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뜻한 바다의 제국-837화 (786/1,000)

00837  93. 1614년  =========================================================================

“지참금을 줄 때 문제가 생기는구나.”

“지참금을 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우리 고산국에는 상속과 증여 제도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문제가 있어요.”

고산국에도 분명히 상속과 증여 제도는 있었다. 다만 상속세와 증여세가 100퍼센트라서 부모가 자식에게 주고 싶어도 자식이 상속과 증여를 받지 않을 뿐이었다. 법이 제대로 적용된다면 현금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면 고스란히 세금으로 징수되기에 상속과 증여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직 건국 초반이었지만 고산국에서는 부모의 재산을 자식이 상속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다만 농부인 부모와 같은 집에서 살다가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서 집과 농장을 물려받는 경우는 흔히 있었다. 이것은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무작위로 배정하는 것이 원칙인 농장과 농지 분배 규칙의 예외사항일 뿐이었다. 혹은 부모의 애장품이었던 서화나 도자기, 장롱 등을 그 가치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물면서 인수하기도 했다.

입법 예고 단계에서 상인과 조선 양반 출신 가문에서 반발이 약간 있었지만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상속법이 시행됐다. 부모가 평균적으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국가에서 베풀어주고 있었기에 가능한 제도였다.

현대 같으면 부유한 산유국에서나 시행 가능한 제도였다. 고산국은 석유와 금 등 지하자원뿐만 아니라 철도와 전기를 비롯한 각종 공기업, 방직과 방적 등 생산시설, 해달모피 등 동물자원 유통을 장악했기에 이런 제도가 가능한 재정적 기반을 갖췄다.

“조선 양반들이 하는 식으로 자식들에게 왕실 재산을 균등하게 배분해줬다간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나라가 거덜 나. 100여 개로 분열되겠지.”

“왕실 재산은 국가의 재산이기도 하니 그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지참금 제도가 통용되는 외국과의 국혼인데 지참금을 어느 정도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백성들이나 관료들 모르게 준비할까요?”

“안 돼. 차라리 특별법을 만들자. 국혼은 공주나 왕자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일이기도 해. 물론 재원은 왕실재산으로 해야겠지.”

이민호는 앞으로 시집갈 모든 공주들에게 지참금을 줄 생각은 없었다. 마르그레타는 차르의 황후가 돼서 통치자금이 필요할 테니 특별히 지참금을 마련해주는 것뿐이었다.

만약 공주들이 평생 고산국 국내에서 산다면 다른 백성들처럼 기본 소득을 20년 동안 모은 4천 원이 신혼생활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자금이었다. 왕실 소유의 별장과 여러 가지 시설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혜택은 차고 넘쳤다.

물론 이민호가 결혼 선물을 주거나 후궁들이 돈을 약간 모아서 줄 수는 있었다. 후궁들은 이민호나 왕실재산을 관리하는 혜영을 따라서 아무 것도 모르고 국영기업 주식을 사놓았기 때문에 의외로 알부자들이었다. 부모가 결혼할 자식에게 100원 이하의 선물이나 돈을 주는 것은 고산국의 세법에서도 허용됐다.

그런데 고산국의 왕자와 공주들에게는 아버지가 하나뿐이지만 어머니들이 많아서 십시일반이 오히려 큰돈이 될 수도 있었다. 김성모 대화백의 작품 중 대사와 비슷한 ‘모친들 중의 한 분’이라는 말이 고산국 왕자와 공주들에게는 충분히 성립했다.

“지참금 금액을 결정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수입이 나올 만한 사업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해요. 황후 경호대원들은 주로 고산국에서 뽑는 게 좋을 테니 차르에게 경호대 유지비용을 청구하기 곤란해요. 그리고 마르그레타가 루스 차르국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집행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거여요. 이 보고서를 보세요.”

“차르의 재산이 직할 영지를 빼면 이것밖에 안 돼?”

“전임 차르가 기근과 내전 때 왕실 보물을 많이 팔았으니까요. 수장고에 보관된 보물은 일부만 남아있어요.”

“험! 그렇군. 마르그레타에게 어떤 사업체를 넘기면 좋을까?”

전 차르 보리스 고두노프가 소장했던 보물 대부분을 구매했던 자가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직할 영지가 루스 차르국 전체의 절반 가까이 돼서 차르가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을 가능성은 적었다.

