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뜻한 바다의 제국-167화 (116/1,000)

00167  24. 진주성 전투  =========================================================================

- 두두두~

왜군의 후퇴 행렬에서 기마무사들이 빠져 나오더니 진형을 짠 다음 총병 대열을 향해 돌격해왔다. 그러나 기마술도 신통치 않은 500명 정도의 기마무사들은 총병 대열에 접근도 못해보고 총격을 받아 무참히 쓰러졌다. 말과 기마무사가 한 몸이 되어 땅에 나뒹굴었다.

왜군의 기마무사 한 떼가 다시 총병 대열로 돌진했다. 조금 전에 돌격했던 기마무사들보다 훨씬 고급스런 갑옷을 입은 자들 100여 기였다. 왜군에서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전력이라는 것을 알아본 이민호의 마음속에서 견물생심이 발동했다.

“사격 중지! 감동, 감불이 나가라! 나는 저들이 입은 갑옷을 온전히 갖고 싶다.”

아무리 감동과 감불이 여진 기병이라 해도 왜군 기마무사가 입은 갑옷을 부수지 않고 얻긴 어려웠다. 또한 시간 낭비인 것은 이민호도 알았다.

그러나 도주하고 있는 왜병들 일부를 놓치더라도 저 갑옷들만큼은 반드시 입수해서 명나라 황궁에 보내고 싶었다. 다양한 양식의 도세이구소쿠를 열을 지어 황궁에 전시한다면 명나라에서 이민호의 명성이 아주 높아질 것이다.

“맡겨주십시오, 도련님. 하지만 조금 찌그러지는 정도는 봐주십시오.”

“대장장이들이 수리할 정도면 괜찮아.”

원정군 기마대가 나서서 왜군 기마무사들과 맞서 싸웠다. 감불과 감동이 지휘하는 기마병들은 말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왜군 기마무사들을 유린했다. 기마병들은 왜군 기마무사들을 낙마시키지 않고 생포하거나 죽인 다음 말 잔등에 엎어지게 하는 묘기를 부렸다.

좋은 갑옷을 입고 긴 칼을 휘두르는 왜군 기마무사들이 비교적 가벼운 복장으로 단검이나 환도, 또는 편곤만 쥔 여진과 조선 기마병들에게 허무하게 쓰러졌다. 기마병 300명이 왜군 기마무사 100명을 잡는 것은 금방이었다. 왜군 기마무사가 낙마하려고 하면 기마병들이 그 왜군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전투가 목적이 아니라 갑옷 노획이 목적인 어이없는 전투였다.

왜군 기마무사들이 전멸당하기 직전에 가장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마무사가 주변 기마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도주했다. 그러나 감동이 단창으로 왜군 호위병들의 말 엉덩이를 하나씩 찌르고 다니는 사이에 감불이 올가미를 던져 왜장을 산 채로 붙잡았다. 감불이 왜장을 말에 태운 채 이민호 앞에 끌고 왔다.

“도련님! 제가 왜장을 붙잡았습니다. 으하하!”

“잘했다, 까불아! 감동이나 도와줘.”

“깜둥이 혼자서도 걱정 없습니다.”

그 사이 나머지 기마무사들도 대부분 생포되었다. 이민호는 기마무사들이 어떤 자들인지 신경 쓰지 않고 진주성에 포로로 넘겼다. 물론 갑옷과 투구 등을 홀랑 벗긴 다음이었다.

기마무사들의 희생을 틈 타 나머지 왜병들이 북쪽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원정군이 쏜 총탄에 몇 백 명이 더 쓰러져야 했고, 그 후에도 경상우병영의 기병들에게 추격을 받아 뒤통수가 깨진 왜병이 부지기수였다. 산길 중간에는 곽재우 등이 이끄는 의병들이 매복하고 화살을 날렸다. 함양까지 가는 길의 통행료가 무척 비쌌다.

