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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295화 (244/1,000)

00295  35. 기술개발  =========================================================================

정문부가 이민호에게 알현을 신청한 자리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이민호가 다시 생각해보니 고산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무작정 바기오에 파견할 뻔했다. 이민호는 이렇게 국왕의 인사상 실수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정문부가 더욱 믿음직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하시오. 그럼 예국 참의로 임명할 테니 수도에 머물면서 고산국 행정체제를 파악하시오. 그리고 가끔 바기오와 마닐라에 들러서 현지 실정 파악에 힘쓰시오. 정식으로 갈 때가 되면 내게 말씀해주시오.”

“별 것 아닌 저에게 이토록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심을 다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전하.”

“고맙소, 자허!”

조선에서 영입한 전현직 관료들 중에서 정문부에게서 처음으로 충성 서약까지 받아냈다. 인재를 소홀히 대하고 전공에 대한 공정한 포상을 하지 못하면 이렇게 인재가 국가에 충성을 바치기 어렵게 된다. 고산국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라서 이민호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다.

“조선국 대행 대왕의 발인이 8월 초에 있는데 자허는 가지 않겠소?”

“예. 가도 환영받지 못할 테니 가지 않겠습니다.”

정문부는 조선 왕실로부터 은혜를 입지 않았으니 장례에 갈 의무도 없다고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선에서 인재를 빼와야 하는 고산국 입장에서는 매사에 조심해야 했다.

조만간 예국참판을 대표로 조문단을 조선의 국장에 보내기로 하고 지금 준비 중이었다. 총리 혜영을 빼곤 정승급이 따로 없어서 이국참판이나 예국참판이 정승급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정문부에게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한 다음 꾸준히 운동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운동복으로 지급된 반바지와 면 티셔츠는 유교사회에서 평생을 살았던 정문부에게 좀 심했던 것 같았다. 나중에 다른 선비들은 이것을 정신적인 체벌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왕인 이민호도, 해군의 최고 지휘관인 이순신도 아침에는 정문부와 같은 간편한 복장으로 운동을 했다. 그래서 정문부는 민망한 복장임에도 감히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런데 궁성이나 총함장 관사와 달리 바기오 총독의 수도 관사가 좁아서 정문부는 길거리에서 뛰어야 한다는 문제가 생겼다. 그러나 고산국에는 남녀 불문하고 아침에 간편한 차림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서 아무도 정문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정문부는 고산국에 두 번째로 오자마자 머리를 깎았다. 고산국에서 보통 문관들은 조선처럼 상투를 틀고 무관들은 투구를 단단히 쓰기 위해 짧게 자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두발 길이는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고 이민호도 관리든 백성이든 각자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었다. 구한말에 조선 조정에서 단발령을 내리고 나서 백성들로부터 얼마나 반발이 컸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문부는 문무 양쪽을 관할할 총독직을 보다 잘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생원과 진사도 아닌 유학들조차 신체발부는 수지 부모님이 어쩌고 운운하는 판에 식년문과 급제자 출신이 상투를 자른 것은 무척 이례적인 경우였다.

날이 더웠으나 이민호는 밤에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남자였다. 오늘 밤은 브루나이 공주들이 지내는 침실로 향했다. 이슬람식 건물인 별궁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 브루나이 공주들은 본궁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민호는 조금 전까지 침전에서 민희와 미카의 시녀 한 명과 함께 있었다. 둘은 여자 무사라서 탄탄한 몸이었는데 브루나이 공주들은 살짝 통통한 편이었고 살을 만지면 부드러웠다.

“네나, 다나 안녕?”

“안녕하셨어요, 전하?”

“응. 우리 귀여운 네나 발음이 아주 정확해졌네.”

“저는요, 전하?”

“예쁜 다나도 아주 좋아졌어.”

시집오기 전부터 여러 나라 말을 구사하던 공주들이라서 그런지 조선말을 금방금방 배웠다. 이민호는 공주 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긴장을 풀게 했다.

종교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민호 등에 진땀이 흘렀다. 신성한 음식인 스파게티에서 면발과 미트볼, 소스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자기도 잘 모르면서 이민호가 대충 설명했다. 공주들이 눈을 반짝반짝 뜨며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의 교리를 경청했다.

“주무아가 같은 금요일이라서 다행이에요. 같은 하느님을 모시니 당연하겠죠, 전하?”

“그렇지. 네나와 다나도 하느님의 말씀을 생활에서 잘 실천하도록 해.”

