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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147화 (96/1,000)

00147  22. 출정  =========================================================================

“언젠가 아프리카를 두고 유럽 여러 나라와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몰라. 흑인들이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지원을 잘 해주도록 해. 그들은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고, 나라를 세울 때 중심이 될 세력이니까. 다들 우리의 친구가 되도록 고산국에 있을 동안 잘 도와줘.”

“예. 비슷한 말을 쓰는 사람들을 모아서 같은 마을에 정착시키고 있어요. 월봉이 풍족한 편이라 만족하고 있어서 나중에 과연 고향에 돌아가려고 할지 모르겠어요.”

같은 반투어족이라 해도 아랍어의 영향 등으로 인해 지역별로 언어 차이가 컸다. 혜영은 단지 정착하기 쉬울 것이라는 기대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모아서 정착시켰지만, 나중에 다시 아프리카로 돌려보낼 때 이 작은 선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민호는 오랜만에 군사들을 다 모아서 사열을 실시했다. 계복이 대원수로서 사열을 통합 지휘했다. 궁궐 앞 너른 들판에 거의 일만에 달하는 군사들의 행진과 분열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아주 약간의 기병과 기병인 척하는 승마보병이 3천여, 보병이 4천, 해병이 2천에 달했다. 대마도와 나고야 성을 공격한 이래 사공들도 해군에 입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계복이 너 흑인들을 몽땅 보병에 몰아넣었구나. 야간전을 하면 엄청나게 유리하겠는데?”

“홀딱 벗겨서 적진에 보내자는 말씀입니까? 얼굴이 번들번들해서 위장분을 칠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집니다. 국왕전하께 받들어어어~ 총!”

“충! 성!”

계복의 구령에 맞춰 흑인 보병들이 일제히 고개를 오른쪽 사열대 방향으로 확 꺾었다.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행진하고 있는데 구령은 마치 한 사람이 내는 것처럼 동시에 붙였다. 사열대에 오른 이민호는 무척이나 흡족해졌다. 사열대 의자에 앉은 혜영과 다른 관리들도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고산국 직할군 병사들이 분열이나 제식훈련에 쓰는 시간은 극히 적었다. 병사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격훈련과 함께 여러 가지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받았다.

이를 위해 함경도에서 거의 일평생 군인을 했던 중년과 노인들이 여러 가지 야전 훈련과정을 준비해주었다. 여진족이나 여송, 혹은 일본 출신 노인들도 각 병과별로 훈련 과정을 만드는 일에 큰 보탬이 되었다.

고산국은 여름에 정말 더웠다. 나무를 많이 심어서 궁궐이 다른 곳에 비해 시원한 편인데도 오후에는 더워서 견디기 어려웠다. 집무실에서 빠져나온 이민호는 혼자서 궁궐 후원을 산책했다. 더워서 그런지 후원에서 놀라고 풀어둔 백인 궁녀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나무 둥치에 판자로 대충 얽어놓은 작은 원두막이 있었다. 줄사다리가 내려져 있어서 궁금해진 이민호가 위로 올라갔다. 백인 궁녀 두 명이 누워서 자고 있었다.

쭉 뻗은 다리와 탄탄한 허벅지까지 이민호가 눈으로 샅샅이 훑었다. 빨간 머리와 옆모습을 보니 궁궐에서 자주 봤던 파티마였다. 파티마가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가 이민호의 얼굴을 알아봤다.

“어머! 국왕전하, 오셨어요?”

“응. 자는데 방해해서 미안. 내려갈게.”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여기가 제일 시원해요.”

“그래? 오늘 정말 덥다.”

다른 궁녀가 눈을 부비며 일어나다가 이민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파티마와 단짝인 카디자라는 금발의 궁녀였다.

“일은 어때? 어렵지 않지?”

“네! 이제 후원에서 몇 년째 해온 힘든 일은 다 끝났어요.”

“후원에 힘이 들 일이 있었나?”

이민호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해 갸웃거렸다. 백인 소녀들이 엘프 흉내 내면서 숲에서 뛰어놀라고 후원에 밀어 넣었을 뿐이었는데, 힘든 일이 있었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모르셨어요? 이 커다란 나무들을 후원에 옮겨서 심고, 도로를 만들고, 땅을 파서 수영장을 만들어 회벽을 칠한 게 다 우리 궁녀들이에요. 수로와 분수대도 저희들이 만들었어요.”

“뭐? 그런 힘든 공사를 궁녀들이 왜 해? 인부들한테 시키면 되잖아?”

