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뜻한 바다의 제국-929화 (878/1,000)

00929  101. 1624년  =========================================================================

“내가 듣기로 대표는 선화가 공주라서 접근한 것이 아니었단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전하. 공연 관객들 중에 눈에 띄는 미녀 여고생이 있기에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공주마마께서는 노래도 기대보다 훨씬 잘 불렀고 발전 속도도 빠르셨습니다.”

“당연하지! 내 딸인데,”

혜영이 이민호의 허벅지를 지긋이 꼬집었다. 딸 자랑을 늘어놓으려던 팔불출 아빠가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경호원이 따라다녀서 황공하옵게도 공주님 신분이라는 사실을 조금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널리 알리면 대중들에게서 쉽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문제는 아이돌로서 여성가수단의 기본이 안 돼있단 말이야. 아이돌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는 일반 가수들과 달라. 춤을 추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매력을 과시해서 대중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때에 따라서는 애정의 대상이 돼야 해. 대중에게 인기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먼저 아이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는지 의문을 품게.”

고산국에서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처음 쓴 사람은 이민호였는데 라틴어 이돌라가 아닌 아이돌은 영어 단어였다. 그리고 고산국의 아이돌 가수는 10대 중후반의 귀여움과 신선함에 포인트를 둔 일본 아이돌 가수의 개념과 다른 한국이나 미국의 보컬 밴드에 가까웠다. 음악적 성과보다는 10대들이 닮고 싶어 하는 롤 모델이라는 점에서 일반 가수와 달랐다.

“황공하오나 가수는 일단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공주님을 비롯해 가수단 구성원들이 아름답고 노래도 잘해서 인기를 얻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오산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래. 의견이야 나하고 다를 수도 있지.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하지만 이래서는 생존 자체가 어려우니까 하는 말이야. 요즘 예쁘고 실력이 뛰어난 가수 지망생들이 얼마나 많나? 그들 중에서 극소수가 데뷔하고, 데뷔하고도 인기를 얻기란 극히 어려워.”

기획사 대표가 머뭇거리다가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했다.

“도와주십시오, 전하. 제 사업은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지만, 이렇게 실력 있고 열심히 연습하는 가수들이 실패하면 안 됩니다. 대중예술계의 큰 손실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재정보고서를 보니까 자본잠식이 되기 직전이군. 형제들에게 빚도 끌어 쓴 모양이야. 쯧쯧!”

기획사 설립 자본금 4만 원 중에서 절반은 다른 산업처럼 정부 투자 자금이었다. 대표이사가 사업 예측을 잘못하거나 무능해서 파산한다면 할 수 없지만 사치나 나태, 횡령 등으로 파산했다고 판단되면 형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민호가 수입과 지출 항목을 쭉 살폈다. 예상했듯이 수입은 변변치 않았고.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 예능 기획사가 다 그렇듯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대표는 가수단의 실력향상을 위해 교육에 지속적으로 거금을 투자했다. 유명 성악가나 가수들을 초빙해 구성원들의 가창력 향상을 위해 노력했고, 그 동안 들인 광고비도 만만치 않았다. 본격 데뷔 전 연습생 신분일 때부터 일반 직장인보다는 적지만 일정 금액을 매월 지급했다.

고지식한 면은 좋게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기획사 대표는 소속 가수들과 직원들을 위해 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 그리고 문화산업에서 노력이 재능보다 중요한지도 의문이었다. 어쨌든 대표가 일단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 여겼다.

“전하! 국가에서 투자한 자본을 날렸으니 그 죄는 제가 열 번 죽어도 마땅치 않습니다. 하오나 재능 넘치는 젊은 가수들이 꿈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유능한 기획사에 맡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표도 인생을 걸었을 텐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이미 투입된 정부 자본금 외에 왕실 자금을 추가로 투자하겠다. 대표의 지분이 줄어들 것을 각오하라.”

“성은이 망극하오이다, 전하!”

기획사 대표를 어르고 달래서 채무를 대신 변제해주는 조건으로 대표가 소유한 주식 절반을 내탕금으로 인수했다. 대표를 아예 월급쟁이 사장으로 만들어버릴까 하다가 의욕이 줄어들 것 같아 봐준 것이었다.

