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24)

그렇게 말하고는 아영이는 보도블럭의 가장자리 단 위로 올라가서 양손을 좌우로 벌려서 평행자세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거짓말 따위 할 필요 없었는데.."

 "응?"

 "사실 콘서트 이런거 상관없이 진수 너랑 둘이서 간다고 해서 좋았어."

아영이는 다시 멈춰 서서 내 쪽으로 돌아 보았다.

 "그러니까 거짓말 할 필요 없었다고."

이때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어쨋든 다시 한번 아영이의 얼굴을 본 순간 부터 내 가슴은 터질 것 같이 두근 두근 크게 울렸다.

그리고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얘기 해야돼.

 "아영아.. 나는.."

거기까지 말하자 나머지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간신히 말했다.

 "난.. 아영이 너가 좋아."

그때 우리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주변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기에 왠지 그 순간 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했다.

 "그러니까 너만 좋다면 나랑 사귀자!"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아영이었지만 내가 고백하니 입을 다물었다.

아마 5초에서 10초정도 그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거절하려고 할지 고민하고 있겠지..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몇초의 침묵 후 아영이가 입을 열어 한 말은 나와 같았다.

 "나도.. 진수 너가 좋아."

고개를 든 아영이의 표정은 웃는 얼굴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믿을 수 없었다. 아영이의 대답에 나는 놀랐다.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몰라서 다시 한번 물었다.

 "저..정말?"

 "응, 진짜야. 난 거짓말 못해. 진수 너야말로 나 진짜 좋아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해오는 아영이. 나는 기쁘고 아영이의 그 미소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 무심코 아영이의 몸을 꽉 끌어 안았다.

 "아!"

 "아, 미안 아팠어?"

 "으응, 조금 놀래서 그래. 그 상태로 있어줘. 남자에게 안긴거 처음이야."

 "나도 처음이야"

 "그렇구나. 우리 둘다 처음이네."

 "응"

 "이렇게 안고 있으니까 정말 좋아."

그렇게 말하고는 아영이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마 5분정도 이대로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후, 우리는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아~ 왠지 믿을 수 없어. 너가 내 여자친구가 되다니."

 "나도 너가 남자친구가 되다니 꿈 같아. 나 오늘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알고 있었어?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가 처음이라서 옷 고르는 데도 시간 오래 걸렸다니까"

 "그랬구나."

 "너 아까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같은거 물어볼 때 얘기 맞추는라 힘들었지?"

 "하하, 그렇지. 언제 알았어? 내 거짓말."

 "첨부터 좀 뭔가 느낌은 있었는데 콘서트장에서 너가 스테이지는 잘 안보길래, 그래서 아,별로인가보구나.라고 생각했지."

 "그럼 모르고 있었어? 내가 어디 보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어. 내가 진수 니 시선이 신경쓰여서 집중을 못했다니까."

 "그래, 미안. 그럼 나중에 또 내한공연하면 그때 보러갈까?"

 "응. 근데 다음은 언제 올지 몰라. 이제 오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구나.. 그럼 어쩌지."

 "상관없어, 난 오늘 즐겁고 진수 너랑 있으니까 행복해."

 "나도 너랑 있으니까 좋다."

 "아~왠지 행복해, 애인이 있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

우리들은 그날 밤 대화를 나누며 긴 시간을 걸었다.

그리고 둘이 손을 잡고 "우리 계속 함께 있자" 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여기는 방안.. 아영이는?..

과거의 꿈에서 깨어나 지금 아영이의 상황을 생각해 낸 순간 나는 불안해졌다.

아영이가 녀석들에게. 나는 자고 있던 모습 그대로 황급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앞으로도 계속 아영이와 함께 있고 싶어. 아영이를 잃고 싶지 않아! 나는 달렸다.

 "하아. 하아.. 아영아.."

밖은 이미 해가 떨어져 어두워 지고 있었다.

시계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잤던 거 같다.

나는 필사적으로 녀석들의 펜션을 찾아다녔다.

근처에 있는 흰색 건물. 그러다 몇 분 안에 흰색의 작고 멋진 건물을 발견했다.

여기인가...?

여기까지 힘차게 왔지만 이제 어떻게하지? 아영이를 부르고 돌아가면 되는건가.

