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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걸 다 하기는 시간이 모자라. 그래서 이 말 하나만 하고 펜을 놓을게. 유진아, 너와 함께 한 시간이 여기까지지만 난 네 삶 전체를 들여다보았어.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어. 넌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한다고. 본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하는 것이니 의심하지 말고 받아들여. 항상 당당하고 멋진 여성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널 사랑하는 엄마가.
추신 : 한석이는 좀 세게 잡아야 될 거야. 안 그러면 도망갈지도 몰라.]
마지막 개그 아닌 개그에 유진은 웃는 대신 울기 시작했다.
"엄마....."
유진의 눈물이 편지지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난 그런 유진을 안아주었다. 우리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서로 추스르며 우리의 앞날을 보았다는 이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가 보낸 옷가지 틈에는 약간의 돈도 끼어 있었다. 유진이와 나는 가방에 들어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지난 몇 주간 작업복과 몸빼바지로 연명하던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에 도시적인 외향을 되찾기 시작했다. 반장에게 가서 이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반장에게 유진이가 대답했다.
"집에서부터 인정을 받았어요. 저희 두 사람의 사이를요. 방금 온 택배에... 그 이야기가 적혀 있었어요."
묘하게 거짓말이 아닌 그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은 잘 되었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 동안 일한 품삯을 주겠다는 것을 애써 만류했다. 우리가 이곳에서 얻은 건 단순한 농장경험 이상의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염소처럼 애 쑥쑥 낳고 잘 살라는 응원을 뒤로하고 시내로 나왔다.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알아보았다. 금방 출발하는 버스 편이 있었다. 배낭을 수화물로 보내놓고 버스에 올라탄다. 두 명씩 앉게 되어있는 좌석열의 끝쪽에 가서 앉았다. 승객이 별로 없는 버스는 한산했고 운전기사가 틀어놓은 흘러간 노래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엄마는, 왜 그런 걸 저한테 이야기하지 않고 아저씨한테 말했을까요?"
창가에 앉아 차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유진이가 말했다. 터미널 휴게실에서 사온 귤을 까고 있다가 대답했다. 나 역시 많이 고민했던 문제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내렸던 결론에 대해서 말해주기로 했다.
"글쎄... 아마도 네게 어떤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
"영향이요?"
"응. 넌 말이야. 굉장히 기억력이 좋아서 지난 일들을 세세하게 다 기억하고 있다고 했지? 난 처음에는 기억력이 좋다고 부러워했지만... 사실 그건 마냥 좋다고 할 문제가 아니야. 전에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네 그렇게 꼬인 성격의 이면에는 너무 좋아서 탈인 기억력이 자리하고 있어. 심지어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기억조차 못 할 아기 때의 일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잖아. 사람이 잊어야 할 건 잊고, 또 기억하지 못해야 할 건 못해야 하는 거야. 그게 사람이고... 살아가는 방식인데 그런 너에게 미래의 일까지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해봐. 그건 끔찍한 일이 될지도 몰라."
유진은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고 말했다.
"맞아요. 난.... 아직도 눈을 감으면 괌에서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래서... 그래서... 혼자 잠들기가 무서워요."
다 깐 귤을 녀석의 입에 넣어주고 팔을 뻗어 어깨를 끌어안는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정말...이죠?"
"응. 어제도 약속했잖아. 몸가락 걸고."
그러자 유진은 갑자기 고개를 쭉 빼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몸을 확 낮추더니 내 귀를 잡아당기고 속삭였다.
"그 떡정 유발 아가씨에게 가지 않을 거죠? 진짜로?"
"......그냥 연락만 해볼게. 갑자기 연락이 없으니 걱정되잖아."
"다른 여자는 걱정하지 마요. 나만 걱정하면 되잖아요."
"그렇긴 해도... 어떻게 알던 사람을 그냥 매정하게 내쳐."
"이거 걸고 약속한다고 했잖아요."
"윽...."
녀석의 갑작스러운 공격, 아니...거친 애무가 내게 가해지는 통에 낮은 숨소리를 토해내고 말았다. 유진의 손은 내 바지 사이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어루만지는 게 아니라 본격 정확한 포지셔닝을 통한 이머전시 에어리어로의 어택! 뭔 소리냐, 이건 또. 유진이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잊고 있었다. 이 녀석... 암표범이었지.
"이거... 어제 나한테 넣고 말했잖아요. 나랑만 있겠다고."
"그...그랬지."
"다시 한 번 약속해요."
"뭐라고?"
다음 순간, 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만다. 유진이가 지퍼를 내리더니 그 안으로 손을 넣어 팬티 앞섬을 통해 내 물건을 꺼낸 것이다. 난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방 몇 미터 이내로 우리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긴 버스 안인데...
"유진아!"
