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뜻한 바다의 제국-317화 (266/1,000)

00317  37. 일본 정벌 준비  =========================================================================

이민호는 치어를 충분히 키운 다음 방류하겠다는 생각이었으나 연어 방류에 대해 잘 몰라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었다. 연어 치어는 보통 4~5cm로 자란 다음 바다로 나가기 때문이다. 어업연구소장이 건의하지 않았다면 치어가 죽거나 산천어로 바뀌어서 한 해 방류사업을 망칠 뻔했다.

“그건 소장이 알아서 하시오. 이 일은 매년 해야 할 것이오. 그리고 앞으로 몇 년 지나서 연어가 돌아오면 다시 대량으로 인공수정을 시키시오.”

“하오나 전하. 연어 방류 사업에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나 지금 당장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강 주변 백성들에게 별로 큰돈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연어가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강에 돌아오므로 어획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짧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어가 회귀하는 시기에 그물로 길을 만들어서 다 잡으면 될 것 같소. 치어 일만 마리를 방류해서 백 마리라도 돌아오면 성공이오.”

알을 낳고 죽은 연어가 그 강에서 썩음으로써 강과 주변 생태계를 훨씬 풍요롭게 만든다고 이민호가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증명하기 어렵고 설명이 길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이민호는 연어 방류 사업을 키워서 잡는다는 고산국 방식 어업의 상징으로 삼고 싶었다.

연어는 냉수성 어종이라 멀리 북태평양까지 헤엄쳐서 가야 한다. 그래서 몇 년 후에 다 자란 연어가 과연 처음 방류된 하천까지 돌아올지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불안해 바다에 돌아가더라도 근처 가까운 바다에서 살다 강으로 돌아오는 송어 치어도 함께 방류했다.

연어가 북위 40도 이상 지역에 분포한다고 하지만 현대 한국에서 연어 치어를 방류하는 양양 남대천이나 울산 태화강은 그보다 훨씬 남쪽이었다. 이민호는 이 시대의 겨울이 점점 추워지고 있으니 고산국에서도 연어 양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얼마 전에 중앙산맥 고지대 냇가에서 발견된 연어는 육봉화되어 산천어나 다름없는 소형 종이었다.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장기적으로 자연을 먼저 살찌워야 인간이 배가 부르는 법이오. 일례로 명나라 해안에는 전복과 해삼이 씨가 마르지 않았소? 주인이 없다고 마구 잡기만 했으니 후손들이 먹을 게 없어지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전하. 해금령을 내려 배가 아예 못 다니게 해도 명나라 해안에서 유독 해삼과 전복은 거의 멸종했습니다. 어족을 키워서 잡는 방식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치어를 꾸준히 방류하는 어업연구소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마닐라 삼으로 튼튼한 그물을 만든 이래 수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었다. 지난 세월 원주민들이 먼 바다에서 어업을 할 능력이 없었던 탓에 고산국 주변은 어족자원이 풍부한 편이었다.

그러나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어 물고기를 키우는 연구를 벌써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주인 없는 물고기라고 마구 잡다 보면 언젠가는 씨가 마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연어와 참치까지 양식할 것으로 계획하고 지금은 시범적으로 넙치를 육상 수조에서, 우럭과 참돔을 해상 가두리 양식으로 키우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외륜선을 만들던 해중국의 조선소에서는 지금은 주로 어선을 건조하고 있었다. 어선은 다른 나라의 것들보다 크고 튼튼하게 지어져 예전보다 해난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다.