이민호가 보기에 선화 외에 나머지 구성원들도 각자 매력이 넘치는 편이었다. 다만 주상아의 딸답게 미모와 가창력으로써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선화 때문에 빛을 못 볼 뿐이었다.

젊은 아이돌 가수에게 기성 가수 수준의 가창력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웃기는 일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10년 넘게 연습한다면 대중들의 요구 수준을 채울 수 있겠지만 이미 아이돌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젊은 아이돌 가수들이 만약 대중들의 요구 수준을 맞춰줄 수 있다면 거꾸로 기성 가수들이 무능력하다는 결론밖에 안 된다. 아이돌 가수에게 요구되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추려면 뛰어난 재능과 오랜 노력의 총합인 가창력을 극대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들은 춤과 노래라는 가수로서의 기본적인 실력도 충분했다. 여기에 젊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여러 나라 외국어까지 구사하고 있으니 잘 키우면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왕실 자금을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다.

“실력은 괜찮으니 어떻게든 이 가수단을 살려보기로 하지. 우선, 예전에 내가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하는 자들을 여성가수단이라 이름 붙인 것은 성악가나 유행가 가수들과 다르기 때문이야.”

“노래를 잘하고도 예쁘면 더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솔로나 듀엣 가수도 아닌 다섯 분이나 되니까 더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제 착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한때 걸 그룹 덕질을 해본 이민호에게 전혀 가당치 않은 말이었다. 비주얼이 뛰어나고 가창력도 좋은 무수히 많은 남녀 아이돌 그룹들이 해마다 수십 그룹씩 데뷔했다가 빛을 못 보고 사라지는 곳이 한국이었다.

“구성원들의 개성 부여가 제대로 됐나? 일단 공주님과 무수리들이라는 이름부터가 문제야. 선화 외에 다른 네 명도 충분한 실력과 매력을 갖춘 인재인데 무수리라는 집단명사에 매몰돼버리잖아?”

“그런 면이 좀 있습니다.”

“다른 이름을 짓든지, 아니면 공주님과 친구들이라고 하던지, 어떻게든 이름은 대표가 알아서 바꾸게. 그리고 선화가 도도함을 밀고 나간 모양인데 이제는 틀렸어. 가수로 진출한 언니들 셋이 이미 충분히 써먹은 개성이거든.”

이민호가 예를 든다고 했지만 국왕이 이름을 언급한 이상 어제명으로 명명이 되어버렸다. 공주가 포함된 아이돌 그룹이라는 특성을 내세우기에 더 이상 적당한 명칭을 찾기도 어려웠다.

“공주님들이 도도한 인상으로 이미 세 번이나 가요계에서 성공하셨기에 이번에도 성공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공주님 신분이라는 장점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좋아. 하지만 어째서 모든 공주가 도도해야 하는 건가? 귀여운 공주도 있고 착하거나 질투가 심한 공주도 있겠지. 도도한 공주라는 인상은 대중들에게 이미 식상해졌으니까 새로운 개성을 밀고 나가보게.”

“아아!”

대표가 크게 감탄했지만 무슨 깨달음을 얻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민호가 보기에 선화에게는 언니들과 다른 선화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저쪽 키가 작은 가수는 음색이 아주 특색이 있더군.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노래 연습을 했을 거야. 그렇지?”

“그러하옵니다, 전하. 성량이 풍부하고 고음을 낼 수 있어 가수단 전체적으로 다양한 노래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오나 성대결절의 우려가 있어서 무리를 하지 못합니다.”

“노래할 시간을 아껴야겠군. 뭐, 좋아. 항상 써먹지는 못하더라도 아주 훌륭한 자산이야. 저쪽 키가 큰 여성은 춤추는 동작이 아주 매혹적이야. 허벅지 두께로 봐서 학생 시절에 운동이라도 한 모양이지?”

이민호는 꿀벅지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미모도 선화에 이어서 두 번째로 빼어났다. 칭찬인지 언어적 성추행인지 헷갈리며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매력적이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중장거리 육상 선수 출신입니다. 험! 가슴이 너무 커져서 운동선수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허벅지가 두꺼워서 살을 빼고 있습니다만 온통 근육이라 쉽지 않습니다.”

