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나는 충분히 만족해, 백건하 너하고 자는 거. 몸은 네 마음대로 가져.’
하은의 말을 몇 번쯤 곱씹으며 건하가 씁쓸한 얼굴을 했다.
지금까지 하은이 한 말에 비하면 그리 독한 말도 아닌데, 그게 뭐라고 이런 마음이 드는지 몰랐다.
그냥 옆에 있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자신은 그녀에게 더한 것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하면 상처받는다는 말, 그런 말은 대체 누가 만든 건지.
건하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게 꼭 지금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 같았다.
상념을 치워버리기 위해 건하는 데스크톱 화면을 응시했다. 올라온 기획안을 클릭하고 그중에 쓸만한 것을 개인 파일에 옮겨 보관했다. 일에 집중하던 건하의 움직임이 다시 느릿해졌다.
‘그것 말고 우리한테 뭐가 더 있어?’
데스크톱 화면 위로 돌아누운 하은의 모습이 겹쳤다.
젠장.
건하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쥐고 있던 마우스를 손에서 내렸다.
그녀를 안고 있으면 다 가진 것 같았다. 편안하고 그저 좋기만 해서, 여자의 몸에 묻히며 결합하는 순간이 쾌감을 느끼게 했다.
장하은이라는 여자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바라보는 시선이 오직 자신만을 향했으면 좋겠고 도톰하고 예쁜 입술에서 오직 ‘백건하.’라는 이름만 듣고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안에 숨어있던 소유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그녀의 마음 따위, 기분 따위 눈치 보지 않고 가둬두는 것인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건하는 입술을 비틀며 낮게 조소를 머금었다.
언제부터 자신이 상대를 배려했다고, 그 여자 마음 상할까 봐 전전긍긍했던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다.
그 여자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밑바닥까지 치고 내려선 자신이 말할 수 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
뭔가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에 하은이 눈을 떴다.
어떤 꿈이었는지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악몽을 꾼 것은 분명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제야 그녀의 잠을 깨운 것이 악몽이 아니라 끊임없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였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1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없어 순간 두려움이 앞섰다. 침대에서 일어나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고개 숙인 머리끝이 화면에 나타났다가 이내 고개를 든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백건하?
가볍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화면에서 사라졌다.
하은은 재빨리 현관으로 다가가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벽에 기대선 채로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있는 건하의 모습이 낯설었다.
동시에 강한 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건지, 하은은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정신차려 봐! 같이 다니던 비서는 어쩌고 혼자…….”
순간 건하가 하은의 팔을 꽉 움켜쥐고 떨어져 있던 고개를 들었다.
“후우…….”
정돈되지 않은 거친 호흡을 뱉어내는 그의 눈이 평소와 다르게 느슨하게 풀려있었다.
한 번도 지금처럼 흐트러진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던 하은은 당황한 얼굴을 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무슨 일……?”
건하가 핏, 하고 비웃듯 웃었다.
“그새 잊었어?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널 가질 거라는 말.”
하은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내 건하가 하은의 허리를 바싹 당기더니 곧장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밀어 넣듯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건하의 입술이 파고들었다.
밀어내려는 하은의 발버둥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하는 진하게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건하의 목에 핏줄이 툭, 불거지며 정제되지 않은 거친 호흡이 입술 틈새로 비어져 나왔다.
한 손으로 그녀가 저항하지 못하게 그의 몸에 바싹 당겨 고정하고 다른 한 손은 거침없이 그녀의 몸을 헤집었다. 잠옷을 들추고 들어와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몸이 두려움에 바들거렸지만 건하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안에서 잠재된 욕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뜨겁게 번졌다. 이성을 잃은 그는 상처받은 맹수처럼 포악했다.
일그러진 얼굴 위에 드러난 고통스러운 눈빛.
젖가슴을 움켜쥐고 제멋대로 주물러댔다. 지금껏 해왔던 다정하고 따뜻했던 손길은 느껴지지 않은 오직 욕정만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이러지…… 마.”
울음 섞인 하은의 목소리에 그가 목덜미로 떨어뜨린 고개를 들어 그녀의 입술에 맞댔다.
입술을 맞대자 하은의 입에서 새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원하던 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생각은 배제하고 몸만 가지는 거야. 내가 질려서 먼저 나가떨어지길 기다리나 본데. 그런 쪽으로는 내가 좀 집요해. 그리고 한번 가진 건 절대 안 놔. 그러니까 그런 하찮은 기대 따위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의 억센 손이 그녀의 잠옷 바지와 속옷까지 완전히 끌어 내렸다.
혀와 입술이 목덜미를 지나 무방비로 드러난 젖가슴으로 향했다.
단단한 살점을 입 안에 넣고 쪽쪽 소리 내어 빨아댔다. 젖은 혀가 예민한 젖꼭지를 자극하며 빨아당기자 밀어내기만 하던 하은이 반응하듯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내쉬는 숨결에 섞인 술 냄새가 극도로 흥분한 그를 느끼게 했다.
