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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212화 (161/1,000)

00212  28. 출병  =========================================================================

오후에는 친선 겸 여흥으로 활쏘기, 총쏘기 시합을 열었다. 조선과 고산국, 유구국까지 세 나라 군사들 중에서 각자 대표 다섯 명씩을 뽑아서 시합에 참가했고, 이순신과 이민호, 유구국 왕자가 각각 상을 내걸었다.

활쏘기는 예상대로 기사와 보사로 무과시험을 보는 조선군이 압도적으로 이겼다. 고산국에서 활을 제법 쏜다고 자부하는 감동과 감불까지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과에 급제했거나 무과시험을 준비하던 자가 아니면 맞상대할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뜻밖에 총쏘기도 조선 수군이 아슬아슬한 점수 차이로 고산국을 이겼다. 쓸데없이 길기만 한 수군총으로도 훨씬 정밀한 보병총보다 더 많은 명중탄을 낸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조총이나 그 이하 수준의 화승총을 들고 시합에 참가한 유구국 대표들과도 점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이민호는 상으로 조선군 참가자들에게 은 스무 냥씩 주고 유구국 참가자들에게는 은 열 냥씩, 고산국 대표들에게는 은 한 냥씩 나눠주었다. 고산국 사격 대표들이 창피해 죽으려고 했다.

“도련님! 수군총 총열이 길어서 더 정확히 맞는 겁니까?”

“계복이 네가 두 종류를 같이 쏴보면 알 거야. 나도 수군총 개발에 참가해서 아는데, 같은 실력이라면 보병총에 비해 명중률이 형편없어. 우리 애들 사격 훈련 다시 시키고 싶다.”

“그 정도인가요?”

“무기에 성능 차이가 있더라도 사람이 하기 나름이야. 특히 유구국 총병들이 화승총 쏘는 것 봤지? 한 발 한 발 필사의 각오로 쏘잖아. 고산국 병사들은 그 동안 안전한 전투만 해서 그런지 절실함이 부족해.”

반성할 점이 많은 날이었다. 이민호는 계복하고만 이야기를 나눴지만 고산국 병사들도 느끼는 점이 많은 것 같아 오늘 시합이 의미가 있었다.

저녁에는 해동상단에서 잔뜩 싣고 온 술과 음식으로 병사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넓지도 않은 한산도에 병사들이 밤늦도록 고성방가를 해대서 이민호는 귀마개를 하고 잠을 잤다.

다음 날 연합함대는 전라좌수영에 도착했다. 예전에 방답첨사진 바깥 연도에 몰래 머물 때와 달리 이번에는 고산국과 유구국에서 파병한 정식 원군이기 때문에 조선 해역을 마음대로 당당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소포에 고산국에서 보낸 보급선이 미리 도착해서 포탄과 건량 등 보급품을 옮겨 실었다.

그 날 이민호는 오랜만에 전라좌수영 저택을 찾았다. 저택에 머물던 피난민들 대부분이 농사철을 앞두고 경상우도의 고향으로 돌아가 집이 텅 빈 느낌이었다.

고산국이나 유구국보다 조선이 확실히 추웠다. 아라 공주 일행은 혹독한 한반도의 겨울 날씨에 대비해 미리 준비한 외투를 입었으나, 여수는 겨울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따뜻한 남해안 지역이었다.

“전하! 그림에서나 보던 빨간 동백꽃이에요! 어쩜 이리 예쁠까요? 동박새는 너무 작고 귀여워요.”

“고산국 궁궐에 가져가 키우겠소?”

저택 뒤편 작은 후원에 동백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 있는데 겨울이라 새빨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라 공주는 동백나무 아래에서 동박새들과 놀고 있었다. 아라 공주가 손바닥에 올린 홍시 하나에 새 다섯 마리가 몰려들어 쪼아 먹었다.

“아니에요. 화초는 제 땅에서 꽃 피우는 것이 가장 아름다워요. 그런데 전하 어디 가세요?”

“오랜만에 목욕이나 제대로 하려고 욕탕에 가고 있소.”

“제가 등을 밀어드릴까요?”

“아니오! 됐소!”

“어머! 신혼의 어린 신부를 독수공방 시켜놓고 다른 여자를 안으시려는 거여요? 흑! 저 슬퍼요.”

“아니, 저, 공주!”

“농담이에요. 어서 가세요.”

이민호는 오랜만에 공주 몰래 민희를 안으려고 하다가 들켜버렸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결국 아라 공주가 떠밀어서 이민호가 욕실에 도착했다.

