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4화 〉84편. (84/101)



〈 84화 〉84편.

“난휘 님께서 돌아오셨을 때 저는 이미 결심했어요.  몸과 마음은 이제 난휘 님을 위한 것입니다. 저를 거두어주신다면 앞으로의 삶, 난휘 님을 위해 바치겠어요.”

“……!”

김리온의 눈썹에 굴곡이 생겨났다.

그는 김레오네에게 배신당했다고까지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동생이 오난휘에게 이 정도로 심취했으리라고는 미처 간파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오난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김레오네에게 말했다.

“네 마음을 받아주지. 물론 몸까지.”

엘프 처녀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해요, 난휘 님.”

그렇게 대답하고서, 김레오네는 김리온과 유칼시온, 정볼트, 박로큰, 배치라스, 황카토리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그들에게 말했다.

“오라버니. 그리고 다른 분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밖에 답이 없어요. 워마갈리아 공화국의 오염된 손길로부터 우리 연방을 구해주실 분은 여기 계신 난휘 님이세요.”

“…….”

“항상 말씀하셨었잖아요. 부러젠 연방이 기미니 총통과 그의 친위대 때문에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희들의 힘만으로 총통 일파를 몰아낼 수 있을까요?”

김레오네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난휘 님의 태도를 보고 걱정이 되기도 하실 거예요. 하지만 저는 믿어요. 난휘 님은 겉으로는 퉁명스럽고 무심해보여도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잘 구분하시는 분이라는  통찰을요.”

김레오네는 계속 말했다.

“최소한, 겉으로는 신사적이고 온화한 것 같으면서 뒤에서 추악한 꿍꿍이를 꾸미는 기미니 총통과 그의 일파들보다는 훨씬 나은 분이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김레오네의 말을 듣고 오난휘의 포켓에서 소나 넬이 날아올랐다.
수호 요정은 귀여운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맞아요! 주인님이 지금껏 해오신 일을 생각해 봐요! 워마갈리아의 멍청한 여자들을 쓰러뜨릴  있는 건 주인님뿐이라고요~!”

소나 넬과 김레오네가 미소를 주고받았다.
오난휘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자들끼리 서로 뜻이 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리온과 유칼시온, 정볼트, 박로큰, 배치라스, 황카토리오는 뭔가 더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들의 침묵은 잠시 더 이어졌다.

오난휘는 생각했다.
이 녀석들을 한   조여 줘야 할 필요가 있을지.

그때 김리온이 입을 열었다.

“……알겠소.”

부러젠 연망의 명망있는 엘프 가문 출신 남자는 오난휘와 시선을 마주 하고서 말을 이었다.

“당신의 뜻을 따르겠소.”

김리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혼자만으로는, 아니, 동료들과 함께라고 하더라도, 오난휘가 협력해주지 않는다면 그저 헛된 발버둥뿐이라는 사실을.

김리온은 탐색대에 소속된 부하인 유칼시온, 정볼트, 박로큰, 배치라스, 황카토리오의 정신적 지주였다. 따라서 김리온이 그렇게 결정하자, 김리온의 동료인 그들 역시 김리온을 따라 오난휘를 리더로 인정하기로 했다.

오난휘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김리온에게 말했다.

“좋아. 당신들이 나를 따를 수 있게 허락하지. 그러면 김리온. 당신 말투부터 좀 바꿔 봐. 말과 생각은 함께 간다는 말도 있잖아? 당신 리더한테 계속 어떻소 저떻소 그럴 거야?”

김리온은 무심결에 ‘알겠소.’라고 대답할 뻔 했다.
하지만 오난휘를 리더로 인정한 이상 그건 안 될 일이었다.

김리온이오난휘에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지적대로 하겠습니다, 난휘 님.”

오난휘가 만족하며 대답했다.

“그래야지. 나도 이제‘당신’이라고 하는 대신 좀  편한 말투를 쓰겠어. 불만 있나?”

김리온이 말했다.

“없습니다.”

김리온의 다른 동료들도 말했다.

