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62 103. 명나라의 혼란 =========================================================================
1629년 3월에 유럽에서 중대한 사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페르디난트 2세가 군사적 우세를 바탕으로 회복칙령을 선포한 일이었다. 1552년 파사우 종교회의 이후 빼앗긴 가톨릭 재산을 원상 복귀시킨다는 명령이었다. 이 칙령에 의해 페르던(Verden) 주교령의 영주인 덴마크 왕자, 나중에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3세로 즉위할 영주명 프레데릭 2세가 5월 말에 주교령에서 쫓겨난다.
다른 하나는 잉글랜드의 찰스 1세가 의회를 해산한 일이었다. 의회를 해산했으니 더 이상 세금을 걷을 수 없고, 그래서 의회가 간섭할 수 없는 임시 세금인 선박세를 일반 세금으로 전환해 내륙지역까지 과세했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미국 독립 당시의 구호는 잉글랜드의 제도에서 기인했다.
4월 말에는 지방 연합 군대, 즉 네덜란드군이 에스파냐 군의 주요 요새도시인 셰토검보쉬('s-Hertogenbosch)에 대한 포위 공격을 시작했다. 오라녜공 프레데릭 헨드릭은 최근 보기 드문 보병 24,000에 기병 4,000이라는 대군을 동원했다.
이 시대 유럽에서 공성전은 상대방에게 서로 대포와 머스킷을 쏘는 와중에 매우 장기적으로 진행된다. 공격군이 참호선을 파면서 요새에 접근해 해자를 메운 다음, 성벽에 꾸준히 포격을 가해 구멍을 내거나 성벽 밑까지 땅굴을 파고 들어가 폭파시켜 성벽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지대에 위치한 셰토검보쉬는 해자는 물론 주변이 죄다 늪지대라서 그런 작전은 시도조차 불가능했다. 대포를 공성포 진지까지 이동시키기도 어려웠고, 참호를 파고 요새에 접근한 네덜란드 총병들은 흙탕물 속에 몸이 잠긴 채 이미 젖어버린 머스킷을 발사할 수도 없었다.
“에스파냐 군대가 북부 주들을 포위해 내륙으로부터 완전 고립된 상태입니다. 상인들이 주변국에 들어가 장사를 할 수가 없어서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저희 동인도회사도 유럽에서의 향신료 영업에 큰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저런! 큰 일이구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바타비아 총독으로 임명한 얀 피테르스존 쿤(Jan Piterszoon Coen)은 두 번째 총독 임기를 수행하고 있었다. 쿤이 동인도회사 대주주인 이민호에게 결재를 받으러 왕궁을 자주 방문하면서 여러 차례 본국의 위기를 하소연했다.
“봉쇄망의 핵심 역할을 맡은 셰토검보쉬 요새를 격파해야 숨통이 트일 텐데 그곳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공략 자체가 불가능했던 철옹성입니다. 혹시 요새를 무너뜨릴 대포를 고산국 국왕전하께서 본국에 잠깐 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가 국가간의 전쟁에서 항상 중립을 지켰던 사실을 총독도 잘 알고 있지 않소?”
실제 역사와 달리 쿤은 원주민 왕국이나 유럽인들과 싸우지도 않고 원주민들에게 약탈적인 향신료 재배를 강제하지도 않았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동남아시아에 진입한 초기부터 고산국에서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말 잘 듣는 총독의 입에 달짝지근한 사탕 하나쯤 물려줄 생각을 해두었다.
“휴우! 정말 어렵습니다. 거긴 간척 개활지라서 강줄기를 바꿔 요새를 물에 잠기게 하는 칭기즈칸 식의 수몰작전도 실현 불가능합니다. 이대로라면 독립전쟁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고, 특히 올해 동인도회사는 적자가 날지도 모릅니다.”
“적자라니, 큰 문제로군요. 그럼 역발상을 해봅시다. 요새 옆을 흐르는 강줄기를 돌려 요새 주변 땅을 말리는 작전을 시도해보면 어떻겠소?”
동인도회사에 거금을 투자한 이민호가 배당금을 놓치기 아까운 척 한 마디 충고해줬다. 잠시 눈을 껌뻑거리던 쿤 총독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정말 기발한 생각입니다! 인원을 충분히 동원한다면 몇 달 안에 공략이 가능하겠습니다!”
“그 방법을 내가 제시했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오로지 쿤 총독의 생각으로 하시오.”
