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9 33. 남국의 바다 =========================================================================
“연합함대가 정벌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술탄이 모든 백성을 이끌고 배를 타고 떠났답니다. 어딘지 모르지만 남동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술루 술탄은 해적왕국의 수장답게 전 국민을 수천 척의 배에 태우고 피난 갔다는 이야기였다. 폭이 몇 백 km나 되는 술라웨시 해를 지나 남태평양의 어느 섬을 정복하고 거기에 들어앉을 계획인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에스파냐와 고산국의 연합군에게 몰살당하느니 차라리 피난하기로 결정한 술탄의 결단력이 놀라웠다. 자칫 몇 만 명이 죽어야 할지도 모를 큰 전쟁을 피한 술탄의 지혜에 이민호는 감탄했다.
“술탄의 궁성을 수색하다가 옥좌에서 편지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술탄이 전하와 저에게 욕을 잔뜩 퍼붓고 복수를 다짐한 내용뿐이었습니다.”
“예. 그렇군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존재인 해적들이 많이 살아남게 됐으니 지구온난화가 그만큼 늦춰질 것 같아 FSM 신도로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생각해보니 스파게티를 아직 만들지 않았다. 면발과 소스와 미트볼을 만들어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그 분을 영접하기로 했다.
그 날은 홀로 시가지 앞바다에서 정박하고 다음 날 홀로 섬 전체에 대한 수색을 실시했다. 해병이 세 방향으로 전진하는 사이 기마병이 뒤에서 후원했다. 말라리아가 무서워 모든 병력이 피부에 모기퇴치제를 바르고 얼굴에는 양봉업자 같은 망사를 둘렀다.
아침 일찍 출발한 수색대가 저녁에 차례로 돌아왔다. 홀로 주민들이 피난 가는 동안 숲으로 도망간 닭 한 마리를 잡아온 것이 유일한 전리품이었다. 총독이 다시 기함으로 찾아왔다.
“전하! 역시나 술탄이 모든 것을 다 싣고 떠나지는 못했습니다. 병사들이 궁성 밑바닥을 파서 술탄이 땅에 묻어놓은 황금과 은을 꽤 많이 발견했습니다.”
“많지는 않구려. 더 숨겨놓은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찾기 어렵겠군요.”
금과 은이 산다칸에서 얻은 것 두 배 이상으로 나왔으나 궁성을 점령하고 얻은 것치고는 적은 편이었다. 완전히 헛걸음한 것만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이민호는 병사들이 허탈해할까 봐 전리품을 나눠주었다.
황금 다섯 냥씩 나눠주니 병사들이 더 이상 감당을 못했다. 병사들은 지금까지 최소 황금 25냥씩 받았다. 한중일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쌀 250석 이상의 가치였다. 집 문제와 먹는 문제가 해결되어 장가 밑천 모을 필요가 없는 고산국 병사들에게 이 돈은 완전한 여유 재산이었다.
고산국의 문제는 돈이 있더라도 살 것이 별로 없다는 것에 있었다. 쌀과 야채를 집에서 기본적으로 해결하니 어시장에서 소금과 해산물을 사는 것밖에 돈을 쓸 곳이 없었다. 다만 옷가게와 담뱃가게, 독신자를 위한 반찬가게 정도가 성업 중이었다.
고산국은 모든 백성이 토지 소유권은 없어도 기본적으로 농지 경작권 또는 수조권을 갖고 있으며 병원과 학교는 무료였다. 이 부분만 보면 사회주의 경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모든 토지는 국왕의 것이라는 왕토 사상, 현대적 개념으로 토지공개념 외에 공동 생산, 공동 분배하는 사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사유재산은 철저히 보호되며 그래서 농경지의 생산 효율이 높았다.
문제는 경제에서 돈의 흐름과 회전이었다. 모든 고산국 백성들이 많이 벌고 노후나 병환에 대비할 필요가 없어 돈을 많이 쓸 환경이 갖춰져 있었으나 생산 쪽에서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이민호는 요즘 소비재 생산을 다양화하고 백성들에게 소비를 촉진케 할 생각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전하! 저 때문에 전하께서 너무 오랫동안 절제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저 어린 제가 죄인입니다. 하오나 남자가 오래 참으면 그것도 병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아니요. 더워서 그런 것이니 신경 쓸 필요 없소.”
그래서 아라 공주가 제안한 것은 검은색 안대였다. 안대를 쓰면 잠이 빨리 온다더니 정말로 공주는 일찍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아라 공주의 시녀 세 명이 안대를 쓰고 침대에 가지런히 누웠다. 셋 중 하나를 골라 안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시녀들은 이민호를 잘못 봤다.
