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3/62)

22.

하은은 침실과 연결된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욕실은 순식간에 희미한 수증기로 가득 찼다.

하은은 다시 욕실을 나와 드레스룸의 커다란 거울 앞에 섰다. 아침부터 바쁘게 보낸 탓에 저녁이 되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셔츠를 벗고 속옷까지 한꺼번에 벗어 내리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 거울 속에 있었다.

낯선 모습이었다. 지금처럼 거울을 앞에 두고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는 처음이었다.

가늘고 길게 뻗은 매끈한 몸이 나쁘지 않았다.

적당한 크기로 솟은 젖가슴은 가운데로 젖꼭지의 선명한 선홍색 빛을 띠며 모양 좋게 부풀었다. 납작한 배를 따라 내려오며 움푹 들어간 허리가 풍만한 엉덩이의 매끈한 곡선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거뭇한 음부를 따라 내려와 Y자를 이루며 종아리까지 내려온 부드러운 곡선은 날씬한 종아리까지 이어졌다. 지난밤 그녀의 가랑이 밑을 파고들던 백건하가 떠올랐다.

몸에서 가장 연약하고 예민한 부분을 혀가 닳도록 핥고 빨던 모습들이 생생했다.

순간 아래가 뜨거워지며 뱃속이 뭉근하게 뭉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깨까지 늘어진 머리를 한 손으로 틀어 손목에 둘렀던 밴드로 묶어 올리자 가늘고 긴 목선이 드러났다. 쇄골 근처 움푹 들어간 자리에 남아있는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삽입이 깊어지고 추삽질이 이어지면서 건하는 집요하게 하은의 목덜미를 삼키듯 빨아댔다.

그녀의 몸에 새겨진 백건하의 흔적, 하은은 손끝으로 붉게 번져있는 자국을 가만히 쓸었다.

인기척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놀라 뒤를 돌아보자 드레스룸 입구에 백건하가 서있었다.

발끝 아래에서 천천히 올라온 시선이 드러난 음부를 지나 젖가슴에 한참 머물다가 이내 하은과 눈을 맞췄다.

백건하의 노골적인 시선에 강한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눈을 맞춘 채로 건하는 입고 있던 셔츠의 버튼을 하나씩 끄르기 시작했다.

욕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가버리면 그뿐, 하지만 하은은 뭔가에 붙들린 것처럼 꼼짝없이 서서 건하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셔츠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드러난 상반신은 언젠가 학교 미술실에서 보았던 석고상 같았다.

완벽한 역삼각형의 상체는 단단하고 견고한 근육이 촘촘하게 자리 잡았고 이어지는 완벽한 보디라인은 조각도로 빚어낸 것처럼 굴곡이 있었다.

그가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는 모습에 하은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옷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곧장 하은의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당겨져 입술이 맞물렸다.

이미 백건하의 입술이 닿기 전부터 하은은 숨이 차오르고 어지러웠다.

맞닿은 입술을 열고 들어온 혀가 젖은 살점을 쓸어내리는 감각에 하은은 발끝이 오그라들며 전율이 흘렀다.

“목욕하려고? 마침 나도 하려던 참이거든.”

하은과 입술을 맞댄 채로 내뱉는 건하의 목소리는 묵직하게 잠겨있었다.

물이 바닥으로 넘쳐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샤워기 아래에 하은을 돌려세우고 건하는 스펀지를 문질러 거품을 냈다.

한 손으로 쥐어도 남을 정도로 좁은 목덜미에 거품을 묻히고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하은의 몸이 굳었다가 풀어졌다를 반복하며 건하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눈에 띄게 반응을 했다.

“내가 할 수 있어.”

하은의 힘없는 말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알아.”

무심하게 답하는 건하의 말투, 그의 모든 신경은 하은의 몸에 거품을 묻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탄력 있는 엉덩이를 스치자 굴곡 있는 몸에 희미한 경련이 일었다.

그런 모습을 즐기듯 건하는 천천히 하은의 몸을 스펀지로 문지르며 다시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목덜미를 따라 내려가 젖가슴을 문지르자 오돌톨한 젖꼭지가 금세 단단해져 솟아올랐다. 동시에 건하의 복부에 힘이 들어가며 단단하게 일어선 페니스가 움찔댔다.

지독하게 꿈틀대는 욕정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건하는 침착하게 하은의 몸에 비누 거품을 묻혔다. 그리고 손으로 문지르며 분출되지 못한 욕망을 잠재웠다.

샤워기의 물줄기 아래 하은을 세우고 건하는 다시 스펀지에 거품을 내고는 자신의 몸을 문질렀다. 다급한 손이 상체를 지나 굵고 단단한 페니스를 문지르자 묵직하게 아래위로 끄덕이며 끄트머리가 하은의 살에 닿았다.

순간 잔잔하게 타오르던 불길이 누군가 버튼을 누른 것처럼 갑자기 급하게 타올랐다.

건하의 목울대가 아래위로 거칠게 움직였다. 거품이 모두 쓸려 내려간 하은의 뒤로 바싹 붙어 그녀의 몸을 덮었다.

뿌연 수증기로 둘러싸인 욕실 안은 환각 같았다.

뒤에 바싹 붙은 채로 건하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러댔고 다른 한 손은 납작한 배를 지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불쑥, 굵은 손가락이 젖은 살점 사이를 헤집으며 단단한 돌기를 건드렸다.

