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뜻한 바다의 제국-666화 (6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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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북대서양

4월 말에 왕도에 돌아왔다. 명나라 절강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란으로 인해 고산국 본토도 뒤숭숭했다. 이민호는 돌아오자마자 총리 집무실에서 혜영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조무민, 조고원, 당운봉이 요망한 술법을 내세워 유민과 농민들의 무리를 모은 것이 거의 10만에 달했다. 명나라 조정에서 남방위를 선봉장으로 삼아 반란진압군을 보냈으나, 크게 패해 군사를 모두 잃고 남방위는 졸병으로 충군됐다. 현재 명군 5만 정도가 절강에 집결하는 중이었으나 선봉의 패배로 인해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요동에서도 건주여진의 지속적인 영토 확대로 인해 고향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여진족들이 많았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건설하면서 인력을 다수 흡수했는데도 무장한 여진족들이 사방에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켰다.

명나라의 여정(餘丁)에 불과한 김덕시란 자가 요동에서 여진족 2만을 모아 여기저기 세를 과시하고 다녔다. 그러나 명나라는 이들을 토벌할 엄두도 못 냈다. 여진족 2만은 요동에서 아군도 아니고 적도 아닌 그런 어정쩡한 상태로 몰려다녔다.

“칙사가 두 번이나 왔어요.”

“절강의 반란을 진압해달라고?”

“네. 군대를 보내달라고 청했어요. 계복 장군이 기병과 보병 5천을 이끌고 관군에 합류했어요. 전비는 출발 전에 선불로 받았고 원정기간이 길어지면 추가로 받기로 했어요.”

진압군이 5만쯤 집결할 예정이라고 했으니 고산국 병력이 할 일은 자명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적에게 압도적인 화력을 투사하는 역할이었다. 반란군이 와해돼 도망갈 경우 뒤쫓는 역할은 명군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농민반란군쯤이야 본격적인 토벌이 시작되면 금방 진압하겠지. 언제 시작될지 모르겠지만.”

“관군 병력을 모으는데 몇 달 걸릴지도 몰라요. 요동의 여진족은 어떻게 할까요? 여진족 호위를 보내 김덕시라는 자와 접촉하고 있는데 여진 기병만 2만이래요. 확인된 병력만 1만 이상이에요.”

임진왜란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여진족 기마병을 고용해 일본 전선에 투입했었다. 이들은 지금 대부분 북미 대륙에서 일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병력이 꾸준히 나오는지 모르겠다. 여진 1만이면 천하가 감당할 수 없다고 했잖아? 명나라 사람들 말대로라면 여진 2만으로 천하를 도모해도 되겠다.”

“2만이라 해도 세력화되지 못한 부랑자들일 뿐이에요. 보급이 제대로 될 리가 없잖아요. 지금도 식량이 부족해서 조금만 지나면 다 흩어질 거여요. 일부는 건주여진에 투항하겠죠.”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명나라의 대응은?”

건주여진에 투항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이민호가 드디어 관심을 가졌다. 여진 기병 2만이라면 꽤나 그럴 듯했지만 사실 현재의 고산국에 필요 없는 병력이었다. 다만 이들이 적으로 돌아서면 곤란할 뿐이었다.

여진과 몽골 기병의 특징은 작전지역이 매우 넓다는 것에 있었다. 이들과 적대할 경우 병력을 투입해 방어하기 쉽지도 않고 토벌은 더욱 어려웠다.

“명나라에서도 시간만 끌면 아무 일 없이 해산할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명나라에서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뜻이군. 그렇다면 건주여진에 일부라도 복속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우리가 먼저 고용하자. 시베리아 횡단 철도 건설에 경비부대로 투입하겠다고 끌어들여. 실제 경비 임무에 투입시키는 것보다는 하는 일 없이 주둔시키는 게 나을 거야.”

여진 기병 2만이면 엄청난 전력이었다. 부족한 것은 지휘계통과 보급능력, 화약무기, 공성 능력 정도였다. 이것은 고산국이 갖춰줄 수 있었고, 이민호는 고산국 기병 연대와 함께 여진 기병 2만을 이끌고 시베리아를 횡단해 모스크바를 치는 꿈을 아주 잠시 꾸었다.

“3천 명 단위로 분산 주둔시키고 우리 기병 1개 중대씩 보내서 통제하는 게 어떨까요?”

“기습당하면 총만 빼앗기겠다. 통제도 되지 않을 거야. 3천 명 단위로 분산 주둔시키되 연락관만 파견해. 대신 보급은 충분히 해주도록. 봉급도 기병들에게 직접 지급하게 해.”

“가능하면 가족들을 데리고 오라고 할게요.”