이민호는 시녀 셋의 치마를 위로 걷어 올리고 하체를 감상했다. 아야의 허벅지는 늘씬하고 아마는 통통했으며 아나는 탄탄했다. 이민호는 세 가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세 시녀의 속옷을 차례로 벗기고 나서 다시 감상했다. 시녀들이 하체를 비비꼬았으나 하체를 가리지 못하도록 이민호가 발목을 잡아서 막았다. 그리고 셋의 다리를 차례로 벌렸다.
보조침대에 누워있던 민희와 민영이 살금살금 다가와서 같이 구경했다. 둘은 다른 여자의 그곳을 처음 보는지 신기해하며 시녀들의 것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민호가 엄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으나 민희와 민영은 생글생글 웃으며 어서 하라고 이민호를 말없이 재촉했다.
가장 오른쪽에 누운 아나는 무술을 수련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민호가 아나의 다리 사이로 파고 들어가 하체를 혀와 입술로 애무하자 아무 생각도 못하게 됐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애무를 피하던 아나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하체를 치켜 올렸다.
따가운 눈길에 고개를 들어보니 민희와 민영이 얼굴이 빨갛게 물든 채로 지켜보고 있었다. 민망해진 이민호가 둘에게도 민망하라고 시녀들의 하체를 애무하라고 손짓했다. 이민호는 둘이 설마 시키는 대로 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민희와 민영은 이민호가 무엇을 시키든 말을 잘 들었다. 민희와 민영이 아야와 아마의 하체를 애무하고 있었다. 이쪽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그리고 실제로는 두 세상 통틀어 처음 보는 장면이라 이민호는 많이 놀랐다.
침대에 누운 시녀 셋이 동시에 헐떡거리면서 자기한테만 이민호가 혀를 사용하고 다른 시녀들은 손으로 애무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물론 아나는 알아챈 것 같았다. 그래서 이민호는 아나에게 가장 먼저 결합했다. 억지로 참으며 내는 신음소리가 아나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아나의 속살은 몹시 탄력이 있어서 금방 끝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 이민호가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빼냈다.
이민호가 옆으로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아마와 결합했다. 민영의 작은 혀에 이미 충분히 준비된 아마가 이민호를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그 사이 민영은 옆으로 옮겨 아나의 하체를 애무했다. 아나가 상대방의 정체를 알고 피하려했으나 민영이 허벅지를 꽉 잡아 놓아주지 않았다.
부드러운 아마의 하체를 실컷 즐긴 이민호가 몸을 빼냈다. 맨 왼쪽의 아야에게 결합하려고 자리를 옮기는데 민희가 이민호의 하체에 얼굴을 묻었다. 예상치 못한 자극에 이민호가 화들짝 놀랐다가, 가만히 민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영이 고개를 들어서 잠시 지켜봤다.
이민호가 민희의 어깨를 잡아서 중간에 누운 아마에게 보냈다. 그리고 충분히 젖은 아야의 하체에 몸을 실었다. 아야는 이미 흥분해 있다가 이민호의 몸을 받아들이자 금방 최고조에 올랐다. 이민호는 아야의 두 다리를 높이 들고 빠르게 움직여 아야가 정상에 오르도록 도왔다. 오르가즘을 느낄 단계는 아직 아니었으나 아야가 충분히 만족한 표정으로 축 늘어졌다.
이민호는 무릎걸음으로 다시 오른쪽에 누운 아나에게 향했다. 그러자 민영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민호의 하체에 얼굴을 파묻었다. 청순하게 생긴 얼굴로 약간 쑥스러워 하며 달려든 민영 덕택에 다시 불끈 힘을 낸 이민호가 민영에게 입을 맞춘 다음 아나에게 결합했다.
이민호는 이런 식으로 민희와 민영의 도움을 받아가며 몇 바퀴 돌았다. 의외로 이민호의 마지막은 후덕한 아마에게 장식하게 되었다. 안대 때문에 표정을 제대로 살필 수 없었으나 아마가 몹시 감격해서 몸을 떨었다.
잠시 누워 숨을 고른 이민호는 보조침대로 가서 이번에는 민희와 민영을 끌어안았다. 둘은 몹시 흥분해서 이민호에게 달려들었다. 민희와 결합했을 때는 민희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넋이 나간 듯했고, 민영은 이민호가 찌를 때마다 입을 떡떡 벌렸다. 둘 다 예전보다 성감이 꽤나 개발됐다. 이민호는 아라 공주가 깰까봐 끝까지 아무 말 없이 두 번째를 해냈다.
다음 날 오전 에스파냐 병사들이 홀로 시가지 전체를 불태웠다. 종교적 이유로 술루술탄국을 정벌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려고 일부러 모스크는 남겨 두었다. 그리고 고산국 탐망선 두 척이 홀로 섬 해안을 돌면서 곳곳에 불을 질렀다.
