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79 104. 제국의 길 =========================================================================
“고산국은 저희와 은원관계가 없는데 어째서 저희 후금을 원수 대하듯이 하십니까?”
“한이 그토록 신봉하는 강자존의 법칙이다. 그대가 조선이나 명나라를 상대로 이겨서 정복했다고 가정하자. 그 백성들이 반항하면 한은 그들을 어떻게 대할까?”
“일단 정복하면 제가 그 나라의 지배자입니다. 어느 나라든 군주나 지배자에게 반항하는 놈들은 다 죽여야 합니다.”
누르하치의 아들, 처음부터 지배자로 태어난 홍타이지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이 시대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유럽 군주들도 대부분 이런 생각이었기에 굳이 홍타이지만 비난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 역사에서 만주족이 산해관을 통과해 명나라에 들어간 다음 내세운 명분이, 명나라 황제를 위한 복수와 농민반란 진압이었다. 농민에게는 아니라도 명나라 지식인들에게 통할 명분이었다는 뜻이다. 영사기가 돌아가는 것을 의식하며 이민호가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래. 한이 그럴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가혹하게 대했다. 그리고 바이칼 호수 별궁과 철도를 공격한 것만으로도 한의 죄는 차고도 넘친다.”
“공격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건 한의 능력이 모자란 탓이다. 날 죽이려는 의도를 실행한 것만으로도 참형에 처할 대죄다. 남을 죽이려 했으면 본인이 죽을 각오 정도는 했겠지?”
“크흑!”
실제 역사에서 병자호란 때 조선 백성들을 죽이거나 포로로 끌고 간 일, 산해관 입관 이후 명나라 곳곳에서 벌인 대규모 학살극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고 홍타이지가 죽은 다음의 일이었기에 책임을 그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민호와 고산국 왕실을 공격하려 한 일만으로도 혐의는 충분했다.
“오늘 폭탄을 떨어뜨리는 비행기를 보니 알겠습니다. 고산국이 그 전에도 얼마든지 후금을 멸망시킬 수 있었음을. 왜 그 동안 저희들을 내버려두셨습니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명나라의 변경을 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습니까?”
“그렇지 않다. 나는 어느 종족이든 멸족시키고 싶지 않다. 파푸아 섬의 식인종 부족들이 말썽을 부려도 웬만하면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도 참는 사람이다. 여진 땅에서 쫓겨나 몽골 초원에 들어온 다음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적대감을 사방으로 드러내다가 결국 이렇게 멸망하고 마는구나.”
홍타이지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으나 이민호는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저는 명나라에게 핍박받던 여진족 출신으로서, 여진족과 우리에게 우호적인 몽골 부족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전하에 비해 기량이 부족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승패가 갈리고 나니 참담할 뿐입니다.”
“나는 내 백성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했다. 그 차이가 크지.”
“고산국왕 전하는 이미 제국의 주인이셨군요. 제가 패한 것을 인정합니다.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진족과 몽골족 사이에서 유명한 감불과 감동은 여진족 포로 출신이었지만 지금은 원수로 승진해 나라를 지키고 있었다. 이민호는 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백성들도 자국민처럼 위기 때마다 적극 도와주었다. 명나라와 고산국에 대한 원한으로 똘똘 뭉친 홍타이지와 후금의 지배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산해관 입관 이후 만주족은 반란이나 변발령에 대한 저항 분쇄를 구실로 명나라 곳곳에서 대규모 학살전쟁을 벌였다. 직접 칼날에 맞아죽지 않더라도 경제와 행정체계의 붕괴로 인해 생긴 수많은 죽음은 모두 만주족의 책임이었다. 2백여 년 후 청나라 말기에 차라리 나라를 서양 오랑캐에게 주고 말지 집안의 종, 한족에게는 결코 넘겨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주족은 다른 민족을 지배할 자격이 없었다.
전장에서 폭음이 울리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전투가 끝난 것 같았다. 곧 참모본부장이 직접 이민호에게 와서 보고했다. 적 5만 중에서 포로는 1만 정도가 잡혔는데 대부분 부상자들이라고 했다.
“대승을 경하드리옵니다, 국왕전하!”
“작전부터 보급과 전투 지휘까지, 본부장이 오랫동안 수고했네. 이제 자네도 원수로 승진할 때가 됐지?”