그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가냘픈 엘프들을 단순히 힘쓰는 노예로 부린 악덕 고용주가 이민호였다. 세상의 모든 판타지 독자들이 분노할 일이었다. 물론 궁녀들은 엘프가 아니었지만, 이민호는 설정 놀이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국왕전하께서 후원에 남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시잖아요. 어쩔 수 없이 몇 년 동안 저희들이 다 했어요.”

“맙소사! 궁궐과 후원에서 교대로 근무하라는 것은 혹시 너희들이 힘들까봐 하루 걸러서 후원에서 쉬라는 말이었는데.”

“어머나! 저희들을 생각해서 후원에서 일하라고 하셨군요.”

“그 동안 대화가 부족했나 보다. 미안하다. 괜히 고생했구나.”

“다 끝났으니 이젠 됐어요. 몸도 튼튼해지고 잘 됐죠 뭐.”

말은 그렇게 해도 파티마가 무척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풀어 오른 뺨을 이민호가 손가락으로 쿡 찌르니 파티마가 목젖을 보이며 까르르 웃었다.

지대가 높아서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이곳이 확실히 시원해서 이민호가 큰 대자로 누웠다. 파티마가 이민호의 머리맡에 앉아서 물었다.

“정말 제가 입술이 두껍고 뒤집혀서 박복하게 생겼나요?”

“아니. 파티마는 예쁘고, 으음. 솔직히 말하면 아주 야릇하게 생겼어. 저번에 그 시녀가 한 소리를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야?”

파티마는 결국 의용공주의 별궁에서 나와서 본궁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민호야 예쁜 여자를 자주 보게 돼서 나쁘지 않았다.

“이리 와.”

“어머머머! 카디자가 보잖아요.”

이민호가 끌어당기자 파티마가 몹시 당황했다. 이민호는 피하려는 파티마의 얼굴을 억지로 당겨서 입을 맞췄다. 카디자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둘이 하는 짓을 지켜보았다.

“봐! 내가 왜 다른 궁녀들한테는 안 그러고 유독 파티마 너한테만 이러겠어? 넌 예쁘니 자신감을 가져도 돼.”

“좋아요.”

이민호가 파티마와 입을 맞추면서 손을 움직였다. 탱탱한 몸에 피부가 짝짝 달라붙었다. 파티마는 눈을 꼭 감고 이민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파티마의 탄탄하고도 반짝반짝 빛나는 허벅지가 운동이 아닌 막노동으로 다져졌다 생각하니 더 야한 것 같았다.

“그런데 파티마는 남이 보고 있는 동안에 더 흥분하는 거 아냐?”

“절대 아니에요.”

“두껍고 뒤집혀서 박복하다는 입술 맛 좀 제대로 보자.”

이민호가 보기에 파티마의 얼굴은 바바라 팔빈인가 하는 모델을 좀 닮았다. 풍성한 파티마의 가슴을 만지면서 혀로 살짝 핥다가, 입에 담고 본격적으로 빨았다.

파티마의 신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때 카디자가 일어섰다.

“저 내려갈게요.”

“카디자도 이리 와.”

가려면 조용히 갈 것이지, 괜히 말을 하는 목적이 있을 것 같았다. 파티마는 궁궐에서 가끔 키스와 애무 정도를 했었는데 카디자는 처음이었다. 이민호가 잡아당겨 품에 안자 순진해 보이는 얼굴의 카디자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민호가 키스를 하면서 능숙한 솜씨를 발휘해 남자의 손길을 생전 처음 받아보는 카디자의 몸을 달궜다. 어느새 둘이 가볍게 입은 상의가 벗겨지고, 둘의 몸 위에 이민호가 엎드렸다.

이민호는 파티마와 카디자 둘과 교대로 키스를 하다가 혀를 점점 밑으로 내렸다. 이민호의 혀가 두 처녀의 가슴을 한참 동안 교대로 희롱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시원한 원두막에 예쁜 처녀들과 함께 있다 보니까 제대로 음심이 동했다.

파티마의 늘씬하게 뻗은 두 다리를 높이 들고 속옷을 그 위로 쭉 올려서 빼냈다. 상체에 비해 다리가 길어서 한참 위로 올려야 했다. 이민호가 파티마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살짝 입을 맞췄다. 혀를 날름거리자 파티마가 몸서리를 쳤다.

이민호는 카디자의 속옷도 같은 식으로 벗겼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카디자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역시나 그 중심에 입을 맞추자 카디자가 퍼덕거렸다.

둘이 다 처녀이니 한 명씩 하면 좋겠지만 밤에는 이민호에게 자유시간이 없었다. 오후에 주어진 잠깐의 휴식시간 말고는 궁궐에서 백인 궁녀를 안을 시간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민호가 궁궐에 돌아왔을 때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항상 바빴으니 지금까지 백인 궁녀를 안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백인 궁녀들은 40명이 넘었다. 다른 곳에 시집갈 생각을 포기한 백인 궁녀들을 혼자서 모두 책임질 생각을 하니 까마득했다.

