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14편.
…….
…….
…….
오래 지나지 않아 오난휘가 류하네아의 집을 발견했다. 켄타우로스 종족 특유의 방식으로 지어진 그 집은―인간 기준으로는 주택이라기보단 마구간처럼 보이긴 했는데―엉망이 되어 있었다. 울타리가 박살나고 곳곳에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류하네아의 아버지가 저항하던 흔적일 터였다.
류하네아는 아버지의 시체를 껴안고서 울고 있었다. 류하네아의 아버지로 보이는 그 켄타우로스 수컷은 가슴이 헤집어져 심장이 뽑혀 나간 상태였다. 네 다리와 두 팔이 모두 꺾여 있었고 얼굴 한 쪽이 뭉개져서 몰골이 끔찍했다.
오난휘는 류하네아를 위로했다. 그리고 류하네아가 아버지의 시체를 묻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들은 집에 남은 흔적들을 좀 더 살폈다. 그 결과, 류하네아가 숲을 탐색하고 있을 무렵에 워마갈리아 전투원들이 이 집을 발견하여 공격해 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류하네아는 오난휘 덕분에 오크 전투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그녀의 아버지와 여동생에겐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류하네아의 아버지는 병들기도 했고 저항이 심해서, 워마갈리아 전투원들은 그를 끌고 가는 대신 잔혹하게 죽였다. 반면 류하네아의 여동생은 시체가 없는 것으로 보아, 그리고 말발굽의 흔적으로 보아 워마갈리아 전투원들에게 생포당한 것 같았다.
오난휘가 말했다.
“네 아버지의 시체는 경직이 심하지 않았었어. 여동생은 아직 멀리 끌려가지 않았을지 몰라.”
“그렇다면……!”
“생포된 자들은 보통 지역 본부로 끌려가는 것 같더군. 네가 발견했다는그 불길한 건물로 날 안내해 줘. 나 혼자 가면 더 빠르겠지만 넌 내 스피드를 따라잡진 못할 테니까.”
“내가? 인간인 너를?”
류하네아는 오난휘의 자신감을 이해하지 못했다. 켄타우로스들의 질주 속도는 인간보다 훨씬 빨랐던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녀가 오난휘를 등에 태우고 달려야 하지 않나 생각하던 참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통상적으론 켄타우로스들이 하지 않는 행위였다.
하지만 오난휘와 계속 말을 섞고 있을 틈이 없었다. 켄타우로스 처녀는 창을 움켜쥐고서 핏발 선 눈으로 말했다.
“내 아버님의 원수! 워마갈리아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내 동생에게까지 몹쓸 짓을 한다면 목숨을 바쳐 끝장을 볼 것이다!”
오난휘는 딴죽을 걸고 싶었다. 목숨까지 걸지는 말라고. 목숨을 걸 만 한 일은 세상에 없다고. 그렇게 쫄깃하고 맛있는 아랫도리를 갖고 있는데 그 몸뚱이가 시체가 되면 너무 아쉽지 않느냐며.
하지만 오난휘는 그런 말이 류하네아에게 위로가 되기는커녕 류하네아의 화를 돋우고 나아가 오난휘 자신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래서 팔짱을 낀 채 그냥 침묵을 지켰다.
류하네아가 오난휘를 돌아보며 말했다.
“인간! 내 복수를 도와다오! 그렇다면 그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
“호오, 반드시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켄타우로스 처녀가 좀 더 냉정했다면 굳이 그런 맹세를 하지 않아도 오난휘가 워마갈리아 공화국의 지역 본부를 공격하려 한다는 것을 떠올렸을 터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여동생의 납치 때문에 류하네아는 몹시 흥분해 있었고, 어차피 그녀는 계산적으로 일일이 따지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류하네아가 의지로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맹세는 지킨다! 반드시!”
오난휘가 씨익 웃었다.
“마음에 드네. 좋아. 네 여동생을 정말 구할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너희 가족을 이 꼴로 만든 그 녀석들은 확실히 죽여줄게. 그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그럼 시간 끌 거 없잖아? 빨랑 가자고.”
“이쪽이다, 인간! ……정말 내 위에 안 타도 괜찮겠나? 특별히 허락할 생각이었다만.”
“그런 걱정은 말고, 네가 발견했다는 그 건물이나 잘 찾아.”
“하앗!”
투다닥! 투다닥! 투다닥! 투다닥!
류하네아가 기합과 동시에 내달렸다. 과연 켄타우로스였다. 힘차게 대지를 박찰 때의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 움직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류하네아는 수풀 저 너머로 순식간에 멀어졌다.
오난휘는 한가롭게 말했다.
“그럼 따라가 보실까~”
그러면서 옷고름을 풀러 아랫도리를 드러냈다. 능숙하고도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경을 비벼 발기시켰다.
