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48 102. 30년 전쟁 =========================================================================
“민호 자네 말이 옳았어. 용병은 국가와 고향,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자들이 아니야.아예 싸우는 자들이 아니라고. 그럼 용병을 동원해봤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4세가 몹시 낙담한 채 고개를 숙였다. 덴마크군의 주력인 용병들은 루터 전투에서 패한 다음 도주하다가 몰살당하고 동맹군 스코틀랜드 용병들은 전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후방 지역을 약탈하고 다녔다. 둘 다 보탬이 전혀 안 됐다.
“크리스! 자존심 상하겠지만 가까운 스웨덴의 군사제도를 잘 살펴보게. 징병제를 실시하면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많은 병력을 유지할 수 있어.”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이 달린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덴마크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고, 고산국과 밀착함으로써 왕실은 더욱 부유해졌다. 이번 패전을 돌이켜보면 덴마크 왕실에 남아도는 돈을 제대로 못 썼다는 결론이 난다.
“내 신민들을 전쟁에 내몰아 잃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전쟁은 신민이 아닌 국왕의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크리스티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기원전부터 전쟁은 왕이나 전사 계급의 권리였다. 피지배층인 일반 백성들은 감히 전쟁에 참가할 권리가 없었다.
“백성들로 군대가 이루어지면 백성들의 힘이 커질 테고, 국왕으로서 그게 두렵기도 하겠지. 하지만 왕실과 백성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두려울 일만은 아니야.”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그깟 권력 좀 나눠주는 게 대수일까? 덴마크의 모든 이들이 권력을 나눠 갖는 민주주의가 된다면, 그래서 왕실이 필요 없어진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일세. 자네 말대로 군제개혁을 추진해보겠네.”
전시에 모든 양인 성인 남성을 군인으로 동원하는 제도를 갖춘 조선은 이 시대 기준으로 이상한 나라였다. 그렇다고 군인이 되는 성인 남성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나눠주지도 않았다.
그러니 국민개병제도를 시행하더라도 반드시 국왕의 권한이 축소된다는 법은 없었다. 그래도 프랑스 대혁명 이후 실시된 국민개병제도가 민주주의 실현에 강력한 토대를 제공한 것만은 역사적 사실이었다.
“인구를 조사해서 적정 병력을 징발하게. 젊은이들이 2, 3년 근무한 다음 전시에 대비해 예비역으로 빠지는 게 가장 이상적일 거야. 지금이야 모든 백성들을 전쟁에 동원할 필요는 없겠지만, 조만간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몰라.”
“그렇게 하겠네. 스웨덴처럼 공짜로 군인을 시킬 수는 없을 테니 봉급은 적당히 줘야겠지. 이 제도가 정착하기 전까지 당분간 덴마크를 좀 지켜주게.”
“끙! 친구 부탁이니 들어줌세.”
그러나 대규모 병력을 해외에 장기 주둔시키기 어려워 보병 1개 중대를 덴마크 왕궁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연안경비용 고속정 1개 편대 3척을 외레순 해협에 배치했다. 주둔 비용은 당연히 덴마크에서 부담했다.
그런데 관전무관들에게 폭격 시범을 보인 것이 과장을 더해 전 유럽에 소문이 난 이후였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아직 수송기와 여객기, 전투기와 폭격기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쾨벤하운 공항에 수송기가 일주일에 한 편 아이슬란드를 왕복하는 것만으로도 유럽에서 감히 덴마크를 넘볼 나라가 없게 됐다.
“틸리 백작은 어떻게 처리할 건가?”
“백작의 신병을 넘겨줘서 고맙네. 덕택에 체면치레를 하게 됐어. 궁중 무도회가 끝나면 백작을 제국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덴마크에 유리하게 강화조약을 체결할 수 있겠지. 틸리 백작을 잘 대우해주겠지만 그 동안 구경거리가 되는 수모 정도는 감수해야 할 걸세.”
원래 역사에서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페르디난트 2세가 승전에도 불구하고 패전국 덴마크에 크게 양보를 해준다. 그러니 덴마크가 협상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실제 역사만큼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였다.
황제가 크리스티안 4세에게 덴마크 영토와 독일 내 영지를 보전해주는 대신 내전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루터 전투 패전으로 크게 낙심한 크리스티안은 더 이상 독일에 관심이 없었고, 군대가 완전히 와해되는 바람에 당분간 개입할 능력도 사라졌다.
