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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297화 (246/1,000)

00297  35. 기술개발  =========================================================================

겐타로의 신변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에 약간 곤란을 느꼈다. 아직 여름이라 나가사키에 갔던 포르투갈 상선들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겐타로는 보통 포르투갈 상선을 통해 정보를 보고했다. 그러다가 급하게 보고할 필요가 있을 때는 노를 젓는 작은 배를 전라좌수영의 안도나 유구국에 보내 다시 고산국 궁성으로 전하게 했었다. 문제는 고산국에서 필요할 때 겐타로를 호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민호가 전선과 탐망선을 큐슈 서부 해안에 직접 보냈다. 야간에 나가사키 해안에 접근한 탐망선에서 일본인으로 변장한 해병들이 내려 나가사키 시내로 잠입했다.

다행히 해병들이 아무 일 없이 겐타로를 만나 편지를 받아왔다. 겐타로의 생존이 확인됨으로써 닌자를 보낸 집단이 시마즈 가문은 아니라고 확인된 셈이었다.

며칠 후 도쿠가와 가문에서 고산국에 사신을 보내 화해를 청했다. 도쿠가와 가문에서 고산국에 닌자를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주군 몰래 가신들 일부가 독단으로 결정해서 한 일이라 자기들의 주군 도쿠가와 히데타다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무리한 결정을 한 가신들이 처벌을 받았다고 했다 사신들은 그 계획을 추진한 가신들이라며 수급 세 개를 가져와 이민호에게 바쳤다.

“꼬리 자르기네.”

“예? 예. 고산국 국왕전하께서 그렇게 이해하셔도 저희들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조선이 일본 내 사정을 잘 모른다고 아무나 목을 베어 사과를 하는 경우가 흔했다. 일본 사정을 잘 안다고 해도 이런 일을 위해 목을 바칠 가신들은 넘쳐났다.

“너희 가문의 사과는 받아들이지 않겠다. 나도 똑같이 할 거거든.”

“관대하기로 소문 난 고산국 국왕전하께서 그런 야만스런 일을 하실 것으로 믿지는 않습니다.”

“아니! 나는 충분히 야만스러워. 너희들한테는 말이야.”

이민호는 일본 사신들의 목을 베지는 않더라도 곤장이나 100대쯤 칠까 아주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이민호는 일본 사신들을 손끝 하나 안 대고 쫓아 보냈다. 만에 하나 고산국에서 일본에 사신을 보낼 일이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민호가 궁성 회의를 소집했다. 총리인 혜영 외에는 정식 관료체제에 속하지 않았지만 6국을 관할하고 국사를 돕는 후궁들이 모였고 군사 분야를 대표해서 계복이 참가했다.

“도쿠가와 히데타다, 덕천수충이라.”

겐타로의 보고에 따르면 덕천가강의 삼남으로서 15살 어린 나이에 가문의 가독을 이어받은 탓에 가신들이 몹시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가주로서 기반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고산국 궁성을 기습할지 모른다는 것이 겐타로의 판단이었다.

닌자들이 고산국 궁성을 이렇게 빨리 습격할 줄을 몰랐으니 이미 때늦은 보고였다. 사실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더라도 이 시기에는 고산국에 보고할 수단이 별로 없었다.

“도련님! 즉각 복수를 하셔야 합니다.”

“복수는 반드시 할 것이다. 그러나 뭘로?”

몹시 흥분해서 당장 복수하자고 건의했던 계복이 입을 다물었다. 처음 에도 만에 고산국 함대가 들어가 에도 성을 기습한 것은 효과가 좋았으나 다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고산국 함대에 의해서 에도 성이 불탄 다음 도쿠가와 가문은 바닷가에서 함포를 쏠 수 없는 곳으로 옮겨서 성을 쌓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바다로부터 공격을 당한다면 근거지를 옮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니시무라 겐타로 씨 덕택에 그 동안 일본 정보 문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다시 생각해야겠어. 적국인 일본 내부의 정보를 지나치게 한 사람에게 의존했어. 그리고 일본 외에는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잖아.”

머지않아 순다 해협에 기지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 시대 인도네시아의 지역의 사정도 잘 몰랐다. 브루나이 공주들이 서술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정보를 얻었을 뿐, 김몽돌이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니시무라 씨를 그 동안 너무 실컷 부려먹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나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지요.”

