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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205화 (205/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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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8

원 목사가 소란이 머리를 잡고 밀어냈다. 끈적한 침이 원 목사의 자지와 소란의 입 사이에 늘어진다. 소란은 멍한 표정으로 자꾸만 거기에 더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철창을 두드리며 외쳤다.

"야, 이! 씨발놈아! 니가 그러고도 목사야? 그러고도 사람이냐! 개자식아! 이 좆도 좆만한 새끼가 어디가 뭘 들이대! 내 머리카락도 니꺼보다는 굵겠다! 이 씨발놈아!"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던 원 목사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내가 지른 소리가 저 자식의 콤플렉스를 제대로 찌른 모양이었다. 그는 대기하고 있던 어깨에게 눈짓을 보냈다.

"어이, 저기 좀 조용히 시키지그래."

어깨들이 잠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제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오히려 내동댕이쳐져서 본격적으로 짓밟히기 시작한다.

"크아아악!!"

비명은 질렀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린치는 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저기... 바로 저기서 능욕당하고 있는 소란의 모습만은, 도무지 참을 수 없다. 소란을 엎드리게 해놓고 뒤에서 박아대고 있는 원 목사의 표정은 황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어떤 신을 모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신은 자신의 이름을 팔고 있는 성직자가 저런 표정을 지으며 어린아이를 능욕하고 있다는 걸 아는 걸까. 아마, 모를 것 같다. 내가 신이라면 이곳에 벼락을 떨어뜨릴 텐데.... 유황불로 지져버릴 텐데....

"크...어....."

놈들의 폭력은 집요했다. 때린 곳을 때리고 또 때렸다. 머리통, 얼굴, 배, 다리 할 것 없이 골고루 때려주기까지 하는, 아주 지랄맞은 친절함도 가지고 있었다. 나라고 가만있는 건 아니었기에 한순간 기회를 엿보고 한 놈의 허벅지를 잡고 매달렸지만 이내 다른 놈이 목 뒤를 잡고 다시 내동댕이 쳐버린다. 바닥을 구른다. 송화가 내 몸을 감싸며 막으려고 했지만, 한 녀석이 그녀를 잡아 밀쳐버렸다. 다시 오픈된 내 몸 위로 발길질이 쏟아진다. 괜히 개겼나? 더 아프게 때리기 시작한다. 지지 않기 위해 더 악을 쓴다.

"그래! 죽여라! 죽...큭! 죽이라고! 이 씨발 놈들아!!!"

눈에서 눈물이 났다. 나는 아직 울고 있지 않은데도 눈물이 났다. 이 무슨 착각인가 싶었는데 송화가 내 얼굴을 가리키며 "피 나잖아! 그만 때려!" 라며 한 놈에게 매달리는 걸 보고 있노라니 아마도 내 얼굴에 흐르고 있는 건 피인가 보다. 차라리 저기 있는 소란이처럼 눈물을 흘려야 할 텐데.... 왜 눈물이 나오지 않는 걸까.

"흐어....흐엉.....헝......."

퍼억- 퍼억- 퍼억-

"어이쿠, 이 년 조이는 거 보게!"

"하하. 목사님 표정이 아주 천국이십니다."

"하아. 박사님, 아주 할렐루야입니다. 흐으..."

퍼억- 퍼억- 퍼억-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악마의 시간은, 원 목사의 끄윽거리는 소리로 끝이 났다.

"으음... 역시 박사님입니다. 품질 확인이 끝났으니 곧바로 납품 해주십시요."

"하하. 감사합니다. 조만간 준비되는 대로 알려드리죠."

"근데 이 년의 상태가....?"

"아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약은 즉효인 동시에 여운도 오래갑니다. 앞으로 서너 시간은 이런 상태랍니다."

"허허. 그래요? 그럼 일단 제 방으로 데려가도록 하죠. 아주 맛이 좋군요."

"그러시겠습니까?"

바닥에 나동그라진 채로 소란과 눈을 마주친다. 공허한 눈빛은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았다. 응당 사람이라면 보여야 할 눈 속의 기운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나에 대한 구타도 끝이 났다. 얼굴과 목은 머리에서 흐른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아까 어떤 놈에게 제대로 밟힌 왼쪽 발목은 이상한 각도로 구부러져 있다. 송화가 울며불며 내게 매달려 얼굴의 피를 닦아주고 있었지만 난 애써 그녀를 밀어냈다. 걷고 싶었지만, 일어날 수도, 발을 디딜 수도 없다. 두 팔로 기어간다. 철창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태양과 명왕성의 거리만큼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시간 안에 도착했다. 어떤 시간이냐면.... 원 목사... 아니, 저 개새끼가 이 방을 나가기 전에 도착했단 소리다.