여진족은 부족이 해체되면서 가족도 이미 흩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남아있는 여자나 아이들을 최대한 수습해서 오도록 했다.

“명나라 문제는 저희들에게 맡기고 주인님은 어서 덴마크로 출발하세요. 아이슬란드 여왕님은 고산국에 중요한 분이니 잘 대해드리세요.”

“그래도 며칠 쉬었다 가야지.”

덴마크로 갈 호위 전대 4척은 이미 출항준비를 마친 채 아리수 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에 성지 순례에 따라 나섰던 병력과 승조원들은 교대로 휴가를 보낼 예정이었다. 덴마크로 떠나기 위해 대기 중인 순양함의 승조원들에게도 며칠 휴가를 주었다.

“후후! 정략결혼도 하실 줄 알고, 주인님 대단하세요.”

“새로 여자를 들이는 건데, 혜영이는 싫지 않아?”

“일을 나눠서 할 사람을 들여온다면 언제든 찬성이에요. 그리고 지금도 헤드비히 공주님은 아주 잘하고 있어요. 덴마크 서인도회사가 설립되면서 북유럽과의 무역량이 두 배로 늘었거든요.”

고산국이 주도하는 대서양 무역은 십여 년 전까지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했던 아시아 무역과 질적으로 달랐다. 서양 상인들은 아시아 국가들 사이를 오가는 중개무역을 통해 자본을 준비한 다음 향신료를 유럽으로 가져가 큰돈을 버는 방식이었다.

반면에 고산국은 직접 생산한 상품을 판매해서 같은 금액이라도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훨씬 컸다. 무역을 통해 상인들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품 생산에 참여한 농민과 노동자들도 혜택을 입기 때문이다.

왕도에서 사흘 동안 쉬면서 논공행상을 했다. 지휘관들이 추천한 병사들에게 승진과 포상금 지급을 빠짐없이 마쳤다.

암살자의 접근을 경고한 전공을 인정해 민영이 키우는 카라칼 나비를 군무원으로 임용하고 매달 4냥씩 월급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상으로 커다란 방어 한 마리를 지급했다. 민영이 맹물에 삶아서 정성껏 생선뼈를 바르고 살코기만 주었다.

“민영이 며칠 만에 살쪘어.”

“우앙~ 가만히 있으면서 이것저것 아기님 몸에 좋다는 것을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 산모와 아기 건강이 가장 중요해.”

민영이 키가 큰데 살까지 제대로 붙으면 몸무게가 엄청나게 불어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려면 아직 멀었다.

“나비 산책이나 시켜주세요, 주인님. 후원으로 가주세요.”

“이 앙칼진 녀석이 내 말을 들을까?”

“이젠 다 컸으니까 사람을 겁내지 않아요.”

이민호가 큼직해진 나비의 가슴줄을 잡고 후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나비가 산책로에 익숙한 듯 의젓하게 앞서서 걸었다. 후원에서 일하는 갈라티아 궁녀들이 국왕전하와 함께 나무 타는 사자가 또 나타났다고 떠들어댔다.

“이놈이 요즘도 말썽을 부리나?”

“극락조 몇 마리를 잡아먹은 것 말고는 올해는 말썽을 안 부렸어요.”

꼬리가 길고 깃털색이 화려한 극락조들을 브루나이에서 조공으로 바쳐서 후원에 풀어놓고 사육했었다. 그런데 단 며칠 만에 나비가 네 마리를 잡아먹었다. 놀란 궁녀들이 나머지 극락조들을 그물을 친 큰 새장에 가둬놓고 보호했으나 나비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뚫고 들어갈 정도로 허름했다.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오랜만에 갈라티아 궁녀들 예닐곱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승은을 받지 않은 궁녀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물어보면 대답을 아주 잘했다.

갈라티아 궁녀들은 상급 여관(女官) 대우를 받고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그래서 궁궐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많이 알고 있었다. 잡다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으나 가끔 심각한 대화도 오갔다.

“넌 이름이 뭐지?”

“아이샤라 하옵니다, 전하.”

“좋은 이름이구나.”

그러나 그 이름은 너무 흔해서 문제였다. 어렸을 때 입궁한 궁녀들은 후원과 궁궐에서 잘 먹고 잘 뛰어다니고 주상아를 비롯한 다른 후궁들이 돌봐줘서 매우 아름답게 성장했다. 옛날 영화 여주인공을 닮은 궁녀가 특히 눈에 띄어 손목을 잡고 이민호가 일어났다.

손목을 잡힌 궁녀 아이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민호가 가는 대로 끌려왔고, 나머지 궁녀 두 명은 제 일처럼 기뻐하면서 뒤따랐다. 민영이 굳이 나비의 산책을 맡기면서 후원으로 가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것도 국왕의 여러 가지 의무 중 하나였다.