“예! 예! 감사합니다, 전하! 역시 동인도회사의 대주주이십니다!”
그 즉시 총독 쿤이 왕궁을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쿤이 아리수 항에서 자야카르타, 즉 바타비아가 아닌 유럽으로 가는 여객선에 탑승했다는 보고를 미카로부터 받았다.
이로부터 얼마 후 오라녜공은 쿤 총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즉각 행동에 나섰다. 소작농 4천을 고용해 열심히 삽질을 시켜서 요새 주변을 흐르는 돔멜 강과 아 강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틀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요새 주변 늪지를 여름 내내 건조시킨 다음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열심히 풍차를 돌려 물을 퍼내고 있었지만 땅이 마르려면 아직 몇 달 남았다. 그 사이 온 유럽에서 귀족들이 몰려와 이 참신하고 스펙터클한 공성전을 구경했다. 물론 에스파냐에서도 셰토검보쉬 요새를 구원하기 위해 급히 군대를 편성했다는 소식이 왕도로 날아왔다.
“주인님께서 네덜란드를 도와주신 건가요?”
“설마 배당금 못 받을까봐 도와줬겠어? 네덜란드가 망하게 내버려둘 수 없어서 참모본부에서 비밀리에 연구한 거야.”
고산국에게 있어서 아직은 에스파냐가 네덜란드보다 더 큰 손님이었고 서로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전쟁을 해가면서까지 네덜란드를 지배 아래 두려는 에스파냐의 욕심이 과하다고 이민호는 생각했다. 네덜란드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재산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국가로 인정해줘야 할 때가 지났다.
바타비아 총독 쿤의 행선지 외에 미카가 제출한 보고서를 읽었다. 요즘 명나라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여아 유아살해를 금하는 칙령이라. 훌륭한 칙령이긴 한데 과연 지켜질까 의심스러워.”
“이런 칙령 자체가 현재 명나라 상황이 몹시 심각하다는 방증이에요. 주상아 공주님이 매일 같이 우시는 건 주인님도 알고 계시죠?”
“안타깝지만 나는 자금 지원이나 해주는 수밖에 없겠군.”
더욱 가난해진 명나라 백성들은 여자아이가 태어날 경우 더 이상 키울 능력이 없었다. 남자아이라면 커서 가족의 노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해 힘들더라도 키우겠지만 기껏 키워놓으면 남의 집에 시집가버릴 여자아이는 아니었다.
명나라에는 이슬람교나 유대교처럼 유아살해를 강력하게 금하는 경전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대륙 전체적으로 여자아이들이 숱하게 죽어갔다. 수십 년 뒤에 인구가 급감할 것을 우려해 황제가 여아 유아살해 금지 칙령까지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농민들의 수입 증가를 기대할 수 없고 예산 투입마저 없는 정책은 그저 헛구호에 그칠 뿐이었다.
지난해에 예부 좌시랑에 기용된 서광계와 유럽인 선교사들, 스물두 살이 된 서광계의 손녀 칸디다가 아이들을 구하려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대륙 곳곳에서 구한 여자아이들이 수용된 고북 시의 고아원과 병원에 주상아와 왕명명이 아예 입주해서 아이들을 돌봤다.
“이건 뭐야? 명나라 조정이 역참을 해체해? 이게 무슨 말이야?”
“세수가 줄어 운영자금이 부족해서 역참의 3분의 1을 폐쇄하고 역졸들을 해산시켰다고 해요.”
이때 이자성이 역졸로 일하고 있다가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일부 군부대도 해체되거나 군졸들이 몇 달 넘도록 봉록을 받지 못했다. 역졸과 군졸들이 굶어 죽지 않으려면 농민반란군에 합류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그런데 환관들이 수시로 우리 왕도에 와서 물건을 사갔잖아? 몇 가지는 황궁 독점 품목으로 지정해서 그 동안 황제가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었을 텐데, 그 돈은 다 어디 간 거야?”
“그 돈은 황제의 내탕고에 들어가거나 무역을 주관하던 환관들이 사적으로 챙겼어요. 나랏돈이 아닌 거지요.”
“욕이 입안에서 터져 나가려 한다.”
“참으세요, 주인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이익의 사유화, 손해의 사회화를 추구하던 미국 자본가들이 크게 비판 받은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IMF 사태 때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을 수혈 받아 살아난 기업들이 한 짓이라곤 생산 공장의 해외 이전, 고용감축, 상품 가격 인상, 부동산 투자 등이었다.
