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42 94. 1615년~1617년 =========================================================================
“옥상 온천도 괜찮다. 경치가 아주 좋아.”
아이슬란드에 남아도는 전기로 온천수를 왕궁 옥상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옥상 사방을 유리벽으로 막고 바닥과 벽 일부에 온천수가 흘러 따뜻하게 데운 온돌을 시공하고 가운데에는 온천을 만들었다. 높은 곳에서 보이는 경치는 아주 훌륭했고 온실 속의 온천이라 실내공기가 후끈했다.
그리고 금발에 하얀 피부, 가는 허리에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아이슬란드 여 행정관 셋과 오랜 훈련으로 몸매가 탄탄한 여진 호위 두 명이 벌거벗은 채 이민호 앞에 줄줄이 엎드려 있었다. 이민호가 말한 경치는 외부 경치가 아니라 백황백황백으로 이어진 골짜기들이었다. 현대 대한민국에 있었다면 꿈도 못 꿀 절경이었다.
“주인님. 후궁들을 존중해주세요. 한 명씩 안아주시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부끄러운 자세는 시키지 말아주세요.”
“선영이 넌 내가 혜영이나 주상아 공주 같은 고위 후궁들을 안는 것을 자주 봤으면서 그래? 일대 다수에서는 어쩔 수 없다.”
선영이 여진족 중에서 제법 높은 귀족의 딸이었는지 몰라도 고산국 왕실에서는 다 똑같은 호위에 불과했다. 그리고 웬만한 여진 귀족들이 명나라나 조선에서 명목상 받은 품계보다는 고산국 호위대장의 품계와 중요도가 훨씬 높았다.
이민호가 선영의 허리를 잡아당겨 엉덩이 골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뭐라 말하려던 선영이 입을 다물고 몸 전체를 파르르 떨었다. 아직 경험이 적은 선영이 요즘 들어서 아주 조금 남자 맛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오르가즘과 거리가 멀지만 아직 출산 경험이 없는 20대 초반 후궁들 다수가 딱 이 정도 수준이었다.
이민호는 선영과 결합한 중에도 양 옆에 엎드린 여 행정관들의 엉덩이를 만졌다. 진한 금발과 연한 금발 중에서 다음에 어느 쪽으로 갈까 고민하던 이민호는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가기로 결정했다. 선영에게서 뽑아든 것을 오른쪽 마지막 여 행정관에게 결합시킨 다음 나머지 여자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다들 똑바로 누워. 아무래도 이 자세가 덜 부끄럽겠지?”
“네에.”
선영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여 행정관이 지쳐서 완전히 엎어진 다음 이민호가 다시 선영에게 돌아왔다.
덜 부끄러운 자세라면서도 선영은 필사적으로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이민호가 일부러 선영의 다리를 활짝 벌린 다음 결합 부위를 자세히 살피면서 움직였다. 몸이 위아래로 격렬하게 진동하는 동안 선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거 알아? 선영이 넌 다른 호위나 후궁들에 비해 승은을 훨씬 자주 입는 편이야.”
“알아요. 혹시 호위대장에 대한 예우인가요?”
“아니. 선영이 네가 예뻐서.”
선영이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듯했다. 이 시대 사람들과 미적 기준이 아예 다른 이민호니까 선영이 이해하려고 애 쓸 필요는 없었다. 키가 크고 뼈가 굵으며 이목구비가 뚜렷한 선영이 예쁘다는 말을 들을 기회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선영이 너 윗몸 일으키기 할 수 있어?”
“호위로 10년 넘게 훈련받았으니 당연히 하죠. 주인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무 것도 아니야.”
선영은 민영처럼 체구가 큰데다 발육은 훨씬 좋았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덕한 몸매의 일본 그라비아 모델이 윗몸 일으키기를 못했던 기억이 나서 물어본 것이었다. 그때 인터넷상에서는 가슴 크기 때문이라고 말이 많았다.
