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뜻한 바다의 제국-491화 (440/1,000)

00491  50. 에스파냐  =========================================================================

“하산이라 하옵니다, 폐하.”

“잘 왔소. 무슬림으로서 고생이 많았겠소.”

숙소로 사용하는 궁전에 어둠이 내린 다음 모리스코라 불리는 무어인 대표들이 찾아왔다. 겉보기에는 마드리드 시내에서 흔히 지나칠 에스파냐 시민들과 전혀 차이가 없었으나, 종교를 이유로 압박을 당하며 경제적으로 하층 계급에 강제로 속하게 된 자들이었다.

밤에 만났다 해서 에스파냐 모르게 비밀리에 접촉한 것은 아니었다. 에스파냐 외교부서에 속한 관리에게 이민호가 정식으로 요청해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저희들은 어느 정도 종교적 탄압을 받더라도 고향에서 살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국외로 추방할 계획이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나도 에스파냐 국왕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소.”

“무슬림들이 차례로 항복하면서 기독교도들과 맺은 조약에서 분명히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약속을 어기고 강제로 개종시키거나 철저히 탄압하더니, 결국 이렇게 내쫓겠다고 합니다.”

모리스코들은 억울할 만했다. 370여 년에 걸쳐 아라곤, 발렌시아, 그라나다 순으로 차례로 항복할 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기독교도들과 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베리아 반도 전역을 기독교도가 점령한 다음부터는 에스파냐 왕국이 조약 내용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무슬림들을 탄압했다.

1566년 펠리페 2세가 무슬림들에게 아랍어 사용이나 아랍식 무슬림 복장 착용을 금지한 이후 1569년 남부 그라나다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2년에 걸친 전쟁이 끝난 후 모리스코들은 북부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내가 그대들을 북미로 이주시키겠다고 에스파냐 국왕에게 요청하는 바람에 그대들이 고향에서 쫓겨날 시일이 앞당겨졌다는 문제가 있소. 그 부분은 내가 사과하겠소.”

“어인 말씀이십니까? 차라리 잘 됐습니다. 저희들도 진작 에스파냐를 떠나고 싶었지만 북아프리카 일대에 농사지을 땅이 없고 장사를 하기도 어려워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고산국 국왕폐하께서 다스리시는 북미로 이주하겠습니다.”

“고맙소.”

“고산국은 부자 나라이며 농민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이 북미로 이주한다면 마부나 광부들도 농민으로 직업을 바꾸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고산국에서 종교와 직업은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니 알아서 하시오. 다만 고산국에서 농민이 가장 힘든 직업이라는 사실만 알아두시오.”

이민호는 모리스코들이 북미로 이주했을 때 할 일과 받을 대우를 설명했다. 농민은 현재 에스파냐 농민들이 경작하는 농지의 20배 이상을 경작하게 된다고 알려주었다. 이미 소문을 들었던 모리스코들은 이민호가 직접 보장해도 쉽게 믿지 못했다.

밭 갈기와 수확처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일은 정부에서 빌려준 기계로 하고, 관개수로가 완비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설명하자 모리스코들이 겨우 이해했다. 세금이 5할이며, 그 대신 곡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 정부에 곡물 수매를 요청할 수 있다고 알려준 순간 모리스코 대표들이 몹시 기뻐했다.

“정부기관에 고용된 외국인 노무자는 도로 건설 같은 중노동을 하면서 현재 한 달에 은 두 냥을 받고, 북미 원주민들은 마부나 청소부 같은 쉬운 일을 하면서 한 냥을 받고 있소. 에스파냐가 유럽에서 임금이 가장 높다 하나 그대들은 훨씬 적게 받는 것으로 알고 있소. 북미에 이주하면 종사하는 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보다 더 받게 될 것이오.”

“고산국 본국 사람들은 기본 소득 두 냥을 빼고도 보통 넉 냥 이상을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여섯 냥 아닙니까? 저희들을 차별하신다면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어이쿠! 남의 나라 사정을 잘 아시는구려. 하지만 고산국 본토 사람들이 아니라면 아직 기본 소득을 지급하지 않고 있소. 북미에서 은 두 냥이면 생활비에 비해 많이 남을 것이오.”

에스파냐에서 하층민을 형성하는 무슬림이라 해서 국제 정세에 어둡지는 않았다. 특히 고산국이 북미를 매입한 이후 여러 나라에서 이민을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유럽 전역에 돌면서 모리스코들이 고산국 사정을 자세히 꿰뚫고 있었다. 심지어 유럽에서 쓰지 않는 냥 단위도 확실히 알았다.

“사실 은 두 냥이면 충분하지요. 듣던 대로 정말 집도 공짜로 줍니까? 교육비, 의료비는 무료고요?”