자본주의를 하면서 특정 이익집단의 도덕성을 믿고 경제정책을 추진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똑똑한 정책 담당자들도 그것을 알면서 추진한다고 봐야 한다.
“황제는 개인이 아니잖아! 내가 비록 정부 재산, 왕실 재산, 개인 재산으로 나눠서 운영하지만 다 나라를 위해 써야 하는 돈이잖아! 명나라가 국가위기에 처해 있는데 황제는 내탕고를 왜 안 열어?”
“조정에서 쓰라고 조금 내주긴 했어요.”
“식량 무상지원은 아직도 안 받겠대?”
“예. 쌀을 살 돈은 없고 공짜로 받을 체면은 더더욱 없대요. 양국 조정 차원에서는 더 이상 언급을 말래요. 덕택에 주상아 공주님만 더 바빠지셨어요.”
“휴! 내가 남의 나라 일에 왜 이리 흥분하는지 모르겠다. 망하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지.”
명나라가 멸망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된 이래 이민호는 그저 조용히 지켜보기로 결심했었다. 도와주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없었고, 고산국의 국익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거대한 제국이 무너지는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반란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갓 태어난 여자아이들이 젖 한 번 물어보지 못하고 부모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저리도록 아팠다.
며칠 후 이민호의 쓰라린 가슴을 더욱 날카롭게 할퀼 사신이 왕궁에 도착했다. 못해도 한 달에 두세 번씩 보는 명나라 환관이었다. 칙사로 온 태감을 알현실로 불러서 만났다.
“아국에는 왜 태감들만 오지? 조선에는 한림원 학사나 행인사 행인이 칙사로 간다고 들었는데.”
“국왕전하! 황상의 수족인 저희 내관들이 칙사로 오는 게 제후국에 더욱 영광이 아니겠습니까? 조선에도 국왕이나 세자의 책봉 조서를 내릴 때는 특별히 내관이 칙사로 갑니다.”
환관들이 황제에게 돈을 바치고 칙사로 선발된다는 이야기는 아주 옛적부터 들었다. 이들은 본전을 뽑아야 하기에 칙사 활동 중에 사적인 이익을 채우기 위해 발악했고, 그 과정에서 외교관계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다반사였다.
조선 같으면 칙사가 남대문 2층에 올라가 조서를 반포하면서, 은으로 사다리를 만들게 해서 그것을 가졌다. 그리고 칙사가 움직일 때마다 매번 은을 요구했고, 명나라와의 관계가 뒤틀릴까 두려운 조선에서는 무리해서라도 은을 구해 칙사에게 바쳤다. 그 소문이 명나라 환관들에게 돌아 조선으로 가는 칙사의 값이 치솟았다.
조선에서 재조지은이라는 것도 명나라가 망하고 나서의 이야기였다. 멸망 전 인조 치세에는 환관 칙사들과 모문룡이 조선에 끝도 없이 민폐를 끼쳐 밉보이는 바람에 조선이 명나라를 적극 지원하지 않았다.
“그래. 이번에는 무슨 일로 왔나?”
“제가 왕도에 열 번 넘게 왔습니다만 이번에 처음으로 좋지 않은 일로 알현을 신청하게 돼서 전하께 황공하게 되었습니다.”
태창제와 천계제, 숭정제 모두 고산국 왕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명나라 환관들의 우두머리들도 대부분 여기서 고산국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았다.
이번에 칙사로 온 환관은 위충현 세대보다 훨씬 젊은이였다. 이민호가 칙사인 중년 환관에게 말을 편하게 한다 해서 뭐라 할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황실 가계도에서 보면 이민호는 당금 황제의 고모부였다.
“아이들을 구호한 일 때문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전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조정에서는 고산국 국왕전하께서 젖먹이 아이들을 모으는 일에 전하의 은밀한 취미가 개입돼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 그게 뭔데? 대충 예상하겠지만 확실히 말해봐.”
국제적인 자선과 구호 활동은 고산국 정부가 아닌 주상아 공주와 비올레타, 그리고 왕명명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명나라 곳곳에서 버려진 젖먹이 아이들을 구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국가 이름을 내세워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결국 국왕의 책임이기에 환관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국왕전하께서는 지금까지 요리책 수십 권을 발간하셨고 또한 세상에서 알아주는 미식가 아니십니까? 그리고 고산국 영역에 들어온 여러 부족들이 아직도 공공연하게 식인을 자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 어이가 없다. 임금을 위해 아들을 죽여 요리로 바치고, 귀한 손님에게 늙으신 아버지를 잡아 요리로 대접해야 예의를 제대로 차렸다고 평하는 나라의 상상력답다.”
