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82 104. 제국의 길 =========================================================================
9월 17일 스웨덴과 작센 연합, 그리고 틸리 백작이 지휘하는 제국군이 맞붙은 브라이텐펠트 전투가 벌어졌다. 양측이 합계 7만여 병력을 동원한 대규모 조우전이었다.
전장 주변 여러 언덕과 하늘에서 다각도로 촬영한 영상을 모아 참모본부에서 분석에 들어갔다. 스웨덴의 승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충분한 예비대를 두어 적재적소에 활용한 것이 첫 번째 승리 요인으로 꼽혔다.
“전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예비대를 저렇게 많이 두는 것은 마음에 안 들어.”
“도련님은 항상 병력을 절약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지요.”
전투 중에 모든 병력이 교전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병력을 동시에 실제 전투에 직접 참가시키는 것이 승리 확률을 높이는 길이었다.
한니발이 승리한 칸나이 전투에서 적의 포위망에 갇힌 로마군은 이미 죽었거나, 움직일 공간이 부족해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적의 칼날에 맞아 죽어가거나, 아군들 틈에 끼어 꼼짝 못하고 죽기를 기다리거나 셋 중 하나였다. 제대로 싸운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반면에 얇은 진형을 갖춘 카르타고군은 실제로 대부분이 전투행위를 계속 이어나갔다. 이는 열 배나 되는 엄청난 사상자 교환비율로 나타났다.
1939년 겨울전쟁에서 핀란드군과 싸운 소련군도 마찬가지였다. 길고 좁은 길에서 진격을 멈춘 소련군은 핀란드군보다 병력이 몇 배나 많았으나 십여 토막 이상으로 분리돼 있었다. 소수의 핀란드군이 집중해서 장작 패듯이 하나씩 깨는 동안 소련군은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기만 했다. 나폴레옹과 중공군도 병력의 절약과 집중 원칙에 충실했다.
“그래. 전투 중에 뒤에서 구경하는 스웨덴 예비대 놈들, 테르시오에게 한 방에 밀려 도주하다가 같은 편인 스웨덴군의 보급 마차를 터는 작센군 놈들, 장창 들고 저벅저벅 걷는 에스파냐 놈들. 다 마음에 안 들어.”
“양측 다 화력이 부족해서 단번에 적의 대열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아직 유럽에서는 적의 집단 도주를 유도해야 승리합니다.”
“그건 상원수 말이 맞아.”
전장에서 객관적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 전황이 어찌 돌아가든, 적에게 패전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심어줘서 우르르 도망가게 만들어야 쉽게 이길 수 있었다.
1세기가 넘게 이어진 영란 전쟁에서 양측 해군은 군함의 갑판 전체를 피와 같은 빨간 색으로 칠해버렸다. 전투에서 이기고 있는 중인데도 갑판에 가득 퍼진 핏물을 보고 아군의 피해를 과대평가해 도주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군은 포위섬멸전을 선호하지 않습니까? 전쟁이 길어지면 전비를 감당하기 어려우니까요.”
“그건 김 원수 말이 맞아. 작전 짤 때 장기전은 꼭 피해줘.”
이민호가 황희 정승의 마음으로 계복과 참모본부장 김현수 원수를 차례로 칭찬해줬다. 조선에서는 노비나 소작농 출신이었지만 고산국에서는 군의 최상층에 오른 원수들이었다.
장군들도 승진 경쟁이 치열해서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인구에 비해 병력이 적은데도 장군들 계급을 계속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정년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가 이미 지났지만, 개국공신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에는 어림없었다.
“어쨌든 1원 내놔.”
“쳇! 여기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사십시오.”
“내가 왕인데 그럼.”
내기에서 진 계복이 삐쳤다. 제국군이 마그데부르크에서 학살을 일으킴으로써 신교도 제후들이 구스타브 2세 아돌프에게 붙어 스웨덴군이 승리할 것이라는 이민호의 예상이 맞아들었다. 이번 전투에서 신교도 군대가 최초로 결정적인 승리를 차지했지만 아직 제국군의 역량이 남아 있었다.
얼음 여왕이 100만 대군보다 강력한 군대를 이끌고 고산국 왕궁을 무자비하게 침공했다. 8인치 함포탄에 직격을 당해도 버틴다는 두꺼운 성문이 저항 없이 열렸고, 특전대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보유했다는 수십 명의 호위들도 적의 귀여움에 단번에 무력화됐다. 국왕 이민호는 품안에서, 무릎에서 노는 외손자와 외손녀들에게 함락당하기 직전이었다.
