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24)

 "완전 글래머인데"라고 말하며 웃고 있었다.

아영이가 그 말을 듣고는

"뭐..뭐야.어딜보는거야"

 "풉.정말? 정말 그래보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싫어하는 반응이 아니다.

제주도에 와서 계속 느낀 것이지만 아영이는 녀석들의 말에 부끄러워힌면서도 기뻐한다.

아영이는 3명이 계속 그런 눈으로 볼 수 있음에도 위에 T셔츠를 입지않고 흔들리는 가슴과 엉덩이 사이로 계속 끼는 비키니팬티를 약간 걱정해하면서도 그대로 계속 놀고 있었다.

아영이같은 여자애도 바다로 오면 개방적이게 되는걸까.지금까지 몰랐던 아영이의 새로운 일면이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그런 광경이 보기 힘들어져서 홀로 숙소로 돌아왔다.

아영이와 녀석들이 숙소로 돌아온 것은 저녘이 되면서였다.

들어오자마자 4명은 옆방에 앉아 즐겁게 웃으며 떠들기 시작했다.

 "아영이는 그렇게 햇볕에 있었는데 별로 타지가 않았네. 흰 피부 그대로야"

 "난 충분히 선크림 바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아까보다는 조금 탔는걸. 그런데 너네는 엄청 탔네. 특히 우진이"

 "나? 난 원래 피부가 검해. 하지만 오늘은 그래도 유난히 탄듯하네. 수영복 입고 있는 곳이랑 이렇게 다르다.봐봐"

 "와아.. 정말이네. 그런데 남자는 좀 햇볕에 좀 타는게 건강하고 보기 좋아보여."

 "그렇구나. 그런데 아영이 너는? 조금만 보여줘. 나도 보여줬잖아."

 "어? 으응.."

 "오! 선택 자국 확실히 있네. 아영이 피부 진짜 하얗다. 좀만 더 내려서 보여줘봐."

 "더 이상은 안되~"

 "에이~ 조금만 더 보여주지"

 "훗, 짓궂다.너네.아. 맞다. 진수 좀 보고 올게."

녀석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아영이가 내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왔다.

이때의 나는 당연히 질투하고 있었다.

녀석들과 노는것에 열중해서 나 같은 건 잊은 모양이군. 어차피 아영이는 여자친구로서의 의무감에서 나의 모습을 보러온거겠지.

 "진수야, 몸 상태 어때? 좋아졌어?"

나는 아영이에게 말을 하지 않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자는 척을 했다.

유치한 행위라고 자각하면서도, 지금의 나에게는 질투를 감추기 위해 그 정도의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녀석들과 즐겁게 보내고 기분이 업 되 있는 아영이와 대화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진수야 자?"

 "......."

눈을 감았다. 아영이가 내 얼굴을 들여다 보는게 느껴진다.

아영이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갔다.

 "자고 있는것 같애."

 "그래? 그대로 자게 내비둬. 푹 자야지 낫지."

 "응"

 "그나저나 아영아 저녘은 어떻게 할거야? 진수랑 어디 갈 예정 있었어?"

그랬다. 오늘도 레스토랑의 예약은 있었다.

눈앞에서 스테이크를 구워주는 가게.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평판을 인터넷에서 보고 아영이와 먹기로 했었다.

 "아.. 응. 일단은. 어떻게 할까.. 진수는 지금 소화가 잘 안되서 고기는 먹지 못할테고."

그렇다. 만약 내가 가서 스테이크를 먹고 소화 불량을 일으켜서 가게에서 쓰러지면 또 아영이와 녀석들에게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

 "그럼 말이야. 그 가게는 오늘 그냥 가지마. 아영아. 우리들 펜션으로와. 우린 오늘 케이터링서비스 예약되어있거든. 일인분정도는 말하면 더 늘릴수 있어"

 "케이터링? 와~ 좋겠다."

 "요리사가 와서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주방에서 만들어 주는거야. 너도 와."

 "어떻게 할까..흠.."