그리고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공주들의 옷을 벗겼다. 살살 몸을 만져가면서 차근차근 자세를 잡게 했다. 둘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잘 호응했다.

공주 둘은 엉덩이가 큰데 반해 허리는 몹시 가늘어서 대비가 확실했다. 그러나 허리를 뒤틀면 살집이 안으로 살짝 접혔다. 군살이 없는 여자들만 보다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브루나이 공주들의 자연스런 허리 살을 보니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이민호가 네나의 가느다라면서도 살짝 살집이 있는 허리를 잡고 빠르게 움직였다. 네나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신음을 질러댔다.

엉덩이가 큰 여자가 임신을 잘한다는 오랜 속설은 의학적으로 증명됐다는데 이민호는 당연히 이해를 못했다. 그러나 남자를 힘차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았다.

이민호는 아직 몇 번 경험이 없는 공주들을 여러 가지로 괴롭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들이라 시키는 대로 자세를 잡았다. 이민호는 네나와 결합한 채로 옆에 똑같은 자세로 엎드린 다나의 엉덩이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치러진 2차전은 다나 차례였다. 이민호는 다나를 눕힌 다음 두 다리를 높이 올리고 힘차게, 그러나 천천히 내리꽂았다. 최근 간신히 이민호의 몸을 받아들이게 된 다나였으나 아직은 버거워했다.

다 끝나고 이민호가 숨을 헐떡이며 드러누웠다. 네나가 이민호와 다나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다가 비명을 질렀다. 임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다리를 들고 누운 다나도 놀라 호들갑을 떨었다.

“전하! 코에서 피나요!”

“헉! 음. 별 거 아냐.”

하루에 서너 번씩 힘을 쏟으니 젊은 이민호의 몸도 남아나지 못했다. 몸을 쉬려면 외국으로 원정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인데 후사가 생길 때까지는 고산국 밖으로 못 나갈 분위기였다.

- 탕! 타탕!

갑자기 궁성 안에 총성이 요란하게 울렸다.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아 이민호가 서둘러 옷을 입고 권총을 뽑았다. 그리고 오들오들 떠는 네나와 다나에게 이불을 감싸주었다. 그 사이에도 밖에서 끊임없이 총성이 울렸다.

“여기서 나가지 말고 기다려.”

“주인님이 나가시려고요? 여기에 계세요.”

방 안에서 네나와 다나가 아닌 다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민호가 권총 총구를 돌리자 오늘밤 숙직인 민자가 침대 밑에서 마치 공포영화의 귀신처럼 기어 나왔다.

민자는 침실의 전등을 끈 다음 출입문이 아닌 창문을 지켰다. 달빛이 침실 안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암살자가 몇이나 왔는지 모르겠지만 호위들이 잘 막아낼 거여요. 걱정 말고 침대에 누워 계세요. 코피 흘러요.”

“응. 그래. 부탁한다.”

이민호가 비단수건을 찢어 콧구멍을 틀어막았다. 이민호의 꼴을 본 네나와 다나가 피식 웃었다가 금방 웃음을 지웠다. 바깥에서 울리는 총성이 점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 쨍그랑!

- 탕! 탕!

민자가 쥔 권총이 불길을 연속 뿜어냈다. 이민호도 창문을 깨고 들어온 시커먼 그림자들에게 권총을 발사했다.

위층이나 지붕에서 밧줄을 타고 침실 창문으로 뛰어든 괴한들이 총탄에 맞아 바닥에 나뒹굴었다. 바닥에 쓰러진 괴한 두 명은 회색 옷을 입고 회색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들어갑니다, 주인님.”

민희와 민영이 총구를 앞세운 채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닌자들이 드러누워 있는 방 안을 살핀 민희가 민영을 창문 쪽으로 보낸 다음 이민호를 살폈다. 바깥에서는 계속 총성이 울렸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응. 어떻게 된 거야?”

“본궁 서쪽 벽에 배치된 경비병 두 명이 사라져서 비상이 걸렸어요. 호위와 경비들이 대거 출동하자 암습자들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하게 암습에 나섰나 봐요. 일본에서 보낸 닌자들일 거여요.”

“닌자들이 외국까지 나와서 암살을 하나?”

“이곳 백성들 중에 일본 출신들도 많고 전쟁 중에도 사카이 상인들이 계속 드나들었어요. 꾸준히 정보를 얻고 있다가 지난 몇 달 동안 준비를 했겠죠.”