“당연하오. 국가에서 가르치고 병을 고쳐줘야 백성들에게 일을 제대로 시킬 것 아니오? 나는 백성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국왕이오. 대신 보상은 확실히 해주겠다고 약속하오.”

“신하 하산이 국왕폐하께 인사를 올립니다.”

하산과 함께 온 대표들도 무릎을 꿇고 이민호에게 절을 올렸다. 절하는 것은 이슬람 지역이나 동양이나 비슷했다.

이민호는 이들에게 은을 나눠주면서 여러 지역에 분산 거주하는 모리스코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에스파냐 정부와 협의해 여러 지역의 항구에 차례로 이민선을 보내기로 했다.

민영은 이민호에게 절대적 충성과 헌신을 하는 여자였고, 부하나 신분이 낮은 궁궐 여자들에게도 잘 대해주는 편이었다. 그러나 유독 밤일에 있어서만큼은 폭군이며 극단적인 강경파였다. 민영은 명색이 호위대장이며 내명부 품계도 높기에 다른 여자들이 민영에게 꼼짝 못했다.

민영은 유럽에 오기 전에 북방 공작부인 작위를 받았다. 민희의 명목상 영지인 동해국과 송화 강 유역을 제외한 만주와 시베리아의 넓은 지역이 명목상 민영의 영지였다.

물론 상속권도 없고 세금을 걷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명목뿐인 작위였다. 나머지 호위들도 자작부인이나 남작부인 작위를 받았다. 마치 신림동 자작부인, 봉천동 남작부인 하는 식으로 지명이 세분됐다.

“주인님. 더 이상 애태우게 하지 말고 새로 들어온 애들을 안아주세요. 기다리다 지치겠어요.”

“아직 무서워하잖아. 좀 더 익숙해진 다음에 하려고.”

“되도록 처녀로 놔두고 오래 즐기려는 거죠? 주인님 속을 다 알아요.”

민영에게 속셈이 들켜버렸다. 그러나 이민호를 옆에서 지켜본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정도였다.

“그런데 이건 좀 심하다. 인간적이지 못해.”

베네치아 시녀 일곱 명이 홀딱 벗고 침대 맡에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있었다. 줄줄이 세워진 하얀 엉덩이 일곱 개에 이민호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민영이 시녀들을 이렇게 배치한 것은, 이민호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차례로 처녀를 취하라는 뜻이었다.

이민호는 컨베이어 벨트를 연상했다. 아무리 여자 가치가 떨어진 시대라 해도 이럴 수는 없었다. 더욱이 시녀들은 베네치아 하급 귀족 영애들이었고, 이민호가 보기에 충분히 미녀 축에 들었다.

“그래도 주인님이 보기에 좋죠? 이 아이들은 아직 조선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당연하지.”

베네치아 시녀 일곱 명의 뒤로 지나면서 엉덩이를 차례로 쓰다듬었다. 이민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시녀들이 움찔거렸으나 가만히 있었다. 잘록한 허리와 대비되는 엉덩이가 더욱 커보였다. 옆으로 돌린 얼굴은 작고도 화사한 생김새였다.

이 정도면 실로 남자의 로망이었다. 치욕스런 자세에도 귀족 영애들은 묵묵히 기다렸다.

“오늘 당장 안으세요. 애들도 기대하고 있단 말이에요.”

“저기, 민영이 너는 모르는 모양인데 베네치아 시녀들에게 브루나이 공주들처럼 여러 가지 일을 맡기려고 해. 이렇게 한꺼번에 취하면 불쌍하잖아. 충성심에도 문제가 생길 거야.”

그런 말을 하면서도 이민호는 손을 움직이며 엉덩이를 붙잡고 입을 맞춰 쪽 하는 소리를 냈다. 검은머리가 한 명밖에 없어 가랑이 안쪽이 다 드러났다.

“흥! 주인님이 저하고 민희를 동시에 안았잖아요. 바로 이 자세였다구요.”

“그래서 섭섭했어? 그래도 너무 많다. 하루에 한 명씩만 하자.”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하나 빼고 나머지를 쫓아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민영이 가르친 기술을 베네치아 시녀들이 실전 수련하는 시간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이민호가 침대에 누운 다음 여덟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마치 발라당 드러누운 어미 개에게 달라붙어 경쟁적으로 젖을 빠는 강아지들처럼, 이민호의 몸 일정 부위를 차지한 시녀들이 혀를 내밀었다.

“으윽! 자극이 너무 심하잖아!”

민영이 베네치아 시녀들에게 무엇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민호의 가운데에 세 명이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나무 막대 갖고 연습을 충분히 했는지 부위를 나누거나 교대하면서 세 명이 동시에 이민호의 중심을 자극했다. 이민호와 입맞춤도 못해본 시녀들이 절반이 넘었는데도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야한 애무를 했다.