차르 표도르는 고산국을 본받아 열심히 경지 정리를 하고 옛 농지를 다시 개간해 농민들을 정착시켜 곡물 생산량을 예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나머지 영지의 주인인 보야르들은 혹시나 차르가 영지를 회수할까봐 두려워 영지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루스 차르국에서 운영 중인 철도 운영권을 넘길 수는 없어요. 고산국의 국가 재산이니까요.”

“물론이야. 게다가 알짜배기 사업이고 자본금도 지나치게 커. 일단 지참금은 내탕금에서 내도록 하자. 왕실 수장고에 보관된 황금 2톤을 내주면 어때?”

“많긴 하지만 차르의 유일한 황후니까 그 정도는 있어야겠지요. 부자 나라로 소문난 고산국의 체면 문제도 있어요. 그럼 고정 수입은요?”

마르그레타의 어머니 비올레타는 자기 딸의 일인지라 가만히 있고 혜영이 계속 물어봤다. 후궁들도 국영기업 주식을 보유하거나 쌈짓돈을 모아 꽤 큰돈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150명을 넘어섰기에 마르그레타 만큼은 아니더라도 매번 시집 장가갈 때마다 돈을 마련해주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사업체를 경영하지 않는 엄마들도 많으니까 앞으로는 신랑 신부에게 간단한 축하 선물만 주도록 해. 그리고 사업체는 루스 차르국의 석유와 석탄 판매권을 주겠어. 서시베리아의 유전과 탄전에서 캔 자원을 마르그레타의 사업체에 판매하면 그 사업체를 통해 매년 적당한 운영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소매권을 주는 건가요? 차르에 이어 단숨에 수입 2위에 뛰어오르겠군요. 고산국 전체 자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금은 극히 미미하지만 앞으로 루스 차르국이 성장하면서 이익이 몇 배로 불어날 수도 있을 거여요.”

“마르그레타라면 루스 차르국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 거야. 난방기구와 전기 등을 고산국처럼 석유 위주로 사용한다면 고산국에도 장기적으로 큰 이익이 될 거야.”

루스 차르국 내에서 석유와 석탄 전매권을 넘긴 것은 아니지만 현재 루스 차르국의 자원 수급상황에서는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혜영이 찬성하자 비올레타가 주먹을 꼭 쥔 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혜영 앞에서 이민호에게 애정표현을 할 만한 용감한 후궁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고마워하는 감정만은 이민호에게 충분히 전달되고도 남았다.

마르그레타로 인해 고산국의 국가기밀이나 기술이 루스 차르국에 누설될 우려는 없었다. 기계공학과 화학 등의 기술과 학문은 국가로부터 특별히 보호받았기 때문이다. 장맛은 딸이 아니라 며느리로 전해진다는 조선 종갓집의 전통과 비슷하게 공주들은 과학기술 쪽에 아예 접근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르그레타는 국가기밀에 접근할 권한이 없었고, 다만 지식과 경험이 쌓인 유능한 행정가일 뿐이었다. 행정가 하나가 루스 차르국이라는 유럽에서도 비교적 뒤떨어진 나라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전하! 드디어 리투아니아-조선말 사전과 리투아니아 문법책을 완성했어요.”

“오! 그 동안 나타샤와 스텔라가 정말 수고가 많았다. 몇 년 동안 꾸준히 공부하면서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리투아니아에서 루스 차르국으로 이주한 농민의 딸인 알비노 자매가 책 몇 권을 이민호에게 바쳤다. 어리고 약했던 자매는 어느덧 성인으로 자랐고 지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자매는 학교에 다니면서 조선말과 여러 학문을 배우고 주상아 공주가 기거하는 별궁에 돌아와서는 밤늦게까지 사전을 편찬하고 문법책을 집필했다. 물론 리투아니아에서 수많은 문서를 수집하고 저명한 리투아니아 학자들을 초빙해서 배우기도 했다.

“배움이 짧은 저희가 아니었으면 더 빨리 완성됐을 거여요. 늦어서 죄송해요, 전하.”

