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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다의 제국-97화 (46/1,000)

00097  15. 전쟁준비에 광분하는 사람들  =========================================================================

공주와 시녀들이 경악하는 사이 이민호는 빨간 머리의 갈라티아 궁녀를 무릎에 앉히고 그 두툼한 입술에 진하게 입을 맞췄다.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 때마다 궁녀가 이민호를 꼭 껴안고 정신없이 신음소리를 냈다. 만약 이민호가 말만 한다면 당장 옷을 벗고 몸을 열 태세였다.

“파티마! 저번에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이 정도로 적극적이지 않았잖아? 너 취향이 좀 이상해.”

“조, 좋아요!”

“뭐가?”

“뭐든지요!”

노예로 팔려왔던 갈라티아 처녀들은 마카오에서 고산국으로 오자마자 모두 자유민 신분으로 풀려났다. 백인 처녀들은 그 전과 달리 잘 먹고 편히 자며 노동 강도가 심하지 않아 다들 좋은 곳으로 왔다며 기뻐했다. 궁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후원에서 정원을 가꾸는 일을 조금 더 힘들어 했으나 매일 교대하고 하루에 반 이상을 쉬게 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양인 남자들은 물론 흑인들마저 다들 은근슬쩍 거리를 두는 바람에 백인 궁녀들이 기댈 남자라곤 이민호밖에 없었다. 처음에 노예로 팔려왔던 궁녀들을 돈을 주고 산 사람도, 이 나라 국왕도, 이 궁궐의 주인도 이민호였고, 평소 스스럼없이 대하며 보살펴주는 사람도 이민호뿐이라서 모든 궁녀들이 이민호 한 사람만 좋아하게 되었다.

이민호는 궁녀들을 독점하겠다는 의지가 없었지만 이런 예쁜이들을 궁에서 억지로 내보낼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결국은 그가 모든 궁녀들을 떠맡게 될 것으로 이민호는 물론 궁녀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80명이라서 조금 문제가 되긴 하나 이 시대에 명색이 국왕이라면 여자 천 명쯤은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아야 한다는 인식이 오스만제국 출신인 궁녀들에게 있었다.

잠시 후 이민호가 궁녀의 탱탱한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일하라고 내보냈다. 멀어지며 아쉬워하는 것은 궁녀뿐만이 아니었다. 이민호가 입맛을 다시며 공주의 시녀에게 물었다.

“봤지? 뭐가 혐오스러워?”

입술을 질끈 깨문 다음 시녀가 입을 열었다.

“모든 백성들을 동등하게 대해주시는 국왕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직접 목도하니 무척 감동스럽습니다. 하지만 미카 귀인께는 주로 일본인 궁녀들이 시중을 들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색목인보다는 같은 나라 출신의 궁녀를 부리는 게 편할 듯합니다. 바로 그것이 불공평하다는 증거입니다.”

“그건 미카가 일본인이라서 그런 건데. 좋아. 일본인 마을에 가서 궁녀들을 고용해. 아니면 항저우나 광저우에 가서 명나라 궁녀를 구하든지 해.”

황제에게 받은 지참금 800만 냥 중에서 절반을 공주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나 공주가 황제에게 따로 받은 것이 있다며 사양해서 이자 5푼인 매년 20만 냥을 공주에게 주기로 했다. 별궁은 왕실 운영비로 관리하는데도 공주는 그 돈을 별궁 운영비로 쓰고 있었다. 별궁에 넘쳐나는 것이 은이니 돈이 없어서 궁녀를 못 구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민호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 물었다. 여자들이 불만이 있을 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이민호도 연애를 인터넷으로 배운 사람이었다.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는데, 너희들 시집가고 싶으면 가도 돼. 알다시피 이곳 궁녀들은 다들 월급 받아서 일하고 있어. 궁 안에서 살거나 가족이 있으면 밖에서 살면서 출퇴근해도 돼. 너희들도 월봉을 충분히 받으니 궁궐 밖에서 살아도 되잖아?”

고산국의 궁녀들은 시녀와 하녀로 구분되며 하녀들은 돈 받고 일하는 고용인들이었다. 궁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모조리 왕이나 황제의 여자로서 정조를 지켜야 하는 전통적인 궁녀와 개념이 조금 달랐다.

반면에 시녀는 모시는 주인에게 전속되며 국왕인 이민호에게 봉사할 의무가 없었다. 하녀인 궁녀들은 궁궐의 살림을 맡아 돌보는 여사(女史)들이 관리했고 임시로 다재다능한 최 선생이 여사장을 맡고 있었다.

“저희들은 공주님을 평생 모시기로 천지신명께 맹세했습니다.”