일본 다이묘들도 전쟁 중인 적국에서 정보 수집하는 일에 게으른 멍청이는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이민호는 일본의 여러 다이묘들과 심각한 원수관계를 맺고 있었다. 진작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였다.

대화 도중에 총성이 뚝 끊겼다. 민희가 방문 밖에서 다른 호위에게 보고를 듣는 사이 민영은 거울을 내밀어 혹시나 창문 주변에 숨어 있을 닌자를 경계했다. 닌자가 벽에 붙어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민호는 혹시라도 민영이 닌자에게 해를 입을까봐 조마조마했다.

“일단락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잔당이 남았을 테니 수색을 해봐야 해요. 다른 방으로 옮기세요.”

민희가 간단히 말하고 문을 열고 앞서 나갔다. 이민호가 이불에 가린 공주 두 명을 이끌어 민희를 따라 복도 건너편 대각선 방으로 옮겼다. 이 방은 평소 호위들이 묵는 방인데 지금은 비어 있었다.

호위 네 명이 창문 옆과 문 옆에 배치됐다. 공주들은 호위들이 내뿜는 압박감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앉으세요. 다시 막아드릴게요.”

이민호가 권총을 든 채 침대에 앉자 민자가 구급함에서 솜을 빼서 이민호의 콧구멍을 다시 막았다. 눈앞에서 젊은 여자 얼굴이 자꾸 어른거려서 이민호가 손을 내밀어 민자의 볼을 살짝 만져봤다. 민자가 손바닥으로 이민호의 손등을 후려갈겼다.

“지금 딴 생각이 나세요?”

“예쁘네. 민자 이름을 민아로 바꾸는 게 좋겠다.”

“민자가 성현의 칭호를 닮았다고 좋아했는데 민아도 귀여운 이름이네요. 좋아요.”

바깥에서는 총성이 그친 대신 크게 내지르는 말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호위대뿐만 아니라 궁성수비대가 대거 동원돼서 궁성 내부를 샅샅이 수색하는 모양이었다.

“이제 위험한 시간은 지났어요. 주인님은 누워서 쉬세요. 공주님들이 주인님을 편하게 해드리세요.”

“네.”

이민호는 눕지 않고 앉아 있었다. 네나와 다나가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몸을 떠는 게 불쌍해 이민호가 두 공주를 옆구리에 끼워서 안았다.

누가 누구를 편하게 해주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한 어린 공주들은 지금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민희는 공주들에게 더 살벌한 주문을 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공주님들이 몸으로 막아 주인님을 지켜야 해요. 앞으로 며칠간 기본적인 훈련을 받으시도록 해드릴게요.”

“예. 민희 귀인님.”

네나는 무서워서 대답도 못하고 얼어붙고 다나가 간신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민호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다른 후궁들은 민희와 민영을 두려워했다. 호위들은 확실한 무력을 갖추고 있어서 혜영을 무서워하는 것과 조금 달랐다.

그리고 후궁 직첩으로 따져도 민희와 민영이 네나와 다나보다 더 높았다. 같은 브루나이 공주라지만 정식 첩 자격을 가진 하나 공주만 귀인이고 하나를 따라온 두나와 세나는 정2품 소의, 네나와 다나는 종2품 숙의였다.

“궁성 경비체계를 손봐야겠다. 어쩐지 일본에서 요즘 조용하다 했더니 닌자들이 한꺼번에 떼로 몰려왔어.”

“궁성이 넓고 별궁들이 흩어져 있어서 호위가 쉽지 않겠어요, 주인님.”

“그러게 말이야.”

이 시대 일본 닌자들이 조직을 갖춘 채 대규모 암살 작전에 나설 정도는 아니었으나 이런 일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닌자들이 외딴 마을에 숨어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가 이미 죽은 풍신수길 또는 덕천가강 가문의 의뢰를 받아 고산국에 복수하러 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민자, 아니 민아는 뭐하는 거야?”

“주인님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막기 위해 몸으로 가린 거여요.”

민아가 이민호의 무릎에 앉았다. 좌우에 공주들, 무릎에 민아가 앉아있으니 삼면이 여체로 가려진 후궁 실드가 완성됐다. 남자로서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이민호도 싫지는 않았다.

민아의 수작에 이민호도 피식 웃고 말았다. 민아도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안기로 했으니 이런 식으로 친밀감을 쌓는 것도 이민호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었다.

============================ 작품 후기 ============================

지금 자면... 더 이상 못 올리겠군요.

기다리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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