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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257화 (206/1,000)

00257  32. 뜨거운 바다  =========================================================================

외국 상선에 화물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민호는 신도시 건설 방향을 두고 집무실에서 확대 국무회의를 열었다. 6국 참판들과 후궁들 몇이 참석했다.

“지도를 보시면 현지 원주민들이 각각 꽃 강과 연꽃 강이라 이름붙인 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조사한 결과 여기 연꽃 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릅니다. 서에서 동으로 산맥 경사를 따라 짧고 급하게 흐르는 여러 지류가 이 연꽃 강에 연결돼 있고 마지막 지류인 꽃 강과 합류한 다음 바다로 들어갑니다. 꽃 강이 더 작으나 경사가 급하고 수량이 풍부해서 수력발전소를 세우기 적당한 곳으로 판명됐습니다. 강 하구와 바다로 이어지는 이 넓은 해안분지가 원주민들의 교육과 교역을 위한 도시 입지로서 가장 합당하다고 봅니다, 전하.”

공국참판이 현대 대만의 후아리엔(花蓮)과 비슷한 지역을 가리켰다. 도시나 마을 입지는 어느 시대에 누가 선정하더라도 비슷한 곳으로 정해지게 마련이었다. 도시나 마을 밑바닥을 파면 이전 시대의 도시나 마을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바다에는 어렵겠지만 사구 안쪽의 강에 항구를 만들기도 적당하니 그곳이 좋겠소. 병국에서는 건설자재 수송선을 보내기 전에 미리 주변 바다와 강의 수심을 재시오. 앞바다에 섬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암초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말이오.”

“예. 내일 아침 일찍 탐사선을 보내겠습니다, 전하.”

고산국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 건조한 외륜선인 탐사선에는 단정처럼 종선 여러 척이 딸려 있었다. 노를 젓는 이 종선을 탄 탐사대원들이 수심을 재고 해류 속도를 측정했다. 지도와 해도를 작성하고 해양생태계를 관찰하는 것도 탐사대원들이 하는 일이었다.

이민호가 참석자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고산국에서 여전히 높은 인구 비율을 차지하는 원주민들이 배고플 일이 없어졌다 해서 활력을 잃어버렸소. 교육과 교역으로 원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읍시다.”

바로 몇 년 전까지 일 년의 절반을 쫄쫄 굶고 살던 원주민들은 고산국이 건국된 후 팔자가 확 피었다. 고산국의 백성이 되면서 모든 백성들에게 지급되는 토지가 원주민들에게도 역시 지급된 덕택이었다. 원주민들이 아무 일을 안 해도 전 가족이 충분히 먹고 살만한 쌀을 매년 두 번씩 소작인들이 바쳤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조금 부족해서 직업을 찾는 다른 백성들과 달리 원주민들은 이것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결국 배가 부른 이들 원주민들은 다들 의욕을 잃고 늘어져 버렸다. 그런 원주민들 꼴을 보고 열 받은 이민호가 강한 자극을 주기로 작정했다. 배부른 것 외에도 편리함, 보람, 즐거움이라는 인생의 낙을 원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은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싶은 욕심에서 도시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어차피 장기적으로 산맥 동쪽에도 중심이 되는 도시가 최소 하나쯤은 있어야 했다.

고산국이 언제까지나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사와서 병력을 늘릴 수는 없었다. 흑인 병사들 대부분은 몇 년 안으로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하니 앞으로는 고산국 백성들 중에서 병력을 충원해야 했다. 험준한 산맥을 타고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원주민들은 병사로 쓰기에 아주 적합했다.

“공국에서는 도시 기반 시설을 만들면서 주변 부족들 영역과 통할 도로를 개설한다는 계획이 아주 좋소. 예산을 배정해줄 테니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시오. 예국에서 제출한 계획을 살펴보니 학교를 만들어 교사를 파견하는 것은 좋은데, 내 생각에는 원주민 교사를 절반 정도 채용해서 교육을 시킨 다음 학생들에게 수업을 시키는 게 좋겠소.”

“전하! 어째서 그렇습니까?”

최 선생이 의아하다는 듯이 질문했다.

“모든 원주민 부족들이 전통문화와 언어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학생들이 자기 부족 언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시간을 배정하고 수업시간의 일정 비율은 원주민 교사가 그 부족 언어로 수업을 할 수 있게 맡기시오. 그 부족 언어와 조선말을 대응시킨 낱말 사전을 편찬하는 것도 좋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처음부터 원주민 문화, 그러니까 언어와 생활습속을 보호해야 하오.”