“그런데 뜬금없이 웬 궁중 무도회야? 자네가 오라고 해서 왔지만 피 묻은 손으로 춤을 추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아.”
“승리를 선언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자 동맹 도시들을 다독여야 하니까. 그 자리에 자네가 꼭 필요해.”
“그렇다면 기꺼이 무대에 나서주지.”
크리스티안 4세가 충격적인 패전에 정신이 나가서 춤추며 놀려고 무도회를 개최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를 초월한 한자 동맹의 주도권을 덴마크가 계속 쥐고 있어야 했다. 발트해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경쟁자는 스웨덴과 폴란드, 루스 차르국 등 많았으나 이번에 신성로마제국이 도전자로서 새로이 등장했다.
“참! 이번 원정 비용 문제 말일세. 아직 확정 전이긴 한데 자네 대원수에게 물어봤더니 대충 알려주더군. 고산국 화폐 1억 원이면 황금 100톤이야. 비행기 같은 비싼 무기를 쓴다는 건 알고 있지만 너무 많아.”
“그래서. 화장실 다녀온 다음이라 생각이 달라진 거야? 그래서는 곤란해. 정부 재정은 내 마누라가 관할하거든.”
“에이! 나를 어떻게 본 거야? 그럴 일은 당연히 없지. 다만 전쟁 직후라 금이나 은화가 부족해서 말이야. 서인도회사 주식을 인도하면 안 될까? 2퍼센트 정도면 충분할 거야.”
“배당금으로 계산해보면 주식 2퍼센트가 훨씬 큰 금액일 텐데? 알겠네. 곤란하다면 이번에만 그렇게 하게.”
북미와 발트해 무역을 이어주는 덴마크 서인도회사가 급성장하면서 공동 출자자인 이민호와 헤드비히 공주 외에 크리스티안 4세도 돈벼락을 맞았다. 그러나 그는 일이 생길 때마다 주식을 이민호에게 야금야금 팔아치워 이제는 20퍼센트밖에 남지 않았다.
덴마크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하기에 서인도회사가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덴마크 국왕의 지분이 줄어든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민호는 덴마크 왕실에 여유가 생기면 최소한 25퍼센트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리라고 요구할 생각이었다.
쾨벤하운에서 열린 궁중 무도회에는 덴마크 귀족들 외에 독일 내 신교도 제후들과 한자 동맹 상인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신교도 제후들은 고산국과 동맹을 맺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외부적으로 고산국이 보호해주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썼다. 이민호가 권해서 독일 신교도 제후의 자제들이 갑작스레 고산국에 유학을 가는 붐이 일어났다.
상인들은 어떻게든 이민호의 눈에 들어 무역에서 특혜를 받고자 했다. 이민호 앞에서 아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 딸들을 치장해 인사를 시켰다.
“한자 동맹 도시들, 특히 뤼벡의 상인 여러분들 덕택에 덴마크가 온전히 점령되지 않았소. 덴마크의 동맹국 국왕으로서 감사를 표하오.”
“상인된 자로서 어느 누가 감히 고산국 국왕전하의 명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은 오직 고산국 국왕전하의 위엄을 믿고, 무력을 동원한 이교도 군대의 위협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고산국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뤼벡 상인들이 가톨릭 동맹군에게 배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적을 떠나 다른 한자 동맹 도시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앙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고집불통인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발트해의 무역로를 장악할 경우 무역과 세금 문제 등에서 매우 답답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고맙소. 요즘 한자 동맹 상인들에게 곤란한 일이 있다면 말씀해보시오. 내정에 간섭하는 일이 아니라면 내 최대한 도와주리다.”
“전하께서 저희 상인들을 돌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은혜가 뼈에 새길 정도입니다. 사실 전하께서 저희들에게 일을 시켜주시는 것이 저희 상인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일이 무엇이든 저희들은 이미 전하의 명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보다 훨씬 잘 나가는 덴마크 서인도회사는 한자 동맹 상인들의 도매상 역할을 맡고 있었다. 북미와의 무역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산국에서 충분한 물량을 몰아주어 서인도회사가 발트해 무역을 주도할 수 있게 했다. 서인도회사의 대주주이며 북미 영토의 주인인 이민호에게 밉보이고 싶어 하는 상인은 없었다.