“주인님! 아이슬란드의 여왕폐하께서 탄 배가 레이캬비크에 입항합니다.”
호위 선미가 보고하자 고개를 들어 항구 쪽을 살폈다. 여왕이 탄 기관이 달린 배가 범선 여러 척을 줄줄이 예인하고 들어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이슬란드에 이민호가 도착한 것을 알고도 헤드비히 여왕이 늦게 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저기 오는군. 오늘은 마리인가?”
“네! 저예요, 전하!”
머리를 양 갈래로 묶어도 전혀 귀엽지 않은 대신 화사하고 성숙한 여 행정관이 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지상과제인 듯 이민호의 정을 빠짐없이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머지 두 행정관도 이민호에게 달라붙어 온몸으로 자극했다. 이때 아이슬란드 여자 행정관들은 동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긴밀히 협력하는 것 같았다. 이민호가 그 의미를 파악해냈다.
“내가 아이슬란드를 버릴까봐 걱정돼?”
“네. 남태평양의 새섬이라는 곳에 지열 발전소와 알루미늄 공장을 건설했다고 들었어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요. 전하께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이슬란드를 다스려주세요.”
“너희들 중에서 나의 아이를 최소한 하나를 낳아야 안심하겠다는 뜻이구나.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해도 소용이 없겠지.”
이민호는 아이슬란드 여자 행정관들의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지금보다 잘 산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아이슬란드에서 더 이상 지열발전소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지거나 관리하기 귀찮다고 다른 나라에 팔아버린다면,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예전의 춥고 배고픈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민호는 무한한 자원을 가진 아이슬란드를 버릴 생각이 결코 없었다. 하지만 고산국의 기술이 아니면 지열을 활용할 기술이 없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고산국과 이민호에게 철저히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새섬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모든 아이슬란드 주민들이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 더욱이 올해는 늦여름까지 얼음이 녹지 않아 그런 우려는 더욱 커졌다.
“자! 아이슬란드 사람들을 위해 바쁘게 일하는 여왕을 맞이하러 나가자. 너희들이 더 풍족하게 살고 싶다면 여왕을 더욱 잘 모시도록 해라.”
“네! 전하!”
이민호가 그렇게 말하자 여자 행정관들의 얼굴 표정에 내려앉았던 어두운 기운이 말끔히 사라졌다. 이민호와 아이슬란드 여자 행정관들 사이에 자식이 생기지 않더라도, 최소한 여왕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아이슬란드를 버리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민호는 아이슬란드의 자원이 아니라 지정학적 위치만으로도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레이캬비크 동쪽 평원에 널찍하게 건설된 비행장이 대서양에서 아이슬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내 사랑! 늦게 와서 죄송해요. 건초라는 게 몹시 흔한 것이지만 막상 대량으로 모으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백성들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는 여왕을 보기가 좋소. 추운데 어서 왕궁에 들어갑시다.”
항구에서 여왕을 맞이한 이민호가 여왕을 얼른 장갑차에 태웠다. 아이슬란드 말은 주로 건초를 먹고 자란 탓에 곡식으로 사료를 완전히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조선이나 고산국에서 기르는 말은 건초 외에 일정량의 콩이나 잡곡을 추가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였다.
게다가 지금은 늦여름이라 유럽에서도 건초의 양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았다. 그래서 덴마크와 네덜란드, 서부 독일의 농촌 지역까지 사람들을 파견해서 싹싹 긁어 모아왔다고 했다.
“알팔파 같은 추위에 강한 콩과 식물 여러 종이 있소. 농업연구소에서 개량한 품종을 아이슬란드에 심어야겠소. 얼어죽고 눈에 덮이더라도 말들이 파서 먹을 수 있을 것이오.”
“전하께는 정말 없는 것이 없어요. 하지만 당장 올해를 넘기는 일이 우선이겠죠? 건초를 구입해와서 목축업은 급한 불은 껐지만 어업이 가장 큰 문제에요. 혹시 전하께 좋은 생각이 없으세요?”