“전하! 학교를 세우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해보시오, 최 선생.”

“전하께서는 겉으로만 원주민들의 습속을 존중해주고 사실은 모든 백성들을 고산국 깃발 아래에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습니까? 조선말을 배운 일본이나 명나라 출신 백성들이 점차 개량한복이나 작업복을 입고 다니는 추세입니다. 그것이 전하께서 원하시는 방향이라 생각했습니다.”

최 선생이 의문을 제기하자 이민호가 깜짝 놀랐다. 속마음은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가통합과 민족통합이란 달콤한 단어가 고산국의 장기적 국가목표라며 강하게 이민호를 설득하는 듯했다. 단일민족설과 한겨레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즐겁게 뛰어놀았다. 그러나 이민호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이민호는 앞으로 고산족 원주민뿐만 아니라 아이누, 여진인, 필리핀, 유럽인, 그리고 아프리카 여러 부족까지 포용할 계획이었다. 여러 가지 하부 문화를 조선 문화로 강제로 흡수하기보다는, 조선과 다른 고산국의 상부 문화체계를 만들고 하부 문화는 그대로 존속시킬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영토가 확장되고 여러 나라가 의지해올 경우 여차하면 연방제라도 도입할 계획이었다. 연방에 남는 게 이익이라면 남고, 아니라면 탈퇴하면 된다. 우방으로 남으면 좋겠지만 적이 된다면 그때 가서 싸우면 된다는 것이 이민호의 생각이었다.

“최 선생! 내가 언제 원주민이나 다른 민족들을 흡수해서 통합하겠다고 공식 문서나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소?”

“그런 말씀은 없으셨지만 내심은 그럴 것 같았습니다. 송구하옵니다.”

지금까지 이민호가 남들에게 그렇게 보이기 쉬웠을 거라고 인정했다. 작은 교육도시 하나 만들려고 소집한 회의가 장기적인 국가 비전을 밝히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절대 아니오. 민족이나 부족 고유의 습속과 전통을 보존하고 장려해주는 편이 나아요. 여기는 조선이 아니라 고산국이오. 원주민이나 다른 나라 출신 백성들이 괜히 조선인으로 출신을 속이지 않아도 되도록 차라리 역차별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차별이나 역차별에도 나는 반대하오.”

“전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높은 뜻이 이루어지도록 멸사봉공하겠습니다. 하오나 예산이 부족하옵니다.”

최 선생의 아버지인 예국참판이 대신 대답했다. 최 선생이 국왕에게 너무 따지고 든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신하에게는 이런 것도 불충이었다.

“호국에서는 다른 부서에서 제출한 예산안을 만들어보시오. 부족하면 내탕고에서 내어 드리겠소.”

동부 해안의 도시 건설 계획은 예산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대충 논의가 끝나자 확대국무회의이니 만큼 다른 주제도 다뤘다.

“병국참판! 기마병들 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소?”

“예. 감불 장군이 매일 같이 병국에 전령을 보내 문서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분부하신 대로 야영과 모기를 구제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마병이 열대 밀림에서 말 타고 싸울 일은 없으나 섬 지역에도 넓은 평원이나 분지 지역이 있었다. 대규모 기병을 상대해본 적 없는 섬 해적들을 공황상태로 만들 히든카드로 기마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력은 어디까지나 해병이었다.

“더운 곳은 더위 빼고 다 좋은데 학질이 문제요. 희생자가 많이 안 생기길 바라지만 아마도 생길 것 같소. 예국참판!”

“예! 전하.”

“혹시 학질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이 있는지 다른 나라에 문의해 봤소?”

“예. 작년부터 계속 문의하고 있습니다. 몇 나라에서 답신을 보내왔으나 대부분은 미신이나 주술입니다. 다만 에스파냐 상인에게 듣기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나는 어느 나무껍질이 학질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나무껍질과 묘목을 구해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잘하셨소. 진작 준비했어야 하는 건데 소홀했던 것 같소.”

개국 초부터 남쪽으로 진출할 준비를 했으면서도 정작 전염병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 바기오 지역이 고지대라서 시원하고 모기가 없어서 말라리아 환자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경계를 늦추게 했다. 그러나 술루술탄국 원정을 앞두고 황급히 대비책을 찾게 되었다.

“하온데 전하! 종교 시설 지원에 문제가 있습니다.”

“포르투갈 성당 건축비만큼 다른 종교에도 지원해주라고 하지 않았소?”