"어....어이..... 원 목사......"

놈이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다. 벌레 보는 듯한 그 시선을 보고 있자니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싶다. 그래. 소란이를 범했다는 점에서 나는 벌레다. 근데 넌 벌레만도 못한 새끼야. 입술을 달싹이는 것만으로 힘이 든다.

"나도...나도 니 좆 빨아줄까?"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왜 이래... 아직 빨아본 적은 없지만....나도 잘 빤다....아니, 잘 빨 것 같애...."

그러자 바텐더가 원 목사의 팔을 붙잡으며 문을 가리켰다.

"쓸데없는 소리 듣지 마시고 나가시죠. 제대로 미친놈입니다."

어깨 두 놈은 소란의 양팔을 하나씩 붙잡고 끌어나가고 있었다. 원 목사가 바텐더의 손을 밀어내며 내 쪽을 향해 걸어왔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게냐."

"크크크큭....."

"웃어?"

그럼, 웃기지. 너 같으면 안 웃기겠냐. 벌레만도 못한 새끼가 감히 벌레님에게 말을 걸다니. 그러나 이 말만은 해줘야겠다.

"아아... 근데 말야..."

원 목사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각도가 좋지 않아 쉽지 않았지만, 오른팔을 철창 밖으로 꺼내놓고 원 목사를 가리켰다. 새끼손가락으로.

"니 좆은 요.....만해서 빨 기분이 안 날 것 같아. 입에.... 뭐가 들어왔는지도 모르..... 이 좆만한.... 조루 새끼야....."

원 목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누군가를 불렀다. 소란을 끌고 나가던 놈 하나가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래. 와라. 와서 날 좀 죽여줘라. 죽이라고.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등 뒤에 있는 송화 씨. 그만 좀 울어요. 나 좀 그만 두드려요. 당신은 그만하라고 하는데 대체 뭘 그만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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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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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일색. 착 달라붙은 슈트가 예린의 잘 빠진 몸매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몸매 과시용이 아니라 침투에 가장 적합하고 어둠에 녹아들기 편한 복장이다. 갈아입고 난 예린이 리사를 돌아보았다. 어쩐지 리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그러시죠?"

"아뇨. 뭐... 그냥 기분 탓이겠죠."

둘 사이에 무거운 공기가 흐른다. 리사가 말하는 '기분 탓'이라는 말이 참 낯설다. 그녀는 언제나 명확한 자기주장을 가지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며 한 번 내린 결단에 대해 후회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의사결정에 이용하는 건 언제나 빠른 상황 판단과 자신의 '감'이었다. 그것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어긋난 적도 없고 그녀는 물론 그녀가 속한 조직을 위태롭게 만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기분 탓이라는 소릴 하고 있다. 예린은 속으로 혀를 차며 리사를 째려보았다. 윗사람에게 보내는 눈빛치고는 절대로 좋은 눈빛이라고 하기 어려웠지만 예린과 리사 사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눈빛이었다. 게다가 밤의 어둠과 선글라스가 가려주고 있기도 하고.

"하아. 언니. 그렇게 쳐다보지 마요. 다 알고 있으니까."

아무리 다른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고는 하나 곁에 있는 예린의 시선 하나 눈치 채지 못 할 리사가 아니었다. 사실 이번 서울행부터, 그리고 그 이전에 한석과 리사의 사이를 반대해오던 예린이다. 부산에서 단둘이 있으면서 예린은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저도 그분이 싫은 건 아닙니다만... 지금 리사 아가씨를 보면 우선순위를 놓치고 있는 분 같습니다."

예린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한석이 싫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는 한석을 좋아하고 있었다. 무뚝뚝한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건네오는 남자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하는 일, 그녀가 몸 담고 있는 곳에서 그녀는 여성이기 전에 무서운 사람으로 먼저 인식되었다. 그런 그녀였음에도, 한석은 그녀를 대하는 게 전혀 스스럼없었다. 예린은 그게 좋았다.

리사가 그와 관계를 갖겠다며 제일 먼저 상의한 사람은 예린이었다. 어찌 들으면 황당한 소리이지만 리사와 예린은 그런 사이였다. 예린은 리사가 세우는 계획에 협조를 했다. 한석을 대하는 리사와 마리의 태도에서 그녀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던 예린은 일단 자신의 마음을 접어두기로 했다. 리사와 마리가 하고 나면... 자기 차례도 올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예린은 협력하기로 했다. 리사가 한석과 밤을 보내던 날, 예린은 집 근처에서 쉽게 떠나질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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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왔던 예린의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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