“아니다. 리투아니아 학자에게 이 일을 맡겼다면 수준이 더 높았겠지만 나온 것은 번역서에 불과했을 것이다. 다른 언어 사전의 편찬자들도 마찬가지지만, 너희들이 고산국 백성이기에 고산국에 필요한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산국에서 학자들을 동원해 세계 곳곳의 언어를 연구하고 사전을 편찬하는 중이었다. 유럽에서 라틴어가 링구아 프랑카 역할을 하면서 나라에 따라 이미 사전을 편찬한 곳도 있었으나, 리투아니아 같은 작은 지역에서는 어휘 사전이 없었다.

사전 편찬 사업은 고산국이 세계의 문화 패권을 쥐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준비되고 되었다. 문화 패권은 결국 경제 패권의 유지 문제로 직결된다. 이민호가 후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사업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어는 언어학에서 매우 특별한 지위를 점하고 있었다. 고대 인구어, 즉 인도유럽어 공통 조어(祖語)의 특성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단어의 성과 격, 단수와 양수와 복수, 시제에 따라 활용형이 많아 그만큼 배우기 어렵기도 했다.

나타샤와 스텔라가 있음으로써 고산국은 고대 인구어 연구를 선도할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아직은 리투아니아어가 유럽의 언어학자들에게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할 때였다.

“명징 노스님은 잘 지내셔?”

“예. 요즘 몸이 불편하신지 명나라에서 건너온 동자스님이 수발을 들어드리고 계세요.”

“저런! 주치의를 보내드려야겠다.”

명나라에서 초빙된 범어 전문가인 스님은 어째서 피부가 눈처럼 하얀 북유럽의 처자들 중에서도 유독 하얀 처자들과 연구물을 공유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비교언어학 연구가 진행될수록 리투아니아어와 산스크리트어가 뭔가 비슷하다는 점을 차차 깨달아가고 있었다.

북유럽과 인도, 극과 극으로 떨어진 두 지역의 언어가 사실 한 뿌리에서 비롯됐음을 스님은 물론 나타샤와 스텔라도 아직 인정하지 못했다. 언어 문제는 종교적인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었다. 불교도와 기독교도들이 부처님은 백인 혈통이고 예수님과 유대인들은 아랍인들과 같은 셈족 계통인 히브리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이미 출간된 다른 언어 사전과 문법책처럼 리투아니아어 사전과 문법책도 앞으로 꾸준히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완성시켜나가기로 하자. 너희들이 평생 해야 할 일이다.”

“믿어주셔서 고마워요, 전하.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할 게요.”

주상아 공주 밑에서 지내다보니 화장 기술은 확실히 전수받았다. 속눈썹까지 제대로 짙게 그려서 언뜻 봐서는 알비노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이들이 쓰는 화장품은 자외선 차단에 주목적을 두었다.

그리고 둘은 눈이 몹시 약한 알비노인데도 색안경을 끼지 않았다. 붉거나 보라색이었던 눈 색깔도 연한 녹색으로 바뀌었다. 현대의 컬러 콘택트렌즈가 이 시대에 구현된 덕택이었다.

항상 눈을 찡그리며 살던 자매가 눈을 크게 뜨고 다니면서 미인으로 변모했다. 물론 그 사이에 영양실조에서 벗어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미를 더했다. 이민호의 눈길을 느낀 나타샤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저희들이 어느새 스무 살이 넘었어요. 부끄럽지만 시집갈 때가 충분히 됐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꿈도 못 꿨었던 저희들에게 욕심이 생겼어요.”

“그렇지.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는 남자친구라도 있느냐? 너희들을 이미 왕실 식구로 여기고 있었으니 결혼식은 왕실에서 주관해 아주 성대하게 치러주마.”

자매가 서로 얼굴을 쳐다보곤 부끄러워 몸을 배배 꼬았다. 언니인 나타냐가 간신히 입을 열기 직전, 이민호는 뭔가 몹시 불안해졌다.

“결혼식은 치르지 못할 것 같아요.”

“뭐? 안 돼!”

“주상아 공주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개똥이 왕자님이나 마르그레타 공주님이 결혼하는 것보다 일찍 전하께 안기라고요. 전하께서 여러 모로 도와주신 덕에 저희들이 이제 그렇게 흉하지 않으니까......”

“으윽!”

나타샤와 스텔라는 알비노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핍박당했던 기억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쉽게 교류하지 못했다. 고산국에 와서도 수업을 들을 때가 아니면 항상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사전 편찬 작업에 매달렸다. 남자를 만나 교제할 시간이 없었다.

