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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627화 (62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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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 발전 -->

은지는 자연스럽게 전혀 호감이 느껴지지 않던 시절의 시황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때는 숙맥에다 어색해 죽을 것만 같은 얼굴로 말도 잘 못 걸고 그랬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능력 있는 남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 남자가 자신에게 먼저 고백해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은지는 잊을 수 없는 평생의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 자신이 고백을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쉽거나 후회를 하진 않았다. 지금의 삶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시황을 독점하기엔 주제에 맞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잘 알았다.

어느새 은지와 지숙, 현주의 얼굴이 과거에 젖어들었다. 다들 만난 시기의 시황이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시황의 얼굴과 모습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에 생생하지만 어느새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있었다. 시황의 나이만 해도 벌써 30살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겉모습은 여전히 20대 중반에 머물러 있어 묘하게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는 했다.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옛날 얘기를 은지가 꺼내서인지 시황도 추억에 젖었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유산을 얻었을 대의 일이 아련히 생각났다. 자신의 인생이 변한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이 생기고 나서부터였다. 만약 유산을 받지 못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쩌면 아직까지 백수로 지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 어여쁜 연인들 중 그 누구와도 사귀지 못했으리라. 유산에 당첨된 건 그야 말로 천운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음가짐이라면 그 시절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더라도 새로운 삶을 살아갈 자신은 어느 정도 있었다. 그때는 마음이 꺾여 아무런 의욕도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능했다. 유산도 유산이지만 그만큼 마음가짐에 큰 차이가 났다.

“그때 오빠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오빠가 아니었으면 제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두렵기만 해요.”

은지가 아련한 눈길로 말했다.

“저도 그래요. 오빠 아니었으면 얼마나 암담했을까요. 집은 빚더미에 제대로 된 곳에 취직도 못하고... 하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라.”

지숙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살려준 게 바로 시황이었다. 집이 빚더미에 앉았을 때 얼마나 우울하고 힘들었는지 몰랐다. 그때 시황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끔찍한 삶을 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맞아요. 전 아직도 남자 친구가 없었을 거예요.”

현주도 비슷한 처지였다. 사실 그때는 남자 친구 없이 혼자 살아가리라고 마음까지 어느 정도 마음까지 먹을 상태였다. 그런데 결국 시황에게 구원을 받았으니, 케즈론 카페가 오픈할 때 지원한 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나도 너희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 고마워.”

“저희가 고맙죠. 오빠는 저희 아니라도 성공할 사람인데요.”

지숙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은지와 현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황에게 받은 것만 있지 준 건 없었다. 심지어 섹스마저도 자신들이 더 하고 싶어 했다. 시황과 야한 짓을 할 때마다 얼마나 좋은지 이제는 시황이 없으면 안 되는 몸이 되고 말았다.

이정도가 되니까 시황이 다른 여자들과 사귀더라도 다들 이해하는 거지, 열 명이 넘는 여자를 만족시켜줄 수 없는 평범한 남자였으면 문제가 진즉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느새 다들 과거에 떠오르는 추억에 빠져서 얘기를 했다. 초창기부터 시황과 만나왔던 공감대도 있다 보니 밤늦게까지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여행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

세계 여행은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이었지만 그 어떤 문제나 위험이 없었던 안전한 여행이었다. 덕분에 여자애들도 좋은 추억만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

공항에서 내리고 모두 일단 시황의 집으로 왔다. 다들 여행에 대한 흥분이 사라지지 않아 거실에서 사진을 보며 웃고 떠들면서 얘기하기 바빴다. 여행 중간에 죽을 뻔한 위험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들은 시황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고 즐거워하기만 했다.

“다들 여행 즐거웠어?”

시황이 TV 앞으로 걸어 나와 거실에 있는 여자애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파나 테이블, 어디에 눈을 두더라도 호강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들이 가득했다.

“즐거웠어요!”