어선이 한 번 조업에 나섰다 하면 만선은 기본이었다. 어민들이 한 달에 사흘만 조업해도 농민들의 평균 월 소득을 넘는 경우가 흔해 심각한 사회 불균형 문제가 되기도 했다. 관청에서는 가급적 가까운 바다에서 조금씩 잡으라고 어민들에게 설득해도 사람 욕심을 자제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기상예보가 불가능한 시기라서 어민들은 목숨 걸고 배를 타야 했다. 배가 커졌더라도 아직 돛단배 수준이라 바다에 나간 어선이 난파하는 일은 여전했고, 가끔 제주도나 조선 남해안에 표류한 어선이 연락선에 예인돼 해중국으로 입항하곤 했다. 이민호는 생각 같아서는 어선에 기관을 달아주고 싶었지만 현재 고산국의 공업생산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민물 장어를 인공 부화할 수 없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장어는 강 하구에 흔합니다. 새끼인 실뱀장어도 강 하구에서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강 하구에서 알을 낳아 새끼가 크는 것 아닙니까?”

“나도 들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장어는 바다 멀리, 그리고 깊이 들어가서 알을 낳는다오. 손톱보다 작은 유생 단계에서 치어인 실뱀장어로 키우기가 힘들 것이오. 알을 구해서 부화할 수 있더라도 제대로 크지 않아요.”

“부화를 해보면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하?”

“소장이 개인적인 시간과 돈을 들여 해보시오. 성공하면 은 백만, 아니 백 냥을 상으로 주겠소.”

너무 많은 상금을 걸면 어업연구소장이 일을 팽개치고 목숨 걸고 매달릴까봐 두려워 얼른 상금을 내렸다. 일본이나 여러 나라에서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었지만 민물 장어를 부화부터 성체까지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민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현대 일본에서 40년 동안 연구해서 3mm 길이인 유생을 치어인 실뱀장어로 변태시키는데 성공했고, 한국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5년 동안 연구해서 같은 과정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인공 부화는 더 어려워서 일본에서 알 8억 개를 부화시켜 8마리를 20cm까지 키워냈을 뿐이다.

어업연구소 방문을 마친 이민호는 바닷가 해녀들이 일하던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몹시 실망스럽게도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한 명도 없고 어민들만 남아 양식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완도와 비슷한 전복 양식장을 만들어 점점 확대해 나갔다.

이민호는 해녀들에게 양식장 어업권을 주려 했으나 그 힘든 물질이 좋다고 대부분 해녀 일을 고집했다. 아직 수입이 많아서 그런 모양인데 본격적으로 전복 양식이 시작되면 경쟁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이민호는 걱정이 됐다.

“아키! 해녀들은 어디 갔지?”

“물이 차가워지면서 점점 남쪽으로 이동해 해삼과 전복을 잡고 있어요. 겨울에는 집에서 쉬라고 해도 해녀들이 억척스럽게 일하네요. 그래도 절반 정도는 집에 남아있어요.”

“그렇군.”

“왜요? 못 봐서 아쉬우세요?”

“그럴 리가! 요즘에는 다들 수영복을 입고 있지?”

이민호가 얼른 부정했다. 그러나 수백 명의 해녀들이 홀딱 벗고 바닷가를 가득 메운 장관은 꽤나 큰 충격으로 이민호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국왕전하께서 하사하신 소중한 물건이라 집에 모시고 안 입겠다는데요?”

“그럼 요즘도 벗고 잠수하는 거야?”

“아니죠. 수영복을 직접 만들어서 입고 일해요. 그러니 기대하지 마세요. 주인님은 항상 바쁘시면서 이곳에 너무 자주 오시는 것 같아요.”

“내가 언제?”

이민호가 툴툴거리면서 다시 말에 올랐다. 일행이 해중국 궁성 앞을 지나면서 아키와 헤어졌다. 아키는 이민호의 뺨에 뽀뽀를 한 다음 궁성으로 돌아갔다.

고산국 궁성에 있을 때는 미카의 시녀에 불과한 아키는 이곳 해중국에서는 행정권과 군권을 손에 쥐고 거의 여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 행정 편의를 감안하면 해중국을 일개 도시로 격하시키는 것이 맞겠지만, 이민호는 미래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아직 내버려두고 있었다.