홀로 섬의 열대우림에도 불을 질러 섬 전체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하늘을 가득 채운 이 연기가 대기에 퍼져 나가 햇빛을 가려서 빙하기가 오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였다. 다행히 그날 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다음 날 확인해보니 섬의 숲이 반쯤 탄 채 시커먼 속살을 드러냈다. 연합함대는 가장 중요한 목표인 술탄을 놓친 채 원정을 마감하고 마닐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홀로에서 마닐라까지 거리는 약 1000km, 그러나 연합함대는 순풍을 받아 빠르게 북상할 수 있었다.
갤리선이나 축력을 이용하는 외륜선의 가장 큰 문제는 생명체가 동력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즉, 사람이든 소든 매일 먹어야 하고 밤에는 쉬고 자야 한다. 갤리선과 외륜선 모두 돛을 달았지만 보조 동력에 불과해 갤리선은 사람이 노를 젓고 외륜선은 소가 연자방아를 돌려야 했다.
이민호는 범선 속도에 맞춰 바다에서 천천히 항해하는 것이 지겨워져서 총독에게 말하고 먼저 마닐라에 도착하기로 했다. 하루에 500km를 날아갈 듯이 항해해서 이틀 만에 마닐라에 도착했다.
뜻밖에 마닐라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잔잔한 바다를 가득 메운 100여 척의 해적선에서 대포와 화승총을 인트라무로스를 향해 쏘아대고 있었다.
해안에 상륙한 해적들은 인트라무로스 양쪽에 위치한 요새를 향해 화승총이나 활을 쏘고, 한쪽에서는 사다리를 걸치고 기어 올라가며 싸웠다. 마닐라는 전투 중이었고, 현재는 꽤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저것들 뭐냐?”
처음에는 홀로 섬을 포기하고 도주한 술루해적들이 빈틈을 노려 마닐라를 공격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해적선의 형태가 날렵한 술루해적 식이 아니라 남중국의 폭이 넓은 정크선이 명백했다. 에스파냐의 주력 병력 900명이 술루술탄국 원정을 떠난 틈에 텅 빈 마닐라를 공격하는 것은 명나라 해적이었다.
“함장! 에스파냐 성이 함락 직전이다. 횡대로 곧장 선착장까지 간다! 중간에 걸리는 모든 배를 격파하도록!”
“예! 전 함대에 지시하겠습니다.”
전선들이 일자로 펼쳐지며 속도를 올렸다. 해적선에서도 고산국 전선을 발견하고 포문을 돌렸다. 그러나 슬금슬금 눈치 보면서 빠져 나가려는 해적선이 더 많았다. 동남아시아의 바다에서 고산국 전선은 바다의 괴물이었다.
- 콰콰쾅!
명나라 해적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파열탄 그 자체였다. 선재를 뚫고 배 안으로 들어간 포탄이 폭발하는 순간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동시에 화염 폭풍이 피탄 지점 주변을 휩쓸었다. 인화물질에 불이 붙고 운이 없으면 화약통을 폭발시켜 웬만큼 작은 배는 단 한 방에 무력화됐다.
1회 일제사격에 명나라 해적선 12척이 가라앉고 11척이 반파됐다. 나머지 해적선들이 남과 북으로 흩어지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인트라무로스의 성벽에서 황급히 물러선 해적들이 해변을 따라가며 제발 배에 태우고 가달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해적선들은 그저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적선을 하나도 남기지 마라!”
이민호가 사극에서 흔히 들었던 전혀 의미 없는 명령을 내렸다. 함장은 포수들을 지휘하느라 바빠서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함포가 세 번쯤 불을 뿜었을 때 고산국 함대와 인트라무로스 사이에는 침몰하거나 불타는 해적선들밖에 없었다. 갑판에 늘어선 해병들이 해변에서 허둥거리는 해적들에게 총격을 가해 쓸어버렸다.
“함장! 7호선에 깃발 신호! 해적선들을 추격하라고 전해!”
“분함대에 해적선을 추격하라고 명하겠습니다.”
계복이 전선 6척으로 해적선들을 추격하는 사이 나머지 전선 6척을 부둣가에 대고 해병을 상륙시켰다. 도망가지 못한 해적들이 사살되거나 항복했다. 이민호도 호위대를 이끌고 직접 상륙했다.
“고산국 국왕전하 만세!”
성벽에 올라선 에스파냐 병사와 민간인들이 이민호와 고산국 병사들을 환영했다. 며칠 동안 아주 처절하게 싸운 듯 성벽 곳곳에 금이 가고 무너져 목책으로 급하게 때우는 등 치열한 싸움 흔적이 역력했다.
겨우 300명뿐인 병사로 모자라서 시민들까지 총동원돼 방어 작전을 수행한 것 같았다. 전투 과정에서 전사자가 다수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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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