이민호가 둘을 본격적으로 애무하며 몸을 열 준비를 마쳤다. 이민호가 파티마의 하체 밑에 무릎을 꿇고 몸을 딱 붙이고 있을 때 멀리서 누군가 이민호를 불렀다.

“국왕전하~ 국왕전하 어디 계십니까?”

“제기랄! 하필 이때 초를 치는구나.”

여자들 몇이 동시에 이민호를 부르는 목소리가 후원에 메아리쳤다. 파티마와 카디자가 화들짝 놀라 벗어둔 옷을 집어 몸을 가렸다.

이민호가 자길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려고 해도 둘의 반응을 보니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포장을 뜯고 알맞게 데워서 숟가락만 뜨면 되는데 한 입도 못 먹게 생겼다.

“시간은 많으니까. 다음에 계속하자.”

“네. 국왕전하. 그런데 전하를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마음대로 불러. 파티마와 카디자는 오늘부터 종4품 숙원이다. 귀인 혜영에게 신고하면 보살펴줄 거야.”

“히익! 싫어요. 그분 좋은 분이면서도 바로 앞에서 대하기에는 너무 무서워요. 차라리 이대로 살래요.”

“마음대로 해. 그럼 다음에 올게.”

이민호가 둘과 살짝 입을 맞춘 다음 원두막에서 나왔다. 나무 위의 원두막에 자주 오게 될 것 같았다.

이민호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데 주변에 백인 궁녀들이 모여서 수군대고 있었다. 이들은 이민호가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입 다물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민호가 궁궐 대전에 도착하니 명나라 황실에서 보낸 칙사가 두 명이나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흠차내관 태감 조 씨와 이 씨는 따로 출발했는데 우연히 같은 날 고산국에 도착했다고 한다. 절차에 따라 인사를 나누고 용무를 물었다.

“인성황태후 폐하께 바칠 옥 도자기와 여러 가지 과자를 구하러 왔습니다. 겸사겸사 국왕전하께 출정을 독촉하라는 칙서를 품고 왔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용무를 위해 왔습니다. 자성황태후 폐하께서 보내셨습니다. 황제폐하의 칙서도 모시고 왔습니다.”

이민호가 칙서를 공손히 받아서 조심스럽게 펼친 다음 읽었다. 내용은 그저 단순한 독촉장이었다. 칙사들과의 대화는 옥 도자기와 혜진이 개발한 과자에 집중됐다. 이민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칙사 두 사람에게 칙서가 곁다리가 된 느낌이었다.

명나라에서 황후와 황태후에 대해서는 폐하, 후궁인 귀인들과 황제의 형제들인 여러 왕의 배우자인 왕비에게는 전하라는 호칭을 붙였다. 명 실록 등에서 황제의 배우자 또는 모친에 대한 폐하 칭호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조선에서도 왕비에게 중궁 전하(中宮殿下)라는 존칭을 썼다.

중국과 조선에서 황제나 왕의 배우자에게 폐하나 전하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가 구한말 일본의 영향으로 쓰게 됐다는 소리는 전혀 근거가 없다. 뭐든지 일본이 바꿨다거나 일본의 영향이라는 허튼 주장에 넘어갈 필요 없다.

현재 황제의 배우자인 명나라의 황후는 효단현황후였다. 그러나 조선과 중국에서 며느리보다는 시어머니의 권력이 강한 법이었다.

황태후는 두 사람으로, 정식 황태후인 인성 정의 강정 황태후와 만력제의 생모인 자성 선문 명숙 황태후가 있었다. 자성 황태후 이 씨는 선황제 때 이 귀비로서 궁녀 출신이었다. 만력제 전에는 황제의 생모라도 태비에 그쳤으나 이때부터 황태후로 올라가는 양궁병존의 시대가 열렸다.

“국왕전하께서는 이번 성탄절에 황도에 가시지 않겠습니까?”

이민호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겨울에 태감과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겨울에 그 추운 북경에 다시 가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었다.

“아시겠지만 8월 17일이 금상폐하의 성탄절입니다. 국왕전하께서는 부마도위이시니 고산국의 일 년 일 공에 구애되지 않고 하례를 드리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옆에 앉은 공주가 반짝반짝 눈빛 공격을 해왔다. 이민호는 어차피 북경에 갈 것이니 며칠 빨리 가기로 했다. 영하 원정군은 산해관에 집결시키고 잠깐 황궁에 들리면 문제없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요즘 쓰는 게 재미있네요. 계속 전투만 했으니 이번 편은 좀 쉬어갑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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