사 아가씨를 슬프게 하지 말아 주세요."

예린의 얼굴을 쳐다본다. 바깥에서의 사이렌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고 있었고 사방에서 들리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리사라는 분이 예린 씨에게 명령을 내렸나 보죠? 절 데려오라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리사라는 분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겠죠? 이 난리를 일으키면서까지 데려오게 할 정도면?"

"지금 무슨 말씀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다. 나 가까이하차 믿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였지만 내심 확고한 기준 하나는 알고 있었다.

"가서 리사 씨에게 전해주세요. 리사 씨가 절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저는 이 아이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의 곁에서 떠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전해주세요."

"한석 씨...."

그녀의 품 안에서는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고 밖에서는 무언가 구령소리 비슷한 게 들려오고 있었다.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예린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까지 예를 표할 필요는 없는데... 조금 쑥스러웠다.

"저기, 예린 씨....뭘 그렇게까지......?"

"실례, 하겠습니다."

"네?"

바로 다음 순간, 그녀의 어깨가 한 번 흔들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내 배는 무슨 관통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한순간에 다리가 풀리고 휘청거린다.

"예...예린......씨.....?"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바...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바닥에 주저앉아 올려다보니 예린의 얼굴이 날 향해 있었다. 그녀는 착잡한 말투로 말했다.

"역시 제 컨디션이 아니다 보니 한 번에 해내질 못하는군요. 두 번이라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팔이 다시 움직였다. 아니,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목 뒤로 무언가 뜨끔하더니 그대로 눈이 감겼다. 이런 젠장. 제 컨디션이 아니라서 이 정도면, 제대로 치면 아주 그냥 사람 잡겠구만.....

*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어떤 여자와 침대에 누워있었다. 검은색 브래지어에 팬티까지, 아주 섹시한 블랙으로 차려입은 여자와 한 침대에 있었다.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등이 조금 낯이 익었지만,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소란이가 서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과는 전혀 딴판으로 혈색도 좋고 활발한 표정이었다. 게다가 눈에 익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 선생님! 또 애인 만나러 오신 거예요?

- 응. 그렇게 되었어. 넌 또 배달이야?

- 저야 늘 그렇죠. 뭐.

어찌 된 요량인지 나는 소란과 꽤 친한 사이처럼 굴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지금은 내가 날 보고 있다? 어라? 아아, 이건 꿈이지. 현실이 아니었지. 참. 가까스로 납득을 하고 그 장면을 계속 관찰하기로 했다. 날 보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소란이와 소란이를 잘 알고 있는 '나'의 대화를 말이다. 소란은 들고 있던 옷가지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 너무 자주 오시는데... 한 번 유진이한테 일러볼까요?

- 으음. 그렇다면 나는 소란이 네가 날 좋아한다고 유진이한테 말해주지.

- 앗. 그건 너무 치사하잖아요.

- 후후. 그러면 누가 더 타격이 크려나?

- 아이, 참. 그러지 말아요.

옷가지를 건네받자 소란이는 자유로워진 두 손을 불끈 쥐고 내 가슴을 토닥였다. 앙증맞고 작은 손으로 두드린다고 얼마나 아프겠냐만은 그 아이의 손이 내게 닿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뭐가 이리 슬픈 걸까. 게다가 유진이는 또 누구야?

- 그럼, 이르지 않을 테니까 키스해줘.

- 으응... 아직 배달할 게 더 남았는데....

- 남은 건 내가 도와줄게.

몸을 배배 꼬던 소란은 이내 두 팔을 쭉 뻗어 내게 다가왔다. 몸을 낮추고 그 아이의 팔을 내 목에 감싼다. 서로의 입술이 겹쳐진다. 으악! 저기에 있는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상대로 애라고!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로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 하아... 선생님... 키스만 한다고 했잖아요....

- 내가 언제?

- 아잉... 차암....

내 입술은 소란의 입술만 탐하지 않았다.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쇄골과 가슴으로 점점 내려간다. 조금 전까지 교복을 입고 있던 소란은 어느 순간부터 벌거벗고 있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 하아... 선생님... 흐으...응.. 거긴....

두 사람은 한데 엉켜 두 둥실 떠오르기 시작한다. 소란의 몸 곳곳에 입을 맞추며 탐닉한 나는 이내 녀석을 엎드리게 해놓고 뒤쪽에서부터 삽입을 시작한다.

- 하아...하악...하앙....

내가 봐도 내 물건은 비교적 큰 편에 속하는데 저게 다 들어갈까 싶었다. 그러나 작디작은 소란의 엉덩이 사이로 푹 파묻힌 육봉은 그녀의 다리 사이 깊숙이, 아주 문제없이 푹 박혔다. 허리 운동을 시작하자 소란의 작은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등을 젖혀온다.

- 하악... 하앙....하아...하악... 선생님... 하악.... 기분이.....

팔을 뒤로 뻗은 소란의 양손을 잡아당기며 그대로 허리를 밀어붙인다. 사타구니가 엉덩이를 치받을 때마다 쩔꺼덕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참을 그렇게 박아대다가 어느 순간에는 녀석의 몸을 뒤집어 놓고 정상위로 박아 넣기 시작한다.

- 하악... 하악...선생님... 허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페니스는 폭발 직전이고 속살은 한없이 꿈틀거리며 약동하고 있다. '나'는 팔을 뻗는다. 소란의 가느다란 목을 두 손으로 쥔다. 애무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내 눈에는 틀림없는 살의가 담긴다. 소란의 목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란은 그런 것 아랑곳하지 않고 엉덩이와 허리를 씰룩거리며 더 깊은 삽입을 요구하는 몸짓을 해온다.

- 하악... 하악...선생님... 허어.... 선생님....하악.....

그녀의 신음소리에 내가 답한다.

- 미안하다.

소란이 답한다.

- 소희... 수혁이... 수민이.....보고 싶어요....

나는 답한다.

- 미안하다.

소란이 다시 말한다.

- 우리 너무 힘들었죠?

나는 답한다.

- 미안하다.

소란이 활짝 웃으면서 나를 끌어안는다. 그 아이가 웃는 것처럼 나도 웃었고, 그와 동시에 그 아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내가. 내가 그랬다. 저 비극은 내가 초래한 것이다. 그것을 바로 볼 자신이 없어 외면하고 내가 아닌 척하고 현실을 외면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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