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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293화 (242/1,000)

00293  35. 기술개발  =========================================================================

배에서 나라를 일으켰다는 말을 듣는 고산국이었다. 국가 건설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해군은 건국 초부터 꾸준히 확장되었고 지금도 그 발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건조 중인 것까지 합해 전선이 40척 가까이 되고 기관을 장착한 수송선과 탐망선이 각각 6척과 8척으로 불어났다. 앞으로도 계속 건조할 계획이 잡혀 있었다.

철선이나 철갑선은 건조 계획만 세우고 아직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천자 전선만으로도 이 시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바다에서 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력한 함포를 달고 다니는 전선들은 다른 나라 배들에 비해 크기도 압도적이라 명나라 해적이나 일본 군선들이 감히 도전할 엄두를 못 냈다. 천자 전선이 세요, 거북선이 세요, 라는 말은 이제 농담 축에도 못 끼었다.

예전에 주력 전선으로 쓰다가 현재 수송선으로 전용된 대형 외륜선은 해군 소속으로 남은 것이 20척에 달했다. 기계 동력으로 움직이는 수송선이 늘어나면서 외륜선은 점점 예비 함선으로 돌려지거나 개조를 거쳐 아예 상업용 수송선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해군 함장들은 예전에 해동상단의 상선 선장 출신이 주축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해군 지휘관에게는 항해 경험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으므로 이민호는 이들을 꾸준히 교육시키면서 함장으로서 능력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직접 신경 썼다. 요즘 전선이 꾸준히 취역하면서 마카오 대학 출신 항해사들이 실전을 거쳐 전선의 함장이나 부장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해군 사관은 항해부와 기관부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기관 수리 기술도 배워서 누구나 운용할 수 있게 했다. 함포 4문과 비상용 돛 운용 요원까지 해서 전선에 필수적인 수병의 숫자는 60명이 기본이었다. 이 시대 유럽 범선들보다 대형인 전선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숫자였다.

전선마다 해병 1개 소대가 고정적으로 배치되고 전시에는 해병 1개 중대 또는 보병 1개 중대가 추가로 탑승해 작전을 펼치도록 했다. 일부 전선에서는 마구간을 아예 안 만들어서 연료저장고는 물론 거주 공간도 충분한 편이었다.

이 시대 전투를 통해 발생한 사상자보다는 함선 생활 중 질병 등으로 인한 비전투손실이 훨씬 컸다. 그래서 평시에는 전대에 군의 한 명을, 전시에는 전선마다 군의 한 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종은 단기간에 쉽게 육성하기 힘들어 당분간 정원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포르투갈 본국에서 매년 수십 명의 학자들이 마카오 대학에서 교수를 하려고 건너왔다. 그러나 의학과 어문학, 항해, 기술,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교수 인력이 항상 부족했다. 그리고 이민호가 넘겨준 기술과 지식을 발판 삼아 연구를 거듭해 머나먼 동양의 작은 섬이 유럽 학문의 메카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지식을 고산국의 젊은 학생들이 말린 솜처럼 빨아들였다. 현재 마카오는 사실상 고산국 땅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요즘 포르투갈 배를 타고 온 영국인과 네덜란드인들까지 마카오에 교수로 있어서 이민호는 몹시 불안해졌다. 인도양이 해적 소굴이 된 것은 인도 고아에서 일하다 돌아간 네덜란드인에 의해 유럽에 널리 알려진 때문이었다. 조만간 돈 냄새를 맡고 유럽에서 탐험가의 탈을 쓴 불한당들이 떼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됐다.

해군 밑에 해안경비대를 정식으로 창설해 크고 작은 배들을 소속시켰다. 앞으로 큰 배 몇 척을 더 배치시킨 다음 해양감시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북쪽으로는 제주도, 동쪽으로는 유구국, 남쪽으로는 브루나이, 서쪽으로는 해남도까지 감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육군에 이어 해군 지휘부를 구성했다. 기함 함장을 비롯해 일부를 제외한 천자 전선의 선장들은 기본적으로 소령 계급을 받고, 3~5척 단위의 전대를 지휘했던 인물들은 중령 계급을 받았다. 나중에 배수량이 큰 철선이 취역하면 함장으로 중령을 임명할 계획이었다. 함장과 전대장에 아직 빈자리가 많았다.

그 동안 기함 함장을 했던 사람 계급은 준장으로 승진시키고, 직책은 10여 척을 지휘하는 전단장을 맡겼다. 그러나 총함장, 즉 해군 함대사령관을 할 인물은 따로 있었다.