길옆에 주둔한 특수전사령부를 지나가는데 특전대대 대원들이 가상의 왜병이 찌르는 창날을 총이나 대검으로 막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체력이나 순발력은 다들 좋았다. 잠깐 방문해서 격려해준 다음 이민호 일행은 저녁 때 고산국 궁성에 도착했다.

“주인님!”

“헤헤! 혜진이 일 잘 돼?”

집무실에 도착하니 혜진이 도끼눈을 뜨고 이민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민호는 혜진이 작성한 경찰청 조직 확대를 위한 기획안을 살폈다. 필체를 살펴보니 혜영이 도와준 티가 조금 났다.

“그렇다고 해안경비대에서 인력을 빼돌리면 어떡해? 거기도 새로운 조직이라 정신없단 말이야. 기동경찰은 군에서 넘겨받겠다고?”

“그럼 어디서 빼요? 자체 내에서 키우고 싶어도 그런 일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전에 일부러 포도서 사람들을 군인과 관계없는 사람들로 뽑았었잖아요.”

“쳇! 어서 원정이 끝나야 조선에서 무관들을 빼돌릴 텐데.”

고산국에서는 조선의 문무 관리들에게 꾸준히 영입을 제안했다. 특히 고을 수령을 했던 경험이 있거나 파발 외에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찰방들이 우선 순위였다.

그러나 고산국에는 양반의 특권이 없어서 영입 대상자들이 은근히 꺼렸고, 또한 일본과의 전쟁을 앞두고 조선과의 의리상 쉽게 옮기지 못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끝나자마자 영입했지만 만약 일본을 정벌하는 전쟁이 예정된 것을 알았다면 이민을 원정 이후로 늦췄을지도 몰랐다. 얼른 일본 원정을 끝내야 조선에서 인재들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출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어요. 그 전에 웬만한 일은 다 처리하고 가세요.”

“알았어.”

“그리고 미카 언니와 네이는 이번 원정에 못 따라가요. 이유는 아시죠?”

“그래. 내가 원흉이다. 그럼 누가 따라가는데?”

“이럴 땐 정말 억울해요. 그러니 저한테 일을 너무 많이 시키지 말아요.”

혜진이 울먹거리자 이민호가 놀라서 껴안았다. 원정에 따라가는 것도 후궁들 사이에서는 특권으로 인식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혜영과 혜진은 맡은 일이 하도 많아서 지금까지 장기 원정에 따라간 적이 없었다. 고산국에 남아서 이민호를 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전쟁에 나갈 일은 드물 거야.”

혜진의 등을 토닥이며 이민호가 약속했으나 그것은 모르는 일이었다. 일본을 정벌해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만든다 해도 여진족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영국과 네덜란드를 막고 인도양에 진출하기로 포르투갈 상인들과 약속했다. 북태평양 탐사단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나 조만간 탐사를 마치면 북미대륙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일부는 계복 같은 부하들에게 맡긴다 해도 이민호가 직접 나갈 일은 앞으로도 많았다. 그러나 장기간 원정을 떠나는 것은 병사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개인적인 가정 사정을 이유로 이민호만 빠지기도 어려웠다. 이민호는 요즘 들어 가장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민호는 최종적으로 보급 문제를 살폈다. 보급품 대부분이 거제도 혹은 동래에 도착했거나 거의 도착 직전이었다. 두 곳에 엄청난 양을 쌓아놓고 일정한 시기마다 일정한 분량을 원정군이 주둔하는 지역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대마도와 일기도는 왜군이 기습 공격할 우려가 있어 건너뛰기로 했다. 이 보급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조선은 물론 고산국과 유구국의 거의 모든 배가 동원됐다. 당분간 무역은 포르투갈이나 에스파냐 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명나라 군대는 하루 세 끼 먹는다고 해서 3만 명에게 한 달에 필요한 군량이 1만 8천 석이었다. 임진왜란 초기에는 1명이 두 달에 1석 이하를 먹었으니 지금 이것은 과장된 수치였다.