“대충 정리된 것 같습니다, 도련님. 나머지 추격은 의병들에게 맡겨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왜병들이 북쪽으로 도망가지? 저들은 동쪽 김해에서 출발했잖아?”

이민호보다는 계복이 주변 지리를 훨씬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민호는 진주성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었고, 계복은 전과 확대 과정까지 예상하고 이번 작전을 준비했다.

“남강과 낙동강 때문이죠 뭐. 어느 의병장에게 들어보니 왜군 3만 명이 남강을 단지 배 몇 척으로 건너왔다고 합니다. 동쪽으로 돌아가서 남강을 건널 엄두가 나지 않은 거겠죠. 강을 건너는 중에 우리에게 추격당하면 다 죽을 각오를 해야 하니까요. 저들은 함양으로 북상한 다음 동쪽으로 이동해 대구로 갈 계획 같습니다.”

“가는 길 중간에 거창이 있는데? 거창 산척 수천 명이 왜군 수급으로 잔치를 벌이겠군.”

“그렇다고 합천이나 의령을 지나갈 수도 없겠지요. 경상우도 의병들이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요.”

그 동안 왜군이 곡창지대인 전라도의 전략적 가치를 몰라서 전라도를 침공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렇게 진주성과 경상우병영 외에도 경상우도 곳곳에서 의병들이 진을 치고 진격로를 가로막고 있으니 전라도를 공략할 엄두를 못 냈다. 물론 실패하긴 했지만, 고바야카와가 괜히 전라도 북동쪽인 금산과 이치, 웅치 쪽으로 해서 전주를 공격하려 한 게 아니었다.

며칠간 진행된 진주성 전투에서 왜병 1만 명 정도가 죽었고, 오늘 후퇴 과정에서 1만이 더 죽었다. 나머지 1만 중에서 대구까지 살아 돌아갈 왜병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다.

이민호가 승마보병을 이끌고 진주성 남문으로 향했다. 진주성 주변 들판에서는 동문을 통해 나온 흑인 보병들과 간수군, 해병들이 잔적들을 소탕하고 있었다. 왜군 부상병들이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웬만하면 다 죽여 버렸다. 이 시대에 중상자는 포로 취급을 받지 못했다. 치료해도 며칠 못 가서 대부분 죽어 버리니 헛수고로 여긴 탓이다.

이들은 하루 내내 들판에 흩어져 있는 수급을 베고 전리품을 모았다. 창과 칼, 조총과 갑옷, 투구와 군기가 조금 과장해서 진주성 면적과 성벽 높이만큼 쌓였다. 사천 쪽에서 수레 200대가 오직 수급 보관대만을 옮겨왔고, 소금에 절인 수급이 차곡차곡 보관대에 쌓였다. 모두 의주 행재소를 거쳐 요동으로 보내질 수급이었다.

전투가 끝났다는 소식이 당시 좌우로 나뉜 경상우도 감영에 전해지자 관찰사 김성일이 직접 말을 몰고 달려왔다. 그리고 믿겨지지 않는 대첩에 놀라 격정에 몸을 떨었다. 이민호는 김시민, 유숭인과 대화하고 있다가 관찰사의 방문을 받았다.

“왜적을 상대로 이런 큰 승리를 거두다니! 통지 대감! 고맙소이다!”

“학봉 선생! 대첩을 축하드립니다. 순사 영감께서 그 동안 마음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이번에 훌훌 털어버리십시오. 그리고 이번 전투의 주장은 여기 김 목사이시고, 지연전과 추격전에서는 우병사 영감이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앞으로도 경상우도는 든든하시겠습니다.”

“두 분께도 감사드리오. 앞으로도 잘 협조해서 왜적을 물리치고 백성들을 살립시다.”