 "언제 그런걸 먹어 보겠어. 먹으러 와"

 "가고 싶다" "가고 싶다~" 아영이는 분명하게 그렇게 말했다.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런 말을 하면 난 이제 멈출 수 없다.어제도 말했듯이 아영이는 여행을 즐길 권리가 있다.

아영이가 여행경비의 절반을 냈으니까. 내가 "가지 마"라고 말 할수 없다.

 "그럼 진수에게 물어보고 올게"

가버리면 되잖아. 내 일은 신경쓰지 말고.

 "진수야.."

다시 방에 들어온 아영이가 내 어깨를 톡톡 치면서 말한다.

나는 방금 일어난듯이."응? 왜"라고 연기를 했다.

 "몸 상태는 어때?"

 "조금 괜찮아졌어.그렇지만 아직 더 쉬어야 될 것 같애. 내일 또 악화 될 수 있으니까."

 "그래, 그럼 더 자. 저기.. 근데.. 오늘 밤에 레스토랑 예약있는데 배 아픈건 어때?"

 "레스토랑? 아~ 그렇구나. 스테이크였지? 무리일것같애. 미안"

 "으응, 난 괜찮은데 취소해버리니까 좀 그렇다."

나는 아영이가 다음에 무엇을 말할건지 알고 있었기에 빠르게 대화를 진행했다.

 "그래서.. 진수야. 찬영이네가.."

 "다녀와"

 "응?"

 "나는 더 자고 싶어. 걔네들이 아영이 너랑 같이 식사하면 아영이 너도 맛있는거 먹을 수 있잖아. 안그래? 다녀와"

나는 자포자기 했다.

어차피 아영이는 나와 있는 것보다 녀석들과 떠들썩하게 노는 것이 즐거운걸까?

 "그래도 좋아..?"

 "좋기보다는 아까 먹은 약 때문에 계속 졸려."

 "아, 미안.. 그럼 다녀 올게."

아영이는 내 기분이 나빴다고 인식했을것이다.

아영이가'왜 화난 표정이야?'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영이는 그 이유를 듣지 않고 방에서 나가 버렸다.

 "진수가 뭐래?"

 "진수가 가도 된대."

 "좋아. 바로 갈까"

 "너네들 펜션이 여기서 가깝지?"

 "어, 가까워, 여기 창문에서도 보여.저기 하얀 건물이니까."

 "헤에, 가까웠구나. 와아 멋진 건물이네."

 "여기서 걸어서 5분 정도 되나. 아영아 빨리 준비하고 나와."

 "응, 빨리 샤워하고 옷 갈아 입고 나갈게"

아영이는 이제 나를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대화를 하고 있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즉시 녀석들에게로 갔다.

 ....이제 우린 끝인 걸까....

나는 얕은 잠 속에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거의 기억을 일깨우는 꿈이었다.

 "김진수, 너에게 줄거 있다."

 "어? 뭐야 이거?"

 "아영씨가 가고 싶어하던 콘서트 티켓. 자 2장."

 "이걸 왜 나한테?"

 "바보냐, 아영씨랑 둘이서 다녀 오라는 뜻이잖아. 임마"

친구에게 받은 콘서트 티켓. 이 친구는 내가 아영이를 좋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계속 응원 해주고 있었다.

만약 이 친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영이랑 사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너도 슬슬 아영씨에게 고백하지 않으면 아영씨, 딴 놈에게 간다. 여기 콘서트장에서 고백해. 지금 분위기 좋은 것 같으니까 말이야."

 "고맙다."

 "참고로 말해두는데, 그거 표 얻기 개어려웠다. 내가 개고생한거 헛수고로 만들지 마."

아영이가 좋아하던 유명한 해외 가수의 무대. 마침 딱 내한공연을 하는데 좌석수가 적어서 구하기 힘든 티켓이었다.

당일 날 팬인 아영이도 표를 구하지 못했을 정도니까.