“아바마마! 쇄빙선 주세요! 네? 석천이한테는 두 척이나 주고 저는 왜 안 줘요? 히잉~ 딸 차별하는 거여요?”
“크으윽! 너답지 않게 웬 애교냐? 석천이는 핀란드 군주고 너는 차르의 배우자다. 더욱이 핀란드는 속국이고 루스 차르국은 법제상 독립국이다.”
“사방에서 막고 가둬놓는 게 다른 속국들하고 차별하는 거잖아요! 제발 숨통 좀 터주세요!”
루스인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마르그레타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루스 차르국의 끝없는 확장을 고산국 건국 직후부터 경계했던 이민호 입장에서는 늑대가 양떼 한 가운데서 날뛰게 놓아둘 수는 없었다. 후계 구도와 내정이 안정되고부터 루스 차르국의 국력이 주변국들과 달리 급신장하고 있었다. 마르그레타가 내정을 도맡으면서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쇄빙선을 일반적인 철선이나 동력선으로 분류할 수는 없었다. 고산국 상선이 전쟁에 투입돼 거대한 선체로 밀어붙이기만 하더라도 이 시대 유럽 목조 군함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쇄빙선은 선체가 두꺼운 철로 만들어져 이 시대 함포로 뚫을 수가 없었다. 핀란드를 중립으로 놓는다면 발트해의 제해권이 스웨덴 7, 덴마크 3에서 루스 차르국으로 단번에 넘어갈 수 있었다. 전통적인 육군국인 루스 차르국이 바다까지 압도해버리면 발트해 연안 국가들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안 됐지만 쇄빙선은 줄 수 없다. 내가 가짜 드미트리와 폴란드로부터 루스 차르국을 구했을 때 차르와 약속했다. 루스 차르국이 더 이상 영토 팽창을 하지 않기로. 그 전쟁에 참가했던 수많은 루스 병사들, 보야르들, 코사크들이 그 증인이다.”
“아바마마! 이 아이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씀하세요. 이 아이들의 미래를 막으실 건가요? 발트해를 통해 교역하면 쓸데없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핀란드와 스웨덴, 덴마크에게 통행료로 다 뜯긴다니까요!”
“그렇긴 하다만. 그 나라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애들아! 할아버지한테 더 반갑게 인사드려야지?”
“으윽! 항복하겠다, 애들아! 이제 그만!”
아이들에게 파묻힌 이민호가 두 손을 번쩍 들자 마르그레타가 양 허리에 손을 얹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이번에는 큰 할머니, 작은 할머니들에게 인사하겠다며 와~ 하고 몰려나갔다. 이제 총리 혜영과 다른 후궁들이 즐겁게 당할 차례였다.
“내가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이었다. 패했으니 어쩔 수 없이 너와 루스 차르국에 무한한 가치를 지닌 전리품을 주마. 최소한 수백만의 목숨일 수도 있고, 세계지리 개정판 부록 지도에 새로 찍힐 점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것을 침략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라.”
“그렇게 할게요, 아바마마. 보다 원활한 무역을 위해서지, 다른 나라의 것을 빼앗을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민호가 신호를 보내자 정보국장 미카가 지도와 사진첩을 가져왔다. 맨 위에 있는 지도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지도임을 마르그레타가 알아보고 살짝 긴장했다.
“발트해나 흑해를 통하지 않고도 루스 차르국이 대양으로 나갈 길이 있다. 너는 루스 차르국 영토에 부동항이 없다고 알고 있겠지?”
“당연하잖아요! 동쪽 우랄 산맥은 고산국에, 남쪽은 폴란드-리투아니아의 우크라이나에, 서쪽은 스웨덴과 핀란드에 막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어요. 볼가 강과 돈 강을 운하로 연결해서 아조프해로 나가더라도 오스만 제국 때문에 핀란드만과 마찬가지 상황이에요.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부동항이 필요해요.”
그래서 제정 러시아가 코사크들을 시베리아로 보내 오호츠크해에 도달했으며, 우크라이나 지방과 크림 칸국으로 모자라 오스만 제국을 통째로 먹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영국과 프랑스에게 호되게 당했다. 1809년에는 항구를 얻기 위해 핀란드를 스웨덴으로부터 빼앗았다.
“사방으로 막혔다고? 어째서 너는 북쪽을 빼고 사방이라고 하느냐? 똑똑한 줄 알았는데 사실 허당이었구나. 크하하하!”
