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50/62)

49.

“한두 번도 아니고, 언제는 안 그랬어?”

“별장에서, 말도 없이 가서 다시는 안 올 줄 알았어.”

“그럴까 하다가, 그러면 나만 손해인 것 같아서. 현실을 빨리 깨달은 거지, 어차피 내가 져줄 게 뻔했거든. 길게 시간 끌 것도 없이 이렇게 왔잖아.”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이 하은의 볼을 타고 흐르자 건하가 협탁 위로 손을 뻗어 티슈를 뽑았다. 그러고는 하은의 볼에 톡톡,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장하은답지 않게 눈물은……. 왜 갑자기 본전 생각나? 나 먼저 보내고 남은 재산 한입에 털어 넣을 생각했는데 불발돼서?”

하얗게 질린 하은이 건하의 가슴을 손으로 쳤다. 순간 건하는 자신이 아픈 상태라는 것을 강조하듯 상체를 숙였다.

“미안! 많이 아파? 그러길래 왜 그런 소리는 해서…….”

하은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건하의 입술에 막혔다. 마른 입술을 하은의 입술에 대고 가만히 누르다가 혀끝으로 벌렸다. 입 안을 파고들며 겹쳐진 혀가 얽혔다. 늘 뜨겁기만 했던 욕망과는 다른 마주친 입술만으로 위안이 느껴지는 그런 키스였다. 서로의 존재감만으로 이미 충분한, 그래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다.

건하는 병실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는 꼬박 누워있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환자 행세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24시간 하은이 옆에 붙어있으니 대체로 만족했다.

챙길 게 있다며 집에 다녀온다는 하은이 나간 지 10분쯤 지나자 다시 좀이 쑤셔왔다.

마음 같아서는 러닝을 해도 거뜬할 것 같은데 깁스한 다리가 뻣뻣해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똑똑.

노크를 하고 얼마쯤 뒤 문을 열고 강훈이 들어왔다.

건하에게 인사를 한 강훈이 들고 있던 갈색 서류 봉투를 건하에게 내밀었다.

“근처 cctv 영상과 확보한 자료들입니다.”

강훈이 건넨 자료를 받아든 건하는 날카로운 눈으로 서류를 꺼내 훑었다.

정면을 향한 사진에는 차 안에 있는 하은의 큰어머니 얼굴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건하의 눈이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갑게 번득였다.

정말 하은을 죽일 작정이었다. 건하가 거기 있지 않았다면, 본능적으로 뛰어가 하은을 밀치고 뒹굴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여자가 죽었을 것이었다.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반으로 갈라지는 고통과 함께 섬뜩한 공포가 엄습했다.

하은이 그가 보는 앞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심장이 미어지는 듯 조여들었다.

“회장님께서도 이미 보고받으신 일이라, 내일쯤 검찰로 송치될 것 같습니다. 영장 심사 중이고 곧 구속 영장도 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살인 미수로 처벌받으면 살인죄 형량의 반으로 줄어들 게 뻔했다.

하은이 죽을 뻔했는데 겨우 4, 5년이라니, 어이가 없는 표정을 하는 건하의 입매가 비틀렸다.

게다가 하은의 큰어머니라는 여자는 멀쩡한 몸으로 건강하게 수감 생활을 하다 나오겠지.

하은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학대의 낙인을 찍어놓고.

잠이 들면 하은은 늘 악몽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잠든 모습이 편안해 보였던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

건하는 입을 다문 채로 한참 정면을 응시했다.

소름 끼치도록 잔인한 방법, 그게 뭘까 생각했다.

아, 그 여자의 가족이 있다고 들었다. 아들과 딸 하나라고 했던가?

“미국으로 한 달에 한 번 송금한다고 했지?”

강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하고 짧게 대답했다.

“자금 출처 파악해서 그것도 걸어야겠네. 둘 다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도 백수 생활을 즐긴다니. 얘네들도 할 수 있는 건 뭐든 엮어서 걸어봐.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지? 그러니까 딱 죽기 직전까지만. 일단 큰어머니라는 여자는 어떻게 할지 좀 더 고민해봐야겠어.”

서류를 건성으로 넘기던 건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그리고 장범우 말이야. 하은이 큰아버지. 전에 잡아다 놓은 거 풀어주고 경찰에 같이 넘겨. 멀쩡한 정신일 때 지 새끼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보여줘야 할 거 아니겠어?”

건하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그런 인간들이 아무 일 없이 멀쩡하게 잘 살면 안 되는 거지.”

건하는 언젠가 하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분노를 참아내는 건하의 짜증 섞인 한숨이 뒤를 이었다.

***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건하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침대 아래로 깁스한 발이 위로 고정된 채 있어 잠든 모습조차 불편해 보였다.

하은은 조용히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로 다가가 건하를 내려다보았다.

싸늘하기만 한 눈을 감고 있으니 자는 모습이 온순한 아이 같았다. 눈썹 위를 덮은 머리칼을 가만히 쓸어 넘겼다. 반듯하고 잘생긴 이마가 드러나며 선명한 얼굴의 윤곽이 환자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언제 눈 뜨면 돼?”

