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24)

 "아영씨는 대학 어디다녀요? 진수랑 같은?"

 "아뇨. 진수랑은 대학은 달라요. 저는 k대학이라."

 "헤에. 공부잘하셨나보네요. 그런분이 어떻게 진수녀석이랑 만났어요?"

 "아르바이트에서요."

 "아,그렇구나. 진수 그녀석 운 좋네요. 아영씨같이 귀여운분이랑 아르바이트에서 만나서 사귀고."

나는 몸이 안좋아 일찍 자야했지만 아영이가 녀석들과 무슨대화를 하는지 궁금해서 잠자는것을 미루기로 했다.

녀석들의 큰소리와 가끔 들리는 아영이의 웃음.

왠지 옆 방은 상당히 고조되고 쾌활했다.

최찬영.박우진.오지훈.

이 세사람은 분명 여자들과 많이 놀아봐서 여자를 즐겁게 하는법을 알겠지.

낯을 가리는 여자도 이 세명과 대화하면 금세 자연스레 이 세명의 분위기에 동화될것이다.

아영이의 즐거워하는 웃음이 끊이지않는것이 그 증거다. 1시간 정도 되었을까.

아영이는 내가 누워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진수야. 자고 있어?"

 "으음.아직"

 "미안. 시끄러워서 잘 수없었지?"

 "아냐. 괜찮아. 약때문인지 잠이 잘 안와서그래"

 "그래. 몸은 괜찮고?"

나는 괜찮다고 말했고 손으로 아영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아영이는 뭔가 할 말이 더 있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영아. 왜? 더 할 말있어?"

 "으응..찬영씨네가 밤 드라이브가는데 함께하지않겠냐고해서"

 "밤 드라이브? 어디까지?"

 "야경 예쁜데 볼 수 있는곳 있다고해서.."

아영이가 거기에 가고싶어하는건 표정으로 바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단 둘이 온 여행. 그런데 나는 아프다. 내 간병때문에 아영이가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묶어둘 이유가 없었다.

 "다녀와.나는 상관말고"

 "정말 괜찮아?"

 "나는 자고있을게.갔다와"

 "정말로 간다?"

 "어. 갔다와. 신경쓰지말고"

 "으음..알았어. 다녀올게"

아영이도 환자인 남자친구를 두고 나가는것에 망설임이 있었나보다.

 '이걸로 된거야. 아영이라도 즐겁다면. 컨디션관리를 잘못한 내가 잘못이지'

 "아영아.대신 너무 늦지는 마."

 "응. 예쁜 야경사진 많이 찍어올게"

아영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나갔다.

아영이를 보냈지만 나 혼자 남게되자 불안하기시작했다.

아영이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할까. 유급도 당하고 여행와서도 이 모양.

나에게 호감이 떨어졌을까

 나는 아영이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 아영이가 다른 남자에게로..계속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해진다.

아영이는 바람을 피울 여자가 아니다.그 점을 걱정한것은 여태 한번도 없었고 아영이가 다른남자에게 마음을 주는것은 상상 조차 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없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영이와 녀석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말 야경만 보러 간 것일까. 이런 생각을 시작하니 걱정이 늘어갔다.

그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아영이였다.

「야경 굉장히 예쁘다. 우와 (^o^), 내일 진수 컨디션 괜찮아지면 둘이서 또 오고 싶다. (*o*)」

그리고 그 문자에는 아경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의 단순한 걱정이었구나.아영이의 문자를 읽고 조금 전까지의 불안이 사라지고 마음이 놓였다.

아영이는 여전히 나를 생각해주고 있구나, 아영이의 마음속엔 내가 있구나 라고 안심했기때문일까.나는 아영이에게 야경 예쁘다라고 답장을 보내고는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무렵, 창밖을 보니 아직 밤이었다.시계를보니 새벽 3시.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영이는 없었다.

아영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거지?'

그때 밖에서 차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들리는 차문이 닫히는 소리와 아영이와 녀석들의 말소리.

왠지 4명 모두 들떠있는 목소리였다.

 "아, 정말 즐거웠어. 그런 야경을 볼 수 있었다니.모두 고마워"

 "우리도 즐거웠어. 그런데 아영이,너 의외였다. 얌전한 애 인줄 알았더만"

 "어? 그랬어? 즐거워서 너무 흥에 취했었나.헷"

 '뭐야. 그새 서로 말 놓은거야?'

아영이와 녀석들은 차에서 내리고서도 밖에서 잠시 대화를 계속했다.

녀석들이 농담을 하면 아영이는 특유의 웃음소리로 화답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아영이가 녀석들에게 물어왔다.

 "지금 몇시지?"

 "3시정도 되었을걸"

 "아, 진수가 늦지 말랬는데. 미안. 이만 들어가야 될것같애"

 "하긴. 늦은 시간이긴 하다. 아영이 너 내일 일정이 바다 가는거라고 했지? 우리들도 바다갈게. 아영이 너가 수영복 입은 모습 보고싶어지는데? "

 "뭐야..부끄럽게"

아영이가 부끄러워하자 박우진이 이어 말했다.

 " 아영이 너가 스타일 좋다는 건 옷 위로 봐도 알수있어."

 "그런가? 난 자신없는데... 사실 스타일하면 너희들 아니야? 모두 모델들처럼 키 크고 "

 "뭐? 우진이 이 자식은 근육밖에 없는 근육바보라고.이 근육들봐라. 가진건 근육 밖에 없는 바보."