이 당시 경상우도 관찰사는 학봉 김성일이었다. 겨우 반년 사이에 승지에서 경상우병사, 파직돼서 체포 명령이 떨어졌다가 초유사, 다시 경상우도 관찰사가 된 김성일이 눈물을 쏟았다. 김성일은 한때 서류상 경상좌도 관찰사로 임명됐었다가 금방 다시 우도관찰사로 고쳐 임명됐다.

김성일은 일본에 통신사로 갔다 돌아와서 왜군이 조선을 침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어전에서 발언한 것 때문에 실제 전쟁이 터진 올해 내내 비난 받았다. 심지어 선조 임금은 김성일이 한 발언 때문에 변경의 방비가 소홀해져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했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풍신수길이 아닌 김성일이 전범이라는 소리였다.

그래도 조선 조정에서는 꾸준히 전쟁에 대비했다. 김성일의 발언에 힘이 실려 조선이 전쟁 준비를 안 하고 놀다가 일본에게 기습당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김성일은 조선인은 물론 그 후손인 한국인들이 독립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식으로 비난하기 위해 동원되는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경상도 백성들은 그 전에 전쟁 준비에 광분했던 경상감사 김수보다는 합리적이고 적을 앞에 두고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김성일을 훨씬 좋아했다. 관찰사 김수가 개전 초부터 자꾸 물러서는 바람에 경상도의 여러 진이 무너졌다며 목을 베겠다고 날뛰던 곽재우를 진정시킨 사람도 김성일이었다.

“도련님! 의병장들이 알현을 청합니다.”

“오시라고 해라.”

수원에서 키운 시전부락 포로들 몇몇은 이민호가 지휘관을 시켜주려고 해도 여전히 호위병으로 남으려 했다. 그리고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자칫 환관처럼 호가호위를 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여진족 출신 호위병들은 다행히 그런 쪽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진주성에서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주변 산에서 왜군에게 기습을 하거나 척후병을 잡던 중소 규모의 의병장들이 남문 앞으로 모였다. 의병장들은 이민호를 처음 보고는 너무 젊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왕야께서 진주의 생령 수만 명을 구하셨습니다. 그 공적은 만세에 걸쳐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주장은 김 목사, 후원은 유 병사께서 하셨소. 나는 계원장 정도 역할밖에 하지 않았으니 그 분들을 칭찬하시오.”

“역시 소문처럼 호, 아니 겸손하시군요.”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의병장들이 주저하면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대충 눈치 챈 이민호가 아예 까놓고 말을 했다. 곽재우와 김준민, 최경회는 왜군을 추격하는 중이라 이 자리에 없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진주성 전투의 장계는 김 목사 영감이 올리게 될 것이오. 그러니 진주성 인근 전투의 전공에 관한 논의는 목사 영감하고 하시오. 그리고 우병사 영감은 창원에서부터 계속해서 전투를 했으니 따로 장계를 올려야 할 것이오. 다만 성 밖에 널린 왜적의 수급은 누가 쏴서 죽였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니 적당히 분배하겠소. 이의 있소?”

“없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저희가 얻은 수급이 많지 않으니 적당히 분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진주성 주변에서 걷은 수급은 왜군이 불태운 것을 빼고도 1만 5천에 달했다. 사람 머리가 수레 100대 분량이었다.

이민호는 진주 병사들 3800명과 경상우병영 기병 3천 명에게 수급 두 개씩 나눠서 전공으로 삼았다. 조정에서 상을 내리면 영직이나마 최소 6품관은 맡아 놓았고, 그 전에 전공이 있던 병사들은 품계만은 당상관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되었다. 진주성 한 곳에서만 일개 병사 신분의 당상관이 못해도 500명은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조정에서 약속한 것이니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었다.

나머지 수급 1400개를 의병 숫자에 맞춰 여러 의병부대에 분배해주었다. 주장도 아닌 이민호가 마음대로 결정했으나 진주 병사들과 경상우병영 기병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는지 아는 의병장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사실 전투에 참가한 시간에 비해 과도한 보상이기도 했다.

