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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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공개 탈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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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바라 우타유키는 기본적으로 일상 생활도 학교 생활도 언제나

소꿉친구인 유우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24시간, 아니 자는 시간만 제외하면 찰싹 붙어 있을 정도였다.

그 밖에도 예외는 있었다.

예를 들어 체육 수업 시간이다.

기본적으로 남녀가 분리되어 수업을 받을 때의 그녀는 친한 여자애들과 행동을 같이하곤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선택 과목이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우타유키는 미술 과목을 선택했다.

한편, 유우지는 다른 과목을 선택했고,

우타유키에겐 무리해서 그를 쫒아다니기 보단 원하는 걸 하라고 그녀에게 조언해주었다.

그리하여 오늘 미술실에는 십수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선택과목인 미술을 고른 학생들은 우타유키를 목적으로 한 남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가 미술 과목을 선택했다는 것이 알려진 순간, 전례없을 정도로 인기 과목이 되어버렸을 정도다.

추첨까지 하며 겨우 미술을 선택할 수 있었던 남자들은

역시나 미술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우타유키의 자태를 마구 훑어보는데 더 열중하곤 했다.

"하아, 칸바라 진짜 끝내주네"

"우리 학교 교복이 너무 야해 보일 정도로 가슴 너무 에로해."

"엉덩이도 튼실하고, 아 치마가 조금만 더 짧았으면."

"오토사키 선배도 쩔지만 역시 댕청미가 흐르는 칸바라가 좋지."

"마구 빌면 한 번 대주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신도가 있잖아."

"그렇지. 하지만 감시견만 없다면......"

오늘도 그녀는 남자들의 일방적인 욕망에 부딛치면서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캔버스에 집중하고 있던 우타유키는 그들이 음흉한 시선을 몰랐다.

애초부터 너무나 유우지를 좋아해서 다른 남자들의 시선에 무관심한 그녀다.

가만히 있어도 터져나오는 자신의 성적인 매력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우타유키의 몸가짐은

여자애 답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정도의 가드로는 남자애들의 시선을 막기는 힘들었다.

백이면 백 이십명이 되돌아보는 이목구비.

슬림하고 늘씬한 팔다리와는 정반대로 나올곳은 풍성하게 나온 지체.

도저히 미성년자로 보이지 않는 남자들을 끌어당기는 살아 숨쉬는 페로몬.

세라복에 롱스커트 아래로 엿보이는 검은 스타킹도 너무나 선정적이고 육감적이었다.

주위의 남자들을 홀려버리는 이 모든 것을 무자각 상태로 뿌리고 있는 칸바라 우타유키는 여전히 처녀였다.

유우지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폭주한 괴한에 의해 아다를 따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퇴마 무녀인 그녀는 보통 남자 정도는 혼자서 제압할 수 있긴 하지만.

"후우"

우타유키는 남학생들의 욕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페이스로 붓을 달리고 있었다.

교사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남학생들이 보다 뻔뻔한 태도로 그녀를 끈적하게 쳐다본다.

몇 안되는 여학생들은 그들의 태도에 질려 하나 둘씩 자리를 비우다가,

지금은 남학생 전부에 우타유키 한 명이라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평상시라면 아무런 사고 없이 이대로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를 맞이할 터.

- 평상시라면 말이다.

콰당! 갑자기 격렬하게 미술실의 문이 열리면서 충격의 여파로 유리창 몇 개가 금이 갔다.

갑작스러운 소음에 교실 내의 시선이 전부 거기에 모인다.

"방해해서 미안하다."

낮고 중후한,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목소리.

그 것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검붉은 촉수 수십, 수백, 아니 수만개로,

 그것들이 모여 인간의 형태를 형성하고 있었다.

분명 인간형으로 눈도, 코도, 입도 있었다. 두개의 팔다리도.

하지만 인간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피부에서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촉수들은 끊임없이 질척한 액체를 둔탁하게 반사시키고 있었다.