 "뭐라는거냐. 나의 이 근육들의 아름다움이 보이질 않는거냐? "

박우진의 근육자랑소리가 한동안 들려온다.

 "우진이 근육이 그렇게 대단해? "

 "어? 아영이 너 근육에 관심있는거야?"

 "어? 아니. 그냥..딱히 싫어하거나 그러진 않아"

 "하핫.알았어. 우리 여기 너무 오래 있었다. 가자. 체력충전을 해놓지 않으면 내일 밤늦게 까지 놀지못하니까. 아영아. 우리 갈게 잘자라.내일 봐"

 "응. 모두 잘자"

이 대화를 끝으로 녀석들은 돌아갔고 아영이는 방으로 들어왔다.

아영이가 들어오자 나는 얼른 눈을 감았다. 아영이는 침대 옆으로 와서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 옆에 조용히 누웠다.

그러고는 내 자고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진수야,조금 늦어버렸어. 미안" 이라고 말한뒤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다음날

 제주도의 날씨는 화창했다.

해변에 가기에도 좋은 날씨.

 "진수야.괜찮겠어?"

 "괜찮아. 괜찮아. 열도 많이 내렸는데 뭘. 방안에 누워만 있어도 좋지 않은거야."

 "정말?"

 "진짜라니까. 어제보다 확실히 몸도 가볍고."

 "다행이다. 계속 컨디션 나쁘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걱정끼쳐서 미안해. 하지만 이제 괜찮아졌어.얼른 수영복 갈아입고 와"

 "응. 조금만 기다려" 라고 말한 아영이는 수영복을 갈아 입으러 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 완전히 낫지않았다.

의사는 2,3일 쉬라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어제보다 괜찮아진것은 사실이다. 아직도 열과 복통이 조금은 있었지만.

하지만 여행 2일째는 내가 가장 기대하는 날이었다. 하루종일 방안에 있을 수 없었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아영이와 바다를 즐기고 싶었다.

 "진수야.. 이거 진짜 괜찮을까. 입어보니 조금 당황스럽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아영이가 방문에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보지 않으면 몰라. 나와봐 "

아영이는 "응, 알았어" 라고 말하고는 비키니를 입은채 천천히 나왔다.

 "진수야. 어때?"

나는 아영이가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보자 그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다.

우리들은 이미 사귄지 1년이다. 나는 아영이의 알몸도 본적이 있다.

그렇지만 아영이의 비키니모습은 내 눈에 신선하게 비쳐졌다.

 "뭐라고 말 좀 해봐"

 "어.. 어? 예뻐. 아니 아름다워. 너한테 다시 반했어.아영아."

 "다시 반했어? 정말? "

기뻐하면서도 부끄러워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비키니 모습을 확인하는 아영이.

흰색바탕의 파란색 줄무늬 비키니가 아영이의 흰 피부와 잘 어울린다.

조금 원단이 작은 비키니라 섹시한 느낌도 주었다. 하단의 비키니 팬티 옆면은 끈 형태로 되어 있어 허벅지가 위에까지 드러났다.

그리고 아영이의 부드러운 가슴과 엉덩이 살이 비키니 천 옆으로 살짝 빠져나오는것이 야해보일수 있었지만 아영이가 입어서인지 천박하거나 싸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잘 샀다.조금 야해보여도 아영이에게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리고 귀여워보인다.

바다로 가니 비키니입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영이는 비키니 차림이 아직 부끄러운듯 해서 위에 T셔츠를 입고갔다.

바다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충분히 바다를 즐길수 있을것같다.

 "와아. 바다 진짜 예쁘다. 빨리수영하고싶어.그치? 진수야"

 "그러게. 이런 바다는 TV로만 봤었는데."

바다를 눈 앞에 두고 기분이 업 되는 나와 아영이.

하지만 그때!! 타이밍을 맞춰 들려오는 소리.

 "어이~~"

뒤를 돌아보니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녀석들이 걸어 오고 있었다.

나는 아영이가 녀석들을 볼 때 표정이 확 밝아졌다는것을 놓치지않았다.

 '아영이는 저녀석들이 와서 기쁘구나. 어제 저녀석들과 놀고 즐거웠던거야..'

 "아영아. 어제 잘 잤어?.김진수 왜 나온거야?몸은 괜찮아?"

 '왜 나오기는. 아영이 남자친구인 내가 아영이 옆에 있으면 안되냐?'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는

"어제보다는. 근데 아영이랑 말놓은거야?"

 "어.말 놓았어. 우리. 어제 놀다 보니까 동갑인데 서로 ㅇㅇ씨,ㅇㅇ씨하면서 말하니까 좀 그렇더라고."

 "그래? 크흠. 어제는 병원 데려다줘서 고마웠다."

 "우리 아니었으면 너 여행내내 침대에 누워있을뻔했어.자식" 이라고 최찬영이 말하며 내 등을 두번 친다. 팡 팡

"우리 바나나 보트 이따가 예약되어있는데 같이 탈래?" 최찬영이 나와 아영이를 보며 물었다. (정확히는 아영이쪽을 보면서지만)

나는 거절을 하려고 했으나

"바나나보트? 탈래. 탈래. 나 그거 타보고싶었어"

아영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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