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타닥타닥.
장작더미에서 튕겨져 나온 작은 불꽃을 보고 있었다.
하은은 건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눈을 감았다.
하은은 토끼 인형을 손에서 놓지 않고 손에 쥔 채로 만지작댔다. 건하가 힐끗 토끼 인형을 쳐다보았다.
“혹시나 하는 말인데, 잘 때는 그 인형 안고 자는 거 금지야. 너하고 나 사이에 그게 뭐든 끼어드는 거 용납 안 할 테니까.”
하은이 눈을 감은 채로 웃었다.
“너는 어른이었다가 갑자기 뚝 떨어져서 지금은 어린애 같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
“그게 매력이라는 말인 거지?”
“훗, 맞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백건하 매직.”
하은을 빤히 보던 건하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등 뒤로 숲에서 나오는 밤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하은이 건하의 품을 깊이 파고들었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네 방 앞 정원에 있던 새는 안보이던데 어떻게 했어?”
잠시 생각하던 건하가 무심한 표정으로 모닥불을 응시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보냈어.”
“거기가 어딘데?”
“모르지 뭐. 정원 관리사한테 치워버리라고만 했지 어디 데려갔는지는 안 물어봐서.”
“왜 그랬어? 예쁘기만 하던데.”
모닥불을 보던 건하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기억 안 나? 널 다치게 했잖아.”
건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한 번 씩 하은은 악몽을 꾸었다. 그럴 때면 잠에서 깬 건하가 그녀를 흔들어 깨우는 대신, 꿈속에 있을 하은을 위로하듯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러다 보면 흐느낌도 잦아들며 조금씩 편안한 호흡이 들려왔다.
여전히 그녀의 안에 깊은 상처는 회복이 되지 않아 보였다. 그녀의 안에 고여있는 슬픔들이 다 빠져나오지 않고 머물러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럴 때면 건하는 자신과 약속한다.
절대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다치게 내버려두지도 않겠다고.
하은이 그에게 신의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다면, 이제는 자신이 그녀에게도 그런 선물이 되고 싶었다.
그러면 언젠가는 그와의 행복한 기억들이 그녀의 아픈 기억들을 덮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은 완전히 잊혀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게.
건하는 얼굴을 내려 감고 있는 하은의 눈에 입을 맞췄다. 코끝을 지나 입술을 머금었다.
벌어진 입술 틈 사이로 혀를 밀어 넣고 말캉한 살점을 가득 빨아들였다.
타닥타닥,
점점 거칠어지는 호흡과 함께 불꽃을 머금은 장작들도 더 빨갛게 타들어갔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건하의 손이 하은의 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보드라운 살점을 쓰다듬더니 브래지어를 들어 올려 드러난 가슴을 거머쥐었다.
건하의 손이 하은의 뺨을 감싸 쥐자 혀가 얽혀들며 키스가 깊어졌다. 혀와 입술이 뒤엉켜 비벼졌다. 붙어있던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그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아랫입술을 빨아들이듯 가볍게 입을 맞췄다.
“happy birthday to you.”
나직하게 울리는 그의 음성이 멜로디처럼 들려왔다.
모닥불의 조명을 받은 그의 눈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검고 깊은 그의 눈에서 숨겨지지 않은 거친 욕망이 느껴졌다. 항상 가라앉아있던 그의 눈동자가 그녀를 볼 때면 지금처럼 복잡하게 흔들렸다. 이제는 그녀에게도 익숙한 눈빛이었다.
아마 평생이 걸려도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최고의 선물을 그가 주었다. 어떤 것보다 값지고 빛나는 선물이었다.
그녀로서는 감히 짐작조차 못할 그의 사랑, 아마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 그를 만난다고 해도 다 갚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혼자 허공을 외롭게 떠다니다가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으며 그의 옆에 정착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 혼자 겪었던 모든 일들이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끔찍한 외로움이었다.
맞붙은 얼굴에서 불거져 나온 뜨거운 호흡이 서로에게 닿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찾았다. 혀와 살점이 뒤엉켜 빨아대는 소리가 적나라했다.
“하아.”
혼을 빼놓듯 깊숙한 곳까지 샅샅이 훑던 그의 혀가 빠져나가자 하은이 아쉬운 신음을 뱉어냈다.
곧이어 그의 입술이 목덜미에 닿으며 움푹 파인 쇄골을 빨아들였다. 예민한 감각이 온 몸으로 번지며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새로 들인 토퍼야. 오늘을 위해 특별 주문했어.”
축축한 살점을 빨아대던 그가 낮게 속삭이자 하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건하가 그녀를 가뿐히 안아들고 일어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묵직하게 울려대던 숲의 바람도 타들어가던 장작의 소음도 일시에 멎었다.
맨살에 부드럽고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토퍼에 누운 채로 하은은 건하의 옷이 하나둘씩 벗겨져 나가는 것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
드러난 단단하고 넓은 가슴, 복근을 따라 이어지며 촘촘하게 짜인 근육들이 거친 숨결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검은 브리프를 내리자 탄탄하게 들러붙은 강한 허벅지 사이로 굵고 단단한 페니스가 거대한 자태를 드러냈다. 하은의 눈길에 건하의 목울대가 꿈틀대며 순식간에 맹수처럼 그녀를 덮쳤다.
