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6편. (36/101)



〈 36화 〉36편.


“그래.”

오난휘는 깔끔하게 인정했다. 진바우만이 흠칫하며 놀랐다. 그에게 오난휘는 계속 말했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리으니 수령은 물론 워마갈리아 공화국에 가담한 모든 쓰레기들을  땅에서 완벽하게 지워버릴 수 있다고.

“작정하고 덤비면 길어봤자 한 달 안에 끝날 걸?”

하지만 김리온에게 말했듯이, 오난휘는 진바우만에게도 확실히 말했다.쿠데타를 일으켜 기미니 총통을 쫓아내고 부러젠 연방의 기강을 확립하려는 거창한 계획에 동참할 생각은 아직까진 없다고.

“그리고 난  세계를 느긋하게 다니면서 좀 더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단 말씀이야. 그러니까 워마갈리아 공화국 본토를 직접 침공하고 싶지도 않아. 최소한 당분간은.”

“그러는 동안 무고한 백성들이 워마갈리아 계집들의 역겨운 사상과 추악한 행패에 고통을 받아도 말인가?”

“그래. 워마갈리아 계집년들의 여성 우월주의는 구역질이 나지만, 내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거든. 나 마음대로 살아도 좋다고 높으신 분께 허가도 받은 상태고. 내가 신의 사도라는 걸 믿든 안 믿든 당신네 마음대로 해.”

“…….”

진바우만은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만두었다. 그러더니 증류주를 다시 잔에 가득 채우고 벌컥벌컥 마셨다. 오난휘를 설득하려고 해봤자 말이 통하지 않으리란 사실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내가 물을 차례인가?”

오난휘가 그렇게 말하자 진바우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난휘는 우선 홍아루린의 고향인 나네나 마을 방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요구했다. 그러자 진바우만이 말해주기를, 그쪽의 상황은 좋지 않다고 했다. 워마갈리아의 전투원들이 그쪽에 상당수 파견되었다는 첩보를 들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오난휘에게 호위를 부탁한 홍아루린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은 셈이었다. 하지만 고향 마을까지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도 그녀의 고향 마을이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없을 터였다. 진바우만의 말이 맞다면 무사하지 않을 확률이 더욱 컸다.

“그리고 당신네 부대의 기강 말인데, 병사들이  군기가 빠져 있더군? 그 이유가 혹시…….”

오난휘는 지적했다. 진바우만의 진중한 태도와 병사들의 태도가 차이 나는 점을. 그리고 진바우만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추측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위장일세.”

“역시.”

진바우만은 김리온의 동지 모임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기미니 총통 일파의 가혹한 숙청을 피한 이들 중 하나였다.

쿠데타를 일으킬 만  때가 오기를 김리온과 함께 기다리며, 진바우만은 총통 친위대의 감시를 피하고자 일부러 부대를 방탕하게 운용하고 있었다. 현실에 좌절하여 술의 힘을 빌려 사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오난휘와 진바우만은 각자에게 들어야  것들을 다 들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진바우만을 오난휘와 함께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오난휘는 텐트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는 하플링 처녀와 먹겠다고 거절했다.

“아, 그 하플링 말이네만,”

진바우만이 슬쩍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쪽의 이건가? 아니면 좀 더 소중한 인연?”

오난휘가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의뢰자일 뿐이야. 몸도 섞긴 하지만.”

“……그렇다면 거리낌 없이 권할 수 있겠구먼.”

“뭘?”

의아해하는 오난휘 앞에서 진바우만은 막사 밖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얼마 후, 오난휘 또래로 보이는 아름다운 처녀 하나가 부대장 막사로 들어왔다. 긴 머리카락은 하늘하늘했고 그녀가 걸을 때마다 선이 예쁜 젖가슴과 골반이 리듬감 있게 흔들렸다.

“호오?”

오난휘는 진바우만이 갑자기 낯선 처녀를 부른 까닭을 알지 못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러는 사이 처녀는 오난휘에게 고혹적인 눈웃음을 남기고서 진바우만의 옆에 와 섰다.

처녀가 진바우만에게 말했다.

“부르셨나요, 진바우만 님?”

“그래, 시마리아나. 저쪽은 오난휘라고 한다. 인사드려라.”

진바우만의 말에 따라, 시마리아나라고 불린 미녀는 공손히 예를 올렸다. 오난휘는 일단 고개를 까닥여  인사를 받았다. 그러면서 시마리아나의 곳곳을 눈으로 훑었다.

