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4)

아영이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특히 속궁합이라는 말이 나오면 더 주의깊게 듣는것 같았다.

 "아영이는 어때? 남자친구랑 속궁합좋아?"

 "어? 나?"

오지훈의 말에 당황하는 아영이.

어쩌면 아영이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의 속궁합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진수씨랑 섹스해봤지? 남자친구가 섹스 잘하는것 같애?"

 "섹..스?"

 "응.섹스. 성관계"

아영이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고서는 대답한다.

 "그건..잘 모르겠어"

 "잘 모르겠어? 속궁합 안좋은거 아니야?"

 "그래.맞아. 좋다면 확실하게 좋다고 대답하겠지.속궁합 안좋은거 같은데?"

 "그런건가.."

녀석들이 말하자 슬프게 중얼거리는 아영이

 나는 충격이었다. 아영이가 나와의 섹스에 만족하지 않았었다니.

나랑 섹스 할때 아영이는 소극적이지만 신음소리를 내주었다.그래서 나는 내 신체와 기술에 자신은 없었지만 아영이가 나름 만족하는줄 알았다.

나는 우리 둘의 속궁합을 나쁘다고 생각한적이 없다.

하지만 아영이는 불만스럽게 생각했던것일까. 솔직히 속궁합 그런것을 나는 잘 모르겠다.

아영이는 내 첫 여자고 나도 아영이의 첫 남자이기 때문이다.

 "아영이 너 말야. 섹스하면서 막 기분 업되고 그래본적 없지?"

 "그건.."

입을 다물고 마는 아영이

"하핫, 역시 그렇구나"

 "난 잘 모르겠어.."

 "아영이는 섹스하면서 오는 그 짜릿한 기분 그런거 느껴본적 없구나.속궁합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어쩐지 불쌍하다"

 "불쌍하다고...?"

 "그래. 속궁합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 못하니까 어떤 의미로는 불쌍하지.여자로 태어났는데 그런것도 못 느끼면"

이런 분위기,역시 싫다. 그리고 최찬영이 아영이에게 묻는다.

 "자 그럼,아영아.상대가 다르면 어떻게 다를까?"

 "어?..."

아영이는 동요된 모습이었다.

 "여기 남자 3명 있잖아"

아영이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하지만..난"

 "안돼?"

이렇게 다시 한번 묻자 아영이는 의아해한다.

알게 된지 얼마 안된 남자가 "섹스 해 보지않을래?"라고 물으면 누구라도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왠지 이때 아영이의 입에서 "안돼","싫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거절해 줄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영이는 그저 곤란하다는듯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런 아영이를 보고 안타까웠고 걱정스러웠다.

만약 아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면, "좋아"하고 승낙해버리면 믿을수 없지만...믿을수 없는 일이 눈 앞에 일어날지도모른다.

그러나 거기서 갑자기 최찬영이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푸하하, 미안,미안. 농담이였어.아영아"

 "어? 농담이었어?"

아영이와 함께 맥이 빠지는 나

"남자친구가 있는데 무리지. 깜짝 놀랬지?"

 "으응.."

 "하하. 아영이 얼굴 새빨갛다"

 "그치만..농담이 너무 심했어."

그렇게 말하고 아영이는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했다.

 "그런데 아까 아영이 고민하는것 같던데"

 "그렇지않아.내가 언제"

박우진의 말에 부정하는 아영이

"우리들은 아영이라면 환영이야"

 "낮에 아영이 비키니 입은 모습을 본 사람은 누구나 환영일걸 "

 "치이. 칭찬인지 성희롱인지 알 수가 없네"

아영이는 부끄러워하면서 방금 전 말한 박우진과 오지훈을 보며 살짝 웃는다.

 "그것보다 아영아 좀 더 우리 몸 볼거야? 뭣하면 여기 더 봐도 돼"

그러면서 자신의 사타구니를 가리키는 최찬영

"아니야. 이제 어서 옷 입어"

 "하하.알았어. 그럼 거실에 돌아갈까"

녀석들과 아영이는 거실로 돌아왔다

"난 아까 수영해서 샤워한다.야,오지훈, 수건 좀 갖다줘."

 "찾아서 줄게. 나도 샤워할거야"

박우진과 오지훈은 탈의실로 들어가고 최찬영은 화장실에 간다고해서 거실에는 아영이 혼자 남았다.

아영이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아..내가 뭐 한 걸까.."