명나라 군대는 매 끼니마다 반드시 두부를 반찬으로 먹어야 한다고 해서 말먹이 콩 외에 사람 먹을 콩을 준비하고 두부를 만들 조선 스님들이 명나라 부대마다 따라다녀야 했다.

그리고 명군은 나무의 길이와 굵기를 정확히 맞춘 땔감을 사용한다고 주장해서 그것도 조선에서 준비해 거제도에 쌓여 있었다. 보급 소요가 늘어나므로 땔감은 현지에서 구할 만한데도 명나라 장수들은 반드시 땔감을 미리 준비해서 배로 실어 나르도록 조선에 강요했다. 그러나 직접 배로 수송하는 일은 결국 고산국으로 넘어왔다. 조선에서 준비한 땔감이나 운송에 동원된 고산국 상선들에게 명군에서 따로 비용을 지불했으나 보급 능력의 한계를 시험한 꼴이 되었다.

“이 자식들 한 번 손을 봐줘야겠어. 그리고 매끼마다 물고기 한 마리와 두부, 고기, 소채, 소금, 간장, 기름, 꿀, 술이라. 이 미친 것들이 야유회 가나? 겨우 3만 명이 먹을 보급품이 우리 원정군의 보급 소요보다 열 배나 많아. 이러지 명군이 원정에 나설 때마다 전비 때문에 명나라의 기둥뿌리가 뽑힌다는 소리가 나오지.”

명나라 군대에서 중군, 천총, 파총은 천자호반(天字號飯)을 매끼니 받는데 고기, 두부, 소채와 절인 생선 각 한 접시, 밥 한 주발, 술 세 잔이 차려져 있는 상이다. 각 아문의 차인(差人)은 지자호반(地字號飯)을 받는데 고기, 두부, 소채 각 한 접시와 밥 한 주발이다. 군병(軍兵)은 인자호반(人字號飯)을 받는데 두부와 절인 새우 각 한 접시, 그리고 밥 한 주발이다. 말이 먹을 콩과 건초도 산더미였다.

“섬라 군대가 먹는 음식도 엄청나요. 그것을 고산국 배들이 매일 수송해줘야 해요. 아무리 돈 받고 해주는 일이라지만 너무 답답해요.”

비올레타가 맡은 섬라군 보급 문제도 특이했다. 일에 치여 비올레타가 여윈 것 같아 이민호는 속이 쓰렸다.

“쌀국수에 소고기?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소. 그래서 소와 돼지를 수백 마리나 끌고 가는 건가요? 양은 많지 않지만 조선에서 살 생각을 먼저 하지 무조건 배에 태우고 보는군요. 볶음밥에 국수에 여러 가지 찌개류라니. 음식 종류가 너무 많소. 향신료는 엄청나게 퍼먹는군요.”

“그 보고서 아래쪽을 보세요. 섬라 사람들은 소와 돼지는 많이 먹지 않고 주로 닭고기와 야채를 먹어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닭 10만 마리를 닭장에 넣어 배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것은 일차분일 뿐이고 한 달 후에 그 만큼을 또 옮겨야 해요. 매일 소모되는 닭 사료의 양이 어마어마해요. 닭똥은 더 많이 생겨요!”

“당분간 닭 모이를 부피가 적은 곡물류로 바꾸시오. 그렇게라도 보급 소요를 줄여야겠소.”

거제도로 출항하기 하루 전까지 이민호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에 매달렸다. 다른 나라로 원정을 가면서 군량을 가볍게 하는 일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명나라와 섬라군은 마치 와인과 차가 포함된 이차대전 때 이탈리아군의 야전식사를 보는 것 같아 짜증이 밀려왔다.

============================ 작품 후기 ============================

준비는 끝나고 다음 회에 일본으로 출정합니다.

오늘 안에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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