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6/62)

25.

백건하와 합법적인 부부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방을 같이 쓰지는 않았다.

하은은 여전히 별채 2층을 썼고 건하는 한 회장과 같이 본채의 2층을 그대로 썼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밤이 되면 건하는 별채로 건너와 하은의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매일 밤, 하루도 빠짐없이 하은을 안고 섹스를 했다.

하룻밤에 몇 번씩이나, 지치지도 않고 하은을 안았다. 그러고 보면 뉴욕에서 돌아온 이후 하은은 잠옷을 입고 잔 기억이 거의 없었다.

건하는 맨살이 닿는 감촉을 즐겼다. 불에 데일 것처럼 뜨거운 정사가 끝나도 건하는 하은의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를 더욱 당혹스럽게 한 것은 요즘 백건하에게 새로 생긴 버릇이었다. 마치 신생아처럼 백건하는 그녀의 젖을 물고 잠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유독 하은의 젖가슴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백건하는 자신의 얘기는 잘 하지 않았다. 가끔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했을 때, 이를 테면 유난히 하은의 젖가슴에 집착하는 그를 두고 하은이 변태라고 놀렸을 때 변명처럼 늘어놓았다.

얼마간 이방인이라고 느꼈던 백건하의 집에서 하은은 조금씩 평온을 찾고 있었다.

하은의 옆에 늘 백건하가 있었다. 이제 백건하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 오히려 어색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익숙해졌고 어느 틈엔가 백건하에게 길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보다 백건하 옆에 있는 것이 그녀도 좋았고 백건하와의 섹스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요즘 건하는 매일 퇴근이 늦었다.

이전에 하은의 눈에 비친 백건하는 매일 놀고먹는 백수인 줄 알았다.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어 보였고 그렇다고 일에 대한 열정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백건하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그녀의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에 가끔 놀라고는 했다.

새벽까지 그녀를 안고도 건하는 이른 아침 일어나 운동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운동이 끝나면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곧장 출근을 했다. 그는 여전히 건방지고 오만했지만 그가 정한 룰은 철저하게 지켰다.

이른 저녁을 먹고 하은은 루틴처럼 숲을 산책했다. 다음 주면 방학도 끝이 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생각해 보니 헛웃음이 났다.

방학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언제든 도망칠 궁리만 했고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해 늘 삐걱거리기만 했다.

하루를 사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백건하를 만난 것은 그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는지도 몰랐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세상 어디쯤에서 여전히 그녀는 불행한 삶을 살았을 테고 서성대고 있었을 것이다.

비극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인생에 희극이라는 장르가 튀어나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요즘은 처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숲의 한가운데에 섰다. 바람이 나뭇잎을 가르고 그녀의 몸을 스쳤다.

부스럭.

희미한 소음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자 건하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얀 셔츠 위로 드러나는 건장하고 단단한 상체 아래 걸을 때마다 탄탄한 허벅지의 근육이 팬츠 위로 선명하게 보여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완벽한 실루엣의 백건하.

바람에 헝클어진 앞머리가 반듯한 얼굴에 유일한 흠이었다.

“전화는?”

건하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하은에게 들어 보였다.

하은은 순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며 방에 휴대폰을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보안이 철저하다고 해도, 너무 믿지는 마.”

하은에게로 바싹 다가온 그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전화했어?”

“여러 번.”

“바빠 보이길래, 오늘도 늦을 줄 알았거든.”

건하가 호흡을 크게 하며 숲에서 뿜어대는 향을 속으로 들이켰다.

“오랜만이네, 여기.”

건하보다 한걸음 앞서 나가며 하은은 손으로 가까운 나무의 기둥을 만졌다.

“나는 매일 와. 지루하지 않거든.”

몸이 닿을듯 가깝게 건하가 하은의 옆으로 다가왔다.

익숙한 백건하의 체취,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하은은 묘하게 위안을 느꼈다.

“언제든 원하면 외출할 수도 있어. 할머니도 더 이상 간섭하지도 않을 거고.”

“알아.”

그가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하은은 알고 있었다. 종일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언제든 감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원하는 것을 얻고 보니 특별히 어디를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멋진 숲을 정원으로 가진 집이 얼마나 되겠어? 번잡한 곳보다 여기가 좋아.”

건하가 싱긋 웃었다.

“어렸을 땐 여기서 가끔 길을 잃기도 했는데.”

의외라는 듯 건하를 보는 하은의 눈에 웃음이 번졌다.

“왜? 안 믿겨?”

“어릴 때 모습이 상상이 안 가서.”

“저기, 잘려나간 나무 밑동 보이지?”

건하가 손을 들어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무 밑동을 가리켰다.

하은이 매일 산책을 하다 앉아있는 곳이었다.

“사람 시켜서 할머니가 잘라놓은 거야. 저 나무 밑동을 기준으로 길잡이 하라고.”

“와, 그런 깊은 뜻이 있었어?”

씩, 웃으며 건하가 잘려나간 나무 밑동을 향해 걸었다.

“너 오고 난 이후로 자리 빼앗겼어.”