1차로 고산국에 노예로 팔려왔던 갈라티아 궁녀들은 대부분 승은을 입었다. 높은 서열의 후궁들도 바쁘게 일하는 마당에 승은 한 번 입었다고 드러누워서 놀 궁녀는 없었다. 다들 왕궁에서 중요한 일을 맡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2차로 노예에서 구해준 궁녀들 차례였다. 2차로 입궁한 41명 중에서 3명이 나가서 일반 백성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나머지는 모두 궁에 남아서 이민호에게 간택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아담한 집을 지어놓았구나.”

엘프 같은 복장과 용모의 갈라티아 궁녀를 안기에 오두막도 좋았지만 동화처럼 지은 새 집도 좋았다. 안에는 작은 거실과 침실이 있고, 간단히 몸을 씻을 곳도 마련돼 있었다.

갓 스무 살이 된 금발 궁녀의 풋풋한 체향을 맡으며 끌어안았다. 옷을 다 벗겨서 눕힐 때까지 궁녀는 몽롱한 눈길로 이민호를 바라보다가 뭐든 한 템포 늦게 반응했다. 날카롭게 비명을 지른 것도 한 박자 늦었다.

완전히 결합한 다음 입을 맞췄다. 궁녀는 깜짝 놀랐다가 눈을 감고 이민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이민호의 움직임에 맞춰 궁녀도 조금씩 움직였다. 눈썹이 길어서 궁녀의 모습이 더욱 가련해 보였다.

“혜영 총리에게 보고하도록 해라.”

“예, 전하. 주인님.”

끝나고 품에 안긴 궁녀의 기다란 금발을 쓰다듬어 주는데 다른 궁녀들이 들어와서 비단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간신히 움직이는 궁녀가 귀여워서 덥석 끌어안았다. 비명이 터져 나오기 직전에 궁녀가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나머지 궁녀 둘이 얼른 욕실로 피한 사이에 새로운 궁녀의 치마를 허리 위로 올렸다. 토끼 그림이 그려진 속옷을 밑으로 내려 듬성듬성 난 금발을 확인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궁녀의 발목을 잡아 양쪽으로 확 벌렸다.

“전하! 먼저 휴식을 취하십시오. 옥체를 보중하옵소서!”

“그렇게 하지. 그럼 네가 올라와라.”

그토록 기다리던 승은을 입을 기회를 앞두고도 궁녀는 충성심을 드러냈다. 그래서 몹시 감동한 이민호가 편히 드러눕고 몸 위에 궁녀를 올렸다. 잠시 당황한 궁녀는 배운 게 있어서,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몸을 맞춘 다음 천천히 주저앉았다.

아주 서서히 뚫고 들어가는 것이 몸무게까지 더해져서 더욱 실감이 났다. 궁녀가 입술을 깨물면서 내려앉다가 마지막 순간에 이민호의 상체 위로 쓰러졌다. 터져 나온 한숨에 섞인 숨결이 향기로웠다.

“이제 서서히 움직여봐라.”

“잠시만요. 아주 잠시만요, 전하.”

궁녀는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면서도 어명을 받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민호가 두 손으로 궁녀의 엉덩이를 잡고 움직였다. 조선 여자와 달리 금방 고통에서 벗어난 백인 궁녀가 시간이 갈수록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두 번째 궁녀의 손을 잡고 욕실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나머지 두 궁녀가 벌거벗고 목욕하다가 놀라 얼른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같이 씻자.”

처음에는 씻기만 했다. 그러나 궁녀 셋에게 시중을 받으면서 씻다 보니 금방 또 준비됐다. 마지막 궁녀를 끌어안고 서로 몸을 문지르다가 다리 하나를 들어올렸다.

“아이샤. 맞춰봐라.”

“예, 주인님.”

아이샤가 쭈그려 앉아서 이민호와 궁녀의 몸을 결합시키려 애썼으나 자세가 불안정해서 실패했다. 그래서 세 번째 궁녀에게 욕조를 잡고 엎드리게 했다.

세 번째 궁녀는 하는 내내 흐느끼면서도 끝내 몸을 피하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아이샤와 두 번째 궁녀를 옆에 두고 몸을 만졌다. 두 궁녀가 입술로 이민호의 몸에 공세를 퍼부었다.

“고맙습니다, 주인님.”

“내가 더 고맙지.”

침대로 돌아와 세 궁녀와 함께 드러누웠다. 궁녀들의 과도한 미모에서 주상아 공주의 손길이 느껴져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오래 묵혀둔 숙제를 조금이라도 해치워서 뿌듯했다.

============================ 작품 후기 ============================

일단 하나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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