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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626화 (62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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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 발전 -->

“미친 새끼 아니야!”

수장은 책상의 서랍을 열어 곧바로 총을 꺼냈다. 아까처럼 평범한 권총이 아닌 척 보기에도 위력이 강력해 보이는 커다란 총이었다.

그는 시황을 향해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인간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천둥 같은 소리를 내뿜으며 불길을 뿜어냈다. 그것도 한 발이 아닌 수십 발이 순식간에 시황의 몸을 뒤덮었다.

남자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 시황의 이 찬란한 금빛의 비늘로 뒤덮이며 총탄을 그대로 블러드문의 수장에게 튕겨냈다. 이전보다 더욱 강대한 힘을 머금은 총탄들이 그대로 블러드문의 수장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고, 그는 눈만 동그랗게 뜬 채로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 인간을 처치해버리기란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 아무리 총으로 무장했다고 해서 시황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미 인간의 경지를 아득히 벗어난 시황은 악룡 키실리프의 브레스마저도 간단하게 막아냈는데 인간이 쏘는 한낱 쇳조각 따위에 다칠 리가 없었다.

무덤덤한 눈으로 시황은 사망한 블러드문의 수장을 쳐다봤다. 옅은 분노만 있을 뿐 후회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힘을 새삼 실감했다.

이 힘을 평화와 세계 미래를 위해 써야할까?

시황의 능력이라면 지금처럼 세계에 존재하는 테러단체를 전부 죽이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세계에 간섭하는 게 오만한 행동이었다.

이 힘을 굳이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이러는 것도 자신과 연인들의 안전을 위협해서이지 가슴에서 불타오르는 정의감 때문이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건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멍하니 있던 시황은 방을 나갔다. 문 앞에서 지키고 있던 거대한 덩치의 남자들은 정체를 모를 사람이 걸어 나오자 화들짝 놀라며 곧바로 총을 뽑아들었다.

시황은 망설이지 않고 남자들이 뽑아든 권총을 장난감 빼앗듯 빼앗아서 그대로 두 사람을 향해 쐈다. 총소리가 나자 순식간에 흉악한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시황은 간단하게 그들을 처리했다.

만약 시황처럼 전능함에 다다른 존재가 아니라면 이런 단체의 타깃 된 순간 끝없는 고통과 좌절을 느끼게 되겠지만, 시황이었기에 테러단체 따윈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괴, 괴물이야!”

황금빛의 비늘로 몸이 뒤덮인 시황을 보며 100킬로그램은 넘게 나갈법한 흉악한 인상의 남자가 오들오들 떨며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총을 쏴도 전혀 통하지 않고 장난치듯 동료들을 학살한 그는 도저히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존재였다.

“다른 사라들은 너희를 그렇게 부르겠지.”

시황은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든 총을 들고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이걸로 테러단체에 존재하던 모든 사람은 사망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철옹성 같던 테러단체의 비밀기지가 순식간에 을씨년스러운 귀신의 집으로 변해버렸다.

죄책감이나 후회는 없었다. 이걸로 연인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만 안도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테러단체를 쳐부수며 세상을 마음대로 유린할 생각은 없었지만 발전적인 미래로 이끌며 돈을 벌 생각은 있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든지, 후원을 하며 세상을 더욱 이롭게 만드는 것 정도는 할 생각이 있었다.

가진 능력과 케즈론의 유산이 워낙 대단하니 조금만 마음을 잘못 먹었다가는 큰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했다. 그래서 최대한 신경 써야 하지만...

“해왔던 대로 하면 충분하지.”

그렇다. 해온 대로 지내는 걸로 충분했다. 세계보단 사랑하는 연인들과 지금처럼 지내고 싶을 뿐이었다. 그게 다였다.

나직하게 내뱉은 시황은 용언으로 비밀기지에 불을 지르고 걸음을 옮겨 단번에 공간을 뛰어넘었다. 핏자국 하나 묻지 않은 시황은 환하게 밝은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고생하셨어요.”

침대에는 여전히 루나모스가 앉아있었다. 아까 붙잡아둔 직원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고생은 뭐. 새삼 내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게 됐다는 걸 느꼈을 뿐이야.”