그의 뜨거움이 그녀의 몸을 쓸고 아래로 내려갔다. 훤히 드러난 밑을 파고드는 긴 중지가 음부를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익숙한 쾌감과 함께 반응하는 흔적으로 다리 사이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그의 손이 거침없이 클리토리스를 굴리며 단단한 살점을 헤집었다.
“하읏.”
갈라진 틈새로 손가락이 밀려들자 하은이 새된 신음을 내뱉었다. 이미 온몸이 그에게 매달리며 반응하고 있었다. 하은은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
몸이 흐물거리며 다리에 힘이 빠져나갔다. 질벽이 제멋대로 수축하며 안을 파고드는 손가락을 조여댔다. 몸이 의지를 배반하며 섹스하듯 그의 손가락이 질구를 넘나들자 하은은 지탱하듯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순식간에 덮쳐오는 절정으로 온몸이 바들거렸다.
온몸이 뜨겁고 열기가 오른 입술은 건조했다.
“하아……, 백건하…….”
하은이 마른 입술을 간신히 떼고 그를 낮게 불렀다.
양쪽 젖가슴을 번갈아 물어대던 그가 뜨거운 호흡을 가다듬으며 얼굴을 들었다.
“미…… 미안해.”
하은이 말을 흐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핥자 건하의 눈이 위험하게 반짝였다.
“뭐가 미안해?”
그녀의 말을 곱씹는 건하가 한쪽 입술을 가볍게 틀며 조소했다.
“그냥, 뭐든.”
검고 깊은 눈동자에 싸늘함이 더해졌다.
뜨거운 호흡을 억누르던 그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었다. 동시에 하은의 몸을 번쩍 들어 침대로 다가가 쓰러뜨렸다.
찌익,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뭐든, 때가 있는 법인데. 이미 너무 늦었어.”
입고 있던 옷을 한꺼번에 벗어 던진 그가 침대 위에 상체를 기댄 채 하은의 다리를 잡고 사정없이 벌렸다. 시야에 훤히 드러난 음부에 거침없이 얼굴을 박고 뜨거운 호흡을 내렸다.
이미 흠뻑 젖은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진득하게 혀로 핥아내렸다.
내벽이 세차게 우물대며 젖은 물기를 반복해서 토해냈다. 혀를 세워 단단한 돌기를 건드리며 문질러대자 그녀가 울먹이며 몸부림쳤다. 다리 사이, 안에서 흘러내린 물이 넘칠 정도로 고이면 건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넘겼다.
“흐음.”
벌써 몇 번인지도 모를 절정이 그녀를 훑고 지나갔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녀의 허벅다리를 움켜쥔 채로 꼼짝도 하지 않고 밑을 물고 빨아댔다.
그녀가 쾌감을 못 이기고 엉덩이를 위로 치켜들며 절정의 여운으로 온몸이 바들거렸다.
다리 사이에 묻혀있던 그가 고개를 들고 만족스럽게 그녀를 응시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잘 맞아.”
상체를 세운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벌리며 핏대가 도드라져 바싹 일어선 페니스를 가져다 댔다. 젖은 질구 앞에서 딱딱한 페니스를 문지르며 치대기를 반복했다. 마치 벌주려는 듯, 금방이라도 그녀의 입에서 항복이라는 말을 기대하는 것처럼 건하는 그녀의 젖은 음부를 자극했다.
“하아…….”
그녀의 호흡이 심하게 흔들렸다. 마치 넣어주길 기다리듯 젖은 질구가 끊임없이 끈적한 애액을 토해냈다. 닫힌 입구가 저절로 벌어지며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벌름거렸다.
참을 수 없어하던 그녀가 먼저 몸을 바싹 아래로 붙이며 남자의 페니스에 닿았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건하가 뒤로 슬쩍 빼자 하은이 신음을 토해냈다.
“이럴 땐 부탁, 이라는 걸 해야지.”
그 역시 참는 게 곤혹스러운 듯 이마가 꿈틀댔지만 건하는 끈질기게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해줘……. 백건하. 제발…….”
애원하듯 건하의 몸으로 바싹 붙여 내려오자 거친 신음을 쏟아내며 건하가 그녀의 안을 파고들었다.
더 이상 빼지 않고, 느릿하게 들어온 거대한 이물질이 이내 그녀의 안을 가득 채웠다.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탐욕스럽게 움켜쥐고 둔부를 잡아 강하게 허리를 튕겼다.
틈 없이 맞물린 젖은 살점이 페니스를 촘촘하게 빨아당기자 그의 눈가가 발긋해지며 굵은 핏대가 섰다. 집요한 시선이 삽입이 반복될 때마다 쾌감으로 젖은 숨을 토해내는 하은의 표정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