"으악!"

"뭐, 뭐야, 저거!"

"으웩 기분나빠!"

그 압도적인 존재감과 이질감에 남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경악한다.

단순 코스프레가 아니라 실물이라고 깨달을 정도로 너무나 리얼했고, 그것이 큰 두려움을 줬기 때문이다.

"인사하는 태도가 형편없군."

- 요마다!

한편, 퇴마 무녀인 우타유키는 바로 저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하지만 이상하다.

학교 안에는 린린게 언니의 결계가 깔려 있었을 터.

하급 요마라면 들어가려고 해도 그 시점에서 소멸당한다.

하지만 이 요마는 무사히 이 자리에 나타났다.

게다가 사람의 말을 하고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좋다.

최상급 요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일대일이라면 우타유키도 처치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수준의 요마였다.

그래도 침입한 시점에서 이미 결계가 경고를 발했을 터.

이렇게까지 가까이 왔는데도 여전히 눈치채지 못한 건 있을 수 없는 사태였다.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 하면서도 우타유키는 자신의 영력을 불러 일으키면서,

비록 자신의 애검이 없긴 하지만 임전 태세를 취했다.

퇴마사로서의 가업은 은닉해야 마땅하지만,

이런 비상사태에서 도망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는 강한 마음은 그녀의 장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악!"

"으악! 이게 뭔...."

하지만 촉수의 공격을 막을 순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요마 근처에 있던 두 명의 남학생이 휙 뻗어나온 촉수에 결박당하더니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직 생명을 빼앗기진 않았지만 촉수가 조금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상체와 하체는 두동강이 날 것임이 분명했다.

(크, 큰일이야...!)

인질을 잡힌 시점에서 우타유키는 빠르게 유우지와 린린게에게 염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염화도 통하질 않았다.

즉시 깨닫는다.

이 요마가 발하고 있는 영력이 그녀의 영력 통신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가방 속에 있긴 하지만 꺼낼 틈은 없다.

"조용히 하도록. 날뛰지도 마. 이제부터 너희들은 내 놀이에 어울려주길 바란다."

"노, 놀이?"

요마의 말에 남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왜 저 녀석이 여기에 왔는지,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저의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학생들은 금방 요마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요마는 남성형, 즉 수컷이었다.

그리고 요마의 시선은 오로지 우타유키에게 박히고 있었다.

요마는 기본적으로 욕망에 충실하다.

특히 여자에 대해선 더더욱 그렇다.

성욕이 왕성한 남고생 들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한 편, 이 자리에 있는 단 한 명의 여자인 우타유키는 아직도 요마의 욕망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요마의 목표로 선정되었다는 것 만큼은 이해했다.

내가 퇴마 무녀라는 걸 알고 있나?

이렇게 교묘한 솜씨는 뒤에 저주사가 조종하고 있어서?

그 녀석은 어디에 숨어있지?

유우지들은 이 사태를 깨닫고 있을까?

몇개나 되는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 무엇도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기절한 두 명의 남학생을 공중에 띄운 채, 요마는 미술실의 교탁 앞으로 이동했다.

"알겠나. 너희들의 생명도, 이들의 목숨도 전부 내가 붙들고 있다.

살고 싶으면 내 말을 들어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공포가 미술실 전체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인질을 잡은 강적을 앞에 둔 우타유키도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대답은?"

"아, 알았어!"

"네, 네!"

요마가 외친 고함에 남학생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대응을 잘못하면 인질은 물론 다른 남학생들의 목숨도 빼앗겨진다.

그들의 두려움과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이 요마에게 순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들이 이 촉수괴물에게 달려드는 일은 평생 없을 것이다.

"암컷은 한마리 뿐인가."

눈동자를 빙글빙글 돌리던 요마가 다시 유타유키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질척한 미소를 띄운다.

그러더니 촉수 하나를 우타유키를 향해 내밀었다.

