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41 102. 30년 전쟁 =========================================================================
“하늘 신의 아들이 가축들을 몰고 다니며 풀을 뜯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잠든 사이 강의 신의 딸이 그의 말을 몰래 숨겨두고는 자신과 잠자리를 해야 말을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험! 유화부인이 해모수에게 그렇게 적극적이었던가? 고구려 건국 신화를 묘하게 윤색했군 그래.”
해모수는 북부여 및 고구려의 건국 신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해모수가 북부여의 건국 시조인 동시에, 고구려 건국 시조 주몽의 아버지라면 가계도와 부여 건국 연대가 맞지 않는다. 부여가 망한 다음 부여의 건국 신화가 고구려의 건국 신화로 차용됐다고 봐야 한다.
“이건 고구려 건국 신화가 아니라 스키타이의 시조 신화예요. 고구려보다 최소 천 년은 앞서요.”
“어? 그것 참.”
이민호는 고산국의 건국 신화를 만들기 위해 알비노 자매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당사자로서 몹시 민망하지만 몽골의 <원조비사>나 조선의 <용비어천가>와 비슷하게 역사적 사실을 섞어 이민호와 직계 조상들을 미화하는 작품을 미리 준비하는 중이었다. 알비노 자매 나타샤와 스텔라는 여러 언어를 연구하다 보니 고대 신화에도 정통해서 고산국의 건국 신화 창작 방향을 조언하거나, 또는 직접 창작을 하기에 제격이었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의 건국 신화에 공통된 요소가 너무 많았다. 로마 건국 신화도 고구려 신화와 비슷한 스토리였다. 나쁜 왕에게 찬탈을 당한 왕의 유일한 핏줄인 딸이 신전에 갇혀 있는데 마르스 신이 겁탈해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낳는 장면은 햇빛이 유화 부인을 임신하게 만드는 묘사와 흡사했다. 나쁜 왕이 쌍둥이 형제를 들판에 버리게 하자 짐승들이 어린 형제를 보호해주고, 궁궐에 들어간 이후 왕이 죽일 계략을 꾸미지만 간발의 차이로 도망치는 이야기도 고구려 건국 신화와 비슷했다.
여러 문화권의 건국 신화들이 다양한 것처럼 보여도 공통되는 요소를 갖고 있었다. 늑대가 젖을 먹이고 새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로마 건국 신화는 오손의 왕자 곤막의 이야기나 중국 창세 설화에 등장하는 농사의 신 후직의 이야기와 동일했다. 왕궁에 들어가서 마구간을 관할했다가 왕의 군사의 추격을 피해 물을 건너 도망친 이야기는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 건국 설화에도 고스란히 나온다. 창세 설화의 홍수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는 물론 그 주변에 접한 정주국가들에도 같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흐음. 건국왕이 어렸을 때 고난을 겪다가 나쁜 왕의 궁궐에 들어가서 양육을 받고, 왕이나 왕자들의 질시를 받아 도망친다는 이야기가 모든 건국 신화의 핵심일지도 몰라.”
“어떤 사건의 상징적인 서술이겠죠?”
“그래. 건국왕을 민족으로 바꿔보자. 다른 민족에게 정복됐다가 시간을 두고 정복자의 군사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인 다음 정복자를 몰아내고 나라를 세우거나, 고구려 건국 신화나 출애굽기처럼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해서 건국했다는 이야기로 해석하면 적당할 것 같아.”
“맞아요. 그래서 특정 국가의 건국 신화가 다른 나라의 건국 신화 내용을 비슷하게 차용하더라도 이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건이 아예 없었다고 단언할 수가 없어요.”
여러 문화권의 신화 내용이 비슷하다 해서 단순히 어느 쪽이 베꼈다거나 허구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전차나 기마 문화가 초원 주변부로 확산되면서 여러 민족들이 정복됐다가 나중에 독립하는 사건은 실제로 무수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도망치면서 친구라 불리는 신하들을 만난 이야기도 중요해요. 주인님에게는 계복 원수를 비롯한 가신들과 후궁 마마님들이 해당될 거여요.”
“어디 보자. <삼국사기> 주몽 설화에는 오이, 마리, 협보를 벗으로 삼았다고 돼 있군.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건국을 도와준 사람들이겠지?”