먼저 욕실에 들어온 민희는 욕조 물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이민호는 욕실에 들어와 옷을 다 벗었는데도 그곳이 축 쳐져 힘이 안 들어갔다. 이민호는 따뜻한 욕조에 들어와 눕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주인님 많이 쌓이셨나 봐요. 그런데 이번에도 못 풀 것 같은데 어떡하죠?”

“어린애하고 있다 보니 못난 꼴 보일까봐서 그렇지 뭐.”

민희가 살며시 만져주는데도 그것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욕실에 오기 전에 공주를 만난 탓에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것 같았다. 잘못하면 이 나이에 의사선생을 찾게 생겼다.

“공주님이 어리다지만 왕실에서 교육을 받았을 거여요. 눈치 보지 말고 주인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어린애하고 하라고?”

“아뇨. 옆에 시녀들이 있잖아요. 시녀들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는데 다들 처녀라서 처음이 무서운가 봐요. 그래서 황금 같은 시간을 아깝게 날려버리고 있어요.”

“이리 와.”

이민호가 민희를 잡아 당겨 몸 위에 올라오게 했다. 민희를 안고 있는 것만 해도 좋았고, 복잡했던 머리가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도 점차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민호는 민희의 하얗고 좁다란 어깨에 살짝 입을 맞췄다.

“아직 소식 없어?”

“임신요? 저도 어서 주인님의 아기씨를 낳고 싶지만, 조금 늦게 낳는 편이 좋겠어요.”

이민호가 여기저기 원정을 많이 다니느라 어쩌면 혜영이나 주상아 공주보다 민희와 민영을 지금까지 더 많이 안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후궁 중에서 아직 아무도 임신하지 못했다. 이민호는 요즘 들어 혹시 씨가 문제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왜? 상관없어. 능력 되면 그냥 낳지 그래. 민희가 낳은 아기는 민희 닮아서 예쁠 거야.”

“주인님이 정식 결혼을 아직 안 해서 다들 불안해서 그럴 거여요.”

“원자(元子)보다 나이가 많으면 역모죄를 뒤집어쓸까 무서워서?”

여자들이 임신하는데 심리적인 요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민호는 전혀 몰랐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자식들이 많이 생기면 권력 구도에 따라 국왕의 자식들을 모함하는 경우도 생길 것 같았다.

“그런 것도 있어요. 그리고 저 같으면 주인님 호위를 해야 하니까 조금 나중에 낳아도 될 것 같아요. 예전에 시전부락에서 말 타고 사냥하는 아줌마들을 몇 아는데 출산하고 나면 근육이 다 풀어져서 다시 사냥하려면 1, 2년 고생하게 되더라고요.”

“말 탈 일이 거의 없을 테니 근육은 없어도 되지 않나? 그리고 요즘은 활보다 총을 더 자주 쓰잖아? 언제든 임신해도 좋아.”

“그렇긴 해요. 하지만 아기씨를 낳으면 저는 아기씨를 돌봐야 해요.”

“민희 말고도 호위대는 많으니 걱정 마. 이런 말하면 민희가 섭섭할까?”

“흥! 저는 애나 보게 하고 다른 호위 안을 생각부터 하세요?”

“동생들을 다 안아달라고 부탁한 건 민희야. 그런 의미에서, 하자!”

그러나 민희와 민영 빼고는 아직 이민호가 안은 여진족 호위는 없었다. 물론 호위들은 기대하고 있었고, 이민호도 무언으로 약속했다. 언젠가는 이민호가 안아야 할 여자들이 꽤 많이 대기 중이었다.

이민호가 민희의 몸을 본격적으로 애무했다. 민희는 자그마한 얼굴에 아담한 몸이지만 단검 하나만 주고 대수림에 홀로 버려놔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몸놀림이 잽쌌다.

머리도 좋아 호위에 관한 자료를 찾아 현재의 호위체계를 만든 것도 민희였다. 현재 욕실 문 밖은 물론 창밖에도 호위들이 지키고 있었다. 어쩌면 욕실 안에도 마치 침대 밑처럼 누군가 숨어 들어와 있을지도 몰랐다.

“주인님이 좋으시다면요.”

“민희가 싫으면 안 해도 돼.”

“누가 싫댔어요? 좋아요! 해요!”

여진족 출신 여자가 부끄러움을 전혀 안 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선이나 명나라 여자들보다는 부부생활에 훨씬 적극적이었다.

이민호의 애무에 익숙해진 민희의 몸은 금방 준비됐고, 위에 올라와 스스로 결합시켰다. 그리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민호에게 맞춰진 민희의 몸이 이민호의 것을 완전히 밀착했다.

