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하아.”
긴 한숨처럼 하은이 신음을 흘렸다.
온몸이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짜릿한 전율이 발끝까지 번지자 하은이 가볍게 몸을 비틀었다.
분홍색 까슬한 살점을 혀로 부드럽게 휘감고 강하게 빨아당기듯 건하는 집요하게 하은의 젖가슴에 달라붙었다.
점령하듯 갈라진 부위를 그가 사정없이 휘젓자 몸이 축축해지며 아래가 뜨끈하게 데워졌다.
하아, 하은의 입으로 가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온몸에 힘이 빠진 하은은 가까스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다 다시 손가락이 질구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자 다리에 힘이 빠져나갔다. 힘없이 무너지려는 하은을 건하가 단단한 허벅지로 받쳤다.
양쪽 젖가슴을 집요하게 빨아먹던 건하가 고개를 들었다. 하은은 가쁜 숨을 내쉬며 흐려진 눈으로 건하를 응시했다.
“전부……, 다 가지고 싶어. 남김없이 다.”
거친 호흡을 쏟아내며 건하가 신음처럼 내뱉었다.
백건하의 낯설고 짙은 눈길, 온몸을 녹일 것처럼 불타오르는 시선이 낯설었다.
하지만 감정 없이 고요하기만 하던 시선이 그녀 때문에 흔들리는 것을 보니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하은은 흐려진 눈으로 건하를 응시하며 그를 이끌며 욕조 받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마주 선 건하의 몸에 시선을 내렸다. 단단하게 불거진 가슴을 지나 탄탄한 복근과 연결된 남자의 묵직한 페니스, 무게감 있게 발기한 남성이 복근 아래 중심에서 거대한 크기로 기립해 있었다. 당장 그녀의 안을 치고 들어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남자의 그것은 발기한 채로 탄탄하게 올라붙었다.
지금처럼 적나라하게 백건하를 본 것은 처음이라 이내 당황한 하은이 시선을 내렸다.
건하가 허리를 굽혀 두 팔을 욕조에 받친 채로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말해봐.”
“뭐, 뭘?”
“내 이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다시 건하의 입술이 가볍게 붙었다 떨어졌다.
“백건하.”
흐려진 눈으로 보던 하은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은의 눈동자를 건하가 똑바로 응시했다.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마치 오래 기다린 사람처럼 건하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이름 한 번에 이렇게 만족스러운 얼굴이라니, 지금까지 그녀가 알던 백건하와 다른 얼굴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모습이 아닌, 그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다정한 눈빛, 말투에 하은은 지금까지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견고한 이성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더 자세하고 알고 싶지도 깊이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건하가 욕실 바닥에 무릎을 꿇자 하은과 눈높이가 비슷해졌다.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목덜미로 내려가 다시 양쪽 젖가슴을 물었다.
가슴에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입술이 배꼽을 지나 허벅지 안쪽의 살점을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코끝이 흠뻑 젖은 속살에 닿자 하은은 저도 모르게 등이 휘었다.
젖은 살점 안으로 밀려드는 뜨거운 혀의 감촉에 하은이 엉덩이를 들썩였다. 뜨거운 물기가 질 내벽을 타고 가랑이 사이로 흘렀다. 건하가 혀로 물기를 남김없이 핥아 넘기자 하은이 흐느끼듯 신음 소리를 냈다.
“하읏.”
그를 밀어내는 대신 다리를 벌려 그의 검은 머리칼에 손가락을 넣었다.
음핵을 손가락으로 지분대며 벌어진 질구 안으로 혀를 동그랗게 말아 넣었다. 진득하게 달라붙은 음부 사이에 얼굴을 박고 구석구석 핥아 내렸다.
쪽쪽 소리 나게 살점을 입 안에 넣고 빨며 흘러내리는 농익은 과육을 그대로 삼켰다.
살점이 그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갈 때마다 어지러울 정도로 현기증이 일었다. 하은은 남자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숨막힐 듯한 쾌락이 연이어 그녀를 덮쳤다.
건하가 양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미친 듯이 통째로 빨아댔다. 하은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그가 뿜어내는 뜨거운 입김이 젖은 질구에 수증기처럼 달라붙었다.
감당하기 벅찬 고문과도 같이 건하는 끈질기게 젖은 소리를 내며 음부를 빨았다.
그의 복부에 버티고 있던 페니스가 뻐근하게 솟구치며 차가운 바닥에 닿자 건하가 힘겨운 신음을 냈다.
페니스가 한계까지 치달아 세워지자 고개를 든 건하의 눈가가 발긋했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킨 그가 하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긴 한숨과 함께 검고 딱딱한 살덩이가 맞물리듯 질구를 파고들었다.
“하아.”
두 사람이 동시에 숨을 토해냈다.
달아오른 클리토리스를 그가 문지르듯 비비며 뒤로 넘어가려는 하은의 등을 받쳐 깊숙이 삽입해 들어갔다.
다물지 못하고 입가로 젖은 숨을 흘리는 하은의 입술 사이로 건하가 쑤셔 넣듯 혀를 넣었다.
가쁜 호흡이 맞물린 입술에 겹쳐 헐떡이며 서로의 혀를 핥아댔다.
더욱 깊숙이, 끝도 없이 페니스가 그녀의 안을 밀고 들어왔다.