놀랍게도 베네치아 시녀의 자그마한 입에 그것이 다 들어갔다. 숫처녀들 주제에 혀로 핥고 입술로 자극하는 것도 제대로 했다. 털이 나 있는 봉을 입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마지막에 하얀 액체를 뱉어내는 일이 뭐냐고 물었을 때, 베네치아 시녀들은 더 이상 양치질이라고 대답하지 못하게 됐다. 일곱 번째 다른 입에 들어가 자극이 극에 달하는 순간 이민호가 비명을 질렀다.

“못 참겠다. 그만! 민영이 이리 와.”

“어머머? 숫처녀들 많은데 왜 하필 저여요?”

“급해! 숫처녀는 귀찮아.”

민영도 이런 특별한 유희에 자극받아 충분히 준비돼 있었다. 이민호가 깔아뭉개며 허리를 놀리자 민영이 제대로 흥분했는지 앙앙거리는 소리를 냈다. 키는 파티마에 이어 여자들 중에서 두 번째로 크면서 아기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웃겼다.

그 와중에 베네치아 시녀들이 이민호와 민영을 가리지 않고 혀로 자극했다. 시녀들은 침대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면서도 열심히 참가했다. 베네치아 시녀들은 이제 이민호의 하렘에 완전히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어서, 괜히 부끄러워했다간 기회가 줄어들까 안달했다.

남의 나라 수도에서 며칠 쉬다가 11월 초가 되면서 드디어 출발 준비를 했다. 펠리페 3세는 만나지도 않고 데니아 후작하고만 인사를 나눴다. 후작이 지불한 은 수백 톤을 장갑차에 나눠 실었다. 마차 수십 대를 동원해 운반해야 할 은괴가 장갑차 12대에 다 들어갔다.

필리핀 총독과 팔라완 백작 부처, 마닐라에 거주하는 에스파냐 귀족들이 탄 마차 너덧 대 외에 꽃마차 두 대가 행렬에 참가했다. 게다가 에스파냐 기병이 100여 기나 따라붙었다. 그리고 고위 귀족 영애인 듯한 처녀가 이민호에게 인사했다.

“돈 프란시스코 고메스 데 산도발 이 로하스의 딸, 스텔라가 고산국 국왕폐하께 인사드려요.”

“아! 반갑소.”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이민호가 멀뚱거리면서 인사를 받았다. 스텔라라는 귀족 영애가 한숨을 팍 내쉬면서 설명했다.

“데니아 후작의 딸이에요.”

“아! 데니아 후작이 믿을 만한 사람을 동승시킨다더니 따님을 보내셨군요. 바로 출발합시다.”

데니아 후작이 45세 정도로 보이던데 후작 영애는 10대 후반이었다. 뭔가 수상했지만 유럽 귀족들의 복잡한 가정사를 파고들 필요는 없었다.

마드리드를 출발하는 날 시민들이 도로에 가득 운집해 조문단을 배웅했다. 백조 네 마리를 장갑차 지붕에 끈을 매달고 올렸더니 알아서 날아올랐다. 백조들이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것에 눈길이 팔린 사람들은 장갑차의 투박한 생김새나 우렁찬 엔진소리를 인식할 수 없었고, 다만 백조가 끄는 큰 마차로만 기억했다.

북쪽으로 향한 도로는 상대적으로 곧고 넓어서 산맥을 쉽게 넘을 수 있었다. 잠시 휴식 시간에 후작 영애가 이민호에게 다가왔다.

“폐하! 부탁이 있어요. 마법의 백조가 끄는 마차에 타고 싶어요.”

“그대의 마차를 마법의 백조가 끌게 하겠소.”

백조를 데니아 후작 영애의 마차에 매달아줬다. 멀리서 보면 환상적인데, 마차를 모는 마부가 백조가 싸는 똥을 맞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산맥을 간단히 넘어 그 날 저녁 마드리드 북쪽 세고비아에 도착했다. 다음 날은 바야돌리드에서 하루 묵었고, 그 다음 날부터는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렸다. 어느새 데니아 후작 영애 스텔라가 이민호가 타는 장갑차로 은근슬쩍 옮겨왔다.

“와! 도로 상태가 아무리 나쁜 곳이라도 그냥 막 달려요!”

후작 영애가 기관총 사수석에 앉아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러든지 말든지 이민호는 보병 탑승 공간에서 비올레타와 함께 담요를 덮어 쓰고 누워 있었다.