항공대 소속 폭격기와 정찰기, 기병사단 소속 기갑부대와 항공여단 직승기까지 모든 전투단위를 전장에 투입해 일방적인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20만에 달하는 동맹군 기병들로부터 어떠한 불만도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실행을 한 참모본부장의 노고를 높이 평가받을 만했다.
그러나 김현수 대장을 원수로 승진시키더라도 그가 참모총장에 오를 일은 없었다. 이순신과 계복 상원수를 비롯한 원수들이 줄줄이 위에 있기 때문이었다. 참모본부가 육군과 해군, 항공대를 예하에 둔 상위조직으로서 군령권을 발할 시대가 오려면 아직 멀었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하온데 적괴를 북경으로 직접 끌고 가 개선하실 계획이십니까?”
“아니. 누르하치의 후손들이 다시 세력을 잡을 자그마한 확률이라도 아예 없애고 싶어. 명 황실을 도와줄 필요도 없지. 목만 보낸다.”
고산국의 기갑부대를 상대로 용감히 싸운 일반 후금 전사들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도 아량을 베풀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지휘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온데 전하! 후금도 전쟁 준비를 만만치 않게 했던 모양입니다. 본진 남쪽에 장갑차 궤도에 끼울 쇠기둥과 통나무를 잔뜩 쌓아놨습니다. 우리에게 기습을 당해 쓸 일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우리 전차가 춘추시대 전차도 아닌데 그게 통할까?”
“만약 우리가 이동 중에 적에게 기습받았다면 불안하긴 합니다.”
통나무를 끼워서 궤도를 벗기는 식으로 장갑차량을 돈좌시키는 전술은 20세기 전차에도 충분히 통한다. 그러나 고산국 전차는 주포 안정기의 성능이 떨어져 주행 중 사격은 명중률을 기대할 수 없었다. 보통 정지한 다음 사격을 하므로 효용성이 떨어질 뿐 이동 중인 전차와 장갑차 상대로 충분히 쓸 만했다. 다만 말 타고 접근해서 전차 궤도에 통나무를 끼우려면 막대한 희생을 각오해야 했다.
“여기서 조금 남쪽에는 수많은 함정을 파놨다고 합니다. 정찰 직승기가 먼저 발견해서 남쪽으로 우회하던 기갑수색대가 빠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아마 우리 군을 만나면 작전상 후퇴를 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멍청이는 아니었군.”
홍타이지도 사르후 전투에 참전했기 때문에 장갑차의 위용을 직접 겪었다. 아마도 그 동안 궤도 차량을 잡는 방법을 연구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폭격기와 직승기 등 항공기가 전장에서 대단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저항할 수단은 전혀 개발할 수 없었다. 멀리 후방까지 침투해 활주로를 공격하는 방법 외에 이 시대에는 그 어느 나라도 대응이 불가능했다.
비무장 정찰기가 지상과 무선통신을 주고받으며 이번 작전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홍타이지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고산국 기갑부대가 240km 거리를 단숨에 달려와 후금의 척후나 전령보다 더 빨리 도착해서 본진에 기습을 가한 일은 죽어서도 의문으로 남을 것이다. 홍타이지는 운이 없었고, 한 마디로 상대를 잘못 만났다.
다음 날 동맹군 기병들이 전장에 도착했을 때 전투는 이미 끝나 있었다. 후금과 그에 협력하는 부족들의 여자와 아이들, 살아남은 남자들을 포로로 잡아놓은 다음, 전장을 동맹군 기병들에게 개방했다.
동맹군 기병들이 후금군의 무기와 말, 갑옷을 전리품으로 챙기고 후금 본진 남쪽의 민간인 게르로 쳐들어가 재산을 약탈했다. 홍타이지와 패륵들의 크고 화려한 천막들은 이미 어제 고산국 기계화 보병들이 깨끗이 털어왔다.
“김 원수! 이번 원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달성했겠지?”
“물론입니다, 전하. 폭격기와 전투기, 정찰기와 몇몇 전차에서 전투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편집된 영상을 수동 영사기와 함께 세계 모든 나라에 보내기로 예조에서 약속했습니다. 고산국의 강력함에 세계가 경악할 것이 분명합니다.”
“외국에서 이 정도 단계에 이를 때까지 고산국에 감히 도전할 생각을 못할 거야. 우리 때문에 과학 발전이 빨라지더라도 앞으로 최소 백년은 조용하겠지. 개념 없는 파푸아 놈들만 빼고.”
마지막에 이민호가 한숨을 팍 내쉬었다. 그래도 최소한 국가 체계를 갖춘 지역에서는 감히 고산국에 도전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했다.
