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4 38. 큐슈 점령 =========================================================================
“아직 건국 초기라 문제가 많소.”
“백성들이 아직 돈을 쓸 곳이 없죠? 걱정 마세요. 시간이 해결해줄 거여요. 그리고 제가 당신을 도울게요. 전하께는 다른 분들도 계시잖아요?”
비올레타는 애무나 다른 성적 자극보다는 이민호와의 대화를 통해 훨씬 많은 즐거움을 얻는 것 같았다. 아직 비올레타의 경험이 부족해서 그럴 수 있었다.
이민호와 비올레타는 꼭 끌어안고 서로의 몸을 만졌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고 사랑을 받아서 견딜 수 없는 것처럼 행복해했다. 결합된 하체를 움직여 서로 자극을 받는 것은 부드러운 손길 하나, 눈길이 마주치며 서로 미소 짓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민호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주상아 공주와 비올레타가 몸과 마음 모두가 달콤해서 무척 좋았다. 물론 다른 후궁들도 조건만 맞춰진다면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혜영부터 호위들까지 모두 과로에 시달리고 있어서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편이었다. 이 전쟁만 끝나면 푹 쉬게 해주고 싶었다.
“고맙소. 하지만 나는 가장으로서 그대들을 편히 지내도록 해주고 싶소.”
“모든 짐을 혼자서만 짊어지지 마세요. 제가 혜영 님에 비해 많이 모자란 여자라는 사실을 저도 알아요. 하지만 꾸준히 배우고 있어요. 당신을 위해서예요. 전하께서 어떤 일을 하다가 고통스러워지면 언제든 저나, 다른 후궁분들께 오세요. 당신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저희들의 기쁨이에요.”
여자들이 이 정도 모이면 권력다툼, 시앗 다툼하느라 항상 시끄러울 텐데 고산국 궁성에서는 아직 그런 적이 없었다. 이민호는 그것이 항상 신기했고, 그저 좋은 여자들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여자들끼리 싸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후궁들을 깎아 내리거나 욕심 부리다간 오히려 이민호의 눈 밖에 나서 큰일 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조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알지 못하는 제 안에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서 언젠가 당신께 보여드리겠어요. 열심히 할게요. 국왕전하 당신을 위해서여요. 그게 제 기쁨이에요.”
“그대를 사랑하오. 비올레타.”
이민호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극도로 심한 자극을 받았다. 아름다운 얼굴과 몸, 그리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비올레타가 몸을 활짝 열어 이민호를 받아들였다.
이민호를 우러러보는 비올레타의 눈길과 마주치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비올레타가 이민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으나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끝없이 교류하고 있었다.
“방해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씻는 게 좋겠어요.”
아이샤가 몹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이민호는 이제 비올레타를 껴안고 있지 않더라도 언제든 감정이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비올레타를 풀어주었다. 비올레타가 이민호에게 살짝 미소 짓더니 아이샤와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이민호는 드러누운 채 방금 전에 비올레타가 한 말을 곱씹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이민호를 행복에 겹게 만들었다.
그때 민영이 이불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이민호에게 투정을 부렸다. 그 동안 귀를 쫑긋하고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저 질투 났어요, 주인님.”
“민영에게도 항상 그렇게 해주잖아?”
“흥! 제 잘못이었군요. 그래요.”
“비올레타에게 한 것처럼 부드럽게 해주는 편이 좋아? 다음부터 그렇게 할게.”
“에. 그건 아니에요. 저도 아직 모자라지만, 힘낼게요. 그러니 주인님도 힘내세요. 주인님이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줄 수는 없어요. 그래도 지나고 보면 주인님이 항상 옳았어요. 에잇! 모르겠어요.”
민영이 부끄러운지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 올렸다. 민지는 코를 골며 잘 자고 있었다.
이민호는 민영이 자는 보조침대로 가서 이불을 살짝 끌어 내렸다. 멀뚱멀뚱 눈을 뜬 민영에게 다가간 이민호가 입을 맞췄다. 민영이 이민호를 끌어안았다.
“알아요. 주인님이 저 사랑해주시는 것을. 저도 주인님을 사랑해요. 하지만 지금은 어서 침대로 돌아가세요. 비올레타 님을 조금이라도 마음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민영이 덕분에 나는 참 행복한 것 같아.”
민영이 잠옷 대용으로 입는 치파오는 가슴 부위가 과감하게 트여 있었다. 후덕하게 생긴 유구국 아마는 새로운 옷을 만들면서 의외로 장난기가 넘쳤다. 아마가 한동안 치파오를 갖가지 방식으로 개량하면서 키가 큰 민영에게는 이런 옷을 입혔다.