“그래도 곤란한 점이 있다면 말해보시오. 우리는 이미 동반자 아니오?”
“사실 어려운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전쟁이 계속되고 스웨덴과 폴란드도 걸핏하면 전쟁을 합니다. 이로 인해 무수한 난민들이 발생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으며, 그 중 다수가 한자 동맹 도시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민호가 두세 번 강권하자 상인들 사이에서 슬슬 이야기가 나왔다.
“자비로운 국왕전하께서 베푸신 식량으로 한자 동맹 도시에서 난민들을 구휼하고 있습니다만, 송구스럽게도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것 같습니다.”
“식량이나 구호자금이 부족하오? 그럼 당장 자금과 식량을 보내주겠소.”
“아니옵니다! 절대 부족하지 않사옵니다. 다만 난민들이 계속 도시로 몰려들다 보니 구휼할 식량과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도시의 기능 대부분이 이미 마비됐습니다.”
식량은 농촌에서 생산하고 도시에서 저장한다. 흉년이 들거나 각종 재난이 닥쳤을 때 도시는 주변 농경지역의 인구를 수용해 단기간 부양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는 농민들이 경작지에 다시 씨앗을 뿌릴 봄까지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그런데 장기간 전쟁에 의해 농경지에서 완전히 밀려난 독일의 피난민들은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리고 난민들이 장기간 거주하다 보면 도시는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 항구를 중심으로 좁은 해안지역에 밀집 거주하는 발트해의 무역도시는 더더욱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애초에 발트해와 북해의 한자 동맹 도시들에 식량과 자금을 제공하고 난민을 수용할 것을 요구한 것은 고산국이었다. 식량과 돈만 계산했던 무역도시들은 처음에는 이익을 봤으나 시간이 갈수록 난민들로 인해 큰 곤란을 겪었다. 이 항구도시들에 난민들이 대거 몰려들고 나서 벌어질 상황까지 미리 예상했던 이민호는 모르는 척 딱 잡아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오. 도시의 기능을 회복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불쌍한 난민들을 지옥이 펼쳐진 전쟁터로 내칠 수는 없지 않겠소?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소?”
“혹시 난민들을 북미로 데려가 국왕전하의 백성으로 삼으시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상태로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고, 난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면 필시 굶어죽거나 용병들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 분명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오. 북미 인구부족 문제는 이미 해결했기에 난민들을 수용하려면 따로 내륙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오. 하지만 인간으로서 난민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꼴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소.”
“전하께서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자 동맹 무역도시들의 시장이나 시의원, 법관이나 경비대장을 겸하는 상인들이 이민호에게 간청했다. 결국 예정된 수순으로 난민들을 북미로 이주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동안 항구도시 수용소에 갇혀 있거나 유리걸식하던 독일과 폴란드, 리보니아의 난민들도 북미로의 이주를 원한다고 했다. 이민호로서는 남아도는 식량과 적은 비용으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었다.
“난민들을 쾨벤하운에 데려와준다면 선주에게 고산국 화폐로 보상하겠소. 상인 여러분이 널리 알려주시오.”
“고맙습니다, 전하. 한자 동맹 도시들의 주거환경과 치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겠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 쉽게 같은 편이 된다. 한자 동맹 도시들을 덴마크와 고산국의 깃발 아래 규합시키고, 덤으로 미시시피 강을 따라 북미 내륙 지역에서 농사를 지을 인구를 얻게 됐다. 이 시대 독일인과 폴란드인은 부지런하고 순박한 농민들이었다.
일주일 동안 열린 궁중 무도회 막바지에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2세 아돌프가 도착했다. 덴마크와 스웨덴 두 나라는 지난 2백 년간 견원지간이었으나 지금은 이민호의 중재로 어느 정도 협력관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구스타브 2세와 크리스티안 4세 사이에 국경조약을 두고 다툼이 일어났다. 발렌슈타인이 지휘하는 제국군이 슈트랄준트를 공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덴마크와 스웨덴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나라 사이의 국경분쟁을 해결해야 했다. 이민호는 국외자로서 개입하지 않으려 했으나 두 사람이 자꾸 끌어들이려 했다.
- 타앙!
- 컹! 컹! 컹!