“그런가요? 그러면 앞으로 그 능력을 사용하실 건가요? 이미 반신에 이른 주인님이라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글쎄? 별로 그러고 싶진 않은데.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래쪽 능력은 너희들한테 계속 사용할 거라는 거지.”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루나모스를 끌어안았다. 세계를 구원하거나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건 크게 관심이 없지만 연인들과 음란한 놀이를 즐기는 건 여전히 관심이 많았다.

“주인님답네요.”

루나모스도 가볍게 웃고 말았다. 욕망이 강한 인간이 시황처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면 어떻게든 자기 마음대로 유린하려고 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능력이 안 돼도 어떻게든 나라를 지배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은 흔했으니까. 하지만 시황은 달랐다. 유산을 이용해 돈을 벌기는 하지만 특별히 능력을 사용해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다지 없어 보였다.

다만 약간의 물욕과 여자를 향한 강렬한 욕구만은 확실히 존재했다. 사실 그 정도도 없다면 인간이 아니라 욕망을 모두 벗어던진 신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루나모스도 지금 이 상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삶은 더 없이 평온했고 시황의 사랑도 한없이 느낄 수 있었다.

키스를 하며 루나모스는 시황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어딜 만지든 시황의 몸은 참기 힘들 만큼 흥분이 되었다. 노예의 맹약을 맺기까지 했지만 이제껏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욱 시황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루나모스는 금세 흥분해서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음란한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시황 뿐이었다.

루나모스의 숨이 가빠졌고 이내 뜨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안식의 밤이 저물었다.

**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TV에서는 블러드문이라는 거대한 테러단체가 전멸했다는 속보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급해 보이는 뉴스에선 불에 타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블러드문의 비밀기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뉴스에서 다른 테러단체와의 싸움이 원인이 아닌가 추측했지만 진실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따로 준비된 호텔의 최상층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는 시황의 연인들도 뉴스를 시청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다들 뭔가 굉장히 다급해 보인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설마 저게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던 테러단체의 모습이라는 건 꿈에도 알지 못했다.

가벼운 옷을 입은 시황이 식당으로 들어와 찬미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찬미가 음식을 떠서 시황의 앞에 놓아주었다.

“오빠, TV에서 뭐라는 거예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거에요?”

옆에 있던 유미가 엉겨 붙으며 물었다. 여기서 제대로 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게 시황 뿐이다 보니 다들 시황에게 크게 의지했다.

“테러단체가 정체모를 세력에 전멸 당했다는 것 같은데?”

“정말요? 무섭다.”

유미는 살짝 무서워하며 더욱 강하게 시황을 끌어안았다. 유럽은 종종 테러단체의 공격 대상이 되곤 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던 것이다. 식사를 하던 다른 여자애들도 무서웠는지 서로 부둥켜안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에 나올 뿐 실제로 당한 건 아니니 어느새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다시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웃으며 떠드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시황은 만족했다. 어제 벌인 행위는 전부 이걸 위해서였다. 뉴스에서 나오는 일은 저렇게 현실감 없는 막연한 일로 느끼는 걸로 충분했다. 직접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이다.

만약 루나모스와 시황이 제때 막지 못했다면 이렇게 웃고 떠드는 식사 시간이 아니라 음울하고 슬픔에 가득한 시간이 될 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테러단체를 전멸시킨 건 더 없이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파리 관광을 떠나기로 했다. 모두 준비를 하기 전에 간단한 추첨식을 거행했다. 바로 시황의 양옆에서 팔짱을 끼고 돌아다닐 사람을 뽑기 위해서였다.

원하는 숫자를 연인들이 전부 선택했다. 모두 긴장된 눈으로 시황을 바라봤고 시황은 찬미가 전해주는 상자에서 두 개의 숫자를 꺼냈다.

“3번, 9번이네.”

“꺅!”

당첨자는 은지와 프린이었다. 둘은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기뻐했다.