“그들을 단순한 개국 공신으로만 생각하면 안 돼요. 중앙아시아의 초원 문화를 받아들였다면 그들은 주군과 공동운명체예요. 비록 고구려와 신라에는 난생신화가 개입됐지만요.”
스텔라가 말한 중앙아시아 문화는 좀 더 넓게 말해 흑해 연안 스텝지역부터 내몽골, 혹은 만주까지 이어지는 초원의 기마민족 문화를 뜻했다. 청동기 시대부터 인도유럽어족이 장악했던 초원에서 피어난 문화가 유럽과 중동, 아시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군사 분야에서는 전차에 이은 기마술, 궁술 등이 대표적이었다.
“정치적 공동운명체? 삼국지 도원결의나 칭기즈칸의 사준사구가 생각나네.”
“그 정도가 아니라 주군을 따라 진짜로 죽어요. 주군의 후계자를 지켜줄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고 주군이 죽은 다음 바로 자살해서 주군의 묘에 순장됐을 거여요.”
“권력의 핵심에 가까웠던 자가 그리 쉽게 자살할까? 그리고 주몽 설화에 그런 이야기는 없잖아.”
“주몽 이후 고구려는 물론 신라와 가야에서도 한동안 순장 풍습이 이어졌죠?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보면 동천왕이 승하한 이후에 자발적으로 왕을 따라 죽은 사람이 100여 명이라고 기록돼 있어요. 주군의 죽음 이후 주군과 함께 새로운 삶과 전투에 대비해서 완전 무장한 채 죽었을 거여요.”
가야 고분에서 무장한 호위무사와 말의 뼈가 함께 발굴됐다. 왕의 처첩이나 노예들이 강제로 죽음을 당한 다음 저승에서도 생전의 주인을 모시는 것이라는 기존 순장에 대한 상식과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친위대 혹은 호위무사들의 순장 풍습은 세계적으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한반도에서는 기원후 3세기 정도만 돼도 순장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사서에 등장한다. 고구려 중천왕과 신라 지증왕이 순장을 금지하는 영을 내렸다고 기록에 남았다. 선왕을 모셨던 우수한 전사와 행정가들을 한꺼번에 잃기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런 풍습이 훨씬 오래 지속됐다.
물론 주군이 이런 친위세력을 유지하는 비용은 무척 비싸게 먹힌다. 역대 초원의 제국 군주들은 그리스의 금 장식품과 중국의 비단을 수입해 친위대에게 나눠주기 위해 정주국가들에 말을 비싸게 팔거나, 실크로드라는 무역로를 유지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일반적으로 정주 농민들보다 유목민이 부유하므로, 가난한 유목민이 생존을 위해 정주국가를 약탈한다는 상식은 잘못됐다고 볼 수도 있다.
“무척 혼란스럽다. 역사 연구가 계속돼야겠지만 기존 건국 신화들을 참조해 고산국의 건국 신화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보자. 다른 건국 신화들과 주제가 비슷하면서도 줄거리는 뭔가 독창적이면 더욱 좋아.”
“벌써 건국 신화를 만드시려는 주인님은 너무 뻔뻔하세요. 후대에 맡기지 그러세요?”
“내가 더 민망하다고 했잖아. 물론 건국 이전의 인물들마저 아직 생존한 마당에 지금 만들더라도 공표하지는 못해. 그래도 줄거리 정도는 짜놔야겠어. 그래야 나중에 건국 신화를 입증할 유적과 유물, 기록을 제대로 남길 수 있거든.”
“고산국과 조선, 두 나라의 기록이 매우 상세하니 이에 맞춰 그럴 듯하게 창작하면 후손들에게도 잘 먹혀들 거여요.”
고산국 왕실의 뛰어난 혈통을 강조하기 위해 이민호의 부친을 비롯한 선대의 행적을 금칠해서 창작하기로 했다. 이민호 개인에게는 뭔가 신성한 탄생의 조짐과 특이한 성장기를 가미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 건국 당시의 유물로 평가될 여러 가지 물건을 잘 보관하거나, 몇몇은 아예 새로 만들 속셈이었다. 수원 본가와 서소문 저택을 고산국 영토로 통째로 옮겨오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다.
“조선 선종 임금이 다스리던 조정에서 주인님이 큰 공을 세웠는데도 핍박을 받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써나가기로 해요.”
“건국 신화의 줄거리를 따르자면 어쩔 수 없이 선종 임금이 악역을 맡아야겠군. 나중에 역모에 연루된 그 이상한 왕자들도 등장시키자.”
