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35편. (35/101)



〈 35화 〉35편.

앞서 정찰을 보냈던 소나 넬이 날개를 열심히 팔락이며돌아왔다. 소나 넬은 오난휘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앞에 부대가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부대와 맞닥뜨리게 될 거예요! 백 명은 넘는  같아요오!”

“흠.”

오난휘는 소나 넬의 보고를 받고 물어봤다.  부대가 워마갈리아 공화국의 부대인지 아니면 부러젠 연방의 부대인지.

소나 넬이 오난휘에게 대답하기를, 부대원들이 검은색 쫄쫄이 타이즈를 입거나 스타킹을 뒤집어 쓴 듯한 복면을 하고 있진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부러젠 연방의 문양이 그려진 군기가 펄럭거리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말을 듣고 오난휘가 말했다.

“잘 됐군. 물자를 보급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소나 넬이 피해가는  낫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냈다. 멀리서 정찰한 결과이긴 하지만 김리온의 탐색대보다 군율이 훨씬 흐트러져 보였다면서.

하지만 오난휘는 그렇든 말든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자기를 방해하면 상대가 워마갈리아 공화국이 됐든 부러젠 연방이 됐든 박살내고 짓밟을 뿐이라며 씨익 웃었다.

“어련하시겠어요, 주인님이~”

소나 넬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오난휘의 명령에 따라 포켓 속으로 되돌아 왔다.

발견된 연방군 부대가 군율이 흐트러져 있다는 말에는 홍아루린 역시 불안감을 느꼈다. 가족들과 여행을 하던 때 그녀는 경험한 적이 있었다. 어떤 연방군 부대는 백성들을 지키기 위한 부대라기보다는, 부대장의 사적 군대로 타락하여 도적떼나 다름없는 행각을 벌이기도 했었던 것이다.

홍아루린은 걱정했다. 혹시나 소나 넬이 발견했다는  부대가 그런 종류의 타락한 부대가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홍아루린은 현명한 하플링 처녀였다. 그래서 오난휘의 결정에 감히 토를 달지 않았다. 오난휘가  부대와 접촉하기로 결정했다면 얌전히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사실을 홍아루린은 직감한 것이다.

“그럼 가볼까!”

오난휘가 전진을 재개했다. 홍아루린은 불안을 억누른 채 오난휘를 따라 부지런히 발을 움직이였다.

…….
…….
…….

“정지!”

“네놈은 뭐냐!”

소나 넬이 예측했듯이, 기존의 방향대로 계속 걸어간 오난휘는 고개를 넘자마자 부러젠 연방 소속 부대의 경계병들과 맞닥뜨렸다. 경계병들 뒤에는 김리온의 탐색대보다 더 큰 규모의 야전 진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 오난휘.”

오난휘는 그렇게 태연히 말했다. 하지만 연방의 경계병들에게는 오난휘의 이름이 먹히지 않았다. 오난휘의 악명이든 좋은 소문이든 이쪽 지역에까지는 아직 퍼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이 새끼가 미쳤나? 손들고 무릎 꿇어! 거기! 하플링 년도!”

오난휘의 이름을 듣고도 연방 경계병들은 창과 쇠뇌를 겨누며 윽박질렀다. 이대로라면 김리온의 부대와 처음 만났을 때 겪었던 일이 반복될 뿐일 터였다.

하지만 오난휘는 굳이 이것들을 상대로 정액을 낭비하기 싫었다. 그는 이미 김리온의 추천장을 들고 있었고, 경계병들에게 그것을 팔랑팔랑 흔들며 말했다.

“눈깔 안 삐었으면 이것부터 확인해, 병신들아. 느그들 같잖은 좆씹 인생 종치고 싶지 않으면.”

“엇…….”

경계병들은 오난휘의 당당하다 못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와 공중제비를 도는 태도에 당황했다. 성질 같아서는 들고 있는 종이쪼가리를 확인하기는커녕 쇠뇌로 쏴버리고 싶었지만, 경계병들의 생존 본능 세포가 속삭이고 있었다. 그랬다가는 넌 정말 인생이 씹좆 같이 되어버릴 거라고.

경계병들은 오난휘와 홍아루린에게 무기를 겨눈 채로 조심하며 오난휘가 들고 있던 종이를 확인했다. 그것이 다른 부대장의 추천장이라는 것을 깨달은 경계병들은 놀랐지만 혹시 위조 추천장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

“자, 잠깐만 기다리슈!”

아까보다는 누그러진 태도로 경계병 하나가 추천장을 들고 막사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잠시 후 돌아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용서를 구하더니, 동료들을 닦달해 오난휘 일행에게 길을 터주게 했다.

오난휘 일행이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부대장 막사였다. 이 부대의 부대장은 각이 진 얼굴을 한 우람하고 건장한 사내였다. 김리온보다 많게는 열 살에서 적게는 다섯 살 정도 나이가 많아보였다.

“그쪽이 오난휘군.”

오난휘 일행이 막사에 들어오자 부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오난휘는 딱히 그 악수를 거부하지 않고 맞잡아 주었다. 부대장의 손가락마디마다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있는 악수였다.

