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83편. (83/101)



〈 83화 〉83편.


김레오네가 볼을 붉히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오난휘에게 방금 치료를 받은 젖꼭지와 클리토리스가 발딱 고개를 들고 있었다.

“돌아오셔서 정말 기뻐요, 난휘 님……. 저, 난휘 님을 계속 생각하면서…….”

그렇게 말하며 오난휘를 보는 김레오네의 눈동자.
 눈동자에는 지금 당장 오난휘와 몸을 섞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오난휘는 김레오네가 차마 잇지 못하는 뒷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엘프 처녀는 오난휘를 생각하면서 거듭 자위했을 터였다. 오난휘가 남겨준 정액의 냄새를 맡으면서.

김레오네는 오난휘의정액을 잃고 말았다.
고헨리먼의 부대에 체포당할 당시, 그들에게 빼앗기느니 없애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조치한 결과였다.

하지만 오난휘 본인이 김레오네의 앞에 있었다.
기억하라며 남겨둔 소량의 정액이 아닌, 무궁한 정액이 오난휘의 고환 속에 들어 있었다.

김레오네는 벌써부터 오난휘의 아랫도리에서 풍겨오는수컷의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고서 흥분에 몸이 달아올랐다.

그런 흥분과, 자신을 구해준 오난휘에 대한 감사함이 뒤섞였다.
김레오네는 한시라도 빨리 오난휘에게 몸을 바치며 오난휘의 즐거움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다.

또한 그녀 스스로도 오난휘와의 섹스로 예전의 쾌락을 되살리고 싶었다.
오난휘에게 섹스의 기쁨을 처음으로 배운 이후, 아무리 자위를 해도 그때만큼 황홀하지는 못했었던 것이다.

김레오네가 오난휘에게 말했다.

“난휘 님, 저, 난휘 님을…….”

엘프 처녀는 숨결을 가쁘게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난휘의 음경을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손만이 아니라 입까지 뻗으려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오난휘의 음경과자신의 몸을 접촉시키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오난휘는 음경을 거뒀다.
김레오네의 접근으로부터.

오난휘가 김레오네에게 말했다.

“네가 어떤 심정인지는 이해해. 하지만 지금은 너와 몸을 섞을 때가 아니다.”

“아…….”

엘프 처녀가 아쉬워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오난휘가 계속 말했다.

“지금은 네 오빠와 합류하는 게 우선이다.  사실을 잊지 마.”

그렇게 말하던 오난휘는 표정을 약간 풀었다.
그리고 김레오네에게 살짝 미소를 보내 주었다.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건 그 뒤로 미루지.”

그제야 김레오네의 얼굴에 떠올랐던 안타까움이 희석되었다.
엘프 처녀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네, 난휘 님!”

…….
…….
…….

오난휘는 김레오네를 데리고 제76 특수전 부대의 막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가 기대했듯이, 막사 밖에는 김리온과 그의 동료들이 숨을 죽여 기다리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레오네!!!”

김리온이 오난휘와 함께 막사를 나오는 여동생을 발견하고 외쳤다.
엘프 남자의 얼굴에안도와 기쁨이 어우러져 있었다.

“오라버니!”

김리온과 김레오네가 서로를 얼싸안았다.
김리온의 동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은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난휘는 시큰둥했다.
그에게는 엘프 남매가 재회한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얼마 후.
김리온과 김레오네, 그리고 김리온 탐색대의 생존자들이 오난휘에게 정식으로 예를 표했다. 그들은 오난휘가 자신들을 제76 특수전 부대로부터 구출해  것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오난휘가 그들에게 대답했다.

“뭐, 낯간지러운 말은 넣어두라고. 중요한 건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야.”

오난휘는 김리온 일행과 함께 논의했다.
일단 어느 곳을 근거지로 삼을지.

본래 오난휘는 지하 감옥에서 탈출시킨 김리온 일행을 데리고 아예 다른 지역을 갈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제76 특수전 부대의 막사를 휩쓴 뒤 그 생각이 바뀌었다. 제76 특수전 부대의 막사가 오난휘의 예상보다 시설이 더  갖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오난휘가 김리온 일행에게 말했다.

“아예 이 부대를 새로운 근거지로 삼는 게 어때?”

김리온이 말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소. 하지만 걱정되는 건…… 이 부대는 너무 눈에 띄지 않소? 그러다가 우리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연방군의 다른 부대들이 몰려들어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되오.”