성당 외에 현재 수도에 이슬람 모스크가 건립 중이었고, 절은 그 전에 이미 몇 곳에 세워져 스님들이 공양 중이었다. 서원을 유교라는 종교시설로 볼 경우 이것도 고산국 곳곳에 세워져 공자 등 성현의 제사를 지내면서 학교 방과 후 시간에 마을 어린이와 청년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양반 이민자들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조선과 달리 고산국에서 유교의 위세는 극히 약했다.

“일본의 신도는 실로 다양한 신을 모십니다. 건국신이나 역대 천황, 조상신도 신앙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국왕전하를 신으로 모시는 신사를 세우겠다는 일본인들이 많아서 승인을 늦추고 전하의 분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도에 신도본청이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냥 하치만(八) 대보살이나 모시라고 하시오.”

“예. 그렇게 유도하겠습니다.”

하치만 대보살은 아마도 응신 일왕을 신격화한 존재로 추정되는 신이었다. 미나모토(源) 씨와 사무라이의 신이며 전쟁의 신으로 간주되며 일본에서 인기가 높았다.

“전하! 저 똥싸개이옵니다. 그간 강녕하셨사옵니까?”

“오! 잘 지내느냐? 조선말이 많이 늘었구나.”

집무실에서 나오던 이민호가 아이누족 출신 시녀들을 만났다. 신분은 후궁이지만 어려서 아직 직첩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지금은 왕립 여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노란색을 잔뜩 넣은 초등학교 교복이 시녀들을 앙증맞도록 귀여워 보이게 만들었다.

아이누족 아이들의 이름은 역신(疫神)을 막는다는 주술적 의도로 일부러 천하게 지어 뜻을 알고 보면 극악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이름을 그대로 조선말로 번역하니 이 모양이었다.

“감사하옵니다. 저는 잘 지내오나 전하의 품이 그립사옵니다.”

“똥싸개야! 오해할 만한 말은 제발 하지 마라.”

“오해라뇨? 여러 날 동안 전하께서 한 침대에서 저를 껴안고 주무신 것은 사실이 아니옵니까?”

“제발!”

똘망똘망 눈을 뜨고 바라보는 아이가 일부러 이민호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용이 오해하기 딱 좋게 생겼다.

아이누든 여진이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잘 크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잘 먹고 운동을 하니 키와 체구는 확실히 고향 아이들보다 나았다. 그런데 남자가 아니라 여자 아이들이었다.

호위대 여자 대원들이 자주 교사로 초빙돼 여학생들에게 승마와 활쏘기를 가르쳤다. 주상아 공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학생들을 교육시켰다. 다른 후궁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기들이 알고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민호는 왕립 여학교를 세울 때 교사 충원 문제로 고민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후궁들이 최고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며 최고의 선생들이었다.

출정을 이틀 앞두고 오랜만에 오후에 시간이 나서 후원에 들렀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좀 걷다 보니 저번에 갔던 곳이었다. 나무 위 원두막은 여전했다.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보니 늘씬한 빨간 머리 파티마가 누워서 자고 금발의 카디자가 엎드려 자는 것도 여전했다.

이민호가 바로 옆에 누워 파티마의 기다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시녀들이 일과 중 오후에 원두막에서 잠깐 낮잠 자는 것이 꿀맛이라고 들었는데 잠을 방해해서 조금 미안했다.

“흐응~ 주인님. 또요?”

“또라니? 파티마 너 며칠 전에 화장하니까 예쁘더라.”

“정말요?”

파티마가 아직 잠이 덜 깨서 콧소리가 나왔다. 이민호가 파티마의 속옷을 밑으로 내릴 때는 가볍게 엉덩이를 들어서 도와주었다. 파티마의 몸을 만져보니 어이없게도 이미 충분히 준비돼 있었다. 이민호가 서둘러 옷을 벗었다.

“왜 이리 젖었어? 야한 꿈을 꿨구나!”

“꿈이요? 어머! 전하, 아니 주인님 오셨어요? 저는 꿈이 계속되는 줄 알았어요.”

화들짝 놀라 일어나려는 파티마를 눕히고 원피스를 위로 걷어 올렸다. 그리고 이민호가 기초 도안을 하고 아마가 사이즈 별로 만든 브래지어를 풀었다.

커다란 동산 두 개가 출렁 드러나자 그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푹신해서 몸뿐만 아니라 기분도 편해졌다. 두 손으로 하나씩 주무르고 혀로 살짝 핥았다.

“주인님! 아직 승은을 못 받은 친구들도 많은데 저만 찾으시면 안 되잖아요.”

“다른 시녀들은 천천히 하고 일단 파티마 너부터.”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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