양을 비롯한 가축은 고산국에 협력한 할하부와 오이라트 등 몽골 부족들에게 전리품으로 나눠주었다. 그 외에 원정에 참가한 모든 동맹세력 기병들에게 승전수당을 지급했다. 이들은 구경밖에 한 일이 없었으나 나중에 필요하면 기꺼이 고산국의 깃발 아래 모여들 전력이 될 것이다.
“후금의 언두링거 한, 아이신기오로 홍타이지는 선택하라. 참수, 총살, 자살 중에서.”
“수하와 백성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제가 무엇이 잘 나서 자살을 선택하겠습니까? 본군이 있던 방향으로 무릎을 꿇고 참수를 당하겠습니다.”
홍타이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었다. 널찍한 초원에서 구르카 출신 장병들이 지원해 묵직한 쿠크리를 잡았다. 일렬로 꿇어앉은 홍타이지와 패륵들이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피가 땅에 스며들지 않도록 모포 여러 장을 바닥에 깔았고 티베트 승려가 이들 앞에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웠다.
제1 기병사단 장병들과 동맹군 20만 기병이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구르카 출신 부사관이 쿠크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홍타이지와 패륵들에 대한 처형이 차례로 집행됐다.
“으아앙~”
홍타이지의 부인들과 아이들을 불러 모았더니 서너 살 아이들이 일제히 울어댔다. 엄마의 떨림과 주변에 흐르는 불안한 기류가 아이들을 울렸다. 애들을 데리고 놀아주는 일은 이민호의 특기였으나, 아이들의 아버지 홍타이지를 죽인 자로서 섣불리 손을 내밀기도 어려웠다.
홍타이지의 장남 후거는 22세로 어제 전사했고 나머지 아들 둘은 어린 나이에 병사해 장성한 아들과 딸이 하나도 없었다. 한의 부인들은 황망한 와중에도 어린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죄 없는 아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소. 부인은 어떻게 살고 싶소?”
“아이들만 살릴 수 있다면 노예라도 되겠습니다, 전하.”
“아니, 후금 백성들과 같이 살고 싶은지, 따로 조용히 살고 싶은지 묻는 것이오.”
“집안의 가장과 장성한 아들을 잃은 백성들에게 저희가 무슨 면목이 있다고 함께 살자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지은 죄과를 갚아야 하니 슬픔에 잠긴 저들이 우릴 돌로 쳐 죽이더라도 함께 살고자 합니다.”
용기 있는 부인이었다. 이들이 백성들과 함께 살게 된다 해도 후금의 재건을 위해 반란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았다. 조선보다 훨씬 가부장적 사회인 여진이나 몽골족에서 여자가 한 집단의 리더가 되기도 어렵다.
이민호가 이들을 살펴보는 동안 할하부의 수장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그는 황금 씨족이 아니라 칸 칭호도 못 썼다.
“위대한 정복자 고산국왕이시여! 후금 잔존 세력과 협력 몽골 부족들을 제대로 흡수하려면 한의 비들 중에서 보르지긴 씨를 국왕전하께서 후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여자들은 전공을 세운 신료들에게 적당히 나눠주시지요. 예를 들어 저라든지, 할하부의 타이지라든지, 아니면 북원의 정통 황금 씨족 릭단 칸의 조부의 의형제의 손자의 외사촌이라든지 말입니다.”
“몽골은 이제 고산국 영역이오. 초혼이든 재혼이든 결혼할 당사자가 자의로 배우자를 골라야 하오.”
“흐음! 그럼 재미가 별로 없지 않겠습니까? 뭐, 그래도 좋습니다. 몽골도 어제를 기점으로 시대가 바뀌었으니까요. 저희 할하부는 전적으로 국왕전하를 믿고 따르겠습니다.”
할하부의 수장 외에도 동맹 부족들이 후금의 포로와 여자들을 나눠주길 원했으나 고산국에 노예제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전투 한 번 없이 전리품과 가축, 승전수당을 챙긴 것만으로 이미 충분했기에 반발은 없었다.
후금의 본군 남쪽에 자리 잡은 후금 생존자와 가족들을 모아보니 15만 명을 넘었다. 전투가 종결된 이후 차하르부와 일부 할하부를 비롯한 몽골 부족의 가족 10만 정도가 포위망을 빠져 나가는 동안 기병사단 장병들이 적극적으로 막지 않도록 해서 이 정도 숫자만 남았다.