“감상은 끝났어?”
입술을 머금고 내려가며 목덜미를 따라 가슴에 입술을 내렸다. 하은이 진저리를 치며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뾰족한 가슴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더 깊이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 살점이 강한 흡입력에 쪽쪽 소리를 냈다. 한 손으로 젖가슴을 아프게 거머쥐고 주무르며 다른 한손으로는 이미 사타구니를 파고들고 있었다.
“하읏.”
하은이 울음처럼 깊은 신음을 뱉어냈다.
섬세한 손길이 젖은 가랑이 속을 더듬으며 단단해진 살점을 꾹 눌렀다.
순간 상상할 수도 없는 자극에 하은이 몸을 비틀었다. 온몸이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가슴의 정점이 끝도 없이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가랑이 사이는 그의 손이 점령한 채로 온 몸이 그에게 붙들렸다.
허리가 들려 올라가고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비벼대자 몸이 거세게 튕겨 올랐다.
뜨겁고 습한 기분이 들어 감았던 눈을 뜨는 순간 아래에서 뜨거움이 한꺼번에 그녀를 잠식했다.
“하윽.”
저절로 터지는 신음에 하은이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건하가 보란 듯이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드러난 붉은 속살 위를 혀로 더듬었다. 순간 안에 고여 있던 진득한 꽃물이 한꺼번에 주르륵 쏟아졌다. 건하가 기다린 듯 탐욕스럽게 혀로 핥아 삼켰다. 하은의 아랫배에 바싹 힘이 들어가며 가벼운 절정이 닥친 듯 시트를 움켜쥐었다.
절정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하은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읏……, 백건하…….”
상체를 세운 그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입술을 삼키듯 빨았다.
“그런 얼굴로 날 부르면……. 진짜 돌 것 같아.”
흠뻑 젖은 음부가 드러난 곳에 단번에 자리를 잡은 페니스가 한꺼번에 밀고 들어왔다.
동시에 꼿꼿하게 선 하은의 젖꼭지가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반을 밀어붙여 하은과 맞붙었던 페니스가 깊숙이 들어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하은이 아랫배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며 이물질을 사정없이 조이자 건하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은이 그의 어깨를 잡은 채로 제멋대로 몸이 움직였다. 눈앞이 흐려지며 머리가 징징 울려댈 전도로 선득한 쾌감이 전신을 덮쳤다.
그녀의 다리를 넓게 벌리게 하자 맞물리며 결합된 곳이 틈이 없을 정도로 달라붙었다. 쫀득한 살점이 페니스의 뿌리 끝까지 맞물리자 쾌감이 전신을 장악하며 건하의 눈가가 발그레해졌다.
이미 한계에 치달은 그가 상체를 꼿꼿하게 세운채로 허리를 튕겼다.
단정하던 그의 미간에 땀이 밴 채로 하은의 얼굴을 맞대고 신음을 쏟아냈다.
통제되지 않은 욕망은 그녀에 대한 끊임없는 욕정으로 이어졌다. 셀 수 없을 정도로 가졌던 몸인데도 매번 새로운 쾌락으로 그를 이끌었다.
“하아, 백건하…….”
그녀의 입에서 몇 번이고 그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멈출 수 없는 쾌락이 그의 안에서 요동쳤다
건하는 더 깊숙이 그를 묻고 안으로 삽입해 들어갔다.
마침내 절정이 두 사람의 몸을 덮쳤다. 더 깊숙이 치고 들어가자 그녀의 목이 길게 젖혀지며 가늘고 희미한 핏줄이 도드라졌다. 건하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
축 처진 몸을 끌어안고 건하가 그녀의 어깨에 입술을 댔다.
한참 동안 고른 숨을 내뱉더니 그녀의 뒤에서 서서히 일어서는 뜨거움이 느껴졌다.
하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못해. 힘들어…….”
건하가 그녀의 살점을 가볍게 물고는 키득거렸다.
“이제 겨우 한 번인데.”
아쉬움이 그의 목소리에서 진득하게 묻어 나왔다.
“그냥 이렇게 안고만 있을게.”
불규칙적이던 그의 호흡이 그녀의 살점에 들러붙은 채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손은 그녀의 보드라운 살을 쓰다듬었다.
“기억나?”
하은은 눈을 감은 채로 건하의 팔을 만지작대며 낮게 속삭였다.
“뭘?”
“처음 봤을 때.”
건하의 낮은 웃음이 맞닿은 그녀를 울렸다.
“그걸 어떻게 잊어?”
“가끔 생각해, 그날 너를. 그날 뭘 입었는지 어떤 얼굴이었는지 지금도 너무 생생해.”
건하가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
“고등학생이라는 말 듣고 놀랐어. 너한테 잠깐 눈이 갔는데 그것조차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아서. 그래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자꾸 생각이 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