“이 부대를 지휘하는 진바우만일세. 만나서 반갑네. 김리온 이 친구, 허튼 소리를 하는 친구가 아닌데 그쪽에 대한 평이 굉장하군.”

진바우만은 오난휘에게 김리온의 추천서를 돌려주었다. 오난휘는 그것을 다시 품에 넣었다. 그리고 진바우만이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진바우만의 시선이 오난휘를 지나 홍아루린을 향했다. 그는  하플링 아가씨는 누구냐고 오난휘에게 물었다. 오난휘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대신, 여행을 하다가 만난 사이라고만 대꾸했다. 그러자 진바우만은 홍아루린에 대해서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진바우만이 오난휘에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쪽에게 뭔가 도와줄 일이 있나?  부대로 온 목적은?”

오난휘가 하품을 하고서 대답했다.

“굳이 당신 부대로 일부러 온 건 아냐. 내가 가는 길과 당신 부대가 지나가는 길이 엇갈렸을 뿐이지.”

“…….”

오난휘는 진바우만에게 물자를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홍아루린의 고향인 나네나 마을까지 갈  한 물자는 오난휘에게 남아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여러 가지를 아껴 쓰고 있었다. 진바우만 부대에서 물자를 받으면 좀 더 풍족한 여행이 가능할 터였다.

“다행히 우리도 근처 마을로부터 물자 징발을 끝낸  얼마 안 됐네. 그쪽에게 지원할 물자는 충분할 것 같군.”

그렇게 말하며 진바우만은 오난휘의 요청을 거부감 없이 수락했다.

한편 오난휘는 진바우만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소나 넬은 진바우만 부대가 행군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군율이 많이 흐트러진 부대 같다고 했었다. 실제로 오난휘가 경험한 경계병들의 모습은 절도 있는 병사들이라기보다는 거친 싸움꾼 패거리에 가까웠다.

하지만 진바우만은  진중한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휘하 병사들의 무절제한 행위들을 용납할  한 스타일 같진 않았다. 그런데 부대의 군율이 흐트러져 있다면 뭔가 속사정이 있으리라고 오난휘는 짐작했다. 그는 호기심이 이는 것을 느꼈다.

“물자를 제공하는 것과별개로,”

진바우만이 오난휘에게 제안했다.

“김리온의 추천을 받은 그쪽을 이대로 보낸다면 실례가 될 것일세. 바쁘지 않다면 오늘밤은  부대에서 묵어가는 것이 어떻겠나?”

“호오.”

그 제안에 오난휘는 잠시 생각하다가결국 받아들였다. 홍아루린의 불안감 섞인 눈빛을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어차피 머지않아 해가 질 터였고 진바우만의 부대에서 묵고 아침에 출발해봤자 일정이 크게 늦어지진 않을  같았다.

오난휘는 홍아루린과 같은 텐트를 쓰겠다고 했다. 그 말엔 진바우만은 하플링 처녀가 오난휘에게 성적인 봉사를 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얼핏 눈치 챈 것 같았다.

“그렇게 하게나, 그럼.”

그리고 오난휘는 진바우만에게 말했다. 당신에게 따로 몇 가지 묻고 싶은  있는데 둘이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마침 잘 됐군. 나 또한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오난휘는 홍아루린에게 지시했다. 배정 받은 텐트로 먼저 가서 쉬고 있으라고. 그러면서 소나 넬이 들어 있는 포켓까지 홍아루린에게 함께 맡겼다.

진바우만은 자신의 호위병들을 부대장 막사에서 내보냈다. 어차피 건장한 그의 몸집으로 보아 호위병보다 진바우만이 더 강할  같았다.

이제 막사에는 오난휘와 진바우만, 그 둘만이 남았다. 진바우만이 강한 증류주를 꺼내 잔  개에 따르더니 먼저 원샷을 하고 오난휘에게 다른 잔을 권했다.

오난휘는 술을  모금 머금었다. 혀와 목구멍까지 짜릿했다. 원래 세계의 위스키와 비슷한 맛이 나는 술이었다.

진바우만이 오난휘에게 말했다.

“먼저 묻겠나? 아니면 내가 먼저 물을까.”

오난휘는 진바우만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관용을 베푼 것이 아니라, 진바우만이 어떤 사실을 궁금해 하느냐에 따라서 오난휘의 질문도 변화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진바우만이 눈썹을 더욱 찡그리더니 입을 열었다.

“김리온의 추천서에는 암호가 적혀 있었네. 뜻을 나눈 이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지. 덕분에 나는 김리온이 그쪽에게 우리의 큰 뜻을 언급했다는 알  있었네.”

“흐응~ 김리온의 동지였구만, 당신.”

진바우만의 눈빛이 더욱 진지하고 날카로워졌다.

“오난휘. 정말 사실인가? 워마갈리아 공화국을 이끄는 유일 수령 리으니를, 그 썅년을 해치울 수 있을 만 권능을 갖고 있다는 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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