“전하! 쉽게 들으실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고산국 영토 중에서 제가 아는 곳만 해도 파푸아 섬, 새섬, 아즈텍, 북미 북동부 모호크 족 등등 다양한 곳에서 식인 사례가 있었다는 기록이 생생합니다. 가정제 때 왜구들이 남경 인근에서 아이들을 잡아먹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왜인들이 온전히 전하의 백성들입니다. 식인 종족들을 백성으로 거느리신 고산국 국왕전하께서도 그런 의심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내가 이래서 원주민들에게 식인 습성을 금하려 했지. 됐고! 변명을 해봤자 듣는 척도 않을 테니까, 원하는 게 뭐야? 아이들을 지금 당장 돌려달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닐 테지?”
명나라에서 구조한 젖먹이 여아들은 중국어를 모국어로 교육시켜 적당한 시기에 명나라로 돌려보낼 계획이었다. 명나라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부족한 인구를 늘릴 생각을 했다면 프랑스와 아일랜드, 모리스코처럼 성인이나 가족 위주로 데려왔을 것이다.
“선비들은 부끄러워 입에 담지 않는다지만 모든 세상사는 경제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법입니다.”
“돈 내라 이거지?”
“전하! 부디 화를 가라앉히시고 냉정을 유지해주십시오.”
“무섭다고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3,500명을 데려왔다. 두 당 얼마야?”
“황상께서는 여아 일인당 최소 은 스무 냥씩을 받아 군사비에 보태라고 명하셨습니다. 칙서를 읽어 보십시오. 제가 금액을 부풀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민호는 노예나 환관들의 충성심을 믿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황제의 노예병으로 교육받은 맘루크나 예니체리도 반역을 하는데, 오로지 출세하기 위해 스스로 고자가 된 명나라 환관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실제 역사에서 숭정제가 목을 매달았을 때 따라 죽은 자는 환관 달랑 한 명뿐이었다.
고자가 된 대신 명나라 환관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돈과 권력을 밝혔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불쌍하다고 넘어갈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 조선의 환관은 고환만 제거하기에 결혼생활도 가능하고, 그만큼 돈이나 권력 욕심이 적은 편이었다고 한다.
“내겠다. 대신 너는 황상을 근거리에서 모시는 태감인 바, 전염병 보유가 우려되니 정밀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전하! 저는 건강하고 서른 살 때 하초를 확실히 제거됐습니다! 10년 전에 높은 내관들이 확인했습니다!”
“생명이란 신비해.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단 말이야. 그리고 가끔 소독을 해야 냄새가 안 나지.”
남자로서 할 짓이 아닌 것 같았지만 남자 호위들을 시켜 태감을 강제로 비뇨기과로 보냈다. 알현실에서 끌려 나가는 태감이 비명을 질렀다. 병원에서 소독을 받을 때 지독한 고통을 느낄 것이다.
“휘유~ 냄새. 미카! 앞으로 본국 왕궁에 드나들 환관은 병원에서 소독과 정밀 검진을 마친 다음 출입할 수 있다고 명나라 사례감에 통보해라.”
“예, 주인님. 하지만 명나라 황실과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공무역이 축소될 수도 있어요.”
“그걸 노리고 하는 거야. 무역이 축소되면 아쉬운 쪽은 우리가 아니라 명나라 황실이니까.”
이민호는 명나라와의 관계에서 아쉬울 게 하나도 없었고, 무역에서 얻는 이익에도 시큰둥해졌다. 내수가 워낙 커져서 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아까워졌기 때문이다. 명나라에서 유럽에 비싼 값을 받고 비단을 파는 무역이, 오히려 명나라 백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주장에 대해 요즘 들어서야 동의할 수 있게 됐다.
“요즘 화를 자주 내시는 것 같아요, 주인님.”
“음. 고맙다. 조심할게.”
“건국 초처럼 토요일, 일요일에는 제발 편히 쉬세요.”
“요즘 세월이 하수상해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관계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이민호는 미카를 비롯한 왕실 가족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나라를 세운 이후 아직까지도 잘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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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두기를 시전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