자고 있는 줄만 알았던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하은이 흠칫, 놀란 얼굴을 했다.

“뭐 하느라 이렇게 오래 걸려?”

눈을 뜬 불만 가득한 시선이 하은을 향했다.

“집이 엉망이라 청소도 좀 하고.”

하은의 말에 건하는 불만 섞인 얼굴을 했다.

“사람 시켜 짐 옮기라고 할까?”

“무슨 짐?”

“지금 살고 있는 집, 곧 비울 거잖아.”

하은은 건하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침대 옆 테이블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내 건하의 손에 붙들렸다.

“퇴원하면, 돌아올 거지?”

확인하는 건하의 눈을 하은이 못 본 체했다.

“굳이 안 들어오겠다면 내가 갈 수도 있어.”

“그게 무슨 뜻이야?”

건하가 하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바싹 당겼다. 끈적한 시선이 하은의 목덜미를 지나 니트 위에 선명하게 드러난 젖가슴의 굴곡을 향했다.

“착각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내가 다친 건 다리야. 다른 기능은 전부 그대로라는 뜻이지. 못 믿겠다면 지금 바로 확인시켜줄 수도 있는데.”

건하의 눈빛이 장난스럽게 번득이며 하은의 팔을 끌어다 복부 아래에 가져다 댔다.

얇은 환자복 위로 단단하게 일어선 페니스로 인해 바지 앞섶이 팽팽했다. 손바닥 위로 만져지는 딱딱한 감촉이 선득해서 하은이 급히 손을 뗐다.

하은이 그저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도 어설픈 쾌감에 건하의 눈가가 불긋해졌다.

하은이 놀라 팔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을 쳐냈다.

“미쳤어? 여기 병원이야!”

짐짓 태연하게 말하고 돌아서는 하은의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었다.

“병원이라 지금까지 참은 거지. 욕구 불만이 환자 회복에 도움 안 된다는 거 몰라?”

죽을 맛이었다. 하은이 침대 위로 올라와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상상만으로도 아래가 터질 것 같았다. 건하가 불규칙적인 호흡을 번갈아 내쉬었다.

건하의 몸이 뜨거워지며 얼굴까지 화끈거렸다.

참을성이 바닥을 치며 건하가 손을 뻗어 하은을 당겼다. 두 사람 사이에 연결된 끈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 같았다. 동물적인 욕구로 가득 찬 건하의 눈이 금방이라도 하은을 덮칠 것처럼 일렁거렸다.

“더는 못 참아.”

순식간에 하은의 목덜미를 감싼 손을 당기며 그녀를 삼킬 것처럼 입술을 덮쳤다.

뒷목을 받치고 옆구리를 쓸어내리는 저릿한 감각이 온몸으로 번져나갔다. 입술이 강하게 빨려 들어가며 두툼한 혀가 곧장 얽혀들었다. 미끈한 타액이 섞이며 질척하게 빨아당기자 누구인지도 모를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손이 서슴없이 니트 밑으로 파고들었다.

급하게 속옷을 들추며 젖가슴을 움켜쥐는 손이 다급했다.

“벗고 올라와.”

허스키한 목소리로 건하가 신음처럼 뱉어냈다.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리고 아직 환자잖아.”

부푼 젖가슴을 거머쥔 손이 바싹 돋아 오른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비벼댔다. 하은의 몸이 순식간에 달아오르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불안하면 문 잠그고 오든지.”

망설이는 하은의 바지 버클을 건하가 다급하게 풀었다. 하은의 바지가 순식간에 허벅지 아래로 떨어졌다. 드러나 보이는 손바닥만 한 팬티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이미 젖어있었다.

팬티를 끌어 내리자 끈끈한 점액이 들러붙은 젖은 물기에 하은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건하가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하은을 당겨 축축한 혀를 내밀었다.

하은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듯 건하의 가슴을 손으로 짚었다. 다리를 오므리며 몸을 빼려고 해도 그가 골반을 꽉 틀어쥐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하은이 울 것처럼 신음을 삼켰다.

“올라와, 제대로 해줄 테니까.”

발긋하고 여린 살점을 벌려 훤히 드러난 음부에 입술을 붙이고 강하게 빨아댔다.

다리 사이 흠뻑 젖은 질구에 얼굴을 묻고 건하가 개처럼 핥아댔다.

동시에 건하가 입고 있던 그의 바지를 내리고 완전히 발기해 튕겨져 나온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커다랗게 발기한 페니스의 밑동을 거머쥐고 느리게 마찰하듯 움직였다.

건하의 미끈한 얼굴이 구겨지며 눈가가 발긋했다.

음핵을 뽑아버릴 듯 건하가 강하게 아래를 빨아댔다. 팽팽해진 점막을 혀로 핥고 빨아당기기를 반복했다. 하은은 절정에 오르는 것처럼 신음을 내뱉었다.

무릎이 꺾이며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드러난 엉덩이를 움켜쥐며 주물러대더니 혀를 세우고 단단해진 클리토리스를 건드렸다.

순간 울컥, 질구 안에서 한꺼번에 꽃물이 흘러 사타구니를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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