그 동안 전공을 세우지 못했다가 이번에 받게 된 의병장들이 무척 기뻐했다. 그러나 전쟁 직후부터 꾸준히 왜군과 싸우면서 전공을 올렸던 진짜 의병들은 지금도 왜군을 추격하는 중이었다. 이민호가 그쪽에 더 많은 전공을 돌렸지만 현재 남문에 모인 의병장들은 할 말이 없었다.

이민호는 할 일은 안 하고 전공만 바라는 의병장들이 꼴도 보기 싫었다. 그런데 눈치 없는 의병장들이 미운 소리를 골라서 했다.

“황공하오나 선비 몇 명이 계복 부총병 대인을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신분이 미천했던 자가 명나라의 고관대작이 되자 감히 양반을 몰라본다며 화가 많이 났습니다. 속국인 고산국 병사들에게 몇몇 선비들이 교훈을 내린 것을 계 부총병 대인이 오해하신 듯합니다.”

“교훈이라고요? 아! 황제폐하의 군사들에게서 군기물을 약탈했다가 계 부총병에게 곤장을 맞았다는 선비들 말이오? 그게 누구요? 당장 데려오시오.”

이민호가 버럭 화를 내자 의병장들이 움츠렸다. 이민호가 자꾸 그 선비들을 데려오라고 강요하자 여기 모인 의병장들 중에서 발언권이 가장 큰 고성가장 조응도가 우물쭈물했다.

조응도는 관료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선비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향촌에서 살다 보면 조정보다는 지역 양반들의 여론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본관은 흠차 제독 남북 수륙관병 어왜 총병관(欽差提督南北水陸官兵禦倭摠兵官) 주애공이오. 직함에서 알 수 있듯이 본관에게는 왜군과의 전쟁에 종사 중인 모든 병력을 수군과 육군 가리지 않고 지휘할 권한을 황제폐하로부터 위임받았소. 그 선비들을 당장 데려오시오! 황법과 군법에 의거해 참수해서 군문에 효수하겠소. 감히 천병을 상대로 약탈을 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게지요?”

“제, 제발 그 멍청한 선비들을 살려주십시오, 대인!”

“이번 전쟁에서 그런 선비들을 많이 보았소. 소작농과 노비들에게 병역을 지우지 않고 계속 농사를 짓게 하려고 명목상 의병을 일으킨 썩은 선비들이겠지요. 어디 있소? 낯짝 한 번 구경합시다.”

“그들은 다 도망갔습니다! 정말입니다!”

조응도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귀찮아서 도망간 걸로 쳐줬다. 그러나 이민호는 뒤끝이 있어서 계복을 고소했다는 그 선비들을 고을의 양반 명부인 향안(鄕案)에서 파출시켜 버리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양반으로서 향안에 남고 싶으면 군문에서 참수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장 정리를 마치고 진주성에 시급한 보급문제를 해결한 다음 이민호가 병력을 이끌고 남강을 건넜다. 진주성의 모든 백성과 병사들이 남강변의 성벽에 올라 배웅을 해주어 이민호는 무척 뿌듯했다.

사실 싸움 대부분은 진주성 군사와 백성들이 다 했고, 이민호는 뒤에서 조금 지원해준 것뿐이었다. 이민호가 알던 역사가 그대로 진행됐다면 원정군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진주성 군사와 백성들로만 싸워도 승리를 거뒀을 것이다.

그래도 진주성민들은 유일하게 진주성에 입성을 해서 운명공동체를 이뤘던 이민호와 원정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불안해하는 진주 백성들에게 내년 초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진주를 떠났다.

유숭인과 김시민이 가급적 빨리 갖춰주길 요구한 전마 500필, 각궁용 물소뿔 1000개 등은 오늘만큼은 잊기로 했다. 비싼 전마를 질량무기로 쓰고 비가 오는데도 각궁을 써야 하는 처절함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것을 보충해줘야 하는 이민호는 죽을 맛이었다.