“히잉~ 가슴에 침 바르지 말고 그만 가세요. 곧 비올레타 님 나와요.”
“그래. 민영이 사랑해.”
“설 건드려놓고 그냥 가실 거여요?”
“후후! 생각 있으면 내가 비올레타를 다시 안을 때 침대로 난입하든지.”
“또요? 짐승! 그럴 일은 없을 거여요!”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다는 예전의 신념은 이미 멀리 날아갔다. 이민호가 주변 여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에 일단 거짓은 없었다. 이민호는 벌써 몇 명과 가슴 떨리는 애틋한 정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몇 명은 고백만 안 했다 뿐이지 이민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민호는 고산국 궁성으로 돌아가면 예전에 들었던 농담을 꼭 해보고 싶었다. 바로 옆에 앉은 후궁에게 ‘나는 당신만을 진정으로 사랑하오.’라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 다음, 꿈꾸듯 행복해하는 후궁에게 ‘옆자리에 앉은 후궁에게 내 말을 차례로 전달하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농담을 했다간 그 농담의 주인공인 하렘의 술탄과 달리 이민호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12월 5일, 드디어 거제도에서 천여 척이 넘는 함선이 일본 땅을 향해 출발했다. 국왕좌승함이 출발 전에 보고 받기로, 어젯밤에 폭발이 일어나고 총성이 울리던 옥포는 인세의 지옥으로 변해 있다고 했다. 지금도 옥포 방향에서는 허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출발 직전 새벽에 제독 유정이 좌승함으로 찾아왔다. 그는 어젯밤 일이 왜병들에게 기습당한 탓으로 알아달라고 이민호에게 부탁했다. 인명피해가 꽤 났다고 들었는데 정확한 것은 유정이 말해주지 않아서 알 수 없었다. 명군의 보급을 맡은 부대 절반이 죽거나 화상을 입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명군에 흑색화약이 모자라게 돼서 고산국에서 명나라로 꽤 많은 양을 넘겼다. 물론 공짜는 아니라서 출발 직전부터 명군의 군자금이 뭉텅이로 빠져 나갔다.
“감사합니다, 대인. 헌데 대인께서 지난밤에 잠이 부족하셨던 것 같습니다. 수하들을 잘못 관리해서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
“어제 그 폭음 때문에 못 잔 것은 아니니 걱정 마시오. 유 제독의 건승을 빌겠소.”
“예! 감사합니다. 대인께서 잘 지휘해주시기 바랍니다.”
옆에서 민영과 민지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것을 보고 유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를 떠났다. 비올레타는 몸이 안 좋아서 선실에 누워있었다.
바다를 가득 메운 함대는 북서풍을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대마도는 조선 수륙군에 의해 점령돼 중간 보급기지로 변했고, 일기도는 어제 조선군이 점령을 마쳤다. 일기도를 방어하기 위해 5천여 명에 달하는 왜병들이 악착같이 싸웠지만 두 배나 병력이 많고 화력이 압도적인 조선군이 큰 피해 없이 제압했다.
속도가 빠른 고산국 함대가 가장 먼저 큐슈 북서쪽 나고야 앞바다에 도착했다. 나머지 다른 나라 함대는 범노선이기에 조금 늦게 도착할 예정이었다. 나고야 북동쪽 가베섬(加部島)은 예전에 초토화된 그대로였다.
왜군은 바다에서 막는 일을 아예 포기하고, 전선에서 쏘는 함포가 무서워 육지 깊숙한 곳에서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고산국 특전대대의 1개 소대가 먼저 상륙해서 왜군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 사이 명나라 배들이 일기도를 둘러싸면서 북쪽 수평선에 나타났다.
“나고야에는 아무 것도 없나?”
이민호가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살폈다. 예전 나고야 성의 잔해는 무너진 채 그대로였고, 여러 영주들이 병사들을 데리고 주둔하던 진채도 불타거나 무너져 있는 그대로였다.
저 멀리 남쪽에서 특전대대 소속 병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지막한 언덕에 작은 숲과 밭으로 이뤄진 나고야 반도에는 아무런 위험도 없어 보였다.
“전하! 10리 정도까지는 왜적이 없습니다.”
“좋소. 함장! 상륙 허가 신호를 보내시오.”
국왕좌승함에서 깃발 신호를 올리고, 미리 약속된 불빛 신호까지 보냈다. 명나라 사선 중에서 제독 유정이 탄 배에서 깃발이 휘날렸다. 신호를 받은 사선들이 일제히 해안선으로 몰려갔다.
“남병이 먼저 내립니다.”
“훈련을 잘 받은 것 같소.”