파나마 운하의 규격에 맞춰 ‘파나마 사이즈’라는 선박 건조 규격이 정해지듯이 한 남자의 것만 받아들인 민희의 몸은 이민호에게 딱 맞도록 적응했다. 물론 지금까지 이민호를 받아들인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민호가 일어나서 민희에게 몸을 엎드리게 했다. 민희는 몸이 아담해서 이민호가 뒤에서 결합하고 상체까지 민희의 하얀 등에 밀착시킨 채로 안는 자세를 선호했다. 이민호는 민희의 몸을 안고 가슴을 손으로 만지면서 움직였다.

오랜만에 안아서인지 민희의 몸은 역시나 좋았다. 민희가 숨 쉬는 것을 버거워할 때쯤 드디어 마지막 순간이 왔다.

“민희! 오늘 임신해! 이건 어명이다!”

그 순간 민희는 대답하지 못했다. 민희는 웅크린 채 이민호가 쏟아 부은 것을 최대한 몸 안에 받아들이려 애썼다. 그 사이 이민호는 민희의 웅크린 몸 곳곳에 입을 맞췄다.

“민희는 어명을 어기더라도 사약을 내리지 않을 테니 전혀 걱정 마.”

“농담이 이상해요. 어명을 가벼이 여기시면 안 돼요, 주인님.”

“그래. 민희는 항상 내 조언자 역할을 충실히 했어. 고마워.”

궁궐이 아닌 현장에서 혜영의 역할을 한 것은 항상 민희였다. 신생국에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국왕이 직접 머리 쓸 일이 너무 많았고, 나머지는 민희가 알아서 해왔다. 민희는 이민호가 하는 일에도 관심을 내비쳤지만 조금 더 어린 민영은 오직 이민호에게만 관심을 쏟는다는 차이가 있었다.

2월 초순에 강화도 서쪽 해상에서 수송선 50척과 합류한 고산국 함대는 개성 서쪽 연안부에 상륙했다. 승마보병 5천 명이 말에 탑승한 다음 개성으로 이동했다. 이제는 흑인 보병들도 제법 말을 탈 줄 알아서 승마보병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다.

이들의 지휘를 계복에게 맡긴 이민호는 기마병이 탑승한 전선 세 척과 말을 태운 수송선 다섯 척, 그리고 유구국 배 아홉 척만 이끌고 정주 행재소로 향했다. 정주는 청천강 북쪽인데 명나라 장수들이 조정에 은근히 압박해서 의주에 있던 조선 국왕을 전진 배치시켰다.

청천강 하류 북안에 상륙한 이민호는 호위대와 기마병 500명, 그리고 유구국 보병 400명을 이끌고 행재소로 향했다. 바다에서 내린 군대를 보고 처음에는 왜구인 줄 알고 놀랐다가 고산국과 유구국 원병인 것을 알아본 평안도 백성들이 길가에 늘어서서 환영했다.

이민호는 말을 타고 가면서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왜군에게 점령된 적이 없는 지역이라 백성들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전쟁 중인 조선에 쌀을 공급한 사람이 이민호이며 고산국 국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평안도 사람들은 이민호와 병사들을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저기서 뭐하나?”

길가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었다. 명나라 병사들 몇이 보이고, 조선 관리 복장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기마 척후 셋이 달려갔다가 금방 돌아와서 보고했다.

“대명 호부 주사라는 자가 조선 관원들이 군량 운반을 소홀히 했다 하여 곤장을 치고 있습니다, 전하!”

“에휴! 나라가 약하니 이런 꼴을 당하지. 그런데 군량 운반은 해동상단에서 맡아서 잘하고 있지 않나?”

궁금해진 이민호가 말에 탄 채로 곤장을 치는 곳을 향했다. 엉덩이를 깐 채로 곤장을 맞는 세 사람 중에서 엉엉 우는 사람은 이민호가 얼굴을 아는 사람이었다.

“잠깐! 멈춰.”

이민호가 서둘러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명나라 병사들이 곤장을 치지 못하게 막았다.

“병판 김 대감 아니시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오?”

엉엉 울던 사람이 고개를 들어 눈물 젖은 눈으로 이민호의 얼굴을 살폈다. 원임 병조판서이며 현재 지중추부사인 김응남이 관량관이라는 직책으로 군량 운반 책임을 맡았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곤장을 맞고 있었다. 나이 50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 엉덩이를 까고 있으니 좀 추해 보였다.

나머지 두 사람은 호조참판 민여경과 의주목사 황진이었다. 조선의 고관대작들이 겨우 주사에 불과한 새파란 관리에게 곤장을 맞는 꼴을 보고 이민호의 머리에 열이 확 올라왔다. 조선 왕실과 조정 대신들을 싫어하면서도 어쨌든 이민호도 뿌리는 분명히 조선인이었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간신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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