“그래서? 시집가서 밖에서 살면서 매일 궁으로 출퇴근해도 된다니까?”

“전하! 너무 하시옵니다. 저희들이 그리 못 났습니까?”

빙빙 돌리는 시녀의 화법에 이민호가 짜증을 내자 시녀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슬슬 본론이 나오는 것 같았다.

“예쁘니까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야.”

“저희들이 공주님 곁에서 평생 모실 수 있도록 전하께서 저희들을 잉첩으로 삼아주십시오.”

“잉첩?”

춘추전국 시대에 제후가 결혼할 때 적부인과 좌우 잉첩, 그리고 그 세 여인이 각각 여동생과 조카를 데려와 아홉 명을 한꺼번에 맞아들였다. 중종실록에서는 같은 건을 두고 정부인과 좌우 측실이 데려온 여동생과 조카를 잉첩이라 해석했다.

신라에서는 신부를 따라와 시중을 들면서 같은 남자를 모시게 된 신부 여동생이나 조카를 잉첩이라 불렀다. 시대가 더욱 흐르면서 어렸을 때부터 신부와 함께 자라온 하녀들도 신부를 따라와 같은 남편을 모시게 되면 잉첩 개념에 포함됐다.

“너희들이 그런 걸 요구할 권리는 없을 텐데?”

“궁중예법이 그렇긴 하오나 소녀들의 소원이옵니다. 아주 가끔이라도 승은을 내려주십시오. 저희들은 불쌍한 의용공주님과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시집가서도 계속 공주를 모셔도 되는데 왜 그래?”

서양의 시녀가 높은 신분의 귀족부인 밑에서 예절을 배우려는 귀족 처녀들이나 더 낮은 신분의 귀족부인임에 반해 이 명나라 공주의 시녀들 중에 귀한 집안 출신은 별로 없었다. 다만 천한 신분은 아니고 평범한 집안이거나 가끔 몰락한 학자 가문에서 궁궐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공주를 평생 모시기로 약조한 시녀들에게 그 정도 권리는 있다고 이민호도 생각했다.

공주 같은 왕실의 여자를 탐내다가 자칫 여자들이 줄줄이 딸려오기 쉬운데 이번에는 겨우 네 명이라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이민호가 읽은 <한비자>에는 진(秦)나라 목공(穆公)이 공주를 진(晉) 공자 중이에게 시집보낼 때 잉첩 70명을 딸려 보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국왕전하.”

공주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봐서 너무 예뻤다. 그래서 일단 끌어안고 도톰한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민호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손을 내려 몸을 더듬으니 공주가 꿈틀거렸다. 그러나 이민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입을 여는 것이, 공주에게도 절실한 문제인 것 같았다.

“30명이 제 곁을 떠나가고 마지막으로 이들 네 명만 남았어요. 항상 충성스럽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온 깨끗한 애들이니 제 동생들이라 여기고 예뻐해 주세요.”

“동생들이라 여기고...... 공주께서 그리 간절히 청하니 어쩔 수 없이 뜻을 따르겠소.”

이민호가 음흉한 눈길로 시녀들의 몸매를 훑었다. 공주가 너무 압도적인 미인이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시녀들도 어디 가서 못 생겼다 소리 들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인종을 떠나서, 대부분 농민 출신인 갈라티아 궁녀들보다 외모는 확실히 나았다. 어릴 적에 시녀로 뽑힐 때 외모가 중요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는 시녀들을 하루에 한 명씩 안아주고 싶지만 지금까지 나를 돌봐준 내 호위들도 아직 처녀요. 그러니 나는 호닌과 굴마훈부터 안겠소.”

“주인님.”

그 동안 멀찍이 떨어져서 시립한 채 아무 말도 못 들은 척하던 호닌과 굴마훈이 깜짝 놀랐다. 여진족 여자들은 함경도나 평안도 여자들보다 당차거나 드센 경우가 흔한데 둘은 가끔 부끄러움도 많이 탔다.

성격을 보자면 호닌은 차분하고 굴마훈은 조금 능글맞았다. 그러나 이민호를 위해서는 목숨도 대신 내놓을 것처럼 행동했다. 둘의 가족들을 찾아서 구해준 이후 지난 3년 동안 둘과 많은 교감을 쌓은 덕택이었다. 이미 호위병을 대폭 늘렸으니 교대로 쉴 수 있는데도 궁궐 안에 있을 때는 둘이 함께 언제나 이민호만 졸졸 따라다녔다.

“오늘은 이만 본궁으로 들어가겠소. 내일 다시 오겠소, 공주.”