“그 동안 고산국을 방문하는 외국 상인들을 상대로 정보 수집을 했는데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 같아. 이제는 우리도 첩자를 본격적으로 키워서 외국에 파견해야겠어. 적의 요인을 암살할 필요는 없고, 외국 정보 수집 차원에서 말이야.”

“주인님! 제가 한 번 맡아서 간세들을 키워보겠습니다.”

미카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나섰다. 평소라면 출신지가 일본이라는 것 때문에 미카가 먼저 사양했을 테지만, 이제는 복수심에 불타올라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 미카가 잘해봐. 일본에서만 활동할 것이 아니니까 언어는 다양하게 준비해야 할 거야. 그 국가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해.”

“예. 하지만 주인님이 일본을 먼저 정벌하실 테니 일본에서 활동할 간첩을 먼저 양성할 게요. 일본 출신자들이 많으니 충원은 쉽게 될 거여요.”

노예로 팔려왔던 일본 처녀들이나 종교적 탄압을 받아 추방됐던 무사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은혜를 갚기 위해 언제든 고산국 왕실에 협조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무술은 기본적인 호신술 외에는 필요 없으니 시간을 많이 들이지 마. 연락을 유지하는 방법이나 잘 가르쳐. 내탕금에서 국고로 은 10만 냥을 돌릴 테니 혜영이 미카를 지원해줘.”

“네, 주인님.”

해중국으로 넘어가는 언덕 주변에 왕립정보부 훈련소를 짓기로 했다. 모든 토지가 왕의 소유이니 민간인들에게 토지 보상을 해줄 필요가 없어서 건설은 금방 진행되었다.

원주민 마을에서 보유한 농지나 임야도 적당한 수준까지는 언제든 수용할 수 있었다. 물론 왕실에서 원주민들에게 그 이상으로 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

“계복은 군 정보부를 따로 만들어라.”

군에서 필요한 정보와 국가에서 필요한 정보는 관심 분야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정보원의 능력과 소양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일정 부분 겹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정보조직 모두를 운영해야 했다. 그러나 계복은 군 정보기관을 유지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적지 깊숙이 들어가 정찰하거나 심지어 그 지역 현지민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정보를 수집해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일반 보병만 해도 충분히 안전하게 먹고 사는 고산국 병사들 중에 그런 위험한 짓을 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다.”

모든 백성에게 농지를 나눠주고 병사들에게 봉급을 많이 주니 고산국이라는 국가, 또는 국왕인 이민호 개인에 대한 충성심은 조선이나 일본과 비교도 못할 정도로 높아진 것 같았다. 그러나 병사들이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도 몹시 강해졌다.

고산국 군대의 장점은 이 시대 군대답지 않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대했는데 위험한 임무에 투입한다면 반발이 거세질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지원 제도를 활용하고 계급과 명예로 유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적 정보 획득과 적진 침투 및 파괴 공작, 암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특수부대를 군 정보부 내에 따로 만들자. 몇 명이 적의 성에 몰래 들어가 폭탄을 설치해 천수각을 무너뜨린다든지 하면 좋겠어. 남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런 위험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자들도 분명히 있을 거야.”

“없지는 않겠지만 돈 말고 다른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훈련기간만 거치면 무조건 부사관에 승진시킨 다음 작전에 내보내. 그리고 임무에 성공하면 승진 시키거나 훈장을 주자.”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경제적 유인만이 최선은 아니었다.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이 월급이 얼마 안 되는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사람들은 돈이 별로 안 되더라도 뭔가 보람찬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했다.

“훈장은 뭡니까, 도련님?”

“명예의 증표지. 재료는 싸구려 쇳조각에 불과하지만 군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성공시켰을 때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주는 것. 그래서 사나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이야.”

“아! 마치 어렸을 때 절벽에서...... 아닙니다.”

“하지 말라는 짓을 했었군.”

계복이 머쓱해졌다. 사내아이들은 어렸을 때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조금 위험한 장난을 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계복은 좀 과하게 장난을 친 모양이었다.

이렇게 원수부 직할 정보부대를 만들기로 했다. 원정군 파병과 별도로 전시가 아닐 때도 적지에 파견할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들고 교육과정을 짰다. 현대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원 해외파트와 특전사, 즉 특수전사령부를 합한 것과 같은 조직이었다.