"약속 안 해주면... 이거 콱 깨물 거예요. 정말로요."
콱 깨물기 전에 일단 그 붙잡은 손에 힘을 좀 뺐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는데...... 말 그대로 "붙들린" 나는 쩔쩔매며 알았다고 약속을 해주었다. 유미의 편지 말미에 적힌 글이 떠올랐다. 아무리 "세게 잡으라"고 한들 그게 이걸 잡으라는 소리는 아니었을 텐데....
"정말이죠? 믿어도 되죠?"
"나 이 사람, 믿어주세요."
"쳇. 그렇게 말한 사람이 제일 못 믿겠던데요."
어쭙잖은 정치인 성대모사에 유진이는 더 툴툴거렸다. 말투를 바로 하고 똑바로 말한다.
"알았어. 정말... 난 너한테 평생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좋아요. 지켜보겠어요."
성은이 망극하다고 해야 할까.... 유진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물건을 놓아주었다. 나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왜... 계속 꺼내고 있어요. 그걸? 얼른 넣어요."
"니가 붙들고 흔드는 통에 빳빳해졌잖아. 안으로 안 들어가."
".....대충 반으로 접어서 넣으면 안 돼요?"
"이게 무슨 종잇조각이니."
난감한 표정의 유진이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한번 싸면... 다시 수그라드는 거 맞죠?"
"으...응? 아마도....?"
유진은 날 향해 눈을 살짝 흘겼다. 조금 전까지 표독스럽기 그지없던 암표범의 눈매가 이내 요염한 고양이의 눈매로 바뀌었다. 고양이가 내 허벅지 사이로 내려앉는다. 그렇다고 혀까지 고양이의 까칠한 혀는 아니었다. 부드럽기 그지없고 촉촉한 뜨거움이 내 물건을 휘감는다.
"흐읍..."
한 손은 날 향해 엎드린 유진의 가슴을 어루만지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입을 틀어막는다. 의외의 장소에서 빨리게 되어 맞이한 기이한 흥분은 급속도로 날 고양시켰다. 입을 틀어막지 않으면 비명이라도 나올 것 같다.
추룹-추룹-추룹-추룹-추룹-
"크으...유진아...."
유진은 입술뿐만 아니라 손가락으로 만든 링으로 육봉의 중단부와 상단부를 훑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살짝 입을 떼고 말한다.
"빨리... 싸줘요... 내 입에..."
"아아...알았어..."
그리고 다시 가해지는 입술과 입안의 흡입력이 날 미치게 만든다. 이 녀석.... 많이 알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제 엄마처럼 타고난 걸까. 그런 의문과 궁금증은 오래가지 못한다. 유진의 입과 손은 날 치열하게 괴롭히며 흥분시키고 있었기에... 결국 참지 못한다.
"나...나와..."
그 말을 들은 유진이는 오히려 끝까지 집어삼키고 쑤욱 빨아내었다. 그 안으로 분출이 이루어진다. 한 번, 두 번.....세 번까지도 녀석은 침착하게 입을 물고 받아내었다.
"하아..."
고개를 들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정돈하던 유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꿀떡...했다.
"맛...없어."
"그걸...먹었어?"
"몰라요. 거기 귤 빨리 줘봐요."
녀석의 찡그린 얼굴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웠다. 달라는 귤 대신 녀석의 얼굴을 붙들고 깊숙이 키스하고 만다. 어디서 부터 비롯된 것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 미끈하고 텁텁한 밤꽃 냄새가 내 혀끝에서도 느껴지지만, 별로 상관없다. 내가 어젯밤 내내 녀석의 애액을 입으로 마시듯, 녀석도 내 쥬스를 가득 마신 셈이니 공평하지 않은가.
"하아....몰라요....기분...이상해...."
어젯밤의 움직임처럼, 키스하며 나도 모르게 녀석의 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속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유진은 붉어진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 붉은 입술을 열어 내게 요구한다.
"말해줘요. 사랑한다고."
"그래. 유진이, 널 사랑해."
"또요. 제가 기억할 수 있도록."
"최한석은 진유진을 사랑해."
"계속 말해줘요."
녀석이라면, 내가 단 한 번 말한 것도 아마 평생을 기억할 수 있을 녀석이다. 그렇지만 녀석은 계속 말해주길 요구했고, 난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
"우리...앞으로 잘 산다고 했죠? 엄마가?"
"그랬지."
서로 깍지 낀 손을 들어 보이며 유진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 원래 엄마 말은 잘 안 믿는데... 순 거짓말쟁이라서.... 근데, 그 말은 어쩐지 믿음이 가요."
내게 기대오는 녀석의 몸을 느끼며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 잘살게 될 우리 두 사람을 태운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서울을 향해. 또한 미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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