나는 남자친구니까 그럴 자격이 있어.

나는 건물의 문 앞에서 잠시 생각했다. 그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녀석들의 목소리다. 역시 여기였다.

귀를 기울이니 아영이의 목소리도 들린다.

 "자..잠깐. 우진아. 갑자기 왜 옷 벗는거야? 빨리 다시 입어"

"덥지 않아? 하필 이때 에어컨이 고장나냐..아영이 너도 더우면 벗어."

4명이서 뭘하고 있는거야? 나는 안의 모습이 궁금했다.

창문으로 들여다 볼까.

나는 낮에 녀석들과 즐겁게 놀았던 아영이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왜 즉시 아영이를 부르지 않는거야? 나 자신에게 물으면서도 어느새 문 앞에서 이동해서 건물의 뒷편으로 가고 있었다.

마치 도둑처럼. 하지만 난 궁금했다. 아영이가 녀석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영이와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고 싶어. 그것은 나의 확실한 느낌이다.

하지만 아영이는? 아영이는 나를 계속 좋아하고 있는 걸까.

유급하고 여행중에는 아프기나 하고. 이제 나한테 질려 다른 남자에게로 가고 싶어하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무서웠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영이의 본심을 보고 싶었다.

이렇게 몰래 보지않고 남자답게 아영이를 불러서 솔직히 들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나의 약점인것 같다. 최찬영, 그 녀석에 대한 트라우마.

나는 건물의 뒷편에 와서 놀랐다. 정면에서 봤을 때는 평범한 펜션이 뒤에서 보니 굉장하다. 큰 정원이 있고 수영장도 있다.

학생들이 묵는것 치고는 생각보다 호화로웠다. 최찬영하고는 같은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박우진, 오지훈 두 명중 한명이 부자인게 틀림없다.

작은 건물처럼 보였는데 뒤로 와서 보니 의외로 크다. 객실도 몇개 있는 것 같고. 이런 건물을 3명이 쓰는건가.

뒷편에는 작은 창문과 큰 창문이 일부 있었고 그 창문들을 통해서 방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환기를 위해서 창문을 열어 둔것 같았다.

뒷편에 오니 녀석들과 아영이의 목소리가 더 명확하게 들려온다.

 "그건 무리야. 나 입고 있는거 이 옷 하나야."

 "그 안에 속옷만?"

 "응.."

 "하지만 솔직히 속옷이나 비키니나 별 차이없지 않아?"

 "그래도.."

이것은 아영이와 박우진의 음성.

뭐하는거야 도대체.

나는 자세를 낮추고 최대한 소리를 감추고 창문에 다가가 몰래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안에는 역시 아영이와 녀석들, 4명이 있었다.

시원한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영이가 소파의 중간에 앉아 있고 그 주위에 3명이 앉아있다.

그리고 박우진만 상의탈의 한 상태. 아영이는 그 옆에서 조금 부끄러운듯이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케이터링서비스로 부른다고 말한 요리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돌아간 것 같다.

낮은 테이블에는 디저트 접시 몇장과 와인이나 샴페인 병과 잔이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4명은 이미 술을 좀 마신게 틀림없다. 몇 개 놓여있는 술병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아영이도 상당히 마신걸까. 뺨이 살짝 붉게 물들어있다.

 "아영아, 요리 어땠어? 마음에 들었어?"

 "정말 맛있었어! 술도, 요리도"

 "아영이 술 엄청 마시던데? 주량이 센가봐?"

 "세지는 않은데.. 그래도 다 같이 마시는데 나만 안 마실수는.."

 "그래, 좋은 자세야. 그런거. 아직 술 더 있으니까 더 마시자.자 마셔마셔."

아영이 옆에 앉아있던 최찬영은 그렇게 말하고 잔에 듬뿍 화이트 와인을 부어 아영이에게 전달했다.

 "아, 고마워"

그것을 아영이는 기쁜 듯이 입에 댄다.

 "얘들아, 술 조심히 먹어. 훅 간다."

 "걱정마. 아영이가 우릴 돌봐줄거야."

 "알았어. 너희들이 쓰러지면 내가 돌봐주지 뭐."

표정을 보니 아영이는 꽤 즐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취해있는 표정.다르게 표현하면 들떠있는 표정을 하고 있다.