“아니야. 지금이 보기에 딱 좋으니까 더 이상 살을 빼지 말고 건강미를 내세우도록 하게. 구성원들이 각자 개성을 가져야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기억되고 호감을 얻을 수 있어. 다른 구성원들의 매력도 찾아서 내세우는 게 좋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문화예술에서 정해진 공식은 없었다. 이민호가 지시한 것도 예전에 한국 걸 그룹들을 보면서 했던 생각을 정리한 것뿐이었다. 다만 몇 가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요소들이 있었고, 이민호는 그 요소들을 집중 점검했다.

“남자친구들은 있나?”

“다들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만, 연습하느라 만날 시간을 내기 어려워 지금은 헤어졌거나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입니다.”

“연애를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편이 좋아. 예쁘고 순수해 보이는 경쟁 아이돌 가수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대표가 관리하기 가장 어려운 일일 거야.”

젊은이가 처음 연애하다 보면 고민도 많고 자랑도 하고 싶어진다. 연애는 일반적으로 예술가의 감정 표현이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대중들에게 연애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감정을 갖고 아이돌 가수를 바라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끼기 쉬웠다.

“아바마마! 친구들이 그러는데 바빠서 남자친구를 만날 틈도 없대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웃기는 소리! 남녀가 서로 마음만 맞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고, 무조건 들키게 된다. 너희 나이 때는 동료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하기 쉬울 거야. 그렇다고 위약금을 걸 수도 없어.”

음악 외적인 문제 때문에 팬들이 떨어지고 그룹이 해체될 불안감을 안고 추진하는 것이 연예엔터테인먼트 사업이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들인 데 비해 큰 성공을 거둬 성취감을 크게 느끼게 해주는 사업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안무가 여선생님하고 대화 좀 할까?”

“공주님과 전도유망한 가수들의 앞길을 망친 제가 죄인입니다. 저를 죽여주시옵소서, 전하!”

바닥에 이마를 찧는 여성 안무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괜히 조선 사극 영화 흉내 내지 말고 우리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세. 혹시 자네 무술을 배웠나?”

“고산국 사람이라면 남녀 막론하고 누구나 배우는 것이 무술입니다.”

“춤이 너무 빠르고 딱딱해서 하는 말일세. 안무 중간 중간에 완급을 조절하면 좋겠어. 여성미를 발산하도록 안무를 수정하게.”

“하오나 전하! 춤추는 속도가 중간에 달라지면 더욱 신경을 써야 하고 체력적 부담도 더 커집니다. 그럼 노래를 부르기 힘들어집니다. 지금도 체력과 호흡 능력을 감안해 최대한 짜낸 것입니다.”

“노래를 부를 차례가 되면 안무 대형에서 살짝 빠져 나와 춤을 추지 않는 방법도 있어. 그래야 대중들이 그 가수에게 더 집중할 수 있지. 그리고 대형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위치에 따라 다른 춤을 출 수 있도록 하게. 무엇보다 노래 주제에 맞는 안무를 창작하는 게 중요해. 노래 가사처럼 구성원들이 첫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사랑스러운 소녀들로 만들게.”

“하오나 전하! 춤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이분들의 장점인 가창력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 것입니다.”

대표의 반론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민호가 해결책을 알고 있기에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악단을 고용하는 것도 비용 부담이 크겠어. 그렇지 않나?”

“그러하옵니다. 최소 30명이나 되는 악단을 고용하는 비용으로 인해 안무 연습하기도 어렵습니다. 행사에 초청될 때도 가끔 손해를 봅니다만, 그래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행사에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문화계에서 요청할 경우 음반 제작비용을 특별히 싸게 해주잖아? 안무 연습할 때나, 주최측에서 준비한 악단이 없는 행사에서는 반주와 후렴구 같은 일부 노래 구절을 녹음한 음반을 틀면 어떻겠나? 성대결절 우려가 있는 구성원의 목청도 아낄 겸 말이야.”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립싱크를 하라는 소리는 아니고, 배경음 즉 MR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기획사 대표가 꽤나 충격을 받은 듯했다.

현대 유명 락 그룹이 순회공연을 할 때나 관현악단이 방송국 무대에서 반주를 할 때 흔히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고 핸드 싱크를 한다. 가끔은 플루트 주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척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음향시설이 부족하고 녹음 환경이 열악한 탓이었다.

“전하! 이분들은 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길 원하는 가수입니다. 그리고 청중을 속이는 것 같아 내키지 않습니다.”

