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뜻한 바다의 제국-485화 (434/1,000)

00485  49. 1598년  =========================================================================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한 곳은 피사에서 가까운 제노아였다. 베네치아에 비해 밀린다지만 서지중해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도시국가가 제노아였다. 항구나 무역 자체가 중요한 것도 있지만 해상세력으로서 제노아의 힘이 컸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고향이기도 했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상인들이 몇 번이나 말한 것처럼 고산국에서 수출한 상품이 에스파냐 영토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경매장에 올라온 상품의 질에 놀라 눈이 돌아간 상인들이 끝없이 가격을 올려 불렀다. 특히 제노아 북쪽 밀라노에서 온 상인들은 전 재산뿐만 아니라 부채까지 져 가면서 높은 가격에 입찰했다.

옥 도자기가 낙찰됐을 때는 혹시 제노아의 은 시세가 구리와 같은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모피나 비단뿐 아니라 여러 가지 향신료도 경매에 내는 즉시 가격이 치솟았다. 무역 규모를 서너 배 늘려도 가격에 영향이 거의 없을 것임을 제노아에서 확신했다.

“전하. 그 동안 에스파냐에서 너무 싸게 샀다고 미워하지 마세요.”

“물론이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은 위험을 무릅쓰고 항해를 했으니 이익을 얻을 자격이 있소.”

상품을 판매한 목록을 살펴보던 비올레타가 한숨을 쉬었고, 이민호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판매고에 당황했다. 북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폐하! 베네치아에서 상품을 판매해주시지 그랬어요.”

“맞아요. 베네치아라면 제노아보다 훨씬 더 좋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었어요.”

집무실에서 교역 내역을 살피는 이민호의 양 다리에 베네치아 시녀들이 하나씩 앉아 있었다. 이민호는 둘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시녀들이 수시로 이민호의 얼굴에 입을 맞췄기 때문이다. 둘은 태어나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귀족 영애 출신이라 몸이 나긋나긋했고, 몸을 향기롭게 유지해 남자를 미치게 하는 방법을 알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둘을 침전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조선말을 어느 정도 배울 때까지 비올레타가 옆에서 통역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올레타가 허락했다지만 눈치를 살피느라 함부로 시녀들을 만질 수도 없었다.

“그래. 너희들이 진정한 애국자구나. 다음에는 베네치아에 상선을 보내겠다. 베네치아가 쇠퇴하고 있다지만 너희들로 인해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요, 폐하. 이제 저희들은 사피예 술탄이 부럽지 않아요.”

베네치아의 무역 역량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스만제국에 맞설 만큼 강력한 해군이었다. 십자군 전쟁 때 기사와 병사들을 예루살렘까지 수송시켜준 것은 베네치아 해군이었다. 지중해 국가들 중에서 사라센 해적의 방해를 물리치고 수에즈 운하까지 무장한 상선단을 왕복시킬 수 있는 국가는 베네치아가 유일했다.

얼마 전까지 전쟁 기간에 베네치아 해군의 갤리선에서 노를 저은 자들은 제비뽑기를 해서 정해진 베네치아 시민들이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오스만처럼 노예 노잡이가 점점 늘어났다. 레판토 해전에서 오스만 해군이 패배한 주요 원인이라던 노잡이의 신분 문제를 베네치아에서도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베네치아는 점점 쇠퇴했다.

다음 날 오후에 함대가 알제리에 입항했다. 50여 년 전에 바르바로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하이르 앗 딘, 오스만제국 명칭으로 하이레딘 파샤가 지배했던 해적의 본거지였다.

알제리는 사략선단으로 이뤄진 해군력이 하도 강해서 에스파냐 영토에 가까워도, 신성동맹 해군이 떼를 지어 쳐들어와도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많이 달랐다. 거대한 고산국 해군 함선들이 일렬로 항구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포로 무장한 배가 300여 척쯤 되는데 다들 움직임이 없네.”

“폐하! 공격해요. 어서 공격해서 다 없애버리세요!”

베네치아 시녀들이 폴짝폴짝 뛰며 졸랐으나 이민호가 그런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트리폴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해적들이 적당히 도발해주면 좋겠지만 사라센 해적선들은 항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트리폴리에서 고산국 순양함들이 했던 일이 며칠 사이에 널리 소문이 퍼진 탓이었다. 소문은 항상 과장되기 마련이었다.

알제리를 다스리는 오스만제국의 명목상 제독이 작은 배를 타고 이민호를 마중 나왔다. 제독은 간덩이가 큰 편이었으나 수행원들은 국왕좌승함에 올라타기 전부터 벌벌 떨었다.