아랫배가 조여들며 오금이 저려왔다. 발가락이 저절로 구부러지며 의도와 상관없이 하은이 저절로 신음을 뱉어냈다.

그녀의 뒤에 서서 엉덩이의 갈라진 틈 사이로 딱딱한 페니스를 제멋대로 비벼대며 건하는 하은의 혼을 쏙 빼놓았다.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목선을 따라 올라가며 도톰한 귓불을 소리 나게 빨아 당겼다가 놓았다.

하은은 온몸을 건하에게 점령당한 채로 점점 이성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로 젖가슴의 돌기를 쥐고 비틀자 허리가 저절로 뒤틀리며 가슴이 제멋대로 들썩였다. 동시에 그의 손가락이 음부 속을 파고들며 휘젓자 온몸이 저릿했다.

습한 기운과 수증기로 가득 차 흐릿한 욕실 내부가 마치 몽롱해진 그녀의 머릿속 같았다.

지금처럼 감정에 허우적거린 적은 처음이었다.

건하의 손이 음부의 예민한 살점을 지그시 누르자 하은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음을 흘렸다.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그녀의 목덜미 위로 건하의 코가 닿으며 더운 열기가 느껴졌다.

하은이 손을 뒤로 뻗어 남자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건하의 굵고 긴 손가락이 젖은 터럭, 좁디좁은 질구를 파고들었다.

“하아.”

더 깊숙이 들어오게 다리를 벌린 하은은 나른한 눈을 반쯤 감았다.

건하는 그의 안에 내재된 원초적 욕망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제멋대로 손가락을 안으로 쑤셔 넣고 휘저었다. 하은은 숨을 헐떡이며 달아오른 몸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더운 입김과 축축한 혀가 제멋대로 하은의 목덜미와 귓가를 지났다.

가쁜 호흡을 내쉰 건하가 하은을 돌려세워 마주 보게 했다.

반쯤 감겨있던 눈을 뜨며 하은의 몽롱한 시선이 건하를 향했다.

넓은 어깨를 지나며 깎아 놓은 것처럼 잘생긴 건하의 얼굴이 보이자 하은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녀를 향한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 백건하의 눈동자가 마지막으로 보였다.

언제나 무심하게 가라앉아 있던 눈에서 불꽃이 튀고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 백건하가 원하는 것이 그녀 자신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처럼 감정을 있는 대로 드러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백건하와 눈을 맞춘 채로 하은이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건하를 보는 하은의 표정에도 몸으로 느껴지는 예민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전부 드러나 있었다.

건하의 시선이 끈질기게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그거 알아?”

건하의 낮은 속삭임이 욕실을 울렸다.

“뭘?”

하은은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날, 새장 안에 가두고 싶은 건 너였다는 거. 보고 싶었어. 네가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는지.”

백건하는 하은과 처음 만난 날을 얘기하고 있었다. 하은은 별로 놀랍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는 그를 마주했다.

“그래서?”

“문은 내가 열어줄 테니까 너는 마음껏 날아올라.”

“네가 왜? 그러다 영영 안 돌아오면 어쩌려고?”

하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건하의 손이 하은의 뺨을 감쌌다.

“그러지 않을 걸 알거든.”

건하의 말에 하은이 어이없다는 듯 조소를 머금었다.

“그걸 어떻게 자신해?”

건하의 손이 하은의 도톰한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나만큼 너를 예뻐해 줄 사람은 없거든.”

건하의 다른 한 손이 하은의 어깨를 따라 내려가 움푹 파인 허리의 연약한 살점을 어루만졌다.

“그럴 거면 애완견 하나 데려다 키우지 그래?”

샐쭉한 표정의 하은을 보던 건하가 훗, 하고 웃음기 없이 입술만 비틀었다.

“이런 건 너하고만 할 수 있는 거라.”

감출 수 없는 욕망을 한껏 드러낸 건하의 시선이 하은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건하가 고개를 기울이며 다가왔다. 물기 젖은 하은의 아랫입술을 혀로 가볍게 핥으며 안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숨이 겹쳐지며 곧장 혀가 얽혔다. 허리를 만지던 그의 손이 곧장 도드라진 가슴을 움켜쥐자 얽혀 붙은 입술 사이로 하은이 신음을 터뜨렸다. 건하는 갈증이 나는 듯 애타게 혀를 찾으며 질척이듯 빨아댔다. 맞닿은 몸에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 맞붙은 입술을 따라 그의 손에서 처참하게 뭉개지는 가슴의 정점을 지나 발끝까지 한꺼번에 전율이 일었다.

건하가 몸을 세우고 하은을 바싹 끌어당겼다. 보드라운 음부에 묵직한 페니스가 미끄러지듯 닿았다. 닿았던 입술이 떨어지고 곧장 하은의 목덜미를 훑으며 건하가 입술을 내렸다.

우물처럼 파인 쇄골을 가볍게 빨아당기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하은의 맨가슴 위로 건하의 눈길이 쏟아지자 하은은 가볍게 경련이 일었다.

몸에 달라붙은 건하의 눈길만으로도 순식간에 온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가슴으로 입술을 내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하얀 살점이 입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동시에 다리 사이 좁은 틈을 건하의 손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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