“춤을 동반하면 노래가 항상 완벽한 게 아니니까. 충분히 실력이 늘어서 완벽하게 되면 그때 배경음을 빼고 공연을 하게.”

이민호가 강권하자 대표가 내키지 않지만 동의했다. 결국 안무를 바꾸고 악기 연주와 배경음을 녹음한 음반과 축성기를 갖고 연습하기로 했다. 나중에 왕도에 가서 다시 볼 일이었다.

“선화 공주. 허벅지 노출이 심해서 민망해요. 그리고 앞으로 가실 유럽은 겨울에 몹시 추운 곳이에요. 그러니 마이조 같은 것을 입는 게 좋겠어요.”

“큰 어마마마! 고맙긴 하지만 긴 양말 종류는 남성들이 입는 거잖아요.”

혜영이 선화에게 건넨 것은 스타킹 같은 것이었다. 타이츠 종류의 몸에 찰싹 달라붙는 하의는 철제 갑옷을 입던 유럽 중세시대에 살갗이 까지지 않게 하려고 귀족 남성들이 입었던 관습에서 비롯됐다. 이에 반해 마이조(maijot)는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건너간 발레가 발전하면서 남성 무용수들이 입던 하의였다.

“북쪽 추운 지역에서는 남녀 가리지 않고 입기도 해요. 그리고 이건 얇으면서도 따뜻해요. 몸매를 날씬하게 보정하는 효과도 있어요. 이것을 입으면 운동을 조금 덜해도, 맛있는 음식을 조금 더 먹어도 괜찮다는 뜻이에요.”

“어머나! 정말요?”

“다만 오래 입으면 피가 통하지 않아 몸에 해로워요. 공연할 때만 입으세요.”

“고마워요, 큰 어머니!”

혜영은 내정뿐만 아니라 큰 어머니 노릇도 잘했다. 수많은 왕자와 공주들을 시집장가 보낸 사람은 이민호나 다른 후궁이 아니라 혜영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선화와 동료들이 긴 양말을 신고 다시 회의실에 등장했다. 조금 전 다리를 노출했을 때보다 훨씬 날씬하고도 육감적으로 보여서 나이 든 대신들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때? 이젠 제대로 준비해서 대중들과 만나도록 해라.”

“예! 아바마마.”

선화가 기뻐하고 동료들도 자신감이 붙은 듯했다. 모든 문화예술인들의 후원자로 알려진 이민호가 직접 자본 투자를 했으니 최소한 망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생긴 탓이었다. 이민호는 공주가 포함돼 있는 문제와 별도로 이들을 전략적으로 밀어주기로 했다.

“대표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오늘 일을 포함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을 꾸준히 기록하도록 하라. 그래서 나중에 구성될 다른 가수단이 참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예, 전하. 왕실 자본이 투자됐으니 공적인 회사로서 연예계에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아국이 지향하는 바는 군사대국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도 아니다. 국내외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문화예술계는 내가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산업이다. 앞으로 문화계를 산업의 하나로서 지정해 적극 지원할 테니 그대들도 열심히 꿈을 펼치도록 하라.”

“황공하옵니다, 전하. 저희들이 고산국의 문화예술을 세계로 널리 퍼뜨리는 역군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민호가 문화제국주의의 폐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의식주 여러 방면에서 고산국 문화가 기준이 되어 영토 내부는 물론 유럽과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유행했다. 여러 분야에서 고산국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도 했고, 당연히 약소국이나 소수민족의 문화적 종속이 우려됐다.

그러나 일방적인 자국 문화 우월주의로 다른 나라들을 문화 식민지로 전락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미 세자를 중심으로 국내 소수민족과 외국 여러 나라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해놓았다. 거기서는 인간의 보편적 문화를 생산하고 각 민족의 개성적인 문화를 보존하고 꾸준히 교류해서 부작용을 줄인 문화 융합을 목표로 삼았다. 물론 단기간에 끝낼 수 없는 장기적 국가 과업이었다.

“자! 선화와 가수단이 돌아갔으니 백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문제를 다시 고민해봅시다. 어느 분이 먼저 말씀하시겠소?”

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세자도 이민호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 작품 후기 ============================

아마도 가장 재미없는 편인 것 같습니다. 계속 붙들고 있느니 차라리 눈 질끔 감고 올리고 다음 편 쓰는 게 낫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설 잘 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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