알코올이 들어가있는 것도 있겠지만 이렇게 무방비의 아영이는 오랜만에 본 것 같다.

 "후우 왠지 몸이 뜨거워지는데? 너무 많이 마셨나. 이렇게 마신적 처음이야. 이제 슬슬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애"

알코올로 체온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영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파닥파닥 움직여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그러자 그것을 보고 상의를 탈의한 박우진이 아영이에게 물었다.

 "더우면 벗어도 된다니까. 정말 안 벗어도 돼?"

아영이가 사람들 앞에서 속옷 차림이 될 리가 없지. 아까부터 이자식은 무슨 소리하는거야.

박우진. 너는 지금 아영이한테 성희롱 하고 있는거라고.

나는 창밖에서 박우진을 노려봤다.

 "괜찮아. 나는 이대로도 좋아. 원피스도 얇으니까."

 "그래? 그럼 아영이가 벗지 않으면 내가 더 벗을까. 나는 지금 엄청 덥거든."

박우진이 그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바지까지 벗기 시작했다.

 "어맛! 우..우진아"

팬티 하나만 입은 모습이 된 박우진을 보고 순간적으로 눈을 가리는 아영이.

 "하하. 이 새끼는 노출증이라니까. 그만 좀 벗어 새꺄"

 "박우진 이 새끼 팬티봐라. 완전 야동에서나 나올법한 팬티네."

그렇게 말하고 아영이 옆에서 웃는 최찬영과 오지훈. 나도 박우진의 팬티를 보고 놀랐다.

박우진이 입고 있던 것은 짝 달라붙는 드로즈 형태의 삼각팬티.

색상은 검정색으로 꽉 끼는지 녀석의 페니스의 윤곽이 쓸데없이 강조되고 있다.

나도 저런거 입는 사람은 야동에서밖에 본 적이 없다.

 "하하, 아영아 저 자식 봐봐"

 "부끄러워."

아영이의 손을 잡고 억지로 얼굴에서 떼어놓는 최찬영과 오지훈.

 "아영아 눈 떠봐."

 "아, 창피해."

아영이의 눈은 박우진의 몸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

 "어때? 아영아. 우진이 녀석의 단련된 육체와 저 팬티 센스"

 "한번 감상한거 말해줘"

 "어~..그게.."

부끄러운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영이.

하지만 시선은 박우진한테 계속 향해있다.

 "아영아. 너 어제 근육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싫어하지는 않는데.."

 "싫지 않지? 남자 근육같은거."

 "야, 박우진 여기 아영이 복근 만지게 해줘."

 "좋아! 아영이라면 내 몸 만져도 OK야"

그렇게 말하고 히죽 히죽 웃움짓는 박우진이 아영이의 눈앞까지 접근한다.

 "아영아, 주저하지말고 만져봐. 손 내밀어."

최찬영과 오지훈이 또 억지로 아영이의 손을 잡고 박우진의 복근을 만지게 한다.

 "어때? 아영아"

아영이의 손을 잡고 박우진의 복부를 쓰다듬게하는 녀석들.

 "와~ 딱딱해"

아영이는 조금 전까지 그토록 거부 반응을 보이고 부끄러워 하고 있었는데, 왠지 박우진의 복근을 만지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손도 억지로 만져지는것은 처음뿐 나머지는 스스로 움직여 그 느낌을 확인하며 만지고 있었다.

 "뭔가 굉장하네."

 "아영이에게 칭찬들으니 기쁘네."

 "매일 훈련해서 만든거야?"

 "뭐, 그렇지"

흥미로운듯이 질문하는 아영이. 그러자 그런 아영이를 내려다보고 있던 박우진이 갑자기 엉뚱한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어? 방금. 신아영.너 왜 내 거기를 보는거야? 이거 성희롱이야" 라고 과하게 오버하며 말한다.

아영이는 놀라서 얼굴을 붉게 하면서 부정한다.

 "아니, 난 안 봤어. 내가 왜 봐. 거길."

아영이는 그렇게 말하고 황급히 손을 치우고 박우진에게 떨어진다.

그리고 최찬영과 오지훈이 그 상황을 보고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 아영이 너 얌전한 것 같은 얼굴하면서 의외로 남자 자지 좋아하는구나?"

 "자..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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