“난휘 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오난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김리온과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제야 속셈을 드러내면서.

“앞으로 너희들의 리더는나지만, 대중들에겐 김리온 네가 연방을 개혁하기 위한 집단의 지도자라고 소개하는  좋겠어. 내가 신의 사도로서 이 세계에 왔다는 말을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녀석들도 있을 테니까, 쓸데없는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

김리온이 눈썹을 찡그리며생각했다.
그러다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게 좋을  같습니다. 그런데…….”

김리온이 말끝을 늘이자 오난휘가 말했다.

“그런데, 뭐?”

김리온이 말을 이었다.

“제가 표면상의 지도자가 된다면 난휘 님께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예 흑막 뒤에 숨어 계실 겁니까? 하지만 기미니 총통 일파와 워마갈리아 공화국을 상대하려면 어차피 얼굴을 알리셔야  텐데요.”

오난휘도 그 점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해법 역시 생각해 둔 뒤였다.

오난휘가 김리온에게 대답했다.

“나는 참모 겸 행동대장을 맡지.  정도가 활동하기 편해.”

김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오난휘는 일어섰다.
그들이 지금까지 향후의 방침에 대해 논의했던 공터로부터. 그리고 제76 특수전 부대 막사 쪽을 가리켰다.

“나머지는 안에 들어가서 재정비를 하며 천천히 결정하자고. 아참, 저 안에는 나한테 덤볐다가 부상을 입고 쓰러진 연방군 녀석들도 있어.”

오난휘가 김리온을 보았다.
그러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 녀석들 설득할 수 있겠어? 우리한테 협력하도록 말이야.”

“음…….”

김리온이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가능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동태를 살핀 바로는, 고헨리먼의 부대원들 또한 워마갈리아 공화국을 증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워마갈리아에게 무조건적인 화평 정책을 펼치며 연방을 망치는 기미니 총통 일파에게 동조하는 까닭은, 일단 그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형성된 정부이기 때문이겠지요.”

오난휘가 중얼거렸다.

“고헨리먼……. 그 새끼 이름이 고헨리먼이었군.”

김리온이 계속 말했다.

“아무튼, 연방 주민들의 손에 의해 세워진 합법 정부라고 해도 그 정부가 연방 주민들의 여론을 조작하고 사탕발린 말로 우롱하며 이적행위를 한다면 설령 기존의 법을 어겨서라도 바로 잡아야 하겠지요. 법만 지키면서 나라가 망하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흠.”

“이 부대의 대부분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우리를 공격했을 겁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결정적인증거가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만…….”

“결정적인 증거?”

오난휘의 말에 김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미니 총통 일파가 워마갈리아 공화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나라를 팔아넘기려고 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말입니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심증이 가는 정도니까요.”

그때 김레오네가 끼어들었다.

“오라버니!저, 확실히 들었어요!”

김리온이 김레오네를 돌아보았다.

“듣다니, 뭘?”

엘프 처녀가 말을 이었다.

“고헨리먼의 부대장실에 끌려갔을 때요. 분명 고헨리먼은…….”

김레오네는 오난휘와 김리온에게 설명해주었다.
고헨리먼이 흥에 취해 지껄였던 총통 일파와 워마갈리아 공화국의 은밀한 관계를. 기미니 총통의 화평 정책은 기미니 총통이 호구인 증거가 아니라 위장일 뿐이라는 사실들을.

오난휘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호오……. 그 총통이란 새끼와 친위대들은 워마갈리아에게 아예 적당한 땅을 떼어줄 생각이라 그거지? 게다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 약인가 뭔가를 워마갈리아의 썅년들로부터 넘겨받아 추종자들에게 뿌리고 있고?”

김레오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틀림없어요. 난휘 님께서 제때 오시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도 그 약에…….”

엘프 처녀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김레오네는 어깨를 떨었다.

그녀를 보며 오난휘가 싱긋 웃었다.

“뭐, 이젠 마음 놓으라고.  세력에 들어왔으니 네 안전은 보장해줄게.”

“감사합니다, 난휘 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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