그 외에 유일한 사회생활이라곤 의상발표회에서 신제품 옷을 입고 무대를 걷는 패션모델 일뿐이었다. 여류화가이자 궁정 사진작가인 마하레트의 꾐에 빠져 남성잡지에 딱 한 번 사진모델로 등장한 적도 있었다. 이때 옷을 제대로 다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무후무한 판매고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잡지사의 대주주인 이민호도 당연히 그 잡지를 소장했다. 마하레트에게 자매의 사진을 대형으로 인화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것은 비밀이었다. 알비노라고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나타샤와 스텔라에게는 뭔지 모를 신비스러운 면이 있어서 특히 매력적이었다.

“저희들이 싫으신가요?”

“아니야! 그럴 리가.”

나타샤와 스텔라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민호는 둘을 안아서 위로해주려고 벌떡 일어서다가, 이미 벌떡 일어서 있는 남성의 사정 때문에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어흠! 이리 오거라. 손을 잡아보자.”

“전하!”

“나를 좋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오늘부터 너희들을 정식으로 내명부 소속으로 발령을 내겠다. 품계는 종4품 숙원으로 시작해라.”

이민호는 사양도 안 하고 둘에게 의사를 재차 물어보거나 평범한 남자하고 결혼하라고 설득도 하지 않았다. 포카혼타스를 제외한다면 이 둘이 이민호가 마지막으로 차지하는 여자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마워요, 전하.”

“울음 그치고, 내명부의 수장인 혜영 총리에게 가서 신고부터 하도록 해라. 혜영이 너희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

“무, 무서워요.”

“혜영이 무섭긴 하겠지만 너희들을 가장 많이 도와줄 사람이다. 고민이 생겼을 때 의지해도 좋을 것이다.”

일반인들의 결혼은 물론 국왕의 내명부나 술탄의 하렘도 차디 찬 현실이 기반이었다. 나타샤와 스텔라는 겁에 질린 채, 그러나 용감하게 집무실을 걸어 나갔다.

용기 있는 여자가 미남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둘은 마하레트보다 용감한 덕택에 그 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집무실 책상 아래에서 호위가 자꾸 꼬집는 것 같았지만 싹 무시했다가, 꼬집기의 강도가 높아지자 지그시 발로 밟았다.

“주인님! 자식 숫자가 너무 많다고 한숨지으신 게 겨우 한 시간 전이었어요.”

“저 둘은 다른 데 시집가기 어려울 거야. 내가 데리고 살아야지 어떡하니?”

호위 선미가 반발하는 것은 이민호가 여진족에서 더 이상 호위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호위로 선발된 여진족 여자들은 경쟁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심 안심하면서도 그렇게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후궁을 겸하는 호위들 중에서 앞으로 영원히 막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쟤들 남자들에게 인기 좋던데요? 주인님이 놓치기 아까운 거겠죠.”

“잘 아네? 잠시 올라와라.”

“근무시간 중이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잠깐 나올 게요.”

선 자 돌림 신참 호위들에게는 이민호가 미안한 점이 많았다. 여진족 부족장들이 딸을 바칠 때는 10대 초반에 불과했는데 어느덧 20대를 넘어섰다. 훈련은 가장 많이 했으나 민 자나 지 자 돌림 호위들과 달리 함께 모험을 한 시간이 가장 적었다. 외유 시간이 줄어들면서 앞으로도 크게 할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이민호는 선미를 몸 위에 올려 끌어안았다. 선미도 평생 이민호만 바라보고 살아온 불쌍한 인생들 중의 하나였다.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앞으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큰 전쟁이 벌어질 거야.”

“주인님이 직접 전쟁에 나설 일은 없겠죠?”

“아마도 그렇겠지. 그래도 중요한 시기에는 현장 가까운 곳에 나가서 지휘하게 될 거야. 그때 호위를 잘 부탁한다.”

“염려 놓으세요. 저의 임무인 걸요?”

이민호가 부드럽게 선미의 등과 허리를 쓰다듬었다. 선미의 숨결이 가빠졌으나 근무 시간이라서 안타까웠다. 마음만 동하면 근무시간이고 뭐고 가리지 않던 예전과 약간 달라진 면이었다. 세월 앞에서 장사 없듯이 이민호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투자 대비 수익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으나 만만치 않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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