이후, 준비를 끝내고 모두 함께 나가서 관광을 했다. 마치 단체관광이라도 온 것처럼 우루루 돌아다녔는데, 그중에서 은지와 프린은 시황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연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건 행복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를 돌아다니자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시황의 연인들이 소매치기범의 타깃이 되었다. 다들 엄청나게 비싼 케즈론 제로를 쓰고 있으니 타깃이 안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슬쩍 그녀들의 소지품을 훔치려고 했다. 제일 먼저 훔쳐야 할 건 바로 케즈론 제로. 하지만 그들은 그녀들에게 접근도 하지 못한 채, 의지와 몸이 반대로 움직였다. 다가가려고 하면할수록 더 멀어졌던 것이다.

“뭐, 뭐야?”

그들은 당황해 했지만 계속해서 의지에 반하는 행동 때문에 결국 화려한 미모와 비싼 장신구를 가진 여자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딱 봐도 엄청나게 비싼 장신구를 훔치지 못해 아쉽지만 초자연적인 현상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건 루나모스가 한 거였다. 현실이라는 건 행복할 수만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던 시황은 미리 루나모스에게 혹시 모를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부탁했다. 사람이라는 게 가지고 있던 물건을 누군가 훔쳐간다든가 하면 그 날 하루 기분이 엉망이 되는 법이다.

시황은 연인들에게 기분 좋아야할 여행에 그런 기분 나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신경을 최대한 썼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연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기도 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흐리멍덩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들이 사랑해주는 만큼 보답해주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이런 시황의 다짐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짱을 낀 은지와 프린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관광을 하는 연인들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녀들의 즐거움을 위해 신경 써야할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들이 즐거워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시황은 더없이 기뻤다.

여유롭게 파리 관광을 마치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다.

시황은 여행을 하며 연인들에 대한 감정을 확실히 하며 이후에 일어날 미래에 대한 일까지 어느 정도 생각해두었다.

찬미에게 전에 말했던 것처럼 연인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어느 정도 밝혀야 하지만 이건 나중의 일이었다. 아직까진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현재로선 그녀들과 행복하게 지내며 사랑을 키워가는 게 중요할 뿐이었다.

유럽을 다 돌아다니고 마지막으로 뉴욕 관광을 했다. 뉴욕 중심가에 위치한 거대한 케즈론 빌딩에서 관광을 하고 옷을 사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뉴욕에도 역시 케즈론이 인수한 호화로운 호텔이 존재했고 최상층은 시황이 전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비워둬 마음 편히 사용할 수가 있었다.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어 호화로운 호텔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모두가 쉬고 있을 때, 시황은 찬미가 미리 지정해준 여자애들의 방에 갔다. 연인들이 많은 만큼 순번을 돌며 이렇게 하루하루 같이 지낼 수밖에 없었다. 몸이 여러 개가 아니었으니까.

이번엔 시황과 가장 오래 알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은지와 지숙, 현주의 방이었다. 특히 은지는 시황이 직접 고백까지 했었던 여자인 만큼 여행 마지막을 함께 지낸다는 거에 왠지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

항상 그렇듯 열정적인 섹스를 끝마친 시황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힘들거나 하진 않았지만 기분 좋은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드러누운 시황에게 은지와 지숙, 현주는 장난을 치듯 시황의 은밀한 곳을 만지곤 했다.

“여행 즐거웠어?”

시황이 여자애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정말 즐거웠어요. 이렇게 오래 마음 편하게 여행 다닌 건 처음이에요.”

지숙이 활기차게 대답했다.

“기뻐해서 다행이야. 앞으로도 너희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옆에서 듣기엔 조금 민망해도 당사자인 은지, 지숙, 현주는 크게 기뻐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은지는 시황을 지그시 바라봤다.

“왜?”

“어쩐지 오빠가 조금 변한 거 같아서요. 아,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예전보다 저희를 더 신경 써주시는 거 같아요.”

“사랑하는 연인들이니 당연히 신경 써야지.”

“그래도 저희를 위해 엄청 노력하신다는 게 느껴져요. 그런데 처음 오빠를 만났을 땐 이렇게 멋져지고 깊은 관계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전, 그때도 멋있었는데...”

은지의 말에 현주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지금이야 현주도 시황의 연인이라는 영광스러운 명칭을 가지게 됐지만 처음 시황을 만났을 때는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모태솔로였고, 연애를 해볼 수 있을지 감히 상상지도 못하던 때이기도 했었다.

다들 자연스럽게 처음 시황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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