“농담하지 마세요, 아바마마. 북쪽에는 여름에도 얼어붙는 북극해가 있잖아요? 그 남쪽 백해 연안에 이반 4세가 개척한 아르한겔스크 항이 있지만 겨울에 바다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요.”
“아르한겔스크보다 북극에 더 가깝다고 해서 겨울에 바다가 반드시 얼어붙으리란 보장이 없다. 여길 보거라.”
이민호가 밑에 있던 축척이 낮은 지도를 위로 올렸다. 그리고 핀란드, 노르웨이 국경과 가까운 지도상의 한 점을 가리켰다. 위치를 확인한 마르그레타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거긴 호수와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지고, 사미 말로 생선이 많이 나는 땅이라는 뜻의 콜라반도잖아요. 12세기 포모르인들의 탐험에 이어 노브고로드 공국과 모스크바 대공국 시절에 이미 영토로 편입됐지만 농사가 불가능해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땅이에요. 심지어 14세기에 노르웨이와 전쟁을 그칠 때마다 체결한 여러 조약은 정확히 국경선을 그은 것이 아니라 사미인들로부터 공물을 받기 위한 지역 나누기에 불과했어요.”
“설명하느라 수고했다만, 아부다비처럼 사람들에게 버려진 땅에 진짜 보물이 숨겨져 있는 법이란다. 방금 노르웨이와 전쟁도 하고 조약 체결도 했다 그랬지? 노르웨이와의 전쟁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쪽 끝에서 벌어졌단다. 핀란드에 북쪽 바다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 노르웨이인들이 해안선을 따라 활동지역을 넓혀왔거든.”
“당연하죠.”
“그리고 내가 가리킨 이곳을 잘 봐두어라.”
이민호가 노르웨이 국경에서 남동쪽 약 90km 지점을 가리켰다. 강 하구가 넓어 ‘콜라만’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역이었다.
“12세기부터 콜라반도 북서부 전체, 특히 노르웨이 접경지대를 가리킨 지명이 무르만이었다. 이제부터 특히 이곳을 무르만스크라고 불러도 좋다.”
“무르만이라는 이름이 12세기부터 있었다고요? 노르웨이 사람을 뜻하는 노르만을 잘못 알아듣고 포모르인들이 그런 지명을 붙였겠죠.”
“맞다. 그리고 바로 이곳이 네가 그토록 원하던 부동항이다.”
“정말요? 이곳은 바다가 아니라 강 하구 같은데 정말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항이에요? 아르한겔스크보다 훨씬 북쪽이에요.”
현대 지명으로 툴로마 강의 하구에 무르만스크가 있고, 북동쪽으로 좀 더 하류, 콜라만에 가까운 곳에 러시아 북방 함대의 모항인 세베로모르스크가 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때때로 쇄빙선이 필요해 불완전한 부동항이라면 이 두 곳은 부동항의 조건에 완벽히 부합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항하더라도 대한해협 등 해협 몇 개로 막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양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무르만스크가 항구 입지로 훨씬 유리했다.
13세기부터 콜라반도 서쪽 노르웨이 국경에서 전쟁도 벌이고 백해 연안 정착자인 포모르인들이 다수 정착했지만 어찌 된 셈인지 이곳에 부동항이 있다는 사실이 모스크바에 알려지지 않았다. 16세기에도 콜라반도에 대한 루스인들의 이주가 계속돼 백해 북서쪽 칸달락샤에 정착촌을 세웠으나 겨우 150km 북쪽인 무르만스크와 통행하지 않았다. 1896년 콜라만 하구 알렉산드로프스크, 현대 지명 폴랴르니가 건설됐을 때도 그저 변방일 뿐이었다.
이 지역이 모스크바의 관심을 받은 것은 일차대전 당시 발트해의 교통이 막히고 폴랴르니가 부동항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였다. 무르만스크는 폴랴르니로 이어지는 철도역의 종점이 되면서 도시로 급성장했다. 워낙 급해서 그 긴 구간의 철도가 단 일 년 만에 뚝딱 만들어졌는데 역시나 부실공사였다. 이차대전 때도 미국의 무기대여법에 의한 지원 물자가 이 지역을 통해 소련으로 들어왔다.
“스발바르 제도에 태극기를 꽂았던 대서양 탐사전단이 북극해 연안을 조사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느냐? 그리고 북대서양 난류를 너도 배웠을 것이다. 그 종착점이라서 모스크바보다 훨씬 덜 춥다.”
“그래도, 모스크바에서 자그마치 2천 km나 북쪽에 있어요.”