그 동안 진주성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들어간 전비 절반 이상을 이민호가 댔었다. 그런데 전투가 끝나고도 더 들어가게 생겼다.

이민호가 병력을 이끌고 사천으로 이동했다. 삼도수군과 고산국 함대가 사천 앞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수군과 육군이 바닷가에서 만나자 서로에게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아직까지 패배를 모르는 수륙의 군사들은 산과 바다가 떠나갈 정도로 실컷 소리를 질렀다.

이민호는 단정을 타고 통제영 상선에 올랐다. 통제사 이순신과 부친 이응화가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맞아들였다.

“진주성에서 대첩을 이룬 일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통제 대감! 저야 그저 구경만 했지요. 이번에 대마도에서 재미 좀 보셨습니까?”

삼도수군 연합함대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대마도에서 왜선 200척을 격침시키고 엄원 항을 불태운 다음, 덤으로 대마도주의 거성인 엄원 성에 포격을 가해 무너뜨리고 불태웠다고 한다. 간수군이 많았다면 상륙시켜 대마도 점령도 가능했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나고야 성 주둔군만 6만이니 대마도를 계속 점령하고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이민호는 예상했다.

왜선 수백 척이 정박하며 도시로 변모했던 부산포는 옛날의 쓸쓸한 바닷가로 돌아가 지금은 아무 것도 남아있는 게 없다고 한다. 수군이 돌아오는 길에 가덕도의 두 성이 다시 한 번 점령됐다. 같은 날 전선과 판옥선들이 낙동강으로 교대로 들어가서 김해 죽도성을 완전히 불태웠다. 가덕도 근처와 낙동강 하구를 지금도 경상우수영 함대가 지킨다고 했다. 결국 왜군의 상륙교두보는 울산으로 밀려났다.

수군은 삼도수군 통제영을 한산도에 건설 중이었다. 한산도가 적당히 작아서 지키기에는 좋으나 삼도의 수군 병력 전체가 주둔하기에는 너무 좁았다. 그래서 고성 남쪽의 미륵도에 수군 절반이 주둔할 군영을 따로 세우고 있었다.

“왜군의 군량 사정이 아주 안 좋다고 들었네. 진주성에서 보니까 어떻던가?”

“왜적들이 다들 비쩍 말랐습니다. 도망갈 때조차 다리에 힘이 없어 쓰러지는 자들이 많더군요. 입가가 까만 게 조금 웃겼습니다. 왜적의 수급을 베는 우리 군사들이 히죽히죽 웃어서 보기에 영 좋지 않았습니다.”

“감자를 구워먹다가 그렇게 됐다는군. 세수나 할 것이지 말이야. 이번 전쟁이 언제 끝날 것 같은가? 어서 끝났으면 좋겠네.”

능력 있으면 빨리 끝내라고 이순신이 강요하는 것 같아 이민호는 속으로 찔끔했다. 그러나 원래 역사처럼 명나라 군대가 조선에 들어와 전비를 소모해야 이민호가 그리는 구도가 완성된다.

정확히는 만력 3정에 들어간 비용을 보충한다는 핑계로 명나라 조정에서 세금을 올려야 백성들이 이반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민호가 조선에서 진행되는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이유였다.

“이번 겨울에 명군이 압록강을 건넌다니까 내년 봄에는 끝나겠지요. 일본을 정벌할 때 참전하신다는 약속 잊지 마십시오.”

“물론이네. 이번 전쟁만 끝나면 즉시 사직 소를 낼 걸세.”

명나라 군대가 왜군을 쳐부수고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예상이 아니라, 그때쯤 이민호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왜군을 끝장내겠다는 뜻이었다. 이순신도 대충 알아들었는지 빙긋 웃었다.

============================ 작품 후기 ============================

에휴~ 자꾸 늦어 죄송합니다.

오전에 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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