이민호가 처음에 조선 관리의 자격으로 고산부로 불리던 고산국 본토를 개척한 것을, 황폐한 곳으로 쫓겨나다시피 한 것으로 윤색했다. 주인공이 사악한 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새 나라를 세워 백성들을 행복하게 살도록 만드는 것이 건국 신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기 고산국 이민자들 중에 유민과 빈민, 면천된 노비들 비율이 높았으나 건국 신화에서는 양반과 중인, 상민의 비율을 적당히 높이기로 했다.
이민호는 졸지에 악역을 맡게 된 선종 임금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후계자 광해군, 조선 왕조에서 광종 시호를 받은 선왕과 아주 가까운 사이로 윤색하면 적당할 것 같았다. 고산국 왕실 입장에서는 건국 신화 때문에 조선 왕실과 감정적 대립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적당히 과장을 하셔야죠? 주인님이 지휘해서 왜군 일만 명을 쳐부순 일은 주인님이 선두에서 돌격해 십만 명을 때려잡았다고 해요.”
“그건 아니야. 역사적 진실을 왜곡할 생각은 없거든. 칭기즈칸과 동시대 인물이 서술한 것이 분명한 <원조비사>를 봐. 책 초반에는 푸른 늑대니 흰 암사슴이니 뭐니 잔뜩 신화적이었다가도 테무친 일가의 고난은 물론 칭기즈칸 개인의 어두운 면까지 아주 상세히 묘사했잖아? 모든 사건을 정확히 묘사하고 내 실수나 잘못도 자세히 기록할 거야.”
“주인님이 잘못한 게 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주인님의 잘못은 주인님만 아실 거여요.”
“그럼 익명이나 필명으로 써도 내가 썼다고 학자들이 알아볼까? 그건 곤란한데.”
이민호가 어렸을 때 인삼 무역이나 염전 운영을 가능한 합법적으로 했던 것이 당시에는 무척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들을 당당히 쓸 수 있게 돼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다만 일본을 망하게 한 과정은 상당히 비인간적이라 나중에 논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이민호는 역사적 진실을 왜곡할 생각은 없었다. 아주 조금 미화시킬 뿐이었다.
“혜영님과 혜진님이 주인님의 잘생긴 얼굴에 반해 모시게 됐다고요? 그때 주인님이 겨우 다섯 살이었는데 이건 너무하잖아요! 깔깔!”
“어허! 국왕도 잘생긴 편이 백성들의 인기를 끄는데 유리해. 내 어진도 화가나 사진작가들이 적당히 손을 보고 있잖아.”
“그래요. 주인님 잘 생기셨어요!”
나타샤와 스텔라가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웃었다. 그러나 유럽 귀족들, 특히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이 초상화를 얼마나 왜곡하는지 아는 이민호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애교에 불과했다.
네덜란드는 독일을 빼고 대부분 절대왕정으로 변화를 시도 중인 유럽에서도 공화정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625년 6월 5일 네덜란드의 남서부 전략 거점인 브레다가 에스파냐 군대의 11개월에 걸친 포위전 끝에 항복하고, 그 동안 네덜란드 총독 직을 수행했던 오라녜 공, 나사우의 마우리츠가 병으로 사망하면서 자못 위기에 처했다.
에스파냐와 수십 년째 독립전쟁 중인 네덜란드에서는 전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상인들이 시 및 주 의회와 시청,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기에 자본주의와 공화정이 발전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주식회사로 설립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는 아프리카와 인도. 브라질 등에서 무역과 전투로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도왔다. 그러나 대자본을 은밀히 침투시킨 이민호에게 네덜란드는 그저 말 잘 듣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새 오라녜 공 프레데릭 헨드릭이 네덜란드 총독에 오르면서 순조롭게 군대와 권력을 장악해가고 있어요. 서인도회사가 포르투갈 식민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려는 모양인데 내버려둘까요?”
“그렇게 하시오, 비올레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말고 내버려두시오. 네덜란드 내부에서 위기가 계속되니까 해외에서 유격전이라도 벌여야겠지요.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지난해에 네덜란드가 점령했던 브라질 바히아가 에스파냐-포르투갈 연합함대에 의해 탈환되고 2천 명 가량의 네덜란드,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인들이 포로로 잡혔다. 바히아를 구원하기 위해 출항한 33척의 네덜란드 함대는 며칠 뒤늦게 도착했다가 반격을 받아 즉시 퇴각했다.