“소첩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공주를 꼭 안아준 다음 호위 둘을 데리고 본궁으로 향했다. 백인 궁녀들을 시켜 둘에게 목욕 시중을 들게 하고 이민호도 따로 목욕했다. 조금 다르긴 해도 어쨌든 오늘은 첫날밤을 치르는 신랑이라 이민호의 가슴도 조금 떨렸다.

이민호가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니 잠시 후 둘이 치렁치렁한 잠옷만 입고 침소로 들어왔다. 화장을 해서 얼굴이 몰라보게 예뻐졌고 향유를 바른 듯 몸이 아주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면서 향기도 좋았다.

그러나 이민호는 저녁 식사를 놓쳤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챘다. 쇠뿔도 단김에 빼려다 보니 저녁을 굶으며 첫날밤을 치르게 생겼다. 밥부터 먹을까 잠시 고민하던 이민호는 둘이 민망할까봐 그냥 굶기로 했다. 여진족 호위 둘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어 저녁을 먹었는지 굶었는지 알지도 못했다.

“호닌과 굴마훈을 경호대장 겸 귀인에 제수한다.”

“주, 주인님! 저희에게 너무 과분한 신분이옵니다.”

명나라와 조선에 사대할 것에 대비해 고산국의 모든 관제는 몇 등급씩 깎아 내렸다. 그래서 조선 같으면 국왕의 후궁 중에서 첫 번째 서열인 정1품 빈에 해당할 의용공주와 미카는 종1품 귀인에 불과했다. 그러니 여진족 호위 둘도 같은 급의 후궁에 임명한 셈이었다.

“둘에게 성과 이름도 내리겠다. 좌경호대장 겸 귀인 호닌의 새 이름은 고민희, 우경호대장 겸 귀인 굴마훈은 고민영이다. 고 씨는 고산국의 국성이고 내 이름에서 민 자를 따왔으니 성과 이름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라.”

홀딱 벗고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려서 이상하지만 내일 아침 국새를 찍어 정식 발령할 예정이었다. 새로 고민희와 고민영이 된 여진족 호위 둘이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했다. 한쪽 무릎을 꿇어서 생긴 틈새를 본 이민호가 꿀꺽 침을 삼켰다.

“성은이 망극하오이다. 국왕전하께서 성황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주인님과 영원히 함께 하겠습니다.”

침대에 앉은 이민호는 둘과 교대로 입을 맞췄다. 그리고 둘을 눕히며 부드럽게 애무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이민호는 둘에게 성과 이름을 잘못 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외국인에게 소개할 때는 고민호, 고민희, 고민영이라고 해야 하니 졸지에 근친상간하는 삼남매가 되어버렸다.

셋이 알몸으로 침대에서 뒹구는 것은 예전과 같았으나 오늘따라 둘은 무척 긴장했다. 이민호가 전에는 여자 몸의 입구만 슬쩍 문지르면서 실제로 안 찔렀는데 오늘은 진짜로 찌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담한 고민희의 몸 위에서 움직이던 이민호가 고민희의 몸이 충분히 준비된 것 같자 진짜로 찔러버렸다.

“구룬 한!”

이름을 고민희로 바꿨는데도 급하니 여진족 말이 튀어 나왔다. 고민희는 힘겹게 이민호를 받아들였다. 아픈 표정을 짓고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고민희는 손을 들어 이민호의 얼굴을 매만졌다. 이민호도 잔 근육으로 뒤덮인 탄탄한 고민희의 몸을 더듬었다.

잠시 서로 애절한 눈빛을 교환했다. 이민호는 고민희와 고민영이 완전히 성장한 후에도 지금까지의 좋은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일부러 잠자리는 피해왔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호감을 충분히 느끼기에 처음 관계를 가지는데도 어떻게 보면 마치 오랜 부부 같았다. 그러다 보니 남녀 간의 불타는 정욕보다는 가족으로서 일상적인 애정을 나누거나, 직장상사와 직원이 신뢰를 교감하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 되었다.

이민호는 고민희가 아플까봐 일부러 일찍 끝냈다. 이민호가 고민희를 품에 안고 다독이는 사이 고민영이 수건으로 조심스레 뒤처리를 해주었다. 잠시 쉬고 체력을 회복한 이민호가 이번에는 고민영의 손을 잡아당겼다. 고민영은 흠칫 놀랐으나 순순히 이민호에게 안겨왔다.

고민희에 비해 체구가 약간 큰 고민영은 살도 더 많이 붙어서 만질 게 많았다. 고민영과 몸을 맞댄 채 온몸을 만지던 이민호는 항상 그랬듯이 크게 만족감을 느꼈다. 이제 몸이 합쳐질 시간이라 이민호가 고민영의 몸 위에 엎드렸다. 이민호가 꽃잎을 열고 들어가자 고민영이 파들파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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