조금 전 까지의 일을 냉정하게 생각해냈는지 아영이는 자신의 뺨에 손을 얹고 말을 흐렸다.

알게 된지 얼마 안된 남자의 알몸을 보고 만지고.

아영이의 평소 일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시간이었다.

나는 아영이가 평소와 다른 것이 알코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술을 먹었다고는 해도 아영이가 이렇게까지 무방비가 된 것은 녀석들과 있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일것이다.

평소의 아영이라면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진수.. 일어났을까"

아영이는 핸드폰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이름이 불려 기뻐하는 나.

 '아영이가 이젠 돌아올거야'

나는 핸드폰을 쥔 아영이를 바라보았다. 그때, 최찬영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영아, 핸드폰은 왜? 전화하려고? "

 "응,그냥. 진수한테 괜찮은지 전화해볼까 하고"

 "그래? 알았어.근데 아직 밤 10도 안됐는데 더 놀거지? "

최찬영은 아영이가 내게 전화하는것을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응. 근데일단 전화만 해볼게.걱정도 되고.. "

 "알았어"

 "그럼 전화 좀 하고 올게"

아영이는 핸드폰을 갖고 밖으로나갔다.

 '예스. 좋아. 이제 내가 전화로 돌아오라고하면' 나는 핸드폰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 없다. 핸드폰이 없었다. 급히 나오는 바람에 침대 옆에 두고 온 것이다.

 "어? 아영이는?"

 "김진수한테 전화하러 갔어."

최찬영이 샤워하고 나온 박우진과 오지훈에게 설명했다.

 "그럼 돌아가는거 아냐?"

 "아직 모르는데 그럴지도 모르지"

 "아, 진짜..돌아가면 안되는데."

 "여태 헌팅도 안하고 있었는데. 돌아가면 우리 시간낭비한거야"

 "만약 돌아가면 .. 안마방이나 가야지"

 "야.근데 너희들도 공황에서 봤을때부터 아영이 노리고 있었지?"

 "뭐 그렇지.그 얼굴에 그 몸이면 반칙이지.가슴도 맛있을 것 같고 엉덩이도 탱글탱글 좋은 것 같아."

 "우연으로 만났지만, 확실히 놓치면 안돼"

 "이번에 헌팅해서 여자들 마구 후릴려고 2주간 참았다."

 "하핫. 2주씩이나? 나도 1주일 정도 참았는데 이제 한계다"

 "근처에 안마방 있냐?"

 "있긴 한데 물 좋은지는 모르겠어.아무튼 그렇게 실망하지마.아영이가 돌아갈지 안갈지는 아직 모르니까"

 "만약 아영이가 남으면 뒤치기로 내 자지 마구 박아주는건데"

 "초조해하지마.내 경험상 저런 여자애들은 천천히 다가가야 돼.

이따가 그거나 타이밍 맞춰서 꺼내. 아영이한테 먹이게."

아영이가 없는 곳에서 본성을 드러내는 녀석들의 대화를 들은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처음부터 그것이 목적이었구나.

나는 고민에 빠졌다. 전화가 있는 숙소로 가야하나.

지금 돌아가면 아영이한테 전화가 안와도 내가 걸 수 있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았어.그런데 전화해서 뭐라고하지?

외로우니 돌아와달라고? 학부모처럼 곧 밤 10시되니까 돌아오라고?

녀석들의 목적은 니 몸이야.아영아 위험하니까 빨리 돌아와 라고 말하면 아영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가 망설이는 사이 아영이가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버렸다..

"아영아, 진수랑 통화했어?"

 "안 받아. 아직 자고 있나..그러고보니 아까 약 먹어서 계속 졸립다고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

 "그래, 약 먹고 자면 전화 소리도 못듣겠지."

 "아파서 자는 사람을 전화로 깨우는건 좀 아니지"

 "아영아, 니 남자친구 무리해서 쓰러졌잖아. 아침까지 푹 자게 하는게 좋아"

녀석들은 아영이가 나한테 전화하는것을 필사적으로 막고있다.

아영이는 이에대해 "그렇지.. "라고 대답했다.

물론 나도 아영이가 나갈때 말했다.

약을 먹고 졸립다고. 쉬고 싶다고. 녀석들과 놀다오라고.

나는 질투심에 걱정해주는 아영이한테 그렇게 말했었다.

단 몇 시간 전이었다. 아영이도 그때의 내 태도를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태도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아파서 폐 끼치고 멋대로 질투해서 기분 나빠져서 떨쳐버리고 이제는 돌아오길 바란다니.

