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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318화 (267/1,000)

00318  38. 큐슈 점령  =========================================================================

38. 큐슈 점령

원정을 떠나는 날 아침, 해군을 빼고 1만 5천여 명에 달하는 고산국 원정군이 왕도 남쪽 평원에 집결했다. 농지로 개간했으나 아직 백성들에게 분배하지 않고 국영 사탕수수밭으로 남겨둔 넓은 대지에 군인 가족들 외에 백성들까지 몰려들었다.

“충성! 대원수 계복 외 원정군 집결 끝.”

“대원수 고계복에게 원정군을 이끌고 일본을 정벌할 것을 명한다.”

“명을 받드옵니다.”

검은색 상원수 예복을 갖추고 단상에 오른 이민호가 계복에게 명령했다. 하얀 대원수 예복을 입은 계복이 정중하게 대답한 다음 뒤로 돌았다. 1만 5천여에 달하는 원정군이 완전 무장을 하고 부대별로 도열해 있었다.

“국왕전하께 받들어 총!”

“추웅~ 성!”

“충성!”

병사들이 총구를 세워 경례한 순간 계복이 태엽인형처럼 각 지게 뒤로 돌아 섰다. 그리고 이민호를 향해 주먹을 가슴에 대어 정중하게 군례를 올렸다. 이민호도 같은 동작으로 군례를 받았다.

“이기고, 살아 돌아와라. 출발!”

“충성!”

계복이 뒤로 돌아 출동 명령을 내렸다. 일제히 나팔이 울리고 대대 단위로 북소리에 맞춰 사열대 앞을 지나 행진했다. 이제부터 계복이 고산국 원정군 최고사령관이었다. 고산국 원정군에 있어서 이민호는 그저 따라다니는 구경꾼이거나 잘해야 군감이었다. 대신 이민호는 명군과 조선군, 섬라군과 유구국군 등 전체 원정군의 총지휘를 맡기로 했다.

마지막 대대까지 사열대 앞을 통과했다. 이민호는 백마를 타고 호위들과 함께 선착장으로 향했다. 전선 43척, 기관 수송선 25척이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병사들을 수용했다. 대형 외륜선 20척은 요새 아래쪽 항구에 접안해 있었다.

병사들이 배에 타는 동안 이민호가 후궁들과 작별을 나눴다. 항상 청초한 얼굴의 혜영이 따스한 미소를 지은 채 이민호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찬데 들어가 있지 그랬어.”

“여긴 조선이 아니에요. 하나도 안 추워요. 오히려 주인님이 추위에 고생하실까봐 걱정돼요.”

“일본 땅도 별로 안 추울 거야. 일은 혜진이나 아랫사람들한테 시키고 적당히 해.”

이민호가 혜영을 살짝 안았다. 임신 4개월인 혜영은 배가 나온 티도 안 나지만 임산부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했다. 이민호가 혜영을 더욱 애지중지하는 것을 잘 아는 혜영은 가벼운 포옹에도 기뻐했다.

혜영의 몸에서 떨어진 이민호는 한참동안 다정하게 눈을 맞췄다. 그러나 이민호와 작별인사를 기다리는 후궁들이 많아 더 이상 혜영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제가 보좌를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주인님.”

“아니야. 미카나 몸조리 잘하도록 해.”

이민호의 첫 여자 미카에게는 항상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미카 역시 임신해서 원정에 따라올 수 없었다. 네이와 유구국의 아야도 임신하면서 내명부 품계가 올랐다.

“아라 공주! 내가 없는 동안 무역을 잘 부탁하오.”

“비올레타 님에게 많이 배웠으니 걱정 마세요.”

이민호가 생글생글 웃는 아라 공주의 뺨에 입을 맞췄다. 아라 공주도 시간이 날 때는 내명부의 왕립여학교에 다녀서 오늘은 교복 차림이었다. 상큼한 교복을 입고 아직은 처녀인 십대 유부녀 공주가 눈앞에 있어서 이민호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이민호를 따라가기로 결정된 후궁은 주상아 공주와 시녀 2인, 비올레타와 백인 시녀 아이샤, 그리고 아라 공주의 경호원인 유구국 아나였다. 브루나이 공주이면서 하나 공주의 시녀 자격으로 시집 온 두나와 세나도 있었다.

이번 원정에 종군하는 후궁은 혜진이 후궁들의 의사를 물어 결정했다. 이민호는 혜진이 자기를 말려 죽일 속셈인가 하고 의심했다.

인사를 나누는 동안 전 병력이 탑승 완료했다. 장식이 달린 현문을 통해 이민호가 마지막으로 국왕좌승함에 오르자 취타대가 나팔을 불어 출발을 알렸다. 국왕좌승함을 선두로 함대가 차례로 선착장을 떠났다.