순서대로 배에서 내린 명나라 보병들이 집단을 형성하고 남쪽으로 빠르게 진군했다. 나고야 북쪽 해안에서 10리 남쪽에 병목 지역이 있어서 이곳을 방어선으로 삼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 지역에 병력이 배치되어 안전을 확보하면 후속부대가 도착해 통나무로 목책을 세울 예정이었다. 도착한 시간이 늦은 오후라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기에 오늘의 진격 한계선을 그 병목 지역으로 설정했다.
사선과 다른 배들이 교대해가면서 거의 2만에 달하는 보병이 모두 내렸다. 하선을 마친 배들이 서쪽으로 빠져 나가고 북쪽에서 내려온 다른 배들이 해안을 차지했다.
보병들에 이어서 이번에는 명나라 북병, 즉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마병들이 내렸다. 1만의 기마병들은 말을 몰고 남쪽으로 향하다가 병목 지역 약간 북쪽에 숙영지를 차렸다.
“혹시 상륙을 허용한 다음 한꺼번에 바다로 몰아붙이겠다는 건가?”
이민호가 끔찍한 상상을 했다. 최악의 경우 왜군에 밀린 연합군이 도망가다가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이 이곳에서 현실화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왜군은 조선에서 싸웠던 왜군보다 조금 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큐슈 영지에서 뽑혀 조선 침략에 동원된 아시가루들은 상대적으로 정병이었다. 그 이후에 같은 숫자가 창병과 궁병, 철포병으로 충원되더라도 조선에서 몰살당한 병력에 비해 훈련이 부족하다고 봐야 했다.
그러나 혼슈 쪽에 있던 영지에서는 조선에 파병된 병력이 적었다. 이들이 대규모로 큐슈에 도착했다면 힘겨운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겐타로가 보낸 정보는 항상 보름 전의 상황이라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
“우리 전선이 주변 바다에 떠 있는 동안에는 감히 공격해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러나 연합군은 남쪽으로 진군해야 하고, 우리 함대는 동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요. 저들이 왜군 상대로 버틸 수 있겠소?”
“병력 차이가 두 배라 하나 조선과 여진의 기마병이 강력하니 해 볼만 합니다. 조총도 지금은 연합군에 더 많습니다.”
명나라 배들이 모두 서쪽으로 빠져 나갔다. 수송을 마친 배들은 일기도와 대마도를 지나 거제도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조선의 판옥선 100여 척에 탄 섬라군 1만이 해안에 내렸다. 기병은 50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보병이었지만 오랜 실전으로 다져진 군대였다. 다만 추위에 약해서 문제였는데 조선인들이 따뜻하다고 여기는 큐슈에서도 몸을 떨었다.
유구국 3천도 곧이어 내렸다. 왜군의 방진과 싸워서도 밀리지 않는 근접전의 달인들이었다. 이민호는 유구국 병사들을 보면서 조금 안심했다.
작년 나고야 성 주변에 왜병들이 진을 치고 있을 때처럼 자그마한 반도가 배에서 내린 연합군 병사들로 우글거렸다. 병력을 내린 판옥선들은 노를 저어 다시 거제도로 돌아갔다.
이어서 판옥선 150여 척과 갖가지 배 수백 척이 해안에 닿았다. 이번에는 조선군 보병과 기병들이 뒤섞인 채 상륙했다. 고산국과 해동상단에서 제공한 외륜선 수십 척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상륙작전이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습니다. 기마병 포함해서 하루에 7만이 상륙하다니 대단합니다.”
“그렇소. 웬만한 나라는 불가능한 일이오.”
대한민국 해병대가 미 해군의 도움을 받아 한 번에 1개 연대를 상륙시킨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의 포화를 받아가며 병력을 내리는 적전 상륙도 아니고, 선착장만 없다 뿐이지 거의 행정상륙이나 다름없었다.
고산국 해병과 육군, 그리고 여진 기병과 조선 기병 출신 용병들은 아직 상륙하지 않았다. 여진 기병의 상륙 예정지는 바로 이곳이었지만 전마 2만 3천여 필을 옮길 운송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선을 마친 외륜선들을 포함한 수송선들이 거제가 아닌 동래로 향했다.
- 타타탕! 쾅!
멀리 총소리가 아련하게 울렸다. 병목 지역에 대한 왜군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신호였다.
총소리가 적게 들린 것으로 미루어 많은 왜병들이 몰려오는 것은 아니고, 단지 반응을 떠보기 위한 위력 정찰에 불과했다. 당황하던 명군이 대열을 갖추고 방어에 나서자 왜군은 금방 격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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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서 한 회 더 올릴 수 있으면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