이중 15척이 아프리카 서부 황금해안의 포르투갈 요새 알미나 성을 공격했다. 네덜란드 함대에서 치열하게 포격을 가해 작은 요새는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여기에 더해 해안에 상륙한 1,200명의 네덜란드 서인도회사 군인들이 요새를 향해 씩씩하게 진군했다. 알미나 요새에는 56명의 포르투갈 수비대와 200명의 아프리카인 동맹군밖에 없었다.
전투 결과는 뜻밖에 네덜란드 상륙부대 1,200명 중에서 45명을 제외한 전원 전멸이었다. 포르투갈 수비대원들과 흑인 전사들은 요새에서 나와 매복했다가 기습을 가했는데, 네덜란드 군인들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고 말았다.
“성공적인 무역을 하는 동인도회사에 비해 서인도회사는 오래 못 가 파산할 것 같아요.”
“영업 지역이 브라질과 서아프리카밖에 없고 무역보다 전쟁과 약탈 위주로 회사를 경영해야 하니까 곧 망할 것 같소. 서인도회사에 투입했던 자본은 다 뺐소?”
“예. 작년에 바히아를 점령했을 때 서인도회사 주가가 최고로 치솟았잖아요? 그때부터 올 초까지 몇 차례에 걸쳐 분할 매도했어요. 채권도 다 매각해서 서인도회사가 당장 파산해도 손해 볼 일은 없어요.”
손해 보기는커녕 반대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증권시장에서 차익을 무지막지하게 챙겼다. 현대라면 형사 처벌을 받을 일종의 내부자 거래였지만 이 시기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고 도덕적 비난도 받지 않았다. 근대 영국 의회 의원들은 거의 빠짐없이 주식에 손을 댔다.
“네덜란드가 망하게 둬서는 아니 되오. 우리 왕실 자본이 투자돼서 그런 건 아니고, 유럽 전체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아주 특별한 변수라서 그렇소. 네덜란드가 작아 보여도 에스파냐, 포르투갈, 잉글랜드, 프랑스, 덴마크, 신성 로마 제국이 긴밀히 관련돼 있소. 특히 잉글랜드 왕실은 네덜란드 자본에 묶여 있다고 봐도 될 것이오.”
“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상업은행들이 반드시 살아남아서 전하께 매년 꼬박꼬박 배당금을 보낼 수 있도록 배후조종을 잘할게요. 네덜란드 사람들을 보면 마치 여왕벌을 위해 열심히 꿀을 모으는 일벌들 같아요.”
“험! 험! 지금도 비올레타가 잘하고 있소.”
세자 개똥이와 세자빈이 입을 쩍 벌리고 있어서 더욱 민망했다. 네덜란드라는 국가 전체가 고산국 왕실에 자본적으로 종속됐다는 사실은 세자 부부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적나라하게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농업연구소에서 배양한 튤립도 비싼 가격에 여전히 잘 팔려나가고 있었다. 아직 네덜란드에서 튤립 거품이 붕괴하기 전이었다.
“세자도 들었듯이 자본을 우선하는 나라를 배후조종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더 큰 자본으로 휘두르면 된다.”
“예, 아바마마.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들을 독립국 국민으로 생각하고 있을 텐데, 진실은 무척 참혹하군요.”
“그렇다고 그들이 비참하게 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유럽 다른 나라들보다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야. 우리는 길게 보고 적당히 도와주면서 적당히 뽑아먹으면 된다. 네덜란드는 고산국과 상관없는 우리 왕실의 화수분이다.”
암스테르담 증권시장에 상장된 네덜란드 주식회사들과 상업은행들 대부분이 고산국 왕실 자본에 잠식돼 있었다. 특히 동인도회사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이민호 개인의 지분이 늘어났다. 서인도회사와 달리 동인도회사가 전쟁보다는 무역에 집중하는 것도 이사회에 이민호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작용한 탓이었다.
“마치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먹는 것 같다만, 네덜란드도 내 덕을 많이 보고 있다.”
“그래도 빨리는 입장이 되면 참으로 비참할 것 같습니다.”
“그래. 위정자가 신경 써야 할 일이다. 착취하는 나라가 될 필요는 없지만, 착취당하는 나라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
회의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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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5년 내용이 한 편 더 있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