이런 내 모습이 역겹다.

 "그럼 말이야. 아영이 더 놀다가는거야?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고"

 "글쎄, 조금만 더 있을까?"

 "그냥 아침까지 놀자"

 "아침까지?"

 "어. 모처럼 여행왔으니까. 밤 새면서 노는 맛이 있어야지 "

 "그래. 잠은 집에 돌아가서 많이 자면 되니까"

 "음..."

 "아영이, 너 아르바이트로 돈 모아서 여행 온거지?그럼 즐겨야지.남자친구 간병만 하다 집에 갈거야?"

녀석들의 말이 모두 맞는것이 분하다.

「간병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아영이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본심은 그럴 것이다.

그것을 녀석들이 대신 말해줌으로써 아영이의 마음은 편해진것일까.

 "음..결정했어. 아침까지 놀다갈거야"

 "오예!"

 "나이스 초이스!" 녀석들은 손을 번쩍들며 외쳤다.그 모습을 보고 미소짓는 아영이.

그 미소에는 '오늘은 마음껏 즐기는 거야' 라는 상쾌함이 담겨있었다.

이제 내가 아픈건 잊은건가. 기대했던 여행이...

나는 그 미소를 보고 아영이에게 전화 할 자신감도 잃고 있었다. 꿈에서 깨서 방을 뛰쳐나갔던 기세는 이제 없다.

나는 녀석들의 호화로운 펜션 부지의 구석으로 굳어진 몸을 숨기고서 가만히 아영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드라이브겸 쇼핑 좀 할까."

 "그래. 술은 있는데 안주가 없으니까. 그밖에 또 살거 있으면 더 사고"

 "아영이도 갈거지?"

 "응. 나 드라이브 좋아해"

 "좋아, 그럼 가볼까"

드라이브? 도대체 어디로? 내가 정신없어 하는 사이 외출 이야기가 결정되고 4명은 곧 펜션에서 차를 타고 나가버렸다.

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는 쫓아갈 엄두도 못 냈고 고즈넉한 경내에서 몸을 숨긴 채 그저 망연히 녀석들과 아영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왠지 아영이가 녀석들에게 끌려가버린 기분.나의 불안감이 다시 치솟았다.

내가 더 이상 구석에 몰래 숨어있는것은 이제 의미없는것이다.아영이를 데려갈 기력이 더 이상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기다렸다.앞으로 아영이와 녀석들이 밤을 어떻게 보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영이가 다른 남자 앞에서 어떤 얼굴을 할지 더 보고 싶다.비참한 놈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했다.

아영이를 데려올 용기도 없고, 아영이를 깨끗이 포기할수도 없다.단지 아영이의 내면을 보고 싶을뿐이었다.

아영이는 나를 떠나갈 것이다.아영이를..내 것으로 할 수 없어.그렇다면 적어도 아영이의 모든 것을 보고싶다.

지금까지 아영이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아영이와 녀석들은 30분 뒤에 돌아왔다.

아무래도 근처 슈퍼에 갔다 온 것 같다.네 사람은 분위기가 좋았다. 아영이의 웃는 소리도 들려왔다.

다시 생각해봐도 녀석들과 있는 아영이는 정말 즐거워보인다.뭐랄까. 최근에 나에게 보여준 미소와 다르다.정말 진심으로 웃고 있는 미소로 눈도 초롱초롱하다.

나는 1년정도 아영이와 연인으로 있었다. 표정만 보면 알 수 있다. 아영이는 그 녀석들이 너무 마음에 든것일까. 3명 모두 키크고 잘생겼다.

지금 아영이의 눈. 고등학교때 본적이 있는 눈이다.고등학교때 최찬영이 말을 걸면 기쁜듯이 쳐다보던 여자애들과 같은 눈을 하고 있다.

최찬영이 여자의 몸을 목적으로 접근하는지도 모르고 여자애들은 간단하게 최찬영에게 몸을 뺏겼었다.

나는 그 자식을 경멸하고 있었지만, 최찬영에게 쉽게 빠져드는 여자들도 마음속으로는 바보취급 하고 있었다.

보는 눈 없는 바보 같은 년들. 하지만 지금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영이가 그런 여자애들하고 같은 눈을 하고 최찬영을 보고 있다.

내 안에 아영이를 믿고 있던 가치관이 붕괴되고 있다.

방에 들어온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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