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24)

그래도 둘만 가는 여행, 여행가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모르는 사람뿐이니 조금 개방적이어도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내가 골라준 수영복을 선택한것 같다.

수영복의 옷감은 약간 작은 것이고 흰색이었다. 조금 야해보여서 저속해보일수 있었지만 아영이의 몸매가 굉장히 좋고 가슴도 커서 충분히 맵시있게 입을 수 있어보였다.

나는 수영복을 입고 있는 아영이의 모습이 빨리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 당일 이었다.

준비는 모두 완벽했다.

 "드디어 이 날이 오는구나!"

공항으로 가는 동안 아영이는 음식문제로 예민해있었다.

 "아영아, 이 여행만큼은 칼로리 신경쓰지말고 원하는 것 맘대로 먹자."

 "그럴까? 많이 먹어도 살 많이 안찌겠지?"

 "이번 여행은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즐겼으면 좋겠는걸"

 "그래. 알았어."

아영이의 얼굴은 이내 밝아졌다.

우리는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아영이는 계획일정을 보고 있었고, 나는 발을 까딱까딱 위아래로 흔들며 시계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어?? 진수? 너 명운고등학교 김진수 맞지? "

커다란 목소리가 로비에 울렸다.

김진수는 내 이름이지만 불리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몰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내가 알고 있던 남자가 서 있었다.

 "오! 역시 맞네. 김진수. 오랜만이네" 이때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똥씹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남자를 보고 3초 정도 생각하고 나서 그 녀석의 이름을 떠 올렸다.

최찬영.

고등학교 때 반 친구. 아니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친구라고는 부를 수 없던 녀석.

나를 괴롭혔던 불량학생중의 한명.

굉장히 싫은놈. 어째서 이 녀석이 이런 곳에.

 "우연이구나. 야! 건강하게 잘 지내보이네. 뭐야? 여행 가는거야?"

 "아니, 뭐..응"

어째서 이 녀석 나에게 친근하게 구는거야? 우리들은 그런 사이 아니잖아.

 "헤이.. 응? 어? 김진수. 옆에 예쁜 여자 누구야?? 혹시 여자친구?"

찬영이가 아영이의 존재를 알고 물어왔다.

 "응, 뭐.. 그렇지."

 "어! 진짜야?! 이야~ 능력 좋네. 엄청 예쁘게 생겼네" 상당히 놀란 모습으로 아영이를 빤히 보는 녀석.

왜! 나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으면 안되냐? 그러나 아무튼, 아영이를 예쁘다고 말하는것은 싫다고 생각들지는 않는다.

아영이는 나의 자랑이니까.

아영이는 최찬영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아마 나랑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듯 했다.

 "그래서 오늘 이분이랑 너와 둘이서 여행이었냐? 우와 부럽네 자식."

그렇겠지. 부럽겠지.

 "좋겠다. 우리들은 다 남자뿐인데."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뒤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 투박한 체격의 남자와 날씬면서 키 큰 남자.

최찬영, 그 녀석도 키가 크니까 평균신장의 나로서는 굉장히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 녀석의 말로는 자기도 친구들이랑 여행간댄다.

남자들 세명이서 여행을?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도 대학생활하면서 남자들끼리 여행도 몇 번 갔고 그것도 나름 즐거웠다.

물론 아영이와 단 둘이 가는 여행은 재미의 종류가 다르지만.

아무튼 이제 나와 아영이 곁에서 좀 떨어지라고. 우린 따로 가고 싶다고.

아까부터 아영이만 슬쩍슬쩍 쳐다보는 최찬영. 그 자식과 녀석의 친구들을 다른데로 떼놓고 싶지만 녀석들은 요지부동이다.

그래라, 예쁜 내 여자친구 아영이 실컷 보아라. 몇 시간 후에 나와 아영이는 제주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테니.

나는 최찬영. 그 녀석의 얼굴을 보면 고교 시절의 나쁜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불편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빨리 떠나라' 라고 중얼거렸다.

그때 녀석이 물었다.

 "그래서 김진수, 어디로 가는거야?"

나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어 짧게 대답했다.

 "제주도"

 "어?제주도? 우리도인데. 다음 비행기지? 우리도 그거타."

거짓말이지?? 같은 여행지, 같은 비행기라니..

 "뭐야? 그 표정은? 껄끄러워보인다?"

 "하..하하 아니야."

 "남자 3명이서 제주도에 가다니 불쌍한 놈들이구나 라는 얼굴 같은데?"

 "아니, 별로 그런것은 아닌데.."

나는 마음을 읽어 버린 것처럼 순간 움찔했지만 녀석은 능글능글 미소를 지으며 내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제주도에 남자만 있는것은 아니잖아?."

나는 알고 있다.

최찬영의 고교시절을. 녀석은 변함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녀석은 여자랑 수없이 자봤고 온갖 야한 얘기를 입밖으로 꺼냈다.

어제는 누구와 잤고, 내일은 누구와 잘테고. 누구는 얘민하고, 신음 소리는 누가 크고.

