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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204화 (20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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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8

"가장 확실한 건 품질 아니겠습니까? 좋습니다. 확인시켜 드리죠. 어차피 그래서 모신 거니까요."

바텐더가 한 손을 들자 뒤에 서 있던 두 남자가 철창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왔다. 좁은 징벌실이 꽉 차는 느낌이다. 아까부터 내 품에 안겨 있던 소란이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게 느껴졌다. 송화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더니 내 팔을 붙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팔을 뻗는다. 나는 내 품 안에 있는 여자들을 뒤로 확 끌어당겼다. 둘 다 보호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었다. 송화와 소란. 두 사람이 눈이 날 향한다. 흔들리고 있었다. 소란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강인했던 송화마저 곧 다가올 마수에 대한 공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철창 안으로 들어온 남자들이 나와 여자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하다가 그게 쉽지 않자 바텐더를 향해 물었다.

"둘 다 끌어냅니까?"

그러자 바텐더는 웃으며 말했다.

"둘까지는 필요 없고, 하나만 끌어내."

남자가 다시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몸으로 막아서려 했지만, 한 명을 감당하는 것도 고작이었다. 다른 한 명이 미처 내가 막지 못한 부분에 팔을 뻗어 붙잡는다. 버둥거리며 그것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소란이 그들에게 붙잡혔다.

"뭐 하는 짓이야! 이 아이를 어쩌려고?!"

"선생님!!"

"놔! 놓으라고, 이 새끼야!"

한쪽 팔에 매달린 송화를 뿌리치고 소란을 향해 두 손을 다 뻗는다. 그러자 소란을 끌고 가려던 남자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다짜고짜 내 복부를 향해 발을 내질렀다. 아프다. 쎄다. 목이 휙 뒤로 꺾인다. 한 차례 버텨보지만 이내 두 번째 발길질이 날아온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동그라진다. 바닥을 한 바퀴 굴러 벽에 뒤통수를 들이박고 만다. 순간 시야가 팍하고 사라지고 숨이 턱 막힌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으윽....."

그러나 귓가에 생생하게 날아와 꽂히는 앳된 비명은 나를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 없게 했다.

"서....선생님!!! 선생님!!!! 꺄아!! 안 돼에!!"

속이 뒤집힐 것 같다. 귓속이 윙윙거린다. 끌려가는 소란의 모습과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송화의 얼굴이 한 시야에 잡힌다. 여기서 이렇게 누워있을 수 없어. 일어나야 해. 일어나서 얼른 소란이를 돌려받아야 돼.

"가만있어봐. 뒤통수에서 피가..."

내 어깨를 누르려는 송화를 밀쳐내며 외쳤다.

"비켜!"

목 뒤로 뭔가 뜨끈한 액체가 흐르는 것을 느낀다. 뒤통수에 피가 난다고? 그게 뭐가 어쨌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전혀 개의치 않고 철창 입구로 달려갔다. 아니, 달려갔다는 건 내 마음뿐이다. 몸은 그 자리에서 별로 나아가질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다리가 꼬인다. 내가 여기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동안, 놈들은....

"선생님!! 으앙!!!"

"소란아아아아아!!!"

소란의 울음소리. 나의 외침. 나를 말리려는 송화의 손길. 소란의 턱을 강제로 벌린 놈들. 흘러들어가는 칵테일. 강제로 닫힌 소란의 입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 그 눈. 그 눈. 그 눈을 지금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건가.

"소란아....."

철창을 쥐고 녀석의 이름을 불러본다. 나를 돌아본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내 가슴을 찢어놓는 것 같다. 입을 강제로 닫게 하고 있어 그저 끅끅거리는 소리만으로 날 향해 무언가 말하는 그 녀석. 녀석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입이 틀어막혔으니까. 눈빛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눈빛이 탁해지고 있으니까.

"안돼.... 안돼....안돼에!!!"

철창을 쥐고 흔든다. 외친다. 그러나 나의 간절한 외침은 저들에게 닿지 않는다. 소란이의 코를 잡고 액체가 충분히 넘어간 것을 확인한 바텐더는 꽤 자랑스럽다는 듯이 원 목사에게 말했다.

"이번 칵테일의 특징은 지난번 칵테일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점입니다. 여운도 오래 가구요. 마시는 것만으로도 주사와 비슷한 반응속도가 나옵니다. 아마 쓰시기에 최고일 겁니다."