예전 같으면 부족이 무너진 다음 생존자들의 운명은 뻔했으나, 이제는 몽골 전체가 고산국 영토가 됐으므로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들을 먹여 살리고 정착시키는 일은 총리 혜영의 몫이었다.
“이건 비밀도 아닌데 말입니다. 차하르부의 릭단 칸이 죽고 나서 후계자 에제이에게 확인해 보니까 옥새가 없다고 합니다.”
“원나라 옥새는 예전에 우연히 구해서 내가 보관하고 있소. 몰랐소?”
“아! 그래서 몽골 족장들이 국왕전하를 대칸이라고 불렀군요. 불충한 자들이라고 오해했습니다, 대칸!”
다음 날부터 사흘 동안 축제를 열었다. 큰 상금을 걸고 씨름대회와 기사, 기총, 격구, 경주대회 등을 열었다. 같은 종족 선수를 응원하며 이기면 기뻐서 술을 마시고, 지면 슬퍼서 술을 마셨다. 술도 음식도 풍족해 다들 즐겁게 놀았다.
그 사이 기병사단 숙영지 중앙에 큰 천막을 세우고 동맹군 대표들을 불러 모아 연회를 열었다. 이민호는 대표들이 따라 바치는 술잔을 마다않고 마시다가 뻗었고, 호위들이 들쳐 메고 장갑차에서 재웠다. 다음 날에도 같은 일이 벌어져 사흘 만에야 제 정신으로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고산국 국왕전하께서는 이미 초원 백성들의 대칸이십니다. 하지만 초원의 백성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정식으로 대칸의 자리에 오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초원의 모든 종족이 원하는 일입니다.”
“나는 황금 씨족도 아니고 몽골인 혈통도 아니오. 대칸은 이제 옛날이야기일 뿐이오. 앞으로 대칸보다 고산국 총리가 몽골 백성들을 훨씬 잘 다스릴 것이오.”
이민호의 뇌리에 혜영이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모습이 떠올랐다. 남편 잘못 만나서 평생 일에 치이고 사는 여자였다. 요즘은 며느리 세자빈과 일을 나눠서 하느라 혈색이 조금 나아졌다.
“황금 씨족의 후계자인 릭단 칸에게 화살을 날렸던 제가 할 말은 아니겠습니다만, 칭기즈칸의 후손이며 대칸이라 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를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에 따라 백성들이 지배자를 따르고 인정할 것입니다.”
“바로 그렇소. 정치를 지지리도 못하는 놈들이 혈통이나 다른 권위에 기대는 법이오. 고산국이 정치를 못한다 싶으면 언제든지 몽골을 독립시켜주겠소. 서면으로 약속해드리리까?”
“아닙니다, 전하! 그게 무슨 황망한 말씀이십니까? 저희 할하부는 고산국 국왕전하께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몬태나 등 미국의 몇몇 주는 연방에 가입할 때 탈퇴할 권리를 유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 연방대법원에서 미국의 주는 연방을 탈퇴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후금의 생존자와 가족들을 호주 북동부 기름진 초원지대로 집단 이주시켰다. 세 살 된 황소의 뿔이나 네 살 된 황소의 꼬리가 부러질 추위 따위는 없는 따뜻한 곳이었다. 가끔 인상 더럽게 생긴 캥거루가 시비를 걸겠지만 평화롭게 양을 키우기에는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없었다.
노예가 되리라 각오했던 이들을 옭아매는 것은 딱 하나, 현지에서 10년 거주라는 조건뿐이었다. 국가에서 지어준 좋은 집에서 살며 배불리 먹고 아이들을 의무적으로 학교에 보냈다. 끝없이 펼쳐진 풀밭에서 양을 키우다가 10년 후에 이주할 권리가 생긴다. 그때 이주할지 정착할지 여부는 고산국의 백성이 된 후금 생존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었다.
홍타이지와 패륵들의 수급을 냉동시켜 북경에 보냈다. 수급을 본 명나라 관료들이 살아있을 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어 감탄했다고 한다. 명나라와 고산국의 국경 획정 조약을 체결할 고위 관료를 곧 보내겠다는 응답이 왔다.
후금과 일방적인 전투를 벌였지만 상대가 전원 기병이라 꽤나 긴장감이 높았다. 그래서 덴마크에서 제국군을 일방적으로 사살할 때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병사가 훨씬 적었다. 병사들의 목숨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책임져야 할 이민호로서는 무척 다행스런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후금은 바이바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