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
딸딸이를 치기 시작하자 근육에 힘이 돌았다. 딸근에서 시작된 권능이 온몸으로 퍼져 흐르고 있었다.
“섹딸권 제6 전투술! 자위 쾌속진!”
파파파파파파파팟!!!
…….
…….
…….
류하네아는 당황했다. 인간인 오난휘가, 전력으로 질주하는 자신을 따라잡았다는 사실에. 그리고 더욱 당황했다. 따라잡은 것도 모자라, 앞서가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설렁설렁 움직이는 광경에. 그리고 더 더욱 당황했다. 오난휘가 딸딸이를 치며 달리는 모습을 보고.
오난휘와 류하네아는 숲을 벗어나 순식간에 언덕 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지점에 도착하는 동안 워마갈리아 공화국의 전투원들은 맞닥뜨리지 못했다. 류하네아의 여동생을 납치해 간 자들이 이미 언덕을 넘어갔다는 증거였다.
오난휘가 말했다.
“아무래도 마법 기계까지 동원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빨리 행군할 수 있을 리 없잖아.”
“큿…….”
류하네아가 낭패 어린 표정을 지으며 신음했다.
“그럼 설마, 벌써 본부로 끌려가 버린 것인가? 그, 그렇다면…….”
“이미 워마갈리아의 전투원으로 세뇌를 받아 육체까지 개조되는 중인지도 모르지.”
“아, 안 된다! 류레아에게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다!”
“여동생 이름이 류레아?”
오난휘의 물음에 류하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류레아의 인상착의……아니, 켄타우로스 상 착의라고해야 하나? 아무튼 생김새를 최대한 말해줘. 그리고, 네가 발견했다는 그 건물이 어디 있는지 가까이 갈 필요도 없으니까 방향만 지적해라.”
오난휘는 류하네아는 언덕 위에 남아 있게 했다. 자기 혼자 워마갈리아 지역 본부 건물에 돌입해서 류레아를―아직 세뇌와 개조를 안당했다면―구출해서오겠노라고 말하며.
“류레아가 이미 세뇌와 개조를 받았다면, 내가 네 여동생에게 베풀어줄 자비는 하나뿐이다. 죽음. 내가 워마갈리아의 사상에 정신이 더러워진 자는 되돌릴 방법이 없어.”
“하, 하지만……!”
“너로서도 사랑하는 여동생이 여성 우월주의자가 되어, 네 아버지를 죽인 자들과 동류로서 설치고 다니는 꼴은 보기 싫을 텐데?”
“…….”
“그러니까 넌 여기서 기다려라. 네가 곁에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되니까.”
“정말 류레아가 워마갈리아의 전투원이 되어 있다면…….”
류하네아가 결심이 깃든 표정으로 말했다.
“죽이지 말고 살려서 내 곁에 데려와주면 안 되겠나? 설득해…… 보고 싶다.”
“설득? 흐음…….”
오난휘가 사후신계에서 읽은 정보에 따르면 워마갈리아의 세뇌는 설득으로 깨어질 만 한 종류의 마법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난휘는 류하네아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류하네아의 이어진 말이 오난휘가 마음을 고쳐먹게 만들었다.
“만약 설득이 안 통해서 죽여야 한다면, 언니인 내가 직접 하겠다. 부탁한다, 인간.”
오난휘가 가볍게 혀를 찼다.
“힘든 일을 대신하게 해주려고 했더니만. 알겠어. 그렇게 하지, 그럼.”
“고맙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류하네아는 여전히 의구심이 어린 얼굴이었다. 오난휘가 워마갈리아 공화국의 지역 본부에 혼자 쳐들어가려는 걸 말리지 않아도 괜찮을지.
하지만 오난휘는 워낙 자신만만했다. 그리고 류하네아는 경험했었다. 자신을 쫓던 오크 전투원 셋을 오난휘가 단숨에 제압하는 것을. 그래서 류하네아는 오난휘를 말리는 대신, 그녀가 발견한 건물이 있는 방향을 손을 들어 가리켰다. 그러면서 오난휘에게 말했다.
“믿는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빌고 있으마.”
사실은 류하네아가 직접 복수에 나서고 싶었다. 그러나 류하네아는 멍청한 여자가 아니었고, 켄타우로스 혼자서는 그 수많은 워마갈리아 전투원들과 그들의 무시무시한 마법 기계를 도저히 당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기까지 나선다면 오난휘가 말했듯이 오난휘의 발목만 잡을 판이었다. 또한 류하네아가 전장에서 죽을 확률도 급격히 높아질 터였다. 복수는 살아야 끝을 볼 수 있는 법이었다. 류하네아는 아버지를 죽이고 여동생을 끌고 간 자들의 최후를 보기 전까지 눈을 감을 마음이 없었다.
“저쪽이라 이거지? 그럼, 가보실까!”
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