"그렇습니까? 허허. 기대되는군요."

그러자 소란이는 마치 글자가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떠듬떠듬 말했다.

"보....지....마...세...선....님......"

"소란아!!"

"선생....님....흐으윽....흑....윽...."

그게 녀석이 제정신을 가진 상태에서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바로 그다음 순간, 소란의 눈동자는 초점을 완전히 잃고 만다. 저토록 즉효였나, 저게? 나도 한번 당해보긴 했지만,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라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멀쩡한 상태에서 바라본 그 약물의 효능은 공포스러울 지경이다.

"흐끄윽....흐윽....흐아......"

못내 괴롭다는 듯이 녀석은 자신의 가운을 벗어젖히며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보며 바텐더가 껄껄 웃으며 원 목사에게 말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정말 즉효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군요. 지난번 물건은 워낙 오래 걸려서 기도를 한참 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저년 다리 사이를 보십시요. 아주 흥건하지요?"

소란은 새우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한 손으로는 자기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다리 사이를 만지며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저 약을 마셔본 사람으로서.... 저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다. 몸 전체에서 이상한 느낌이 피어오르고 그걸 어쩌지 못하는 괴로움이 마구 넘쳐나게 된다. 외부의 자극을 향해 눈을 돌리게 되고 그 결과.....

"허허. 이 년 보십시요. 이제 완전히 개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정말이군요. 어떻게, 뭐라도 좀 줘야지 않을까요?"

소란은 네 발로 기다시피 하여 바텐더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들은 무척이나 즐거워하고 있었다. 바텐더는 자신의 약이 성공적으로 작용했음을 자랑할 수 있어 좋았고 원 목사는 또 다른 욕망을 위해 기뻐하고 있었다. 그는 바지춤을 풀며 말했다.

"제가 늘 말했지요. 우리 교회 신도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방법은 딱 하나라고."

"뭡니까, 그게."

"제 앞에서 가랭이를 벌리는 년은 내 신도요, 아닌 년은 나가리라고 말입니다. 이제 박사님 약만 있으면 천하가 다 제 신도겠군요."

"하하하. 저야 금액만 맞게 쳐주신다면야 전 국민이 목사님 신도 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원 목사는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내렸다.

"안 돼!! 무슨 짓이야! 하지 마! 하지 말란 말이야!! 야이, 개자식아!"

그들은 나의 외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텐더가 자기의 다리에 매달리는 소란을 원 목사 쪽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역시 목사님 취향은 좀 독특하시네요."

취향? 독특? 나이 처먹을 대로 처먹은 새끼가 이제 갓 열일곱이 된 아이의 입에 자지를 집어넣는 게, 그게 그저 독특한 취향이란 말인가. 그래. 인정한다. 나도 그랬다. 나 역시 저 어린 것의 꽃을 꺾었다. 내 안에 품고 그 아이의 몸 안에 내 씨를 싸 넣었다. 그러나 그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나중에는 서로의 마음이 통해서 한 일이었다. 애써 그렇게 자위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저 새끼는 지금!!

바텐더의 질문에 원 목사가 껄껄 웃으며 답했다.

"저는 특별히 어린 영혼들에게 신의 은총을 전하는 것에 큰 사명감을 느끼고 있답니다. 허허허."

쭈웁-쭈웁-

소란의 그 작은 입이... 저 작은 머리가 원 목사의 사타구니에 매달려 뭘 하고 있는 거야. 제발, 제발 저 행위를 좀 멈춰줘. 누가 좀 저걸 멈춰줘. 저걸 멈추게 해준다면 누구라도 내가 발가락을 핥아주지.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주지. 날 마귀라고 부르는 자들이여. 저 미친 짓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줄 수만 있다면 날 마귀라고 해도 좋다. 그러니 부디 저것만은 막아달란 말이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이 미친 자식아!!!"

그러나 나의 괴로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두 인간.... 아니, 저것들을 인간이라 해도 좋을까..... 두 괴물들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쭈웁-쭈웁-추아-

"오호라~ 허어, 이 년. 아주 믿음이 깊습니다~"

"목사님 천국 보내드리는 일인데 아무렴 열심히 해야겠지요."

"이렇게 어린 애가 이 정도까지 하다니... 박사님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게 다 목사님의 지원 덕분입니다."

"어디, 아래 입도 위에 있는 입만큼 잘하는지 확인해볼까요?"

"그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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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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