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2/62)

61.

벌어진 입술 사이 젖은 숨결이 넘나들며 살점을 빨아들였다. 달큰하기도 하고 거칠기도 한 숨을 몰아쉬며 단단한 혀를 더 깊숙이 넣으며 파고들었다.

어느새 드러난 두 개의 젖가슴을 그가 양손에 거머쥐고 마음대로 주물러댔다. 신음을 뱉어내며 시선을 내리자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흐트러진 눈으로 입술을 벌리고 건하의 입술에 한껏 반응하는 풀어진 그녀의 모습이 낯설었다.

그의 품에 안길 때는 이런 모습이구나, 생각하던 찰나에 젖가슴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거울 속에 곧 이어질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렁이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거울 속에서 건하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녀를 안을 때면 검고 깊어지던 그의 눈빛이 그 속에 있었다.

건하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 맞붙은 입술을 탐하며 떨어지지 않았다.

맞붙은 입술에서 달뜬 신음이 서로를 향해 부딪치며 쏟아졌다.

침대 위에 하은을 눕힌 그가 다급히 바지 버클을 풀고 셔츠를 뜯어내듯 바닥에 던졌다.

서른을 넘긴 그는 여전히 조각처럼 선명한 복근을 자랑했다. 건하는 탄탄한 몸과 그 아래 도드라져 튀어 오른 페니스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하아, 부피를 키우며 꺼덕이는 물건이 그녀의 안을 치고 들어올 때의 선득한 감각이 생생해서 하은은 신음부터 흘렸다.

그녀가 손을 뻗자 그녀의 몸 위로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가 몸을 겹쳐왔다.

허벅지 사이로 발기한 남성이 치대듯 맞붙었다. 이대로 바로 삽입할 것 같은 뜨거움과 거친 손길에 하은이 다리를 오므렸다.

“좀, 천천히 해.”

단정한 이마 끝에 팽팽하게 일어선 굵은 핏줄이 그가 지금 얼마나 흥분 상태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한번 끝내고, 다음에 원하는 대로 해줄게.”

뻔뻔한 표정으로 뱉은 말끝에 건하는 오므린 하은의 다리를 넓게 벌렸다.

이미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밑은 그를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틈을 벌리며 단숨에 페니스를 삽입했다. 동시에 열기를 머금은 뜨거운 입술이 포개어졌다. 그녀의 가는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던 손이 가는 허리를 움켜쥐고 치대듯 안으로 삽입했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

팽팽해진 젖가슴이 그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볍게 튕겨져 나오자 건하의 거친 숨이 튕긴 젖꼭지에 들러붙었다.

그녀의 자궁 안에 박힌 굵고 단단한 살덩이가 촘촘한 살점에 깊숙이 빨려 들어가자 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강한 자극으로 건하는 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젖은 살점에 코를 박았다.

“하아, 미치겠네.”

“흣.”

건하가 하은의 골반을 한 손으로 잡고 허리를 튕겼다.

삽입이 깊어지자 발그레한 그의 눈가가 반으로 접혔다. 하체가 맞붙은 채로 건하가 하은을 내려다보며 양쪽 눈에 번갈아 입을 맞췄다.

곧 절정이 두 사람을 덮칠 것을 알았다. 뒤섞인 시선이 겹치며 다시 서로의 입술이 맞붙어 거침없이 물고 빨았다.

한 줌도 안 되는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끌어안으며 건하가 깊게 살점을 들이밀었다.

순간 몸을 꿰뚫을 것 같은 강한 쾌락이 그를 덮쳤다. 숨 가쁘게 호흡을 뱉어내며 밀려드는 쾌감으로 건하의 허리짓이 더 빨라졌다. 발기된 성기에 들러붙어 촘촘하게 당기는 흡입력에 건하는 강한 쾌감으로 거친 신음을 내뱉었다.

평소 굳어있던 얼굴이 풀어지며 그녀만 아는 백건하의 흥분된 표정이었다. 쾌락을 견디다 못한 그가 하은의 젖가슴을 입에 물고 뜨겁게 안으로 빨아들였다.

“하읏.”

습한 살점이 들러붙어 팽팽하게 일어선 젖꼭지를 반복해서 빨아대는 탓에 얼얼했다. 그럼에도 밀려드는 짜릿한 쾌감에 몸이 저절로 튕겨 올랐다.

내벽이 수축하며 들어찬 페니스를 사정없이 조여 대자 그가 허리를 빼냈다가 강하게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깊어지는 삽입에 그녀의 몸이 바들거렸다.

몸이 팽팽하게 맞붙으며 밀려드는 자극으로 그녀의 몸이 저절로 뒤로 젖혀졌다.

끝까지 그를 받아들이며 하은은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

문혁이를 한 손으로 받쳐 안은 건하의 옆을 하은이 나란히 걸었다.

처음에는 혼자였다가 어느 틈엔가 건하와 둘이서 걷던 길이 이제는 문혁과 함께 셋이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으면 하고 바랐다.

너무 많은 것들이 변했고 이제 하은에게 백건하와 백문혁이 삶의 전부가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세상에 그녀 또한 함께라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빠빠……빠.”

아빠, 라고 부르는 문혁의 말에 건하의 표정이 주체를 못 하고 풀어졌다.

“어, 그래. 문혁아. 저기로 가? 저기?”

문혁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 건하는 여전히 싱글벙글이다.

문혁이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처음 했던 말이 아빠, 였다. 그래서 건하는 더욱 감동한 모습이었다.