아영이와 나는 같이 아르바이트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나이도 같애서 서로 편하게 이름부르는 사이였지만 큰 접촉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친구는 나를 위해 어렵게 마련해주었다.

친구가 기회를 준 것은 고맙지만 나름대로 압박감도 느꼈다.

나에게 있어서 고백은 처음이었으니까.

 "어! 그 티켓 진수가 구한거야?"

 "응,.. 나랑 같이 갈래?"

 "응,좋아."

 "정말?"

아영이는 나의 권유에 OK해주었다.

고맙다. 친구야.

 "몰랐었어. 진수 너도 팬이었다니."

 "어..그렇네."

 "우리 취미도 맞네. 헷"

말을 마칠 때 혀를 살짝 내미는 아영이. 귀엽다...

실은 나는 팬은 커녕 그 해외가수 이름도 잘 몰랐다.

하지만 왠지 아영이 앞에서 허세를 부리려했고 거짓말을 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콘서트에 가기 전에 몇장 앨범을 사서 그 가수의 정보를 숙지해서 아영이와 대화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어떤 노래를 좋아해?"

라고 물으면, 나는 앨범에 있던 노래를 아무거나 하나 말하고, 아영이가 "아, 그 노래 나도 좋아." 라고 맞장구 치는 형식의 그런 대화.

나는 계속해서 아는 척을 했고 콘서트에 들어갈때까지 우리 둘의 사이는 더 가까워졌다.

당일날, 우리는 역에서 만나고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그날의 아영이를 나는 지금도 분명히 기억한다. 뭐니 뭐니해도 그날 아영이는 귀여웠다.

복장도 아르바이트에 올 때와는 달리 예쁘게 하고 머리도 꾸미고 하여튼 인형 같았다.

원래 좋아했던 아영이에게 한번 더 반해 버렸다.

나는 전철에 타고 있는 동안에도 아영이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응?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이런 일을 여러번 반복했다.

내가 아영이와 데이트를 하다니 꿈만 같군. 콘서트장은 광분의 현장이었다. 나느 솔직히 이런 콘서트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분위기에 몰입되지않았다.

하지만 좋다. 옆에 있는 아영이를 보고 있는 것 만으로 만족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무대를 보고 있는 아영이의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 생각했다.

오늘 꼭 아영이에게 고백하는거야. 실패란 없다.

나는 아영이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 넘칠 것 같은 너를 향한 내 마음을 내 몸 속에 가두지 못하겠어.

돌아오는 길.

우리는 콘서트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산책로를 걸었다.

 "아영아, 콘서트 좋았지?"

 "응,대만족이야. 진수야, 오늘 고마워, 정말 즐거웠어."

 "나도 즐거웠어. 역시 집에서 듣는거랑 확연히 차이나네. 소리가 몸 전체에 울리는 것 같애"

내가 그렇게 말하니 웃는 아영이.

 "풉, 진수, 너 진짜 즐거웠어?"

 "어? 진짜야. 즐거웠어."

아영이는 갑자기 멈춰서서 내 앞에 다가와서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뭔가를 의심하는 표정.

 "진수, 너 사실 팬 아니지?"

 "뭐?"

 "사실 노래 같은거 전혀 모르고 대부분 들어본적도 없지?"

 "그렇지 않아.. 나는..."

아영이에게 정곡을 찔려 바로 변명할 거리를 그 자리에서 생각하고 있었지만 도중에 포기했다.

 "...미안"

 "역시 그랬구나. 그럼 좋아하는 노래라고 한것도 거짓말이었다는거지?"

약간 화가난 표정으로 말하는 아영이.

 "....."

아무 말도 못했다.

나는 아영이에게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던 내 자신이 그저 부끄러웠다.

게다가 전부 간파당하고 있었다니.

그때 갑자기 아영이가 킥킥 웃기 시작했다.

나는 아영이가 왜 웃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아영이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배를 부여잡고 계속 웃었다.

 "왜.. 그러는데?"

 "음.. 왠지 거짓말인데 거짓말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어."

 "..귀엽다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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