“이보게 통지! 아니, 국왕전하! 저는 고산국 전선을 잘 모릅니다. 그러니 나중에 해군 총함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면 안 되겠습니까?”

전쟁이 끝나고 조선에서 모든 벼슬을 내려놓은 이순신이 국상 기간임에도 고산국에 찾아왔다. 그는 다시 조선에 돌아가서 선대왕의 장례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모르면 총함장을 하면서 배우세요. 그리고 훈민정음으로 번역된 서양 책이 많이 준비돼 있습니다. 총함장은 함장과 해군 사관생도들 교육까지 맡으셔야 합니다.”

“국왕전하와의 약속을 지키러 고산국에 왔는데 처음부터 제게 너무 과도하게 많은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순신이 난중일기 시즌 2를 쓰면서 이민호 욕을 잔뜩 할지도 몰랐다. 이민호는 그것이 약간 걱정돼서 이순신을 달랬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전쟁이 끝나고 쉬고 있는 예전 부하들을 불러서 일을 시키세요. 통상 대감을 따르던 군관들도 많잖아요?”

“그들의 직책과 계급을 제가 정해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에, 전하?”

“직책은 적당히 정해주시고 직책에 해당하는 계급을 주시면 됩니다. 부하 장수들이 이왕이면 가족들과 함께 고산국에 이민 오는 편이 좋겠습니다만, 개인 의사를 존중하겠습니다.”

고산국 입장에서는 외국인 신분인 이순신과 그 부하들을 해군 고위직에 앉히기로 했다. 이민호 입장에서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고산국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작년과 올해, 이순신에게 수군 함선과 병력을 제대로 지원해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조선과 고산국의 모두가 확인했다. 왜인들에게는 몹시 불행한 일이었다. 이순신의 능력이야 누구나 인정하지만 이순신은 끝내 국적을 바꾸지 않으려 했고, 이민호가 양해함으로써 이순신의 총함장 취임이 가능해졌다.

이 소식이 조선에 알려졌는지 며칠 안 돼서 부친 이응화가 황급히 편지를 보내 고산국 해군에 자리를 마련해줄 것을 이민호에게 요구했다. 저번에 이민호가 그렇게 떼를 써도 바둑이나 두겠다는 부친이 이렇게 달라졌다.

민호는 부친이 좋아하도록 유사시 기함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제1전단장에 임명했다. 부친에게 높은 계급은 필요 없었고, 다만 이순신 가까이 있으면서 함께 해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대규모 지상군이 원정을 떠나고 국왕이 친정에 나설 것에 대비해 국왕 좌승함, 약칭 왕배를 건조했다. 특별히 크거나 화려하지 않고 예전 기함과 거의 같은 구조였으나 방어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약간 개량이 가해졌다. 이민호도 아직 타본 적이 없는 그 배는 현재 시험운항을 하고 있었다.

기존 전선들도 꾸준히 개량되고 있었다. 기관 4기 중에서 1기는 상시 가동해서 전선 내부에서 전기조명을 24시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 전투의 교훈을 받아들여 함교 주변에 철판을 둘러 방어력을 높이고 함포에는 포방패를 설치했다. 함포 주변을 빙 둘러서 방어벽도 세웠다.

수병이나 해병이 안전하게 총을 쏠 수 있도록 갑판에 총안 100여 개를 설치했다. 이제 해병들은 몸 전체를 완전히 숨긴 상태에서 사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총안은 총을 쏘는 작은 구멍에 불과한데도 사상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 사실 진작 만들었어야 했다.

“국왕전하! 계약기간은 임진란과 같은 1년, 아니면 2년입니까?”

“앞으로 일본을 정벌해야 하니 최소 7년은 하셔야죠! 만약 고산국이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임진왜란이 7년 넘게 끌었을 겁니다.”

물론 이민호는 일본 정벌을 7년이나 끌 생각은 없었다. 일본인들을 완전히 씨를 말리려고 작정하지 않는 한 1, 2년 내에 끝내야 했다. 고산국 원정군 주력이 외국에 장기간 나가있는 것도 불안했다.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좋습니다. 환갑 전에만 퇴역하게 해주십시오.”

“그럼 환갑 때까지만 배를 타시고, 그 후에는 수도에서 여러 함대를 지휘하십시오.”

“저를 죽을 때까지 부려먹으시려고요? 허허!”

“그럼 좋죠. 부디 오래 사십시오.”