총소리와 함께 순백의 새가 우아하게 추락했다. 그 즉시 점박이 사냥개가 추락지점을 향해 뛰어나갔다. 시종과 호위들을 이끌고 백조사냥에 나가서도 두 국왕의 설전은 끊이지 않았다.
“아, 글쎄. 덴마크 국왕은 현실감각이 전혀 없어요. 제국군에게 그렇게 깨지고도 덴마크가 여전히 군사강국인 줄 착각한다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덴마크가 최소한 스웨덴보다는 강해! 스웨덴이 폴란드와 루스 차르국을 상대로 이겼다고 제국군이나 덴마크가 만만해 보여?”
“덴마크 머스킷도 경량화됐는지 드디어 받침대가 없어졌더군요. 그러나 그게 유일한 발전이었습니다. 듣자 하니 기병 전술은 옛날 낡은 방식 그대로 카라콜이고 기병이 착용한 갑옷도 여전히 무겁다더군요. 특히 대포는 너무 무거워서 야전에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쩔쩔맸다면서요?”
스웨덴의 군제개혁은 단순한 편제나 징병 방식만이 아니었다. 구스타브 2세 아돌프는 전술을 비롯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군제를 혁신시켰다. 두 사람에게서 멀찍이 떨어져서 말을 모는 이민호도 구스타브 2세의 군제개혁을 높이 평가했다.
“그럼 몇 년 뒤에 한 번 붙어볼래? 덴마크는 스웨덴에 잃은 영토를 되찾아야 하거든.”
“그게 원래 스웨덴 영토거든요? 지금 경계선을 국경으로 고정하는 게 덴마크에 훨씬 이익이란 사실을 왜 모르냔 말입니다.”
어린 공작 자제가 어느덧 30대 초반의 장부로 성장했고 입심도 좋아졌다. 오래 전에 이민호가 줬던 검을 여전히 허리에 찬 구스타브 2세 아돌프는 이민호에게 감히 뭐라 하지 못했지만 크리스티안 정도는 갖고 놀았다.
“이보게, 구스타브. 협상에서 상대방을 놀리면 안 돼. 그 순간에는 성공하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된다네.”
“헤헤! 명심하겠습니다, 국왕전하.”
구스타브 2세 아돌프는 이민호의 말은 아주 잘 들었다. 구스타브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네덜란드에서 차관을 빌려 스웨덴의 구리 광산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 이민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역액이 열 배 이상 늘고 그 비율만큼 거둬들인 세금으로 스웨덴의 군사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었다. 스웨덴 군대의 다수를 차지하는 광부들도 평시에 광산 일을 하면서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게 됐다.
이민호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가 아니었다. 네덜란드를 통해 이자와 배당금을 받고 스웨덴에서 구리 광석을 싸게 대량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됐으니 사실 꿩 먹고 알 먹고였다. 수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톡홀름에 제련소까지 만들어줬다. 안데스의 구리 노천광산이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웨덴의 구리 광산이 아주 중요했다. 당장 탄피에도 다른 금속이 아닌 구리가 쓰인다.
문제는 덴마크와 스웨덴의 국왕들이 티격태격하면서 이민호를 항상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있었다. 두 사람을 억지로라도 협력하게 만들어야 잠자리가 편해질 것 같았다.
“와! 백조들이 V자 대열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한 마리씩 쏴서 잡죠? 고산국 국왕전하께서 먼저 쏘십시오.”
- 드르르르륵! 드르륵!
백조 20마리가 한꺼번에 추락했고, 덴마크 궁내부 장관이 끌고 온 모든 사냥개가 추락지점으로 뛰어갔다. 사냥을 즐기지 않는 이민호였지만 며칠 동안 두 사람이 입씨름을 벌이는 것에 진저리가 나서 소총을 자동으로 놓고 갈겨버렸다.
이민호가 30발 들이 탄창을 교환하는 동안 덴마크와 스웨덴의 국왕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번 일도 과장에 과장을 거듭해 또 다른 전설이 되겠지만 이민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자동소총을 고산국의 최첨단 비밀무기로 오해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오늘 안으로 협상 끝내.”
“예!”
“알겠네.”
이민호가 앞장서서 군기가 바짝 든 두 국왕을 뒤에 데리고 왕궁으로 돌아갔다. 스웨덴이 독일 땅에서 해야 할 결정적인 역할이 아직 남았지만, 북유럽에서 이민호가 할 일은 대충 마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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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쟁편이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