감불과 감동이 지휘하는 1연대와 2연대의 정원은 그대로였으나 므부투가 지휘하는 3연대는 기존 3천 명에서 임시로 대대를 증편해 5천 명으로 증강됐다. 5천이면 고산국에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의 절반 이상이었다. 고산국에 거주하는 흑인 성인 남자의 대부분이 군인이었다. 이들은 이민호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궁성경비대에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외에도 해남도에 거주하는 묘족 1천여 명이, 그리고 필리핀에 거주하면서 에스파냐의 원정에 자주 동원되는 말레이계 2천여 명이 용병으로 참가했다. 묘족은 옥남이 좋은 말로 구슬려서 끌어들였고, 말레이 용병은 비올레타가 마닐라에 연락해 급히 동원할 수 있었다. 묘족과 말레이계 용병들 중 3할이 화승총으로 무장해서 총병 비율은 왜군보다 높았다.

아이누 족은 원정군이 공격하는 날과 동시에 일본 혼슈 북쪽 지방을 공격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아이누 전사들을 지휘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졸업한 아이누 청년 장교들이 아이누 섬으로 떠났다. 특전대대 1개 중대도 아이누 섬에 파견돼서 돕기로 했다.

그러나 여진족 사회에 변화가 너무 심해서 동해국의 여진족 기병과 보병 각 1개 연대는 참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누르하치가 일본 원정에 여진 기병 1만 정도를 파병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민호가 수송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 문제로 조선과 명나라에서 말이 많았으나 이민호의 한 마디로 논란이 끝났다.

아리수를 빠져 나와 넓은 바다에 들어선 원정군 함대는 항로를 북북동으로 잡아 빠르게 이동했다. 명나라와 조선 육군을 거제도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고산국 기병들이 탈 말이 제주도에 있어서 그쪽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전선 43척과 수송선 25척, 외륜선 20척, 탐망선 5척까지 합 93척의 대 함대세력이 넓은 바다를 항진했다. 함대는 수병을 제외하고도 1만 5천여 병력을 태우고도 공간에 여유가 넘쳤다. 외륜선은 제주도에서 큐슈까지 말을 옮긴 다음에는 보급 거점인 거제도와 큐슈 사이를 오가며 보급 작전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출항 첫째 날 밤을 바다에서 보내게 되었다. 대형 외륜선 25척을 출력이 남아도는 전선과 수송선들이 예인하면서 밤새 계속 북북동으로 항해했다.

“비올레타 양은 불편한 건 없으시오?”

“전에도 전선에 탄 적이 있어서 저는 괜찮습니다, 전하. 그리고 이제 저를 비올레타 양이라고 부르시면 안 됩니다.”

비올레타는 당당하던 옛 모습은 어디 가고 이민호 앞에서 몹시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자기 주장을 떳떳이 밝히는 것만은 여전했다. 비올레타는 이민호의 여자라는 것을 어느 곳에서건 증명받고 싶어 했다.

이민호는 당장 비올레타를 껴안고 싶었으나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은 국왕 집무실에서 후궁, 호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겠소, 비올레타. 그리고 주상아 공주는 궁성에 계시지 그러셨소?”

“전하께서 중요한 전쟁에 나서시는데 아녀자로서 어찌 편하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명나라 장수가 만에 하나 전하께 무례한 언행을 한다면 혹시나 제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주상아는 명군의 작전에 개입할 권한이 하나도 없었지만, 아버지인 황제에게 투정 섞인 편지를 보낼 권리가 있었다. 그 편지에 지목된 명군 장수는 그 즉시 북경으로 소환될 것이다. 이민호가 도움 받을 이유도, 그럴 기회도 없겠지만 하도 말을 예쁘게 해서 이민호가 주상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맙소. 하지만 공주의 마음만으로 충분하오. 나는 공주를 다른 사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소.”

주상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혜영과 미카가 임신을 하면서 앞으로 지위가 불안해질까봐 시녀들이 충동질을 해서 공주가 원정에 따라온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민호 입장에서는 상관없었고,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저 전하의 옥체가 걱정되옵니다. 부디 전투에는 직접 참가하지 말아주세요.”

“지금은 전쟁터에서 총과 대포를 쏘는 시대요. 옛날처럼 국왕이 선두에 서서 말 타고 싸울 필요가 없소. 오히려 괜히 나서다가 죽거나 다치면 아군의 사기만 떨어뜨린다오. 그러니 그대들과 나는 멀리서 구경이나 합시다.”

“말씀은 그리 하오시나 전하께서 직접 지휘하게 되실 것 같아 걱정입니다.”