모두 밝게 웃으면서 외쳤다. 다들 같이 외친 게 웃겼는지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가 즐거운지 몰라도 다들 웃고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시황은 큰 만족감을 느꼈다.

시황은 잠시 동안 여자애들을 둘러봤다.

아루, 찬미, 유미... 모두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연인들이었다.

“나도 같이 여행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 이번 여행은 오늘로 끝이지만 다음번에는 또 다른 즐거운 이벤트를 준비해볼게.”

“정말요? 기대된다.”

시황의 말에 여자애들이 크게 기뻐했다. 이전 요트 여행이나 이번 세계 여행은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화려하면서도 즐거운 이벤트였다. 다들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자 사람들도 부러워하며 눈물 이모티콘을 잔뜩 늘여놓기도 했다.

“모두 부족한 나하고 연인이 돼줘서 고마워.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텐데 모두 마음 넓게 이해해주고 친하게 지내줘서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

“에이, 왜 그래요. 갑자기 그러니까 부담스럽잖아요.”

유미가 갑작스럽게 자신들에게 고마워하는 시황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여자애들이 가볍게 웃었다.

“그냥 고마워서 그래. 이제까지 어려운 일도 있고 힘든 일이 있었지만 전부 너희들이 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만약 너희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까지 절대 오지 못했을 거야.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바로 너희들이야.”

“꼭 오늘로 마지막인 사람처럼 왜 그래요. 기분 이상하잖아요.”

이번엔 지숙이 말했다. 그러자 다른 여자애들도 약간 얼굴이 어두워지며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지숙의 말대로 꼭 드라마 마지막 장면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 걱정이 됐던 것이다.

“지금까지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 너희들과 같이 지냈던 시간들 결코 못 잊을 거야. 너희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랑 같은 기분일 거라고 믿어.”

“오빠, 어디 가시는 거 아니죠?”

찬미도 걱정이 됐는지 심각해진 얼굴로 시황에게 물었다.

“야, 너 왜 그러는 거야? 진짜 무슨 일 있는 거야?”

새침하던 은비도 걱정 가득한 얼굴을 했다. 꼭 헤어짐을 암시하는 말에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히잉... 저 오빠랑 계속 살래요.”

아루는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면서 시황을 끌어안았다. 어느새 눈치가 생긴 아루도 시황의 말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던 것이다.

“혹시 이전처럼 오빠를 견제하는 무리라도 있는 건가요?”

진아는 정체모를 무리들이 시황을 괴롭히나 싶어 분노를 품었다.

“거짓말이지? 그렇지, 시황아? 아아... ”

“미주야, 일단 진정해봐. 별 일 아닐 거야.”

황미주가 쓰러질 듯 하자 임영선이 붙잡아 주었다. 황미주는 별 일 아닐 거라면서도 얼굴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흑... 대표님.”

“그러지 마세요. 무섭단 말이에요.”

혜미와 장미도 눈물을 흘리며 시황을 끌어안았다.

루나모스와 수란, 미나는 아무런 말없이 얌전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마치 이대로 헤어질 것만 같은 시황의 의미심장한 말에 다들 불안해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행을 마치고 방금 전까지 즐거워하던 분위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음울함만이 공간을 뒤덮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서 잘 헤쳐 나가자.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너희만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지금처럼 앞으로도 다들 사이좋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여기 있는 너희들이야 말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네?”

“그런데 왜 그렇게 심각한 분위기야?”

“오빠가 꼭 무슨 일 있는 것처럼 말하니까 그렇잖아요.”

앞으로도 잘 지내자는 걸 꼭 헤어질 것처럼 말했다는 걸 곧바로 알아차린 유미가 안도하며 말했다.

“야! 너 우리 놀리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눈시울이 붉어진 은비가 소리쳤다.

“응. 그냥 장난쳐보고 싶어서 해봤어. 다들 그렇게 걱정해주니까 흐뭇하네. 내가 그렇게 좋은 거야?”

“진짜 짜증나! 아루야 꽉 붙잡고 있어.”