신입생이 들어오는 시기에는 자신을 포함한 몇몇 남자들에게 "3개월안에 아다 몇명 먹는지 승부하자"라고 대화한 것을 들은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녀석하고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가치관이 너무 맞지 않는다. 그러나 최찬영은 그런 종류의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반에서, 아니 학교에서 인기인이었다.

특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키가 크고 잘생긴 외모가 갖추어졌고 무엇보다 녀석의 말빨도 좋았다.

체육대회에서도 문화제에서도 항상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반 애들한테 진저리가 있던 나는 점점 고립되어갔다. 바로 최찬영과 나는 대조적인 고교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괜찮아..

나는 대학생이 되어 다시 태어난거니까. 게다가 지금의 나에게는 아영이가 있다.

그리고..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었다.

보안 검사를 마치고 우리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면서 더 좋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녀석들의 자리랑 우리들의 자리가 옆이었던 것이다. 설마 여기까지 우연이 겹쳐 버리면은..

아무튼 옆이라고 해도 정확하게는 창가에는 아영이와 내가있고 통로를 사이에두고 녀석들이 있는 위치였다.

녀석들이 때때로 말을 걸어왔지만 내가 아영이와 녀석들을 가로 막는 형국이었기에 녀석들이 아영이에게는 말을 별로 붙이지 못했다.

녀석들과 만난건 의외였지만 제주도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흩어지니 비행기만 참으면 된다.

그리고 잠시후 비행기는 무사히 공항을 이륙했다.

 "진수야, 이거 봐봐" 창가의 자리에 앉은 아영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해왔다.

아영이가 가리키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상공에서의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사실 나는 비행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영이와 창에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가 점점 좋아졌다.

확실히 예쁘다. 밖의 경치를 보고 감동하는 아영이가 순수하게 보였다.

저쪽 녀석들도 이런 아영이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나에게는 이런 여자친구가 있다. 부러워하라고.

아영이과 최찬영무리들 사이에는 내가 앉아 벽을 만들고 있었기에 아까처럼 아영이를 빤히 보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수십 분후 갑자기 내 몸에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갑자기 복부가 땡겨지며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윽"

 "무슨 일이야?"

 "자, 잠깐 배가..."

 "괜찮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아영이.

 "하하, 괜찮아, 괜찮아. 화장실 좀 다녀올게."

옛날부터 체질적으로 허약했던 나였다. 이런 복부 통증은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일어났었기 때문에 익숙하다.

하지만 하필 여행할때 아프다니. 화장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자리를 비우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20분정도 화장실에서 복부의 통증과 씨름하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통증이 조금 누그러지자

 나는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비행기가 섬에 도착 할 때까지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돌아가자

 보기 싫은 광경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영씨는 비행기 타는거 몇 번째??"

 "저는 처음이에요. 그래서 이번 여행 기대되는데요"

최찬영이 아영이와 말을 하고 있다.

게다가 녀석은 내가 앉아 있던 아영이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느새 아영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찬영씨도 처음이세요?"

 "아뇨, 전 한 5,6번 타봤죠."

 "좋으시겠다. 제주도도 많이 와봤어요?"

 "그럼요. 괜찮으면 좋은 곳 안내해 드릴까요?"

두 사람은 상당히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영이는 그녀석을 향해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다.

말을 건네면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로 대하는것이 아영이의 매력이었다.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나를 보며 짓는 아영이의 그 미소를 좋아했다.

 "맛집 같은 곳 위치 아세요? 달콤한 디저트 가게라던지."

 "디저트 가게요? 하하, 글쎄요"

 "아, 그래요. 남자는 별로 그런 것 먹지 않나봐요."

 "그렇죠. 아, 하지만 그러고 보니 맛있는 팬케이크 가게라면 알고 있죠."

 "정말요? 저 진짜 팬케이크 좋아해요!"

 "저는 그런거 싫어하는데 이 가게는 특히 맛있더라고요."

 "아~나도 먹어보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들 렌터카 빌릴 예정이니까, 데려다드릴까요? 진수랑 같이 오세요."

 "네, 좋아요. 진수오면 물어보고요."

나는 아영이와 찬영이쪽으로 다가 갔다.

 '아영아, 그 미소, 저 녀석따위에게 짓지마.'

나는 분명히 아영이가 그녀석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것을 질투하고 있었다.

 "어? 진수야. 괜찮아?"

 "야. 괜찮냐?"

자리에 돌아온 나에게 두 사람이 같이 물어왔다.

 "이제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

 "위장약이라도 내가 받아 올까?"

 "아니야 아영아, 괜찮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최찬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즉시 그녀석이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왔다.

 "아까전에 아영씨랑 제주도 얘기 좀 하고 있었어."

 "응, 진수야. 찬영씨가 맛있는 팬케이크 집 알고 있대."

 "우리들이 렌터카 빌릴거니까 진수 너랑 아영씨랑 태워서 데려다줄게."

 '나는 아영이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내려 온거라고. 너희 무리랑 놀기 위해 온것이 아냐.'

 "우리들도 우리들만의 예정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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