이민호는 가급적이면 이순신을 오래도록 부려먹고 싶었다. 앞으로 동아시아 통틀어서 해군에서 이 정도로 대단한 지휘관이 나올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기관 운영과 함포, 위도와 경도 같은 생소한 부분은 웬만한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금방 배울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순신의 수명이었다.

그래서 이민호는 이순신이 고산국에 입국하자마자 병원에 입원시켜 건강검진부터 받게 하고 의사, 한의사들을 토의시켜 오직 그만을 위한 식단을 새로 짜고 요리사 3명을 고용했다. 이순신은 1545년생으로 아직 쉰 살 전이라 식이요법만으로 수명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앞으로 술은 절대 못 마시게 하고 달거나 짠 음식도 줄이도록 권했다.

“이보게, 통지. 이런 민망한 옷을 입고 뜀박질을 해야 하나?”

“이건 어명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뜀박질은 매일 꾸준히 하세요. 천천히 뛰거나 아예 걷기만 해도 됩니다.”

“꼭 양반이 아니더라도 어른 체통에...... 에잉! 알았네.”

그리고 이순신에게 꾸준한 운동을 하도록 권했다. 이민호에게도 따라붙지 않던 전담의사가 이순신만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했다. 젊은 의사가 이순신의 생활습관에 대해 하도 지적을 해대서 거꾸로 이순신의 수명을 줄일 것 같아 더 걱정될 정도였다.

그리고 주변에 신하들이 없는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이민호에게 말을 낮추도록 했다. 이순신과 제주목사 이경록, 부친 이응화하고 같이 있으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제주목사 이경록은 지금이 목민관으로서 가장 행복할 때라서 아무리 불러도 안 올 것 같아 당분간 영입을 포기했다.

부친 이응화도 곧 입국해서 이순신과 똑같은 건강관리를 받게 됐다. 병원에 반강제로 입원한 이응화에게는 24시간 의사와 간호사들이 배정됐고, 궁궐에 고용된 시녀들이 특별히 병원에 파견돼 이응화의 시중을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자기가 환자가 아니라며 화를 내던 이응화도 나중에는 허허 웃고 넘어갔다.

이민호는 병원에서 퇴원한 이순신을 마차에 태워 이미 작년에 완공된 저택으로 안내했다. 정부의 고관대작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거주하는 주택단지는 입구부터 해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마부를 맡은 호위가 고급 주택가 중에서 가장 큰 집으로 마차를 몰았다. 궁궐 빼고는 고산국에서 가장 넓은 저택이었다. 호위대가 말을 타고 쫓아왔다.

“이보게, 통지. 집이 너무 크고 화려한 것 같으이. 부담스럽네.”

“총함장 공관은 개인 재산이 아니라 국가 재산이니 그냥 편하게 쓰세요.”

저택은 안채는 기와집, 사랑채는 르네상스 양식 2층 석조 건물로 구성됐다. 왕궁 내관 출신이 집사를 맡았고, 의사와 요리사 3인 외에도 하인과 하녀들이 10여 명씩 배치됐다. 그리고 해병 1개 소대가 24시간씩 2교대로 경비를 맡았다.

“그럼 잠시 신세 지겠네. 안채 마당 한가운데 저것은 연못인가? 아직 연을 옮겨 심지 않은 것 같군.”

“운동하시라고 만든 수영장입니다. 연못은 사랑채 정원에 따로 있습니다. 저기 분수대가 보이시죠?”

“건강을 위해 헤엄을 친단 말인가? 흠. 그거 신기하군.”

“더운 지역이라 대감께서도 수영장을 자주 애용하실 겁니다.”

이민호는 이순신이 수영복을 입고 헤엄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속으로 큭큭 웃었다.

“집이 아주 좋네. 신경 써줘서 고마우이. 그런데 고산국에서 멀리 아산까지 편지가 오갈 수 있어서 신기하더군.”

“어머니도 이 집에서 모시지 그러십니까?”

“응? 가족이 와서 살아도 되나?”

조선에서 외관직 문무관들은 가족을 동반하지 못하거나, 일정 수로 제한되었다. 그래서 이순신도 정읍현감으로 있을 때 식구를 많이 거느린 남솔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여긴 조선이 아닙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오라고 할까요?”

“내가 직접 모셔야지. 고맙네.”

“전선 한 척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조선에서 국상기간이 끝나고 나서 이순신은 가족 전체를 데리고 와서 고산국에 머물렀다. 평생 무관으로 일해 온 조선에 대한 의리상 이순신은 끝내 고산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으나, 자식들이 국적을 바꾸는 것은 반대하지 않았다. 이민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 작품 후기 ============================

인재 영입 퀘스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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