“그런데 멍멍이가 호국을 맡았어?”

“예. 관리들이 회계장부 기재 방법에 익숙해질 때까지만 돕기로 했어요. 순전히 그것 때문에 궁궐에 남아있는 거여요. 진짜에요.”

유구국 출신 아라 공주가 해외무역을 관장하면서 왕명명이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다. 사람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혜영이 당연히 왕명명을 써먹을 곳을 찾았고, 6국 중에서 가장 바쁜 부서인 호국에서 회계업무를 관장하게 되었다. 왕명명은 호국 관리들에게 유럽의 복식부기와 비슷한 개성상인들의 사개송도치부법을 가르쳤다.

사실 왕명명도 내명부의 일원으로서 후사를 생산하는 일에 동원된 셈이었다. 왕명명이 이 일을 싫어할 리가 없었다.

일본을 정벌하기 위해, 그리고 그 전에 가능하다면 도쿠가와 가문에 복수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최우선 국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민호의 힘겨운 행보는 계속됐다. 도키코가 죽으면서 후궁들이 겁을 낼 줄 알았는데 후궁들은 오히려 이민호를 위로해주기 위해 애썼다. 심지어 아직 어린 아라 공주까지 식사시간 때마다 이민호에게 아양을 떨며 기분을 전환시켜주려고 노력했다.

이민호가 밤낮으로 열심히 힘쓴 결과, 몇 가지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혜영과 민희, 일본 출신 네이, 유구국 출신 아야, 브루나이 공주 네나와 다나의 생리가 끊긴 것이다. 아직 더 지켜봐야 확실한 것을 알겠지만 후사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리고 이들은 일제히 외부 활동을 중했다. 후사를 생산하는 막중한 일을 위해 당연한 일이겠지만 혜영을 비롯해 중요한 인물들이 빠지니 당장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제가 당분간 혜영 언니를 대신하기로 했어요. 총리는 물론 내명부의 일까지 맡았어요. 미카 언니와 최 선생이 저를 도와주기로 했으니 국정 공백은 안 생길 거여요.”

“혜진이가 힘든 일을 맡았구나. 열심히 해라.”

이민호에게 아이디어를 받아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데 힘쓰면서 무연화약 제조도 맡아왔던 혜진이 오랜만에 본궁 3층으로 올라왔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민호가 직접 나서거나, 혹시 자리를 비운다 해도 언니 혜영에게 물어보면 될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혜진 옆에 민아가 여진족 전통 혼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민영과 민정, 민지가 여우같은 웃음을 짓고 있어서 이민호가 괜히 헛기침을 했다.

“오늘 민아의 열아홉 번째 생일이에요.”

“민아 축하한다. 예쁘구나.”

“여진족 출신 호위에게는 드디어 시집가는 날이기도 해요.”

“그렇군.”

어쩐지 민아가 요즘 적극적으로 이민호에게 접근해서 조금 이상하다 했었다. 여진족에서는 여자의 지위가 낮아서 자기 생일을 아는 호위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원에서 사는 동안 이민호가 적당히 생일을 정해주었다.

혜진과 민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 침전을 나갔다. 넓은 방에 둘만 남게 되자 민아가 몸을 배배 꼬았다.

“어떠냐? 부끄러워 죽겠지?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지 않아?”

“저는 잘할 수 있어요. 주인님이 언니들을 사랑해주는 소리를 침대 밑에서 자주 들었으니까요.”

“그래? 잘할 수 있다 이거지?”

민아가 입은 복잡 혼례복을 벗긴 다음 이민호가 큰 전등을 끄고 취침등을 켰다. 그리고 속옷까지 다 벗긴 채 침대로 데려와 품에 안았다.

민아가 바들바들 떨었다. 유구국의 아나와 비슷한 근육질이면서 소녀처럼 떨어대니 귀엽게 느껴졌다. 이민호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애무하는 중에도 민아는 숨을 헐떡이며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긴장 풀어. 처음이니 서툴러도 돼.”

“저는 뭐든지 잘할 수 있어요! 제 몸으로 주인님을 즐겁게 해드리고 왕자님이나 공주님을 생산하고 싶어요.”

“즐겁게? 정말?”

“그, 그럼요. 그런데 뭘 시키시려고요?”

============================ 작품 후기 ============================

오늘은 아마도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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