“부대마다 각자 지휘관이 정해져 있어요. 나는 전령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답니다.”

식사가 끝나고 이민호는 몸을 씻고 나서 침전에 들었다. 침전 당직인 민영이 출입문 옆에 서 있다가 밖에서 사람이 문을 두드리자 문을 열었다.

국왕이 된 이후 이민호의 감정이나 취향이 어떻든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국왕의 잠자리 상대는 국왕이 아닌 내명부에서 결정했고, 행궁 역할을 하는 국왕좌승함에서 임시 내명부의 수장은 후궁 서열에서 앞서는 주상아 공주였다.

누구든 책임을 맡으면 공정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기 마련이었다. 이민호의 기대와 달리 주상아나 비올레타가 아니라 두나 공주와 세나 공주가 침전에 들어왔다. 주상아 공주는 브루나이 공주들을 침대로 안내한 다음 자기 침소로 돌아갔다. 이민호는 몹시 섭섭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전하! 저번에 그 일 죄송하옵니다.”

“무슨 일? 아하! 걱정 마.”

여자들이 상상 임신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했다. 입덧을 하는 등 증상도 비슷해 의사에게 정밀 검진을 받기 전에는 산모 자신도 속아 넘어가기 쉬웠다. 그러나 복부비만이었다니 좀 심했다.

이민호가 두나와 세나 공주의 옷을 벗기고 차분히 애무해갔다. 이민호는 날씬한 여자는 물론 통통한 체형의 여자도 싫어하지 않았다.

“거기 아닙니다, 전하.”

“응?”

두나 공주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나마 용기를 내어 간신히 짜냈다.

“전하께서 만지시는 곳은 제 가슴이 아닙니다.”

“아! 미안.”

이민호가 두나의 가슴이라 생각한 부드러운 살을 손으로 만지는데 그 위에 또 가슴이 있어서 이상하게 여기던 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임신이 아닌 복부비만이란 진단을 받아 실망하던 두나 공주는 이민호의 태도 때문에 몹시 부끄러워서 울려고 했다.

“여기도 만지기 좋으니까 낙담할 필요 없어.”

“히잉~ 놀리지 마세요.”

“에고! 울지 마.”

두나 공주가 더 이상 울기 전에 이민호가 얼른 몸을 결합시켰다. 넣는 순간부터 밀착되는 느낌이 무척이나 감각적이었다. 다른 후궁들도 다 좋았지만 두나의 몸속은 특히나 좋았다. 단순히 경험이 몇 번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고 근육 움직임에 약간 인위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다른 브루나이 공주들도 마찬가지라서 이민호가 궁금증이 생겨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두나는 이미 넋을 놓다시피 해서 이민호는 옆에 누워있는 세나에게 물었다.

“혹시 브루나이 공주들은 뭔가 특별한 운동을 하는 거야?”

“네. 지금은 이슬람을 받아들였지만 예전에 인도 문화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던 시기부터 내려온 궁중 비법이에요.”

세나의 얼굴이 빨갛게 되며 대답했다. 호위인 민희나 민영처럼 운동을 해서 전신이 탄탄하지 않더라도 그곳만큼은 제대로 단련이 되어 있었다.

“오오! 그렇구나.”

시간이 갈수록 남자들이 전쟁문화를 발전해온 것과 같이 여자들도 나름대로 궁정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어느 여진 부족은 현대 성형수술에 가까운 안면성형술을 부족장의 딸들에게 시술했고, 어느 황실은 주안술이라는 비법을 전승하고, 브루나이 왕실은 인도의 성 기술을 대대로 발전시켜온 것이다.

“잠깐만 확인 좀 해보자.”

실험정신이 투철한 이민호가 두나의 몸에서 일어나 세나에게 몸을 실었다. 세나도 충분히 준비된 몸이기에 무리 없이 이민호의 몸을 받아들였다. 역시나 세나도 두나에 못지않게 찰진 몸이었다. 그 사이 두나는 여운이 남는지 눈을 꼭 감은 채 혼자서 몸을 비비꼬았다.

“대단하다. 두나와 세나. 정신 좀 차려봐. 민영이도 이리 와서 들어봐.”

“네? 주인님.”

가급적이면 침전 호위 당직은 안 건드리는 편이 좋았지만 상대가 민영이라서 이민호는 민영까지 끌어들였다. 이런 일을 사양할 민영이 아니라서 앙탈 부리지도 않고 침대로 걸어왔다.

“이런 좋은 것은 다른 후궁들에게도 가르쳐줘. 할 수 있어? 혹시 브루나이 왕가만의 비법은 아니지?”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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