“어부들에게 일 년 푹 쉬라고 했소. 물론 수입을 보전해준다고 약속했소.”
“어머나! 호호! 전하께서는 정말 배포가 크시군요.”
수백 년 앞을 내다보는 고산국의 세계 전략에서 아이슬란드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이상 기후에 의한 어업과 목축업의 위기나 화산의 분화 같은 자연재해가 언제든 생길 수 있었다. 그럴 경우 주민들이 이곳 아이슬란드에 계속 살게 만드는 일이 때에 따라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겉보기에 아이슬란드는 몹시 춥고 척박했다. 고산국의 피보호국이라지만 아이슬란드는 이미 고산국 영토나 다름없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아이슬란드 주민들이 고향을 버리고 모조리 북미로 이주해 정착하는 사태였다. 고산국 입장에서는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주민들이 계속 아이슬란드에 남아 있기를 바라야 했다.
“아이슬란드 주민들의 평균 소득은 고산국보다 항상 많을 것이오. 이곳 주민들이 절대 고향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소.”
“세상에! 아이슬란드가 고산국에게 그렇게 중요한 곳이었군요.”
이민호의 발언에서 헤드비히가 정치적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앞으로 헤드비히가 시행할 아이슬란드의 대민 정책에 반영될 것이다. 알루미늄 공장 덕택에 재원은 충분했다.
“마르그레타 황후께서 원자님을 생산하셨어요. 여기까지 오셨으니 전하의 외손자를 보고 가시지 않겠어요?”
“조선처럼 고산국에서도 출산 후 백일 이전에는 아기를 바깥에 내놓지 않는 법도가 있소. 기다렸다가 돌잔치에 참가하겠소.”
“30대에 벌써 할아버지가 되신 기분이 어때요? 호호!”
이민호는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왕궁에 도착한 이민호는 헤드비히를 상대로 밤새도록 할아버지의 힘을 과시했다. 자정까지 해가 지지 않은 탓에 잠이 오지 않아 그것밖에 할 일이 없기도 했다.
1616년 2월, 시인, 극작가 겸 궁정 연극배우 벤 존슨이 잉글랜드 국왕 제임스 1세에 의해 연금을 1백 마르크까지 받는 것이 허용됐다. 사실상 잉글랜드의 첫 번째 계관 시인이 탄생한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마르크는 화폐단위가 아니라 금이나 은 3분의 2파운드 혹은 반 파운드에 해당하는 무게 단위였다.
고산국에서도 이를 본받아 문학상을 제정했다. 소설과 시, 희곡 부문으로 나눠 작가가 아닌 작품 단위로 상금을 수여했다. 국적을 따지지 않는 바람에 소설은 조선의 <홍길동전>, 시는 페르시아의 발음하기 어려운 작품, 희곡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당대에 가장 인기가 높은 <헨리 6세>가 아니라 <햄릿>이 선정됐다. 안타깝게도 고산국 작가들은 아직 문학적 역량이 부족했다.
상장과 상패, 1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금은 셰익스피어가 임종하기 직전인 4월 하순에 그가 드러누운 병상에 도착했다. 셰익스피어는 고산국 국왕 때문에 아내에게 복수할 계획을 망쳤다면서 허탈하게 웃은 다음 숨을 거뒀다.
변호사가 유언장을 개봉해보니 대부분의 재산은 시집간 첫 딸 수재너에게 물려주었다. 아내 앤에게 남겨준 것은 ‘두 번째로 좋은’ 침대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유언장 작성 후에 상금이 도착했기에 그의 아내 앤은 상금의 3분의 1을 나눠받을 수 있었다.