“알제리 항을 방문하신 고산국 국왕폐하를 환영합니다! 이 외진 항구에 귀하신 분께서 어인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반갑소, 제독. 노예를 사러 왔소.”

“트리폴리와 같은 목적이시군요. 노예라면 얼마든지 사십시오. 현재 노예시장에 나온 기독교도 노예가 4천 명 정도 됩니다.”

태연한 태도와 달리 제독은 등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300척에 달하는 해적선들 중에서 단 한 척이라도 고산국 함대를 향해 대포를 쏜다면 그것은 바로 알제리의 멸망으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괄적으로 구입하겠소. 제독이 대신 구입해주시오.”

“폐하께서 제게 일을 맡겨주신다면 개인적으로 영광입니다. 그런데 혹시 트리폴리에서 폐하의 함대를 공격하려던 사략선 열 척을 5분 만에 모두 격침시켰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고산국 함대의 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과장 같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소?”

이민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오스만 해군 제독을 노려봤다. 꽤나 불쾌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5초요. 표적 배분이 잘못돼 한 척이 남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2탄을 발사했소.”

“헉! 알제리에서는 절대로 국왕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6개월 후에 사라센 해적을 칠 때 바로 이곳 알제리가 첫 번째 목표가 될 것이다. 에스파냐에 가깝고 가장 많은 해적선들이 근거지로 활용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트리폴리와 튀니지는 그 다음이었다.

트리폴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알제리에서도 기독교도 노예 전체를 사들였다. 노예 구입 대금으로 은을 지급하려 했으나 이집트에서부터 퍼진 소문을 이미 들은 제독은 향신료나 상품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후추와 계피를 몇 가마 옮기지도 않았는데 제독이 감사하다고 인사해서 그만 넘겼다. 금보다 비싼 후추를 가마니 단위로 옮기는 것은 제독도 처음 봤다고 했다.

예상보다 훨씬 적게 지급한 것 같아 미안해서 제독에게 옥 도자기 몇 세트와 비단 몇 필을 선물로 주었다. 이민호에 대한 제독의 충성심 게이지가 쭉쭉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제독이 멀리 흑해 연안의 크림 칸 국까지 가서 사왔다는 여자 노예 10여 명을 선물로 바쳤다. 피부가 하얗고 금발과 백금발 머리를 한 여자 노예들은 얼굴에서는 아직 어린 티가 나는데 몸매가 쭉쭉 잘 빠졌다. 그런데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벌거벗겨서 눈밭에 굴리면 다시 찾기 어렵겠소. 어디서 구한 노예요?”

“크림 칸 국에서 폴란드 남동부 지역을 공격해서 얻은 노예입니다. 폐하께 특별히 처녀인 미녀들만 엄선해서 바칩니다. 동유럽에서 강성하다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도 크림 칸 국의 타타르 기병을 막지 못합니다.”

이 당시 흑해 북안과 크림 반도를 차지하고 있던 크림 칸 국에게 약탈은 주요한 산업이었다. 크림 칸 국의 타타르 부족들은 당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지배 아래에 있던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약탈하는 경우가 흔했다.

나중에 기병으로 유명해지는 코사크도 이때는 타타르에게 매번 약탈당하는 신세에 불과했다. 크림 칸 국은 오스만제국의 속국이라 하나 강대한 만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4천 명이 넘는 기독교도 노예들을 데리고 항구 동쪽 하라치 강 하구로 이동하는 사이 운명을 잘못 직감한 노예들이 울부짖었다. 옷을 벗으라고 하니까 다 죽이는 줄 알고 노예들이 더욱 슬프게 울었다.

약간의 문제가 생겼지만 결국 노예들이 입은 걸레 같은 옷을 벗기고 모두 모아서 불태워버렸다. 그리고 노예들에게 비누와 수건을 나눠줘 깨끗이 씻겼다. 강물이 시커멓게 변할 정도로 노예들의 몸은 더러웠다.

“먼저 바닷물에 씻길 걸 그랬네.”

지중해에 들어오고 나서 노예를 대량으로 구입한 것이 벌써 세 번째였다. 병사들과 선원들이 노예들에게 옷과 식량을 지급하는 절차가 제대로 갖춰져서 이번에는 꽤 빠른 시간 내에 노예들을 배에 분산해서 수용할 수 있었다.