그녀의 가는 허리를 잡고 사정없이 쳐올려 페니스를 비비듯이 밀어 넣었다. 하은의 아랫배 깊숙이 밀려 들어온 이질감이 곧장 쾌락으로 이어졌다.
하은이 울먹이듯 몸부림쳤다. 페니스가 안으로 파고들 때마다 좁은 입구와 맞물린 부위가 징징 울렸다.
건하가 허리를 쳐올리자 빈틈없이 꽉 맞물려있던 부위가 비벼지며 선득한 쾌감이 머릿속까지 울렸다.
“하아, 건하…….”
골반이 부딪치며 울리는 젖은 소음이 욕실을 울리며 공간을 채웠다.
그의 시선이 집요하게 하은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밀려 나갔다가 다시 강하게 치고 들어가면 하은이 입술을 파들대며 떨었다. 건하는 짐승처럼 거친 신음을 내며 하은의 질구를 거세게 파고들었다.
강한 쾌감에 사로잡힌 건하의 허벅지에 바싹 힘이 들어가며 긴장한 순간 그가 젖은 숨을 토해냈다.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터뜨릴 것처럼 움켜쥐고 강하게 질벽을 쳐올렸다.
그녀의 젖은 속살이 페니스에 들러붙어 강하게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다. 뭉근하게 비벼지고 잔뜩 움켜쥐며 페니스를 조여대는 강한 자극에 건하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동시에 그녀의 질벽 안으로 왈칵, 뜨거운 물줄기가 뿜어졌다.
온몸을 덮치는 강한 쾌락에 하은의 몸도 바들대며 떨었다.
아직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그가 하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그녀의 체취를 깊이 빨아들였다.
***
뉴욕을 떠난 지 15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백건하와 나란히 공항을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른 두 사람은 한국을 떠날 때와 사뭇 달랐다.
조수석에 앉은 강훈은 백미러로 건하와 하은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서로에 대한 반감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분위기, 게다가 눈이 마주칠 때면 보이는 부드러운 미소.
건하의 뉴욕 일정이 끝나고 뉴욕을 떠나기 전까지 백건하와 장하은은 남은 시간을 호텔에서 보냈다. 하는 일이라고는 룸서비스로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전부였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방해하지 말라는 건하의 명령에 강훈도 호텔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백미러로 건하와 시선이 마주치자 강훈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시선을 내렸다.
곧이어 건하가 버튼을 눌러 뒷좌석과 시야를 완벽하게 차단시켰다.
건하가 가림막으로 앞자리를 차단시키자 하은이 무슨 일인가 싶어 건하를 쳐다보았다.
“그냥.”
짧게 대답을 한 건하는 피곤한 얼굴을 문지르며 시트에 등을 기댔다.
이제 막 전원 버튼을 켠 하은의 휴대폰에서 연이어 알림음이 울렸다.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수십 통이었다.
건하가 힐끗 하은의 휴대폰 화면을 내려보았다.
“이제 알았나 보네.”
하은이 가볍게 코웃음 치며 휴대폰 화면을 닫았다.
“뭘?”
“통장 잔고 없는 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건하가 피식, 웃었다.
“어떤 얼굴 할지 궁금했는데.”
“그 돈은 뭐 하려고?”
“뭐 할 것도 없어. 큰어머니 이름으로 복지 재단에 기부했거든.”
예상하지 못한 하은의 대답에 잠시 머뭇대던 건하가 풋, 하고 웃었다.
하지만 이내 긴장한 표정의 하은을 보고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말로는 독하게 무슨 짓이든 할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건하의 눈에 비친 장하은은 여전히 상처받은 얼굴이다. 그러면서도 아닌 척, 겉으로 도도하게 구는 것이 빤히 보였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은 거 나도 알아. 나쁜 짓 하고도, 도둑질하고도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마음 편하게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끝까지 행복한 거는 너무 말이 안 되잖아.’
장하은의 응징은 거기까지가 끝이었을지도 몰랐다.
하은을 통해 취한 부당 이득을 환수하는 것, 그리고 이유 없이 받았던 학대는 그저 조용히 기억으로 묻는 것.
그게 끝이라면 하은의 말대로 공평하지 않은 거였다.
다시 하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인을 확인한 하은이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
저택의 입구, 거대한 철문 앞에 차가 멈추자 입구 보안실에 서있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순간 하은이 긴장하며 얼굴이 굳어졌다.
유리창이 검게 선팅되어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귀국을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차 문을 두드렸다.
“하은아! 하은이 맞지?”
곧이어 뒤따라온 보안 직원이 앞을 막아서며 저지했다.
“내가 누군 줄 알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들어? 한 회장과 사돈집이라고!”
앙칼진 큰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뭇가지에 올라있던 새들이 파닥거리며 날아갔다.
곧장 조수석 문이 열리고 강훈이 내렸다.
“무슨 일입니까?”
“안에 하은이 타고 있는 줄 아니까 얼른 내리라고 해!”
강훈은 본척만척, 큰어머니는 뒷좌석의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러니까, 누구시냐고요.”
다소 위협적인 강훈의 목소리에 그제야 큰어머니가 움찔하며 쳐다보았다.
“나 몰라? 이 집 며느리, 장하은 엄마야!”
큰어머니의 말에 건하가 훗, 하고 짧게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버튼을 눌러 유리문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