그녀는 젖가슴과 골반은 물론, 목덜미와 어깨의 라인까지 예뻤다. 남자의 눈길을 단연 사로잡을  한 몸매라고 오난휘는 생각했다. 시마리아나는 엘프가 아니라 인간이었는데 거의 엘프 수준의 미모를 갖고 있었다.

“이 여자는 뭐지?”

시마리아나를 가리키며 묻는 오난휘에게 진바우만이 대답했다.

“사적으로 내게 봉사하는 아가씨일세. 전장에서 구해준 뒤부터 계속 나를 따르고 있네. 전선에서 싸우다 보면 여자가 그리운 법인데, 시마리아나는 남자들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데에 아주 능하지.”

“그래서, 나한테 소개해주는 이유는?”

“나는 그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네. 김리온이 그랬듯이, 나 또한 때가 되면 그쪽의 도움을 받기를 바라네.”

“호오.”

결국 시마리아나는 오난휘를 향한 진바우만의 공물이었다. 진바우만은 시마리아나를 오난휘에게 하룻밤 대여해 줄 테니 원하는 대로 품어보라고 권했다.

오난휘가 씨익 웃으며 진바우만에게 말했다.

“당신, 날 처음 봤는데   파악했군.”

“통찰력이 있으려고 노력은 한다네.”

“하지만 공짜는 끝이 안 좋은 법인데.”

“공짜가 아닐세. 말했듯이 나는 그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네. 만약…… 김리온과  꿈이 이뤄져서 총통이 교체될 날이 있을지 모르지. 그리고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닐세, 오난휘.

꿈을 꿨던 이들이 같은 미래를 본다면 좋겠네만 현실은 냉혹한 법. 김리온의 세력과 내 세력이 내부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없다고 생각하네. 그런 때가 오면 자네는 부디 내게 힘을 빌려주면 고맙겠네.”

“장담은 못 해주겠는데. 그런 약속을 해두기엔 아무리 저 여자가 미녀라도 하룻밤으로는 싸.”

“장담까지는 필요 없네. 깊은 관계를 하룻밤 만에 쌓아올릴 수야 있나.”

시마리아나를 제공하는 것은 앞으로 천천히 제공할 향응에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진바우만은 말했다. 오난휘가 워마갈리아 공화국 타도를 길게 보기로 했으니, 자신 또한 서두르지 않고 오난휘와 바람직하고도 탄탄한 관계를 차분하게 형성하고 싶을 뿐이라고 하면서.

진바우만은 오난휘에게 동맹을 제안한 셈이었다. 그리고 그 제안에 오난휘는 생각해 보겠다고만 대답했다. 진바우만은  시점에서는 그 정도 대답으로도 일단 만족한 것 같았다.

일단 시마리아나를 따먹을 생각에 오난휘는 음경에 더욱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시마리아나는 진바우만과 여러  섹스를 했을 테니 숫처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숫처녀이든 아니든 한  온몸을 맛보고 싶을 정도는 됐던 것이다.

시마리아나가 오난휘에게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어떤 포즈를 취하면 자신의 몸이 더욱 색기 있게 보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마리아나는 오난휘에게 말했다.

“여기서 바로…… 즐거운 일을 하시겠어요? 저는 언제든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하지만 오난휘는 시마리아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생각했다. 급하게 먹는 여자나 음식이나 체하기 쉽다고. 가능하면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맛보고 싶다고.

우선 홍아루린과 식사를 한 뒤 소화를 겸해 섹스를 하기로 했다. 시마리아나를 즐기는 것은 그 다음이 나을 것 같았다.

오난휘는 진바우만에게 말했다. 시마리아나를 따로 마련된 텐트에서 대기시키라고. 그러면 홍아루린과의 섹스 후에 그 텐트로 가서 시마리아나를 밤새도록 즐길 것이라고.

진바우만이 증류주가 담긴 잔을 비우고서 대답했다.

“원하는 대로 해주겠네. 나로선 그쪽이 잊지 않아주면 되네. 내가 최대의 향응을 제공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사실을.”

“…….”

“오난휘, 나는 믿고 있네. 그쪽이 남의 호의를 받고서 나중에 그걸 무시할 만큼 싸가지가 없는 부류는 아니라고. ……그럼, 부디 맛있게 먹게나. 저녁도, 여자도. 시마리아나 쪽은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은 뒤 쾌락 봉사를 준비하게 해두겠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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