오난휘가 대답했다.

“상관없어. 어차피 다 쓸어버릴 녀석들이니까. 괜히 새로운 근거지를 구하겠답시고 돌아다니다가 기력을 낭비하는 게 더 귀찮아.”

김리온과김레오네를 제외하고, 지하 감옥에서 구출한 김리온의 동료들은 다섯 명이 더 있었다. 둘은 인간이었고 하나는 드워프였으며 또 하나는 하플링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하프 오크였다.

인간인 유칼시온이 말했다.

“저도 오난휘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난휘 님께서 우리와뜻을 함께 하기로 하셨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드워프인 박로큰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리온 대장 말도 일리는 있수다. 하지만 고헨리먼 그 새끼가 부대를 잘 가꿔 놨잖수까. 이만  곳을 버리고 다른 곳을 근거지로 삼기엔 시간과 노력을 낭비가 너무 크외다.”

하프 오크인 황카토리오 역시 오난휘, 유칼시온, 박로큰과 의견을 함께 했다.
황카토리오는 다른 하프 오크들이 그렇듯 과묵한 남자였는데, 그가 어금니를 드러낸 채 ‘음음,’ 하고 호응하자 그 무게감이 남달랐다.

반면, 유칼시온과 동족인 정볼트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가 김리온과 오난휘의 눈치를 함께 살피며 말했다.

“저는 김리온 대장의 걱정을 공감합니다. 게다가 고헨리먼은 교활한 새끼였습니다. 이 막사가 아무리 번듯해 보여도 놈이 어떤 함정을 숨기고 있을지 알  없습니다. 난휘 님이 처음에 하신 생각대로 아예 이곳을 떠나  근거지를 마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플링인 배치라스는 끝까지 의견을 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발언 차례가 되자 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근거지를 꾸리나 다른 곳으로 유랑을 하나, 어차피 일장일단은 있다고요.  그냥 정해지는 의견에 따를래요.”

오난휘는 팔짱을 낀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어. 난 당신들의 동의를 얻으려는 게 아니야. 통보를 하려는 거지.”

“……!”

오난휘의 확고한 말투에 김리온 일행은 흠칫했다.
오난휘가 김리온, 김레오네, 유칼시온, 정볼트, 박로큰, 배치라스, 황카토리오를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당신들은 의견을 낼 수는 있어. 하지만 그 의견을 받아들일지 무시할지는 내가 결정하지. 다시 말하면, 이 집단의 리더는 오직 나야. 저기 있는 김리온이 아니라.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

“…….”

김리온 일행이 침묵을 지켰다.
입을 굳게 다문 채로.

오난휘가 다시 말했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날 떠나도 좋아. 당신네들끼리 그걸 쿠데타라고 부르든 혁명이라고 부르든 마음껏 해보면서 이 부러젠 연방이란 곳을 바꿔 봐.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오난휘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남겠다면, 그리고 내 방침을 따르기로 맹세한다면, 확실히 약속하겠어. 지금까지의 나약한 부러젠 연방을 뿌리부터 바꿔주겠다고. 그렇게 해서, 워마갈리아 공화국이 이 세계를 절대로 집어삼키게 두지 않겠다고.”

“…….”

“지금 이 자리에서 들었으면 좋겠군. 직접 말해. 나를 떠날지. 아니면 나를 리더로 인정하고 새로운 연방을 위해 협력할지.”

오난휘로선 이건 도박이기도 했다.
사실 그는 김리온이 필요했다. 외부인인 그가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며 설친다면 부러젠 연방주민들의 호응을 효율적으로 얻기 힘들 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난휘는 그것을 숨기며 김리온 일행에게 충성을 요구하고 있었다.
자신은 김리온 일행이 전혀 필요 없으며, 어디까지나 김리온 일행이 원해서 그들을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오난휘는 이 도박의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김리온 일행은 실질적인 부대를 잃은 반역자로 전락했다. 오난휘가 아니고서는 결코 재기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러니 오난휘는 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 기회에 김리온 일행을자신에게 묶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리온 일행에게 사탕발린 말로 이용당하는 대신, 그들을 이용하는 것이 오난휘 자신이 되어야만 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김레오네였다.
엘프 처녀가 아름다운 눈으로 오난휘를 보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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