얼굴 생김새, 단단한 골격까지 전부 건하를 빼어 닮은 문혁은 어릴 적 건하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건하는 처음부터 하은을 빼닮은 딸을 원한다고 했지만 문혁이 태어난 뒤로 언제 그 말을 했었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빠져들었다.

가끔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저럴까 싶을 정도로 애틋했다.

하은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힘 안 들어?”

또래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문혁을 안은 지 꽤 오래였다. 숲의 반을 문혁을 안고 걸었으니 차츰 건하가 걱정이 되었다.

“아침마다 문혁이 무게보다 두 배쯤 되는 것도 거뜬히 들어 올리는데 뭘. 나머지 한 손으로 너도 안을 수 있는데 해볼까?”

하은에게 팔을 벌리는 그를 밀어내자 언제 다가왔는지 건하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문혁아! 좀 걸을래?”

하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건하의 목을 파고들며 문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작은 몸이 달라붙자 넘치는 사랑을 주체 못 하고 건하가 문혁을 꼭 보듬어 안았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남자와 나란히 길을 걷는 지금이 소중했다.

잠든 문혁을 유모차에 눕히고 가지고 온 얇은 모포를 덮었다.

새근거리며 잠든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하은의 시선이 문혁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자 건하가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모자 타임 끝, 지금부터 부부의 세계 입성이야.”

뻔뻔한 얼굴을 하고 건하가 하은의 입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커다란 나무 밑동에 사이좋게 앉아 선선한 바람을 느꼈다.

“넌 문혁이 그렇게 예뻐하면서 나한테 안겨있는 건 왜 못 보는지 이해가 안 돼.”

하은이 불만인 표정으로 건하를 향해 눈을 흘겼다.

“모유 수유할 때 충분히 독점했잖아. 사실 그때도 좀 그랬어. 문혁이한테 빼앗기는 것 같아서.”

능청스러운 표정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건하를 하은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하, 진짜 백건하. 나이만 먹었지 아직 어린애였다.

몸은 다 큰 성인인데 고작 걷지도 못하는 아들에게 질투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는 못 하게 하고, 너는 문혁이한테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좀 불공평하지 않아?”

하은과 문혁이 꼭 붙어 끌어안고 있으면 어느새 나타나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문혁이 아빠, 라는 말을 처음 뱉은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난 하루 중 절반은 출근해서 회사에 있어. 나 없는 사이 두 사람 애정 행각이 끝이 없었을 텐데, 내가 있을 때는 나한테만 충실하라는 거지. 언제 또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한다고 그래? 사람 이상하게.”

뻔뻔한 얼굴을 돌리다 하은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능청스러운 표정을 하고 하은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나중에 저 좋아하는 여자 만나면 그때 실컷 하라고 그래. 괜히 남의 여자 집적거리지 말고.”

“하! 그게 지금 아들한테 할 말이야?”

“그러니까, 문혁이가 내 아들이니까 내가 참고 있는 거라고.”

애틋한 시선이 하은에게 닿았다가 떨어지더니 미소를 머금었다.

“정 그러면 너 닮은 딸 하나 낳아주든가.”

어이없이 웃다가 하은은 건하의 옆구리를 가볍게 꼬집었다.

“언제는 아이 싫다고 하더니, 이제는 자식 욕심이 끝이 없어.”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하은의 입매가 휘어지며 곱게 미소를 머금었다.

백건하와 그녀의 아이.

이미 문혁을 낳았지만 두 사람에게 또 한 명의 아이가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렜다.

“말이 나온 김에, 난 원래 말보다 행동이 먼저라.”

그녀가 밀어내기 전에 건하가 재빨리 그녀를 당겨 허벅지 위로 올려 앉혔다.

“미쳤어? 문혁이 자고 있는데!”

“오늘 오전에 안 자서 아마 두세 시간은 충분히 잘 거야. 그 시간이면 두 번도 거뜬해.”

건하가 손을 내밀어 유모차의 선루프를 아래까지 내렸다. 곧이어 자고 있던 문혁의 모습이 완벽하게 가려졌다.

마주친 건하의 눈동자가 깊어지며 고개를 기울여왔다. 가볍게 입술을 부딪치며 멀어져간 그가 하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매번, 매 순간 너한테 반해. 그게 없어지지 않고 점점 강해져서 가끔 그런 내가 두렵기도 해. 너무 내 감정에만 충실해서 네가 힘들어 할까 봐.”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녀를 보는 깊은 눈매가 어울리지 않게 다정했다.

하은은 건하의 짧은 머리칼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나는……, 그런 너라서 더 좋아. 너를 보면 나도 여전히 설레. 길을 걷다가 무심히 네가 손을 잡아주면 심장이 털컥 내려앉을 것처럼 좋아.”

이미 서로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전부 알고 있음에도 매번 그에게 안기는 순간이 기대되고 설렜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 시작되면 다시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첫사랑의 고백처럼 들리는 하은의 말에 건하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사랑해.”

매일 그에게서 듣는 말이지만 그럴 때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하은이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자 말캉한 몸의 감촉에 건하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열아홉, 찬란하고 빛났던 하은이 떠오른다.

그의 정원으로 걸어 들어와 그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며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날.

한 번도 잊지 못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하은의 모습들을 건하는 전부 기억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래의 어느 날도 오직 그에게는 한 사람뿐이었다.

목숨보다 소중한 여자, 장하은.

우리에게 끝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 내 옆에 하은이 네가 있을 거라는 걸 믿어.

여전히 내일도 같은 말을 반복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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