문학상 후보자들을 한창 선정하는 중이던 2월 19일에 필리핀의 마욘 화산이 거대한 분화를 일으켰다. 분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고산국 이조의 재해대책본부에서 주변 지역에 지진해일 경보를 발령한 다음 해군 함정과 항공기를 파견해 분화 규모를 살폈다. 마욘 화산은 10년에 한 번 이상 꼴로 분화하는 활화산이라 주변에 사람이 살지 않아서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민호는 화산 분출 기간을 가장 신경 썼다. 몇 년 전 세계를 덮친 대기근은 남미 화산의 분출이 결정적인 원인이라서, 이번에도 혹시나 전 세계의 기온을 낮출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분화 당시에 마침 화산 근처를 지나가던 네덜란드 배 세 척이 있었습니다. 해적선처럼 중무장을 갖췄는데도 자기들은 세계 일주 항해 중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전하께서 직접 심문을 하실지 하명해주시옵소서.”
“데려오게나.”
필리핀에 급파됐던 1전단이 네덜란드 선박 세 척을 나포해왔다. 잠시 후 병사들에게 끌려온 네덜란드 선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알현실 주변을 살피다가 이민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네덜란드의 선장 요리스 반 스필베르겐이라고 합니다, 국왕전하.”
“스필버그? 아! 예전에 실론의 왕을 만났다지?”
“제 이름을 기억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전하.”
요리스 반 스필베르겐은 1596년에 아프리카를 탐사하고 1602년 스리랑카에 도착했다. 당시 스리랑카를 나눠서 지배하던 여러 왕국들 중에서 중앙과 동쪽을 영토로 둔 칸디 왕국의 왕 비말라 다르마 수리야, 다른 이름으로 코나푸 반다라를 만나 계피 무역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
“먼저 화산 분화에 대해 말해주게.”
“예, 전하. 필리핀의 화산은 그레고리우스력으로 2월 19일 낮에 분화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저희들이 머물러서 지켜보는 도중에 사흘 만에 분화가 그치고, 마침 그 날 고산국 함선들을 만나 이렇게 왕궁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사흘 만에 분화가 끝나서 다행이군. 혹시 불붙은 돌이 날아다니거나 검은 연기를 많이 내뿜던가?”
“처음 몇 시간만 격렬하게 분화했고 이후에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첫 날을 제외하곤 연기가 그리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라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스필베르겐의 증언은 필리핀 원주민들이나 고산국 측후소에서 관측한 결과와도 맞아 떨어졌다. 관측 결과를 구두로 보고한 다음 문서로 제출한 공으로 스필베르겐 선장에게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해주었다.
“그래. 세계 일주 항해 중이라고 했지? 이번에도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서 왔나? 수에즈 운하를 통해서 오지 그랬어?”
“아닙니다, 전하. 이번에는 남미 남단 마젤란 해협을 지나왔습니다. 해적 토벌을 위해 북미 대륙 남부로 가려다가 요즘에는 고산국 영토라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남태평양 여러 곳을 항해했습니다.”
“혹시 항해 일지를 복제해줄 수 있나? 금전적 보상은 화산 관측 이상으로 충분히 해주겠네.”
“하하! 죄송하지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의뢰한 항해라서 다른 고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민호가 동인도회사의 대주주이므로 스필베르겐의 항해일지는 나중에 고스란히 입수하게 돼 있었다. 군주라면 누구든 외국 탐사선의 항해 일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므로, 일부러 항해 일지를 언급한 것에 불과했다.
“훌륭하군. 고산국 왕도에서 며칠 푹 쉬다 가게. 물과 식량 등 보급은 충분히 해주겠네. 처음 입항하는 나라도 있을 테니 내 이름으로 소개서를 써주지.”
“대단히 고맙습니다, 전하.”
스필베르겐의 세계 일주 항해가 성공하면 선장과 선원들에게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라고 대주주 명의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지시했다. 용감한 탐험가는 사후가 아니라 생존 중에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민호의 지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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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단위로 편을 합해도 분량이 줄지를 않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