이윽고 에스파냐에 도착한 다음 석방하겠다는 말이 전해졌는지 수송선마다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일부 신교도들은 프랑스나 독일에서 해방시켜주길 원했다. 그쪽은 계획에 없어서 고민해보기로 했다.

국왕좌승함에서는 우크라이나 여자 노예들을 씻겼다. 예쁜 몸을 보고 놀란 베네치아 시녀들이 몹시 질투했으나 국왕의 노예로 인식했기에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베네치아 시녀들은 이민호로부터 승은을 입기도 전에 경쟁자부터 받아들인 셈이었다.

우크라이나 노예들은 다들 다리가 길어서 메이드 복장을 입혀놓으니 꽤나 그럴 듯했다. 그런데 여자들이 바닥에 엎드려 이민호에게 오체투지로 절을 하고 있어서 곤란했다.

“노예 아닌데. 무슨 말이 통해야 말이지.”

갈라티아 궁녀들에게 우크라이나 노예들의 교육을 맡겼다. 예전에 비슷하게 노예로 팔려왔던 신세였기에 불쌍하게 여긴 갈라티아 궁녀들이 꽤나 잘 대해주었다.

우크라이나 여자들은 다들 몸매가 쭉쭉 빠져서 보기에 몹시 좋았다. 이민호는 예전에 성인 인증까지 해가면서 ‘우크라이나 누드 시위’를 검색해서 사진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역시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았다. 다 좋은데 식사시간에 삼겹살이나 고기를 굽지도 않고 날로 먹어서 조금 역겨웠다.

“국왕좌승함이 하렘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관리하기 벅차요.”

“그러게 말이오. 비올레타가 수고 좀 해주시오.”

비올레타를 제외하고 민영과 호위들, 갈라티아 궁녀들, 베네치아 시녀들, 우크라이나 하녀들까지 40명이 넘었다. 하녀들은 고용인이라서 은 4냥을 줄 계획이었으나, 주인에게 돈을 받는 순간에 쫓겨나는 줄로 오해하고 꽤나 충격을 받을 듯했다.

“하이두이 족의 디비키아쿠스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고했다. 갈리아는 두 파벌로 나뉩니다. 한쪽의 지배권은 저희 하이두이 족이, 다른 쪽은 아르베니 족이 가집니다. 두 부족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지배권을 놓고 다퉈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르베니 족과 세콰니 족이 게르만족을 돈으로 고용했습니다. 처음에 1만 2천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레누스 강을 건넜습니다. 레누스 강은 라인 강이에요, 주인님. 그 후 갈리아 사람들의 농경지, 문화, 자원을 사랑하게 된 이 무뢰한들이 더 많이 강을 건너왔습니다. 현재 갈리아에 있는 게르만인의 수가 12만 명에 달합니다. 주인님! 주무세요?”

“아니. 하~ 음.”

초저녁부터 침전에서 뒹굴던 이민호는 책을 읽어주는 갈라타이 궁녀의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졸았다. <갈리아 전기>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몹시 따분한 문체로 작성돼서 수면제로 적격이었다.

하품을 쩍쩍 하던 이민호가 고개를 돌렸다. 궁녀 스텔라의 잠옷 치마 사이로 윤기 흐르는 허벅지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살살 문지르는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스텔라는 기독교 마을 출신이었고, 그래서 로마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 며칠 전에는 처음으로 이민호에게 안겼다. 스텔라는 이번 달 내내 구름위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주인님께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 싶어요. 그런데 방법이 없어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어줘.”

“헤! 물론이에요.”

이민호가 스텔라의 속옷을 벗기고, 그 다음 잠옷을 벗겼다. 마지막으로 안경을 벗겼다. 갈라타이 궁녀치고는 아담한 몸매가 드러났으나, 가슴은 꽤 큰 편이었다. 옷을 벗긴 순간부터 쌕쌕 숨을 몰아쉬는 스텔라를 안고 얇은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하체끼리 비비는 것만으로 스텔라는 충분히 준비됐다.

스텔라의 가느다란 신음과 함께 몸이 결합됐다. 벌써부터 쾌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겠지만 스텔라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민호는 부드럽고 따뜻한 스텔라의 몸이 주는 느낌을 실컷 즐겼다.

다음 날 아침 알제리에서 출항하자마자 너른 바다에서 범선 한 척을 만났다. 범선에서 내린 종선을 타고 몇 사람이 국왕좌승함으로 접근했다.

“혹시 이 배에 고산국 국왕폐하께서 계십니까? 저는 폐하를 뵙기 위해 멀리서 달려온 사파비 왕조 샤 아바스 1세가 보낸 대사입니다!”