"벗어."

".......어?"

요마의 짧은 명령에 우타유키의 이해가 따라가질 못했다.

버벅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요마는 다시 말했다.

"옷을 벗으라고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우타유키는 간신히 이해했고,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요마가 보고 있는 앞에서.

십수명의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서 보고 있는 앞에서.

알몸이 되라고 명령한 것이다.

꿀꺽. 어느 남학생인지 모를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어, 어째서..."

"벗지 않으면 이 녀석들을 죽이겠다."

"큭..."

항의도 질문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직도 정신을 잃은 남학생 두 사람을 버린다는 선택지는 퇴마사로서는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장소에서 옷을 벗으라니, 처녀에겐 지옥과도 같은 명령이었다.

아무리 성적인 것에 무딘 우타유키라 해도 수치심을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파렴치한 행위다.

그제서야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난생 처음으로 느낀 우타유키는

황급히 자신의 몸을 껴안으며 가리려고 했다.

대체 이 요마는 무엇을 꾸미고 있는 건가.

아직 그 이유는 수수께끼였지만 요마의 생각 따윈 애초부터 이해 불능이다.

아무리 지능이 있어도 그 능력을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 이외에도 사용하는 개체는 정말 드물다.

"할 것인가? 하지 않겠는가? 어느 쪽이지?

이 녀석들의 목숨은 네 의지로 결정된다."

요마의 음습한 추궁.

당장이라도 저 입을 령도로 베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선 어떤 관점으로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 빨리 대답해라. 다음 번에 말할 땐 한 명씩 죽이겠다."

"기, 기다리세요!"

심장이 아플 정도로 쿵쿵 뛰어다닌다.

유우지의 곁에 있을 때의 기분좋은 울림과는 달리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울림이었다.

"...... 하겠습니다."

우타유키는 양 손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가린 채 대답했다.

술렁술렁, 미술실 전체가 어수선해졌다.

남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지금 상황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평소에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했지만,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이런 사태가 눈 앞에서 일어나는 걸 바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 앞에 있는 건 괴물이 틀림없었다.

제 아무리 첫번째 공격이 기습이라곤 했지만 촉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쫒아간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도 저 촉수 괴물이 손속을 봐주면서 이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설령 모두 함께 달려든다 해도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걸 이미 모두 깨닫고 있었다.

그 결과, 남학생들 중 누구도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미술실의 중앙에 선 우타유키를 둘러싼 채 시선을 보낼 뿐.

"크크크. 갤러리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깨달았나 보군.

어이. 너희들. 절대로 눈을 떼어내지 않고 모조리 지켜봐라."

"으......"

남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해버린 우타유키가 얕게 숨을 쉰다.

지금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밖에 없다.

이상 사태를 깨달은 유우지와 린린게가 도와주러 오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이다.

"위에서부터 옷을 벗어라."

구체적으로 어느 옷을 벗으라고 명령이 내려진다.

손 끝이 떨렸다.

요마에게 살갖을 노출시키는 일은 퇴마 무녀로선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처녀로서도 다른 남자들에게 자신의 알몸을 보이는 건 있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었다.

칼라의 빨간 리본을 스르륵 빼낸다.

남자들이 작게나마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지만,

자신들의 행동이 파렴치하다고 생각했는지 곧 입을 다물었다.

이어서, 우타유키는 세라복의 옷자락에 손을 걸었다.

이 아래에는 브래지어 한 장 밖에 없다.

평상시라면 아주 당연히 해낼 동작.

깃털처럼 가벼운 세라복을 넘겨 올리는 건 너무나 간단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마치 철옷을 들어올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왜 그러지?"

그러나 요마가 다시 추궁하자 우타유키는 마침내 각오했다.

단번에 옷자락을 걷어 올리곤 세라복을 벗어 던진다.

사라락.

하얀 면사포같이 날아오르던 옷이 캔버스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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