어떻게 된 게 장갑차에 타면 항상 졸렸다. 따뜻해서 졸릴 수도 있지만, 한국군 기계화보병들이 흔히 말하듯 배기가스가 새 들어와서 졸릴 수도 있었다. 길이 좋아서 그런지 베네치아 시녀들이 멀미를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러나 시녀들도 지겨운 여행 탓에 졸린 눈을 부비며 연신 하품을 했다.

“전하. 후작 영애가 전하에게 관심이 있나 봐요.”

“비올레타 말이 맞는 것 같소. 저렇게 속옷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봐서 말이오. 분홍색이군.”

“고개 돌리세요. 아마 데니아 후작이 시켰겠죠. 위험하니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

“관심도 없소.”

그런데 다음 날부터 이민호와 비올레타가 덮는 담요에 후작 영애가 기어 들어와서 같이 잤다. 이민호는 만사가 귀찮아서 내버려두었다. 나중에는 품안에 파고 들어와도 신경 쓰지 않았다.

도로가 좋은 편이었고 장갑차가 마차를 견인했지만 에스파냐 기병들이 같이 달리고 있어서 하루에 100km 이상 이동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에스파냐의 북서쪽 해안 비고까지 가는데 거의 일주일이나 걸렸다.

“폐하! 에스파냐가 우방국이긴 하나 어떻게 국왕폐하께서 직접 마드리드까지 오실 생각을 하셨나요? 혹시나 폐하를 암살하려고 시도하면 어찌 하시려고요.”

“에스파냐 군대 3십만이 포위하더라도 빠져 나올 자신이 있었소.”

“이 철마차에 그런 대단한 능력이 있나요?”

“그렇소. 그런데 영애는 내가 무섭지 않소? 그만 달라붙으시오.”

“폐하의 정식 왕비가 되길 꿈꾸는 에스파냐 귀족 영애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아세요?”

“꿈도 꾸지 마시오.”

후작 영애 스텔라에게는 이민호를 유혹할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통역해주는 사람이 비올레타였기 때문이다.

비올레타 몰래 후작 영애가 눈을 감고 입을 내미는 순간 이민호가 몸을 아예 돌려버렸다. 오히려 비올레타를 꼭 끌어안아 영애를 열 받게 했다.

드디어 비고 항에 도착했다. 비고는 포르투갈 바로 북쪽, 만 안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였다. 직할전단이 이미 도착해서 조문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데니아 후작과 거래한 상품을 후작 영애에게 모두 넘겼다. 그리고 은 수백 톤을 국왕좌승함으로 옮겼다.

“스텔라 양! 상품은 다 확인하셨소?”

“네. 역시 최고의 품질이에요. 폐하의 능력과 심성 만큼이나요.”

상인의 소질이 있는지 고산국 상품을 확인한 후작 영애는 꽤나 감동한 듯했다. 그 동안 받았던 냉대도 어느덧 잊었는지 이민호에게 아양을 떨었다.

“아무 남자나 유혹하려 하지 마시오.”

“폐하께 여자가 많다고 소문나서 호색한인 줄 알았는데 안 넘어오시네요. 다시 봤어요.”

에스파냐 기병들과 함께 후작 영애를 태운 마차가 사라졌다. 장갑차에서 내려 바닷바람을 쐰 이민호의 몸에 활기가 샘솟았다.

“비올레타의 고향에 왔으니 해산물 요리를 먹읍시다!”

“제가 유명한 해산물 전문 식당으로 안내할 게요. 스텔라 영애가 의외로 괜찮아요. 나중에 잘해보세요.”

“사양하겠소.”

비고 항 시내가 온통 고산국 병사들로 넘쳐나 마치 고산국 도시 같았다. 병사들은 이국적인 음식을 사먹거나 기념품이 될 만한 특이한 상품을 사느라 바삐 돌아다녔다. 이민호가 병사들에게 쓰라고 은 열 냥씩 나눠준 덕이었다. 직접 유럽에 와서 판매했더니 예상보다 훨씬 많이 벌어서 자금 여유가 넘쳤다.

노예였던 자들에게도 은을 풀었다. 신교도 지역에 내려줄 신교도들, 북미로 이주할 신교도와 구교도, 이슬람교도들에게도 다섯 냥씩 나눠주고 배에서 잠시 내리게 했다. 이민호가 자꾸 은을 나눠줘서 다들 어리둥절했으나, 시킨 대로 배에서 내려 마지막 유럽에서의 시간을 즐겼다.

2천여 명이 배에서 내렸는데 저녁에 3천 명 가까이 돌아와서 수송선들이 좀 더 붐비게 됐다. 가족 단위 승객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지만 이민호는 모르는 척했다.

============================ 작품 후기 ============================

축구 보다가 자꾸 늦어졌네요.

야한 부분은 서비스라고 생각하십시오. 분량은 넘치니까요.

스페인에서 떠나 다음 행선지는 남프랑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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