샤 아바스 1세는 페르시아의 사파비 왕조를 부흥시킨 군주였다. 1598년에 우즈베크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둬 호라산 지역을 다시 회복했고, 올해부터 이스파한을 수도로 정해 재건 중이었다.

투르크계 족장들에게서 부족 기병대를 징발하는 대신 봉급을 지급하는 상비군을 조직하고 노예군 굴람, 총병, 포병으로 군종을 분리해 훈련시켰다. 외국인 모험가들을 고용해 군제 개혁과 군사 훈련, 또는 외교에 종사하게 만들기도 했다.

“페르시아 사람이 왜 영어를 해?”

“으아! 영어를 알아들으세요? 저는 잉글랜드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안소니 셜리라고 하고, 샤 아바스로부터 미르자의 칭호를 받았습니다. 여기는 제 동생 로버트 셜리입니다.”

안소니 셜리는 해적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 용병 일을 하러 베네치아에 갔다가 페르시아로 넘어간 사람이었다. 로버트 셜리는 18살이라는데 나이보다 더 어려 보였다.

형제의 부친 토마스 셜리 1세는 영국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성립시키는 계기가 된 사람이었다. 국왕의 탄압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토마스 셜리가 목숨을 걸고 투쟁한 것은 아니었다. 토마스 셜리는 그저 빚을 졌다가 갚지 못해 런던탑에 갇히고, 의원들이 의회 회기 중에 토마스 셜리를 꺼내는 과정에서 그런 엄청난 정치적 결과를 가져왔다.

“올라오게. 내가 영어를 잘 못해.”

“유럽의 국왕들 중에서 영어를 하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불어로 하겠습니다.”

영어 통역은 다른 배에 타고 있었고, 마침 불어 통역은 국왕좌승함에 있었다. 영국 귀족답게 불어를 아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옥스퍼드 대학교 출신이며 프랑스 국왕 앙리 4세에게 기사작위를 받았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페르시아와 함께 오스만제국을 공격하자고?”

“그렇습니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 동맹국을 찾으라는 샤의 명령을 받았습니다만, 고산국이 더 훌륭한 동맹국이 될 것 같습니다.”

“미안한데 고산국은 이미 오스만제국과 우방이야. 고산국 입장에서는 오스만제국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네. 수에즈 운하도 공동 소유야.”

사파비 왕조가 오스만제국을 동시에 공격할 동맹국을 찾기 위해 1599년부터 1601년까지 보낸 유럽 사절단을 안소니 셜리가 인도했다. 동생 로버트 셜리는 1608년 같은 목적으로 샤 아바스에 의해 대사로 임명돼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오스만보다 페르시아가 훨씬 현대적인 군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오스만제국은 조만간 페르시아에 의해 멸망할 것입니다.”

“그러든지. 하여튼 오스만제국을 공격할 목적으로 페르시아와 동맹을 맺을 수는 없어. 다만 페르시아와 우호의 의미로 그대들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겠다. 받겠나?”

“영광입니다.”

두 사람은 차남과 막내라서 부친 토마스 셜리 의원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못했기에 얼른 받아들였다. 안소니 셜리는 이미 프랑스 기사 작위가 있었지만 외국의 국왕으로부터 받는 기사 작위는 명예로운 것으로 간주됐기에 받겠다고 대답했다. 안소니 셜리가 프랑스 기사 작위를 받은 직후 엘리자베스 1세에게 미움을 받아 런던탑에 갇힌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결코 사양하지 않았다.

이민호가 검을 들고 온갖 폼을 잡으며 형제들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다. 그리고 엄청나게 비싼 해달 모피 외투를 둘에게 선물했다. 두 사람은 전 세계의 왕궁을 돌아다니며 해달 모피 광고를 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해달 모피입니까? 이런 비싼 선물을 저희가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여러 나라의 궁전에 출입할 것 아닌가? 화려한 외투가 필요할 걸세.”

“정말 감사합니다. 고산국과 동맹을 맺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우호관계가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각종 선물을 준 다음 셜리 형제를 배에서 내보냈다. 페르시아는 고산국 입장에서 멀고도 가까운 나라였다. 아부다비에서 좁은 페르시아 만을 건너면 바로 페르시아 땅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현재 포르투갈이 통제하고 있었으나, 조만간 페르시아의 군사력에 의해 쫓겨난다.

============================ 작품 후기 ============================

다음 회부터 편을 바꾸겠습니다.

가다 보니 여행기가 돼버리네요. 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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