“네.”

은비가 소리치자 아루가 시황을 꼭 붙잡았고 은비는 유미와 지숙 등을 데리고 와서 시황을 바닥에 눕히고는 옷을 강제로 벗겨냈다.

“뭐 하는 거야?”

“우리 놀렸으니까 너도 당해봐야지.”

“하, 하지 마.”

“싫어!”

전혀 저항하지 않은 덕에 시황의 옷이 순식간에 벗겨져 나가 금세 알몸이 되었다. 은비는 커다란 시황의 성기를 손으로 붙잡았다. 그러자 금세 쑥쑥 커지더니 딱딱하게 발기했다.

“야! 넌 이런 상황에서도 흥분 하는 거야?”

“은비 손이 기분 좋은 걸.”

“진짜, 변태라니까. 너 오늘 우리 전부 만족시켜주기 전까지 못 잘 줄 알아.”

“전부? 나 큰일 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용서 안 해줄 거거든? 너 오늘 죽을 줄 알아.”

“하하.”

시황은 크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방금까지 음울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모두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알몸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기뻐하고 슬퍼해주는 연인들이 있다는 거에 크나큰 행복을 느꼈다.

시황의 입가에선 짙은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새 시황의 나이가 40살 가까이 이르렀지만 여전히 20대 중반의 찬란한 외모와 매혹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시황의 연인들도 30살이 넘어 섰음에도 나이를 전혀 먹지 않는 듯 20대의 가장 아름다움 순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아름다움 덕분인지 케즈론에서 새로운 화장품을 출시할 때마다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유미와 효정은 여전히 케즈론 모델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고, 가을과 혜미, 장미는 연기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도 간간히 핑크펫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녀들은 길거리에만 나가도 누구나 알아볼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은지와 지숙은 유유자적하게 카페를 관리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이 된 아루는 한 번씩 시황과 함께 케즈론 빌딩에서 큰 이벤트를 열곤 했다. 그때마다 케즈론 빌딩 앞은 아루를 보기 위한 어린이와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진아는 케즈론 경영을 도맡아 하며 경영의 여제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황미주의 진아 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최고의 연예기획사가 되었고, 임영선은 노벨상 후보에 거론되며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수란과 현주는 귀공자 길들이기의 후속작, 까칠한 남자를 대하는 100가지 방법이라는 웹툰으로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프린은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의 여신으로 추앙받았는데, 특유의 백치미가 인기의 큰 요소가 되어 게임 방송에 나오면 수많은 팬들이 운집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루나모스와 미나는 여전히 집에서 별다른 변화 없이 시황의 사랑을 받으며 유유자적하게 생활했다. 라무시아는 얌전히 시황의 그림자에 몸을 숨겨 말 잘 듣는 고양이로 한 번씩 나왔다 사라지곤 했다.

이렇게 다들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 드디어 케즈론 타워가 완공 되었다. 세상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그 타워는 현재 가진 케즈론의 위상만큼이나 웅장하고 거대했다.

시황은 여전히 자신의 곁에서 도움을 주는 찬미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가장 꼭대기 층은 시민들을 위한 전망대였고 그 아래로는 시황과 연인들을 위해 준비된 층이었다.

아직 오픈되지 않은 전망대에 올라가서 거대한 창문으로 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시내가 한 눈에 보였다. 오랜 시간 끝에 드디어 이룩해낸 광경이었다.

찬미와 함께 밖을 바라본 시황은 타블렛을 아공간에서 꺼내 확인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건설하세요][완료][경험치 300000]

[LEVEL UP! 9레벨이 되셨습니다.]

루나R 50억 개 판매와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의 유저수 30억 명 돌파로 얻은 막대한 경험치, 그리고 경쟁상대조차 존재치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번 돈으로 인한 경험치들이 합쳐져서 9레벨을 달성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결국 9레벨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도달하고 말았다.

시황은 찬미와 함께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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