“믿기지 않으면 이곳에 탐험대를 보내서 확인해라. 그리고 이 사진첩을 네게 주마. 무르만 주변을 촬영한 겨울 사진첩인데 어느 모로 봐도 확실한 부동항이다. 이 종이는 무르만의 겨울철 기온과 수온을 측정한 표다. 겨울에 얼지 않는 항구는 애초부터 멀리 북쪽에 있었단다.”
그러니까 실제 역사에서, 러시아가 수백 년 동안 부동항을 구하기 위해 동쪽 멀리 블라디보스토크로, 요동반도로, 흑해로, 핀란드만으로 뻗어나간 것은 완벽한 삽질이었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 시간을 소모했으나 기껏 얻은 것이라곤 약간의 모피와 유배지로 적당한 광대한 타이가 삼림, 그리고 무자비한 침략자라는 낙인뿐이었다.
20세기 초반까지 간신히 몇몇 부동항을 보유했으나 제정 러시아는 대양으로의 출구가 막힌 내륙국가로 남았다. 무르만스크, 그러니까 그 바로 북쪽 폴랴르니가 부동항이라는 사실은 20세기 초반에 뒤늦게, 아주 우연히 밝혀졌다.
“산에 흰 눈이 쌓였는데 바다는 얼지 않았군요. 이 사진과 표가 진실이라면 지난 10년 동안 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고민한 걸까요?”
“겨우 10년? 국내에 멀쩡한 부동항을 두고도 300년 동안 엉뚱한 곳에서 부동항을 찾아 헤맨 인간들도 있단다. 뭐, 덕택에 영토는 좀 넓혔지.”
“예? 설마요.”
항상 냉철한 마르그레타가 처음으로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런 멍청한 인간들이 있을 리가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실제 역사에서 그런 나라가 정말로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콜라반도 통틀어 500명 정도로 인구가 원체 희박했던 데다가, 이 지역 자유민이었던 포모르인과 사미인들을 17세기 후반에 강제로 농노로 전락시키는 바람에 일이 꼬여버렸다. 농노들의 이동이 영지 내로 제한되고, 그들이 국가의 중대사가 뭔지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이 지역 영주들은 평생 영지에 가본 적이 없었고 세리는 세금을 거둬들이는 임무에만 충실했다. 아무도 이곳이 부동항이라는 사실을 모스크바에 알려주지 않는 동안 세바스토폴과 극동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무수히 죽어나갔다.
“별 것 아니다. 이미 안에 있는 것을 바깥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루스 차르국이 부동항을 구하느라 쓸데없이 외국 영토를 정복해 매년 큰 자금을 들여 지킬 바에는 차라리 무르만까지 철도를 놓는 게 훨씬 싸게 먹힐 것이다.”
“아빠! 정말 고마워요!”
이민호의 뺨에 뽀뽀를 진하게 한 마르그레타가 쿵쾅거리며 알현실을 뛰쳐나갔다. 아이들을 불러서 당장 모스크바로 돌아갈 기세였다.
“온 김에 큰엄마하고 협의나 하지 그러니? 철도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측량부터 해야 할 것이다. 건설에 필요한 장비와 기자재는 너희 큰엄마가 준비해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사하러 가는 길이에요! 고마워요, 아바마마!”
정보를 내준 대가로 마르그레타와 외손주들의 지배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지도를 준비해준 미카가 빙긋 웃었다.
“루스 차르국에 아주 중요한 정보였어요. 대가를 받아야 할까요?”
“대가는 충분히 받았다. 그 나이에 아빠라니.”
“뽀뽀는 어떻고요?”
“큭큭! 요즘 일이 잘 풀려서 행복한가봐. 루스 차르국 인구가 팍팍 늘고 돈 코사크와 타타르들이 진심으로 승복했다며? 그들이 차르가 아니라 차리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게 사소한 문제긴 하지만.”
이민호는 딸이 행복한 것 같아 몹시 흐뭇했다. 루스인의 도시와 마을마다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걸핏하면 반란을 일으키고 여차 하면 루스인 마을로 쳐들어가 노예로 붙잡아 팔던 코사크와 타타르들도 열심히 생업에 종사했다. 폴란드에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나라 전체가 평온했다.
우랄산맥 서쪽의 현재 영토만 해도 루스 차르국은 충분히 넓었다. 굳이 외국 영토를 합병하거나 해외에서 식민지를 구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영토 바깥에서 부동항을 얻기 위한 노력은 부질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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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이것으로 마감입니다. 속국이 워낙 많아서 골치아프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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