건하가 위에 걸터앉으며 자신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하은이 망설이자 그녀를 당겨 억지로 무릎에 앉혔다.

불편하게 엉덩이 한쪽만 걸터앉은 하은의 허리를 팔로 감아 당기며 편안하게 자세를 취했다.

허리를 감고 있던 건하의 손이 망설임 없이 하은의 불룩한 가슴을 거머쥐었다.

“왜 이래?”

“왜 이러긴? 이러려고 앉았는데.”

하은의 엉덩이에 닿은 바지 앞섶의 꼿꼿함이 그제야 와닿았다.

“누가 오면 어쩌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를 밀어내지 않고 하은은 셔츠 속으로 들어간 건하의 손이 브래지어 속을 파고드는 것을 즐겼다.

“아무도 안 와. 여기는 온전히 내 구역이야.”

백건하는 매일 밤 그녀를 안았고 어떤 날은 새벽까지도 지치지도 않는지 몇 번이나 그 짓을 했다.

“동물의 왕국 본 적 있어?”

젖가슴을 거머쥔 건하가 제멋대로 주무르며 하은의 목덜미에 입술을 내렸다.

“몇 번.”

그녀의 말이 그의 행위에 거슬리기라도 한 것처럼 건하가 성의 없이 대답했다.

“거기 나오는 숫소 같아. 야생에 살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절대로 옆은 안 보고.”

하은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며 건하가 풋, 하고 웃었다. 더운 숨이 하은의 목덜미에 넓게 번져갔다.

“좋은 뜻은 아닌 거 같은데.”

“맞아. 발정 나서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달리는 숫소. 그렇게라도 해야 미쳐 날뛰지 않으니까.”

“역시,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너뿐이야. 늘 상상을 초월하지.”

한 손으로 젖가슴을 주무르고 자유로운 다른 한쪽 손이 하은의 턱을 잡고 옆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곧장 입술을 파고들었다. 맞물리며 벌어진 입술 사이로 파고든 혀가 연한 살점을 마구 들쑤셨다.

몸에 열기가 더해지며 맞붙으며 떨어져 나가는 입술 사이에서 질척한 소리가 흘렀다. 혀가 얽혀들자 발끝에서 시작된 전율이 등허리를 타고 번져나갔다.

젖가슴을 거머쥐며 비틀던 손이 급히 빠져나가는 듯하더니 다시 급하게 건하는 자신의 벨트를 풀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유일한 소음이던 숲속, 건하가 바지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하아.”

거친 숨결 뒤에 목울대를 넘어가는 침 소리마저도 생생했다.

그의 무릎 위에 걸터앉아있던 하은을 가볍게 일으켜 세운 그가 하은이 입고 있던 스커트 안의 팬티를 아래로 당겨 벗겨냈다.

“들어가서, 해…….”

주변을 살피는 하은의 불안한 눈빛을 건하가 비웃었다.

“여기서 몇 번이고 널 가지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은의 눈에 떠오른 경멸을 본 건하가 느긋하게 웃었다.

“미친 새끼.”

“빙고.”

바지를 내리고 드러난 페니스는 이미 익숙한데도 잘생긴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험악했고 굵은 핏대가 도드라져 사납게 꿈틀댔다.

건하가 하은의 허리를 잡고 단단하고 굵은 페니스가 들어갈 입구를 맞추고는 그대로 내렸다.

“하윽.”

좁은 입구를 파고드는 선득한 감각에 하은이 비명 같은 신음을 흘렸다.

한꺼번에 완전히 밀고 들어와 그녀의 안을 채웠다. 건하가 한 손으로 하은의 가슴을 탐욕스럽게 쥐고 주물러 대며 느리게 추삽질을 시작했다.

등 뒤에 건하의 젖은 숨이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젖은 살과 빈틈없이 꽉 맞물린 페니스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거세게 치고 들어오며 부딪쳤다.

“하읏.”

강한 쾌감에 하은의 엉덩이가 절로 움직였다.

“하아, 빨고 싶은데 자세를 잘못 잡았네.”

젖가슴을 터뜨릴 것처럼 움켜쥐고 주물러대던 그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그럼 바꿔 줄까?”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가 괴로운 듯 고개를 저었다.

“늦었어…….”

건하가 신음처럼 내뱉으며 하은의 가는 허리를 잡고 강하게 허리를 튕겼다.

젖은 속살이 밑을 치고 들어오는 페니스에 들러붙어 사정없이 조여댔다.

강한 자극에 하은이 몸을 비틀어대자 허리를 잡은 건하의 손이 그녀의 골반을 단단하게 받쳤다.

“하악.”

깊숙이 안으로 파고드는 삽입에 하은이 신음을 쏟아냈다.

흠뻑 젖은 단단한 살덩이가 미끌거리며 빠져나가려는 페니스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선득하고 격한 쾌감에 건하의 허벅지가 덜덜 떨리듯 경련했다.

심장이 울컥대며 결합된 그녀의 젖은 질구와 계속된 마찰에 강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머